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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65화 (65/150)

65화

65화

“어? 하준이다!”

“와, 하준이 왔다!”

“하준아!”

하준이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촬영 세트장에 들어서자,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하준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하준이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하준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하준아, 아역상 받은 거 축하해!”

“데뷔 한 해에 아역상을 2개나 받다니, 너 진짜 대단하다!”

“너 상 받으라고 나 막 기도했다?”

“하준이 나오는 연기대상 시상식 2개 다 본방사수했어. 너무 축하한다!”

하준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무척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고마워!”

그 와중에 혼자 모른 척하고 한쪽에 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민혁이었다.

사실 이민혁도 올해 KBC에서 찍은 드라마가 있었고, 아역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

이민혁은 하준과 겹치지 않게 KBC 드라마에 출연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었는데, 그와는 상관없이 아역상을 받지 못해 속이 무척 상했다.

게다가 자긴 못 받은 아역상을 하준이 2개나 받아서 더 짜증이 난 상황이었다.

“에이, 야, 옷이나 갈아입으러 가자.”

이민혁이 그의 옆에 붙어 있던 친구 박다일에게 말했다.

박다일은 이민혁과 같은 스타우드 엔터 소속으로 극중 악역인 양백상의 부하로 출연하는 아역 배우였다.

양백상의 부하인 최한구 역은 그다지 큰 역은 아니라서 공개 오디션으로 뽑지 않고 제작사 측 인맥으로 적당히 뽑았는데, 스타우드 엔터의 파워로 박다일이 캐스팅된 것이었다.

물론 박다일이 캐스팅된 경위에는 이민혁과 친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그래.”

박다일은 이민혁을 쫓아 분장실로 향했다.

하준 역시 곧 삼총사 친구들과 함께 분장실로 향했고, 조연과 엑스트라 아이들도 그들을 따라 이동했다.

분장실은 주조연급 배우들과 엑스트라 배우들이 구분되어 있었다.

하준과 공정환, 서희수가 주조연급이 사용하는 제 1분장실로 들어가 보니 한쪽에 의상들이 쭉 걸려 있었고, 태그로 누구의 의상인지 구분이 되어 있었다.

모두 도술학교의 교복이라 똑같은 하늘색의 옷이었으나, 사이즈가 달랐다.

엑스트라 아이들은 두 종류의 사이즈로 적당히 입었지만, 주연급 아이들은 옷 태가 잘 나도록 미리 치수를 재서 각자에게 딱 맞는 도복으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와, 옷 멋있다! 빨리 입어 볼래!”

공정환이 신나서 외쳤다.

도복은 무사의 복장과 비슷했는데, 상의와 하의는 모두 하늘색이었고, 팔토시와 허리띠, 머리띠만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분장실의 스태프들은 아이들이 옷을 잘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가발도 씌워주고 머리띠도 예쁘게 매 주었다.

“으음······.”

공정환은 옷을 입을 때까지만 해도 매우 만족해했는데, 가발에 머리띠를 하고 거울을 보더니 영 탐탁지 않아 했다.

올려 묶은 머리 모양의 가발이 덥수룩한 게 너무 안 어울렸던 것이다.

그때, 원래 머리가 길어서 가발을 안 쓰고 자기 머리카락을 높이 묶은 서희수가 공정환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큭, 정환아, 너 머리가······.”

“우씨······ 야, 웃지 마! 나도 지금 아주 심란하거든?”

가발을 막 쓰는 중이던 이민혁도 공정환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으하하, 너 진짜 안 어울린다. 어떡하냐, 드라마에서 내내 그러고 나와야 할 텐데.”

“신경 끄셔! 너도 그닥 어울릴 것 같진 않거든?”

“에이, 그래도 너보단 낫지 않을까?”

“으으······”

공정환이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자기 생각에도 이민혁은 얼굴이 잘생긴 편이라 자기보다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이민혁은 그냥 묶은 머리가 아니라 상투를 튼 가발을 쓰는 중이었다.

‘하준이도 멀쩡하겠지?’

공정환은 가발을 쓰고 눈을 감은 채 분장을 받고 있는 하준을 쳐다보았다.

역시 하준은 이상하기는커녕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원래 잘생긴 애들은 머리에 뭘 해도 잘 생겼구나······. 힝, 난······.”

서희수는 이민혁을 째려보고 있다가 공정환을 달랬다.

