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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78화 (78/150)

78화

78화

띵동. 띵동.

초인종이 울리자 김복녀는 종종걸음으로 현관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기철이냐?”

“네, 엄마. 아니, 어머니, 저예요. 하준 에미랑 하준이도 같이 왔어요.”

김복녀는 반가워하며 문을 열었고, 문을 열자마자 하준이 김복녀에게 와락 안겼다.

“할머니이!”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왔어? 얼른 들어와.”

김복녀는 하준의 두 볼을 감싸 안으며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준의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어머님, 잘 지내셨어요? 생신 축하드려요.”

“어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김복녀는 윤기철이 갑자기 호칭을 ‘어머니’라고 하며 깍듯이 존댓말을 쓰자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기철아, 너 오늘 좀 낯설다? 나한테 뭐 삐친 거 있어?”

“어? 그게 아니고, 저도 이제 아들도 생겼는데 어른이 돼야지요. 하준이 보기에도 그렇고······.”

윤기철은 이제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었고, 하준의 교육을 위해서도 자신이 어머니 김복녀에게 존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라고 부르던 호칭도 어머니로 바꾸고 앞으로 깍듯이 존댓말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아······ 난 네가 어찌 부르던 아무 상관없긴 한데······ 뭐, 네 맘대로 해라. 아, 그럼 나도 애비라고 불러 줄게. 하준 애비야.”

“네, 어······머니.”

윤기철과 김복녀는 서로 조금 어색해했다.

어색할 때는 손자와 얘기하는 것이 최고였기에 김복녀는 얼른 하준이에게 물었다.

“하준아, 오늘 아빠가 뭐 사준대니?”

“아, 여기서 10분 거리에 엄청 맛있는 궁중한정식집이 있대요. 거기 예약해 뒀어요.”

김복녀는 아들 내외가 자신의 생일상을 차려주는 것보다 외식이 좋아서 외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대부분 집에서 밥을 해 먹으니, 이런 특별한 날에는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는 훌륭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먹고 싶었던 것이다.

괜히 자식들이 요리한답시고 고생하는 것도 싫었고 말이다.

“얼마나 맛있대?”

“엄청, 엄청 맛있대요! 저도 같이 후기도 보고 했는데, 유명한 사람들도 찾아가는 맛집이래요.”

“오, 그렇구나. 기대되네!”

“근데 할머니 친구분들은요?”

“내 친구들? 음, 이제 올 때 됐는데······.”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김복녀의 친구들인 박정자와 이애숙이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복녀 언니 친구예요.”

“윤 감독님, 안녕하세요.”

김복녀보다 2살 어린 박정자와 동갑인 이애숙이 처음 만난 윤기철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말씀 놓으세요. 제가 아들뻘인데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생신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윤기철과 최선희가 인사했고, 하준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어른들의 인사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인사가 끝난 것 같자, 얼른 박정자와 이애숙에게 배꼽인사를 하며 명랑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복녀 할머니의 손자 윤하준입니다.”

“소개 안 해도 하준이 다 알지! 실제로 보니까 더 귀엽네. 안녕, 하준아.”

“목소리 봐. 엄청 이쁘다.”

박정자와 이애숙은 하준과 눈높이를 맞추고는 귀엽다며 볼도 만지고 머리도 쓰다듬었다.

“아이고, 우리 손자 얼굴 닳겠다! 그만 만져. 윤 감독, 얼른 밥 먹으러 가자.”

김복녀는 하준의 손을 잡고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은 그 뒤를 따랐다.

“애비야, 차 어딨어?”

빌라에서 내려온 김복녀가 윤기철에게 물었다.

윤기철은 바로 코너를 돌면 주차되어 있다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자 이애숙이 김복녀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근데 차에 우리 다 탈 수 있어? 6명이나 되는데.”

이애숙의 말을 들은 최선희가 웃으며 김복녀 대신 답했다.

“네, 다 타실 수 있어요. 어머님 친구분들도 오신다고 해서 하준이 회사 차 좀 빌려왔어요.”

“하준이 회사 차?”

