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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67화 (67/150)

67화

67화

하준은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잘 먹겠다는 인사를 들으며 자기도 삼총사 친구들과 밥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밥을 안 받고 세트장 입구에 모여 있는 엑스트라 아이들과 엄마들이 보였다.

그들은 먹고 싶은 눈빛으로 밥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고 재촉하고 있었다.

‘아······! 엑스트라 애들은 밥 못 먹는 건가?’

하준은 엑스트라 아이들도 오늘 함께 촬영한 배우들이고 똑같이 고생했기에 밥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하준이 준비한 것이 아니라 팬들이 준비한 거라 팬카페 임원들에게 물어봐야 했다.

“정환아, 희수야, 잠깐만.”

하준은 배식줄을 벗어나 다시 임원들에게 달려갔다.

“저기, 누나! 저기 엑스트라 애들이랑 어머님들도 같이 밥 먹으면 안 돼요? 그 식비는 제가 부담할게요!”

“응? 조감독님한테 인원수 물어서 넉넉하게 준비해서 저 분들도 먹어도 되는데? 세트장 내에 계신 분들 전체 인원으로 알려달랬거든.”

“아, 정말요?”

“그럼! 이왕 쏘는 거 누구는 빼고 그럼 안 되지! 우구, 엑스트라 애들 밥 못 먹을까 봐 걱정됐구나? 착해라!”

“감사합니다! 역시, 누나들은 천사예요!”

하준은 활짝 웃으며 팬카페 임원진들에게 인사한 뒤, 엑스트라 아이들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엑스트라 아이들과 엄마들은 다시 세트장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얘들아! 어디 가? 밥 먹고 가야지! 어머님들, 저녁 드시고 가세요.”

엑스트라 아이들과 엄마들이 하준의 부름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진짜?”

“정말 우리도 먹어도 돼?”

“엑스트라들은 밥 안 주던데······.”

아이들이 반색하며 되물었다. 일부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에게 눈빛으로 그래도 되는지 묻는 듯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한 엄마가 하준에게 말했다.

“하준아, 생각해줘서 고마운데, 아마 엑스트라들 몫까지는 준비 안 됐을 거야. 괜히 우리가 같이 먹었다가 양 모자라면 큰일 나.”

“아니에요. 제가 확인해보고 왔어요. 엑스트라 애들이랑 어머님들 것까지 준비했대요. 안 드시면 밥이 많이 남을 거예요. 밥 남으면 다 버려야 되잖아요. 얼른 와서 드세요. 얘들아, 같이 먹자!”

하준이 설명하자, 엑스트라 아이들과 엄마들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고마워라. 우리까지 생각해주다니······. 그래, 그럼 잘 먹을게.”

“고마워! 잘 먹을게. 와, 신난다!”

“나 배고팠는데, 잘 먹을게!”

엑스트라 아이들과 엄마들은 신나게 달려가 밥차 배식줄을 섰다.

하준도 흐뭇하게 다시 줄을 섰고 맛있고 따뜻한 음식들을 잔뜩 받아 삼총사 친구들이 앉은 간이 테이블로 향했다.

팬카페 ‘사랑하준’의 임원진들은 추운 날 외부에서 밥을 먹게 되니 센스 있게 핫팩과 뜨끈한 국물류도 준비해서 나눠주었다.

“크으, 설렁탕 국물이 아주 뜨끈하고 좋네!”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있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도 있고, 하준이 팬분들이 아주 골고루 맛있는 거 많이 준비해주셨네.”

“하준아, 너무 맛있다! 이렇게 센스 넘치는 팬들도 있고, 부럽다, 부러워.”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밥이 맛있다면서 중간중간 하준과 팬들에게 칭찬과 감사 인사를 전했고, 다들 매우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쳤다.

“하준아, 잘 먹었어! 팬들한테 너무 맛있고, 잘 먹었다고 전해줘.”

“하준이 덕분에 배 터지겠다. 하하. 잘 먹었어.”

“고맙다, 하준아! 수고하셨어요!”

밥이 얼마나 맛있고 좋았는지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식사를 마친 후에도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엑스트라 아이들과 엄마들도 하준과 임원진들에게 잘 먹었다고 한 사람씩 다들 깍듯이 인사했다.

뿌듯하고 행복한 저녁 식사가 끝난 뒤, 하준은 밥차를 정리 중인 팬카페 임원진들에게 다가갔다.

“오늘 정말 감동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누나들. 밥도 진짜 정성이 느껴지고 엄청 맛있었어요.”

