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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64화 (64/150)

64화

64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은 마술 도구 세트였다.

하준은 요즘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촬영을 앞두고 도술 관련 소설을 틈틈이 읽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마술에도 관심이 많이 생긴 터였다.

하준은 차에서 이동할 때마다 너튜브에서 마술사들의 동영상을 찾아보곤 했다.

“우와, 엄마, 산타 할아버지 진짜 신통하다! 내가 마술 도구 갖고 싶어 하는 거 어떻게 알았지?”

하준은 최선희와 윤기철에게 마술 도구가 갖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요즘은 훈련을 받으러 다니는 거라서 특별히 최선희가 함께 다니지도 않았고 말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신다잖아. 착한 하준이한테는 무슨 선물을 줄까 하시다가 네 마음을 꿰뚫어 보셨나 보지. 호호.”

“맞아, 산타 할아버지는 다 아시지.”

최선희와 윤기철은 서로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사실 두 사람은 하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뭘 해줘야 할지 무척 고민했다.

그러다 하준과 가장 오래 붙어 있는 매니저 김유택에게서 정보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하준이 요즘 김유택에게 신기한 마술 동영상을 자주 보여줬다는 것.

그래서 두 사람은 하준에게 초보자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마술도구 세트를 선물로 준비했던 것이다.

“엄마, 나 이거 당장 해봐도 돼?”

“그럼. 아침 아직 안 됐으니까 그때까지 하고 있어.”

“아싸!”

하준은 신이 나서 마술 도구들의 사용설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흐뭇해하며 아침 식사 준비를 이어갔다.

얼마 후, 아침 식사 준비가 다 되었고, 최선희는 하준을 불렀다.

“하준아, 아침 다 됐어. 밥 먹고 해.”

“응, 잠깐만.”

하준은 잠깐 기다리라더니 마술책을 들고 나왔다.

“엄마, 내가 마술 보여줄게. 봐봐.”

“벌써 다 익혔어?”

“응, 이건 진짜 쉬운 거야. 잘 봐. 여기 책에 스케치만 되어 있지?”

하준이 책을 촤라락 펼치며 내부를 최선희와 윤기철에게 보여주었다.

“응, 그렇네.”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의 마술에 집중해 책을 주시했다.

“내가 이거 색칠해 볼게. 수리수리 마수리, 뿅!”

하준은 책을 덮고 손을 책 위에서 꼼지락댔다.

그러고는 다시 책을 펼쳐 최선희와 윤기철에게 보여주었다.

신기하게도 아까는 스케치만 되어 있던 그림들이 모두 예쁜 색으로 칠이 되어 있었다.

“와! 어떻게 한 거야?”

“오, 신기하다! 하준아, 비밀이 뭐야? 응?”

최선희와 윤기철은 마술도구 세트를 사기만 했지, 사용설명서는 보지 못했기에 무척 신기해했다.

최선희와 윤기철이 눈이 동그래져서 놀라는 걸 본 하준은 까르르 웃으며 신나 했다.

하지만 마술의 비밀은 함구했다.

“헤헤, 비밀이야, 비밀. 마술은 비밀을 알면 재미없어. 밥 먹자요!”

“에이, 엄마, 아빠한테만 알려주면 안 돼?”

“안 돼. 비밀 알면 재미 없다니까. 마술은 내가 할 테니까, 엄마랑 아빠는 그냥 즐겨. 아, 대신 다음에 다른 마술도 보여줄게.”

“그래, 알겠어. 우리 마술사님이 다른 마술도 보여준다니까, 우린 관람만 하는 걸로.”

하준이 싱글벙글 웃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최선희와 윤기철은 마술의 비밀을 몰라도 그냥 좋았다.

“자, 그럼 밥 먹자······ 아! 크리스마스 아침은 캐럴과 함께 해야지. 용구야, 하준 ‘이루어질 거예요’ 틀어줘.”

[하준의 ‘이루어질 거예요’를 재생할게요.]

곧 하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하준 가족은 노래를 감상하며 다함께 식사를 했다.

“참, 하준아, 어제 보니까 ‘이루어질 거예요’가 5위더라. 점점 순위가 올라가고 있어. 호호.”