“네, 하준이 소속사에서 하준이 전용으로 쓰라고 뽑아준 차 있거든요.”

“어머, 정말?”

박정자와 이애숙은 차가 궁금한지 빠른 걸음으로 윤기철을 따라갔고, 김복녀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도도하게 하준과 걸어갔다.

“오메, 차 진짜 좋네! 복녀 덕분에 우리도 호강한다. 호호.”

하준의 전용 차를 확인한 이애숙이 사투리를 뱉어내며 감탄했다.

이애숙은 평소에는 고상하게 말했지만, 가끔 무척 놀라거나 흥분하면 사투리가 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까만 차가 이렇게 빛이 나는 건 처음 봐. 진짜 삐까뻔쩍하네!”

박정자도 차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김복녀도 하준의 차는 처음 보는 거라 놀라웠지만, 태연한 척하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얼른 타기나 해.”

김복녀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이미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입꼬리는 귀에 걸려 있었다.

차에 탄 박정자와 이애숙은 더 놀라워했다.

“언니, 나 이런 차 처음 타봐! 의자 진짜 편하다······.”

“역시 겉에도 멋있더니 안에는 더 고급스럽네! 오메오메, 여기 냉장고도 있어!”

“차에 냉장고가 있다고? 진짜네.”

그 사이 김복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하준을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준이 덕분에 이런 좋은 차도 타보고,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기가 사는지, 김복녀는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10분 정도면 도착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윤기철이 출발을 알렸고, 차는 부드럽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이애숙과 박정자는 승차감이 너무 좋다며 차가 움직이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런 차는 하루종일 타도 멀미도 안 나겠다.”

“차 막혀도 걱정 없겠어. 냉장고에서 뭐 꺼내 먹고 편하게 자고 그럼 되잖아.”

한참 차에 감탄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하준에게 불쑥 부탁했다.

“하준아, 이따가 사인이랑 사진 좀 찍어줄래? 우리 애들이랑 친구들한테 자랑 좀 하게.”

하준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럼요. 이따가 다 해드릴게요.”

“고맙다, 아휴, 볼수록 너무 귀엽네.”

“복녀야, 부럽다, 부러워. 나도 이런 손주 하나 있었음 소원이 없겠어. TV에도 나오고, 귀엽고, 얼마나 이뻐! 이런 손주 있으면 난 업고 다니겠다.”

이애숙의 말에 김복녀는 웃으며 하준에게 물었다.

“하준아, 할머니가 업어줄까?”

“안 돼요, 할머니 힘드세요. 제가 나중에 좀 더 크면 할머니 업어드릴래요.”

“네가? 오호호, 진짜?”

“네, 음, 한 5학년 되면 업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하준은 5학년쯤 되면 얼마나 자랄지 사실 잘 몰랐다. 그냥 지금 2학년이니 그쯤 되면 많이 커질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었을 뿐.

“5학년이면 되겠어? 중학생은 돼야 하지 않을까?”

“아, 그래요? 그럼 할머니 계속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아셨죠?”

“그래, 그래, 우리 하준이는 말도 이렇게 이쁘게 하네. 오호호.”

하준의 스윗한 말에 김복녀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애숙과 박정자는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김복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윤기철 일행은 멋진 한옥집처럼 꾸며진 궁중한정식집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네, 윤기철이요.”

“아! 윤기철 감독님······! 영화 너무 재밌게 봤어요.”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은 윤기철의 뒤에 따라 들어오는 하준을 보고 윤기철을 알아보았다.

“감사합니다. 하하.”

종업원은 곧이어 하준에게도 알은 척을 했다.

“하준아, 안녕! 아휴, 귀여워라.”

“안녕하세요!”

하준도 반갑게 인사했고, 곧 종업원은 윤기철 일행을 널찍한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윤기철은 미리 가장 비싼 코스로 주문까지 해 놓았기 때문에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삼 샐러드와 흑임자죽으로 시작해, 구절판, 연어와 광어회, 전복구이, 육전, 월과채, 너비아니, 신선로, 닭구이 등 육해공의 다양한 음식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왔다.