“호호, 정말? 우리 하준이가 이렇게 좋아해 주니까 너무 보람 있다! 다음에 또 올게!”

“아휴, 아니에요. 돈 많이 들잖아요. 전 한 번으로도 충분해요. 이런 거 준비하려면 누나들도 힘들고요.”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너무 보람 있어. 그리고 이렇게 너도 만날 수 있잖아.”

임원진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준에게 따로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올겨울 촬영하려면 추울 테니까 롱패딩이랑 털장갑 준비했어. 이건 목에 좋은 도라지청이고, 이건 건강에 좋은 홍삼! 좀 아재 같은 선물이지만, 건강은 미리미리 챙기는 게 좋은 거야.”

“우와······ 감사합니다. 맨날 이렇게 선물 받기만 해서 어떡해요.”

“오구, 귀여워 죽겠네! 우린 TV에서 하준이 보는 게 힐링이고 행복이야. 넌 충분히 우리한테 많은 행복을 주고 있어. 이대로만 자라다오, 하준아.”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해요.”

하준은 여러 번 고개 숙여 인사했고, 최선희도 팬들에게 한 명씩 손을 잡고 하준을 이렇게 좋아해줘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촬영은 아이들 위주로 촬영이 진행되기에 촬영 기간을 넉넉하게 잡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하루는 쉬는 날이 있었고, 구정 연휴에도 하준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엄마, 떡 이제 넣어?”

하준은 구정 설을 맞아 아침부터 엄마와 함께 떡국을 만들고 있었다.

“어디 보자······ 이제 넣어도 되겠다. 엄마가 넣을게. 육수 튈라. 이리 줘.”

최선희가 하준에게 불린 가래떡이 담긴 그릇을 넘겨 받았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오늘 같은 날 누구지? 여보, 누군지 봐봐.”

최선희가 윤기철에게 말했고, 윤기철은 김치 냉장고에서 막 꺼내 온 김치를 식탁에 놓고 월패드로 향했다.

그런데 월패드를 확인한 윤기철이 기함했다.

“여, 여보!! 우리 엄마······!”

윤기철의 어머니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윤기철은 어머니와 근 3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었다.

“뭐? 어머님?!”

최선희는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떡이 담긴 그릇을 떨어뜨릴 뻔했다.

“어떡하지······? 없는 척할까?”

“어떻게 그래······.”

“하준이 얘기 안 했는데······.”

윤기철이 안절부절못하며 최선희를 쳐다보았다.

최선희도 처음에는 사색이 되었지만, 곧 심호흡을 하더니 굳은 어조로 말했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될 일이야. 일단 문 열어드려. 당신도 정신 똑바로 차려.”

“어, 어. 알았어.”

윤기철은 일단 공동현관문을 열어드렸고, 최선희는 가스레인지를 끈 후, 하준에게 말했다.

“하준아, 일단 방에 들어가 있어. 엄마랑 아빠가 할머니랑 얘기 다 끝나고 부를 테니까. 알겠지?”

“······응.”

하준은 눈치로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느끼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윤기철은 일단 거실에 걸려 있던 하준과 찍은 가족 사진을 안방에 가져다 놓았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엄마, 갑자기 어쩐 일이야?”

최선희와 윤기철이 윤기철의 엄마인 김복녀를 맞았다.

“왜? 설에 내가 내 자식 집에도 못 오니? 그리고! 니가 연락이 하도 없으니까 왔지!”

김복녀가 날카롭게 말하고는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아니, 엄마가 임신할 때까지 연락하지 말랬잖아?”

윤기철이 툴툴거리며 김복녀의 맞은편 바닥에 앉았고, 최선희도 조용히 윤기철의 옆에 와서 앉았다.

사실 김복녀는 윤기철과 최선희가 결혼한 지 8년이 되도록 애를 갖지 않자,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애 가질 때까지 연락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김복녀는 자신이 이렇게 강하게 나가면 애를 가지겠거니 하고 그런 것이었는데, 엄포를 놓은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애를 가졌다는 연락이 없으니 결국 참지 못하고 이렇게 설을 핑계 삼아 찾아온 것이었다.

“임신을 하고 연락을 하면 될 거 아니야? 아직도 애를 안 가진 거야? 너 정말 엄마랑 연 끊고 싶니?”

김복녀가 다다다 윤기철에게 쏘아붙였다.