“다른 곡들은 어떻게 됐어?”

“다른 곡들도 50위권 내에 다 있었어. 아직 안 밀렸어.”

“오, 다행이다.”

하준과 월드 엔터테인먼트 아이돌들의 캐럴송 미니 앨범은 일주일 전 발매가 되었고, 전곡에 참여한 하준 덕분인지 전곡이 차트 50위권 내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케이스타와 폴라리스는 실력은 좋았으나 인기는 아직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앨범을 내도 최고 성적이 80위 내에 겨우 들었다 나갔다 하는 정도였기에 이것은 그들에게 대단한 기록이었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캐럴송을 내는 수많은 아이돌들이 있어서 경쟁이 치열했는데, 그 와중에 이렇게 순위가 높다는 건 더 대단한 일이었다.

케이스타와 폴라리스 멤버들은 50위권 내에 들었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고, 하준에게 고맙다고 연락을 했었다.

-하준아, 다 네가 도와준 덕분이야. 고마워!

-갑자기 부탁했는데, 들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하준아, 피처링 진짜 고맙다!

-우리 50위권 내에 처음 들어봐. 진짜 너무 감격했어.

하지만 하준은 자기 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일단 노래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오히려 숟가락 얹었죠.”

-아휴, 무슨! 네가 숟가락을 얹었다면 그건 아마 금숟가락이었을 거야. 하하.

“아니에요. 케이스타 형들이랑 폴라리스 누나들이 다들 실력이 엄청 좋으신데 이번에 사람들이 드디어 실력을 알아봐 주신 거죠.”

-하, 우리 하준이는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말도 엄청 이쁘게 잘해. 아무튼 너무 고맙다!

케이스타와 폴라리스 멤버들은 어린 나이에도 겸손하고 배려심 깊은 하준의 인성을 보고, 왜 하준이 이렇게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았다.

“으흐응~ 흐응~~”

하준은 자신의 노래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밥을 먹었다.

캐럴송도 잘 되고 있고, 착하다고 산타 할아버지한테 딱 원하던 선물도 받았으니 하준은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최선희가 윤기철을 타박했다.

“여보, 밥상머리에서 왜 휴대폰 보고 있어?”

“아, 미안, 근데 잠깐만······ 10초면 돼. 오!!”

윤기철은 잠깐 휴대폰을 만지작대더니 환호하며 하준을 끌어안았다.

“으응? 갑자기 왜 그래, 아빠?”

“하준아, 우리 하준이 캐럴송, 드디어 체리 차트 1위야!”

“응? 정말?”

하준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윤기철이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와, 정말이네!!”

“어제까지만 해도 5위였는데, 어머!!”

최선희는 믿기지 않는지 눈을 비비고 다시 휴대폰을 확인하기까지 했다.

“어제가 이브였으니까, 전국적으로 캐럴송을 가장 많이 들었겠지. 특히 우리 하준이의 천사 같은 목소리로 부른 이 노래는 한 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었을 거야. 으하하. 축하해, 우리 아들.”

“맞아. 가사도 얼마나 좋아. 소원이 이루어질 거래잖아. 와, 근데 그럼 우리 하준이가 올해 음원차트 1위곡을 2개나 갖게 된 거네! 아구, 이뻐라.”

윤기철과 최선희는 기뻐하며 하준을 축하해주었다.

“와······ 엄마, 아빠, 올 한해는 나한테 최고의 해였어. 너무 좋은 일이 많이 생겼잖아. 엄마, 아빠도 생기고, 배우도 하고, 노래도 하고! 너무 행복해!”

하준은 벅찬 행복감에 눈물이 글썽해질 지경이었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그런 하준을 안아주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최고의 해가 될 거야.”

“매년이 가장 행복한 해가 될 거고.”

하준은 최선희와 윤기철의 품에 안겨 활짝 웃었다.

하준은 크리스마스의 기쁜 소식이 올해 마지막 기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올해가 겨우 6일 남은 시점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준에게 그것이 기쁜 소식의 마지막은 아니었다.