“와, 색깔도 너무 이쁘고, 맛도 진짜 끝내주네.”

“여기가 천국이네, 천국. 이런 맛집은 어떻게 알았대······. 윤 감독, 최고야!”

“하하, 입맛에 맞으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어머니는 맛 어떠세요?”

“말해 뭐해? 진짜 맛있어.”

김복녀는 음식을 먹느라 짧게 답했고, 대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더니 하준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하준아, 하준이도 맛있어?”

“네, 이런 음식은 처음이에요. 너무 너무 맛있어요!”

“오, 그래? 보통 애들은 채소 잘 안 먹던데, 하준이는 정말 고추 빼고 다 잘 먹네! 편식도 안 하고, 너무 이쁘다.”

김복녀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하준을 지켜봤는데, 하준이 채소도 안 가리고 잘 먹자 기특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헤헤, 고기도 채소랑 같이 먹어야 더 맛있거든요.”

하준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고, 다들 하준의 바른 식습관을 칭찬했다.

“이렇게 골고루 잘 먹는 애는 처음 봐.”

“그러게. 골고루 잘 먹어서 그렇게 다재다능한 건가? 호호.”

그런데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리고 아까와는 다른 종업원이 큰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 사장이에요. 하준 군이 왔다고 해서 서비스를 좀 가져왔어요. 제가 하준이 팬이거든요.”

“엇, 감사합니다.”

하준이 자신의 팬이라는 말에 얼른 일어나 인사했다.

“실제로 보니까, 더 이쁘네! 이거 참치회예요. 고급부위로만 가져왔으니까 맛있게 드세요.”

사장이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장이 가져온 접시에는 배꼽살과 대뱃살, 가마살 등 신선해 보이는 참치회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와, 이 비싼 참치회를······! 감사합니다.”

윤기철과 최선희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장은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와 함께 슬쩍 하준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하준아, 이따가 사인 하나랑 사진 좀 찍어주고 가면 안 될까? 우리 카운터에 걸어놓게.”

하준은 음식이 맛있어서 그냥 부탁했어도 들어줬을 건데, 이렇게 비싼 서비스까지 주니 당연히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네, 그럼요. 참치회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고마워, 그럼 맛있게 먹어.”

사장은 하준에게 눈을 찡긋하고는 방을 나갔다.

그리고 사장이 나가자마자 김복녀와 친구들은 감탄을 쏟아냈다.

“이 비싼 걸 서비스로 주다니, 하준이 인기 정말 많구나!”

“애가 너무 귀엽고 잘생겼잖아.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안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참치회 너무 맛있겠다!”

“우리 하준이 덕에 참치회까지 먹네. 오호호.”

사장이 가져다준 참치회는 정말 맛있었다.

고소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다며 다들 배가 부르다면서도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웠다.

거한 식사 후, 하준은 음식점 사장의 부탁대로 사인과 사진을 찍어주었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다시 김복녀의 집으로 향했다.

김복녀의 집으로 돌아가서 후식으로 차를 마시며 생일케이크를 자를 예정이었다.

집 앞에 도착한 윤기철은 차에서 내리며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챙겼고, 하준은 기타를 챙겼다.

“드디어 하준이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겠네!”

“기대된다, 기대돼.”

김복녀와 친구들은 하준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다면서 한껏 들떠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김복녀의 빌라로 걸어가는데, 김복녀의 빌라 입구에 웬 남녀가 서성이고 있었다.

“어? 엄마! 저기, 쟤들······!”

윤기철이 두 사람을 보더니 깜짝 놀라 ‘엄마’란 말이 툭 튀어나왔다.

김복녀는 누구길래 그런가 싶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김복녀 또한 그들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외쳤다.

“쟤 기옥이 아니니? 박 서방이랑! 아니, 어떻게, 쟤들이?”

윤기옥은 김복녀의 딸이자, 윤기철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었다.

이들 부부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거주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으니 김복녀나 윤기철이나 둘 다 놀랄 수밖에.

“기옥아! 어떻게 된 거야? 박 서방, 어떻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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