김복녀는 윤기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복녀가 엄포를 놓은 이후, 윤기철과 최선희가 애를 가지려고 노력하던 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안 윤기철은 최선희와 헤어지려고 했었고, 이런 복잡한 상황이라 김복녀에게 더더욱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하준의 입양도 괜히 김복녀까지 끼게 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혹시라도 하준에게 상처가 될 일이 생길까 봐 김복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아가, 너도 그래. 넌 애 갖고 싶다며? 시험관은 해 봤니?”

김복녀는 이번엔 최선희를 나무랐다.

윤기철은 김복녀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아무런 죄가 없는 최선희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다 자신의 탓이었기에.

“엄마, 이 사람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다 나 때문이니까. 내가, 내가······ 불임이야.”

“뭐, 뭐?”

김복녀가 뜻밖의 사실에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이 사람은 아무 이상 없는 건강한 몸인데, 내가 불임이라고. 선희는 정말 애 갖고 싶어 했어. 그래서 내가 이혼하자고 했는데······ 내가 불임인데도 내 옆에 있겠대. 우리 둘만 알콩달콩 살자고······ 날 위해 애를 포기한 사람이야, 이 사람.”

윤기철이 울먹이며 말했다.

김복녀는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아무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최선희는 얼른 물을 한 컵 가져와 김복녀에게 내밀었다.

“어머님, 물 좀 드세요.”

물을 들이킨 김복녀가 촉촉해진 눈으로 최선희에게 물었다.

“······정말이니, 아가?”

“네······. 죄송해요, 어머님.”

“당신이 뭐가 죄송해? 내가 미안해, 엄마.”

최선희와 윤기철이 김복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이고······.”

김복녀는 바닥에 주저앉더니 통곡하기 시작했다.

후회와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아가,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구나.”

한참을 울던 김복녀가 최선희의 손을 덥석 잡고는 말했다.

최선희는 흐느껴 울며 고개를 저었다.

김복녀는 윤기철의 손도 잡으며 사과했다.

“기철아, 그런 사정도 모르고 이 못난 애미가 애 타령이나 하고······ 누구보다 애가 갖고 싶었던 건 너희들이었을 텐데······. 미안하다.”

세 사람은 몇 년 만에 이렇게 오해를 풀었다.

잠시 후, 눈물에 그동안의 서운한 감정들을 모두 흘려보낸 세 사람은 다시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냥 둘이만 행복하게 잘 살 거라. 요즘은 딩카? 뭐 그렇게도 많이들 산다더라.”

“엄마, 딩카 아니고 딩크. 근데······ 우리 둘 아니야.”

윤기철이 슬쩍 말을 꺼냈다.

“그건 또 뭔 소리고? 둘이 아니라니?”

김복녀가 이해할 수 없는 윤기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늘에서 우리 둘이 외롭게 산다고 선물 같은 아이를 보내줬어.”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아, 강아지라도 한 마리 샀나?”

여전히 김복녀는 윤기철과 최선희가 입양을 했을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입······.”

윤기철이 입양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최선희가 얼른 툭 치며 말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님, <월야> 보셨어요? 작년에 했던 사극인데······.”

“<월야>?”

“네, 서재혁 나오는 거요. 어머님, 서재혁 좋아하시잖아요.”

김복녀는 서재혁도 좋아하고, 사극 드라마도 좋아했다.

“아, 서재혁이 나오는 거. 봤지! 왕으로 나오니까 더 멋있더라.”

김복녀는 서재혁 이야기가 나오니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거기 어린 세자로 나온 애도 보셨죠?”

“아, 그 서재혁이랑 닮은 애? 걔 아주 귀엽고, 연기 잘하더라. 나중에 서재혁처럼 대성하겠어. 그런 손주 하나 있으면 얼마나······.”

김복녀는 말을 하다 보니 속마음이 툭 튀어나와 당황했다. 그녀는 곧바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내 친구들이 그러더라고. 난 손주 없어도 된다. 신경 쓰지 마라.”

윤기철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엄마, 솔직히 말해봐. 그런 손주 있으면 엄마도 좋을 거 같지?”

“아, 아니야. 난 괜찮다니까.”

“아무튼, 그 서재혁 닮은 애가 이쁘긴 이쁘지?”

“뭐, 이쁘긴 이쁘지. 애가 똘똘해 보이기도 하고······.”

윤기철이 자꾸 캐물으니 김복녀는 슬그머니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윤기철은 때는 이때다 싶어 사실을 털어놓았다.

“엄마, 사실은 그 애가 바로 엄마 손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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