“스태프 언니한테 스타일 좀 어떻게 손 봐 달라고 하자.”

“후, 그럼 될까?”

그런데 그때, 하준이 눈을 떠서 공정환의 머리를 보고는 옆에 있던 분장 스태프 누나에게 의아한 듯 물었다.

“누나, 정환이 머리, 저거 아니지 않아요? 정환이는 그냥 상투 틀었다고 본 것 같은데······.”

하준은 대본의 지문 어딘가에서 공정환의 머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상투를 틀었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었다.

원작에서 공정환이 맡은 이청모 역할의 머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는데,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각색된 바로는 이청모의 성격을 더 드러내기 위해 이청모만 상투를 틀고, 항상 깔끔한 용모를 유지하는 식으로 설정이 정해졌던 것이다.

“응? 이게 정환이 가발 맞는데······ 잠깐만······.”

공정환의 머리를 담당했던 스태프는 자기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어머. 그렇네! 하준아, 알려줘서 고마워. 감독님한테 혼날 뻔했네. 이름표가 잘못 붙어 있었어. 미안, 정환아, 머리 다시 해야 돼.”

“아, 정말요? 이번엔 이쁘게 해주세요······.”

“지금보다는 나을 거야. 민혁아, 너도 그 가발 아니야. 정환이랑 바뀌었어.”

스태프의 말에 이민혁과 공정환의 희비가 교차했다.

이민혁이 스태프에게 짜증스럽게 물었다.

“네? 아니, 쟤 거가 내 거라고요?”

“응, 둘이 바뀌었어. 미안.”

이민혁과 자신의 가발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 공정환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야, 얼른 내놔. 내 머리.”

이번에는 이민혁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누가 봐도 상투 튼 머리가 더 깔끔해 보였으니까.

스태프들은 후다닥 두 사람의 가발을 바꿔서 다시 씌우기 시작했다.

서희수는 공정환이 머리를 다시 하는 걸 구경하며 하준에게 속닥였다.

“너 기억력 되게 좋다! 근데 상투 튼 건 확실히 낫겠지?”

잠시 후, 공정환은 아까의 덥수룩하고 안 어울렸던 모습에서 상투를 튼 깔끔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제야 공정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 이거지! 이제 좀 괜찮네. 옷이랑도 잘 어울리고. 하하.”

공정환이 힐끗 이민혁을 보니, 이민혁은 덥수룩해진 자신의 머리를 보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민혁아, 웃어야 그나마 낫다?”

공정환은 아까의 비웃음을 돌려주었고, 이민혁은 주먹을 꽉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희수는 아까보다 훨씬 괜찮아진 공정환에게 다가와 웃으며 장난을 쳤다.

“이건 확실히 괜찮다! 아, 아까 더 놀려줬어야 하는 건데!”

“으휴, 넌 나 놀리는 게 취미지? 하준이는 안 놀리면서.”

“하준이는 너무 완벽해서 놀릴 게 없잖아.”

“하긴······. 아, 하준아, 내 스타일도 기억해주고, 고맙다. 아까 그 꼴로 나갔으면 엑스트라 애들까지 막 놀렸을 거야.”

공정환의 하준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고마워했고, 공정환을 담당했던 스태프도 하준에게 다가와 한 번 더 고맙다고 인사했다.

“하준아, 진짜 고마워! 너 때문에 나 살았다. 다음에도 내가 뭐 실수한 것 같으면······.”

그때 분장감독이 분장실로 들어왔다.

“이은영! 너 뭐 실수했어?”

분장감독은 스태프 이은영의 말을 들었는지 대뜸 물었다.

“아, 아니에요. 그냥 하는 말이에요.”

“그래? 애들 다 준비해놨어?”

“네! 얘들아!”

이은영이 주조연 애들을 불러 모았고, 분장감독은 마지막으로 분장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며 조금씩 스타일을 고쳐주었다.

그래도 이은영을 비롯한 베이스 분장을 맡은 스태프들이 크게 잘못한 것은 없어서 별 탈 없이 분장은 완료되었다.

한편, 그 사이 세트장 한 편에서는 엄마들이 최선희의 주변에 몰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에는 아이들이 많이 출연했기에 아이들의 매니저 역할로 온 엄마들도 많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의상을 갈아입으러 가고 나니 다들 하준의 엄마인 최선희에게로 모인 것이다.

“하준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어머, 하준이 어머님도 미인이시다.”

“하준이가 아역상을 2개나 탔다죠? 축하드려요.”

“너무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우리 애 롤모델이 하준이래요.”

최선희는 엄마들에게 둘러싸여 축하와 인사를 받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호호.”

“하준이 연기 연습은 어떻게 시키세요?”

“대본도 잘 외운다던데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하준이 공부도 잘하죠?”

엄마들은 최선희를 부러워하며 교육 비법을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최선희는 특별히 하준을 교육한 게 없으니 해줄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하준이가 그냥 타고나서 잘하는 거라고 대답할 수는 없어서 적당히 둘러댔다.

“하준이가 연기를 좋아해서 제가 막 시키고 그런 건 없어요. 전 하준이가 원할 때 대사를 맞춰 주는 정도예요. 공부는······ 아직 8살이라 잘한다고 하긴 좀 그렇고, 책을 많이 봐요. 그래서 다양한 어휘를 잘 사용하는 것 같고요.”

“아······! 좋아하는 게 중요하죠.”

“독서, 독서도 중요하고요.”

“대사를 맞춰준다······.”

엄마들은 최선희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음에도 엄청난 정보를 얻은 양 열심히 메모했다.

엄마들은 최선희처럼 아이를 훌륭한 아역 배우로 키우고 싶기도 했고, 또 하준이처럼 잘 나가는 아역 배우의 엄마와 친해지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최선희의 주변에서 머무르며 계속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덕분에 최선희는 심심할 틈 없이 엄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준을 기다렸다.

잠시 후, 주조연급 배우들과 엑스트라들의 분장이 모두 끝났다.

오늘 첫 촬영은 방을 배정받은 아이들이 룸메이트를 만나게 되는 장면이었다.

사실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는 야외 촬영이 많았는데, 지금이 1월이라 춥기 때문에 먼저 세트장 촬영을 위주로 촬영하다가 추위가 좀 풀어지면 야외 촬영을 나갈 예정이었다.

“청모랑 백상이 준비!”

촬영 준비를 마치자, 조감독이 아이들을 준비시켰다.

이청모 역의 공정환과 양백상 역의 이민혁은 열심히 대본을 보고 있다가 후다닥 기숙사 방 세트로 달려왔다.

기숙사 방은 한국식이라서 사극 속 방처럼 꾸며져 있었다. 이부자리와 이불장, 작은 책상, 옷을 넣는 작은 서랍 등이 세팅되어 있었고, 기본적으로 좌식생활이라 방석도 갖춰져 있었다.

한 방을 함께 쓰는 인원은 3명으로 주인공 박민후는 이청모, 양백상과 한 방을 쓰게 된다.

“레디, 액션!”

김 PD의 액션 소리와 함께 공정환이 연기를 시작했다.

“안녕, 난 이청모야.”

이민혁은 방 한가운데에 큰 대(大)자로 누워 있으면서 공정환을 힐끗 올려다보더니 대꾸도 없이 손만 한번 흔들었다.

“야, 사람이 인사를 했으면 너도 인사를 해야지. 손만 까딱하는 게 뭐냐? 그리고 이 방 너 혼자 쓰는 거 아니거든? 딱 3분의 1만 써. 저리 비켜.”

공정환은 안 그래도 이민혁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던 터라, 양백상의 싸가지 없는 행동을 지적하는 이청모에게 이입이 아주 잘 되었다.

“싫은데? 꼬우면 너도 맘대로 해. 아님 날 내쫓든가.”

“하, 이게 진짜! 내가 첫날부터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공정환은 품 안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더니 ‘후’하고 이민혁을 향해 불었다.

그러자 갑자기 이민혁이 막 굴러서 방의 끝에 가서 찰싹 붙었다.

“으아악! 뭐, 뭐 하는 짓이야!”

“말이 안 통하면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수밖에. 앞으로 넌 여기 못 넘어와.”

공정환은 아까 이민혁을 향해 불었던 부적을 검지와 중지로 착 잡아서 방의 3분의 1 지점에 딱 붙이며 말했다.

“컷! 좋아! 민혁이는 원래 아역 배우 했으니까 그렇다 치는데, 정환이 첫 연긴데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대본 리딩 때보다도 잘하는데? 연습 엄청 했나 봐. 너무 잘했어!”

김 PD의 칭찬에 공정환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다 하준이 덕분이에요. 하준이가 많이 가르쳐 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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