***

“MBS 연기대상, 남자 청소년 아역상은······ <메모리즈>의 하준! 축하합니다!”

12월 30일, MBS 연기대상 시상식.

하준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청소년 아역상에 호명되었다.

“축하해!”

“축하해, 하준아.”

같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던 <메모리즈> 출연 배우들이 하준에게 축하 인사와 박수를 보냈다.

하준은 정말 자기가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데뷔한 지도 얼마 안 된 데다가 너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설마 이번에도 하준에게 기쁜 일이 생길까 싶었던 것이다.

하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시상대로 올라갔다.

“하준 군은 <메모리즈>에서 어린 하태산 역을 맡아 깊은 내면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었습니다.”

하준이 시상대에 오르는 동안 여자 MC가 하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트로피와 작은 꽃다발을 받은 하준은 수상소감을 말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하준입니다.”

하준이 먼저 자기소개를 하자, 배우들과 방청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아, 제가 진짜 받을 줄 몰라서 소감을 준비 못 했는데······ 음, 일단 상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연기가 좋아서 계속 하게 됐는데, 이렇게 상도 주시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준이 반짝이는 트로피를 바라보며 말했고, 이어 감사한 사람들에게 인사의 말을 전했다.

“저를 캐스팅해주신 <메모리즈>의 노은지 작가님, 김학수 감독님, 함께 연기한 김진철 아빠, 한주경 엄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연기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저를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우리 엄마, 아빠,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준은 배꼽인사로 수상소감을 마무리하고 시상대에서 내려왔다.

시상식장의 사람들은 하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엽다며 엄마미소, 아빠미소로 하준을 바라보다가 박수갈채로 축하해주었다.

그 시각, 집에서는 최선희와 윤기철이 하준의 수상소감을 들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특한 우리 아들······.”

“하준이 입양 안 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매일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러게 말이야. 하준이보다 우리가 하준이 덕분에 더 행복한 것 같아.”

“맞아, 우리 복덩이!! 가만 있어 봐, 하준이 오면 축하파티 해야겠다. 내가 케이크 사올게!”

윤기철은 후다닥 나갈 채비를 하더니 근처 빵집으로 달려갔다.

얼마 후, 하준이 손에 당당하게 트로피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수상 축하합니다~ 수상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하준이~ 수상 축하합니다~ 하준아, 불어!”

윤기철과 최선희는 급히 준비한 케이크에 초를 꽂아 하준에게 내밀었다.

“와, 엄마, 아빠, 이런 건 언제 준비했어? 고마워! 후우~.”

하준이 초를 불어 끄자, 최선희는 얼른 방금 배달된 따끈따끈한 치킨을 들고 왔다.

“하준아, 축하파티로 치킨 먹자! 오늘만 야식 허용이야.”

“우와, 치킨, 치킨!”

하준이 신나서 트로피를 흔들며 말했다.

“와, 하준아, 트로피 구경 좀 하자!”

“응, 구경하고 있어. 나 손 씻고 올게. 옷도 갈아입고······.”

“옷은 갈아입지 마. 트로피 들고 같이 사진 찍게.”

“아, 알겠어.”

하준은 트로피를 최선희와 윤기철에게 넘기고 화장실로 향했다.

최선희는 과거 무명 배우였기에 상을 받아본 적도 없거니와, 이런 트로피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아들이 엄마 소원 풀어주네. 8살인데 벌써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아 오다니······. 아, 트로피 너무 예쁘다.”

“그러게······. 당신도 계속 했으면 언젠가 빛을 봤을 텐데. 내 뒷바라지하느라······ 미안해.”

“아니야, 내 그릇이 안 됐던 거지, 뭐. 난 시나리오 쓰는 게 더 잘 맞는 것 같아. 아! 우리 하준이 앞으로 트로피 많이 받아올 텐데, 미리 트로피 장이라도 들여놓을까?”

“벌써? 에이, 그래도 한 2개는 받은 다음에 사도 늦지 않을 거 같은데.”

“그런가? 그럼 2개 받으면 트로피장 사야지. 내년에는 살 수 있으려나?”

하지만 최선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준이 다음 날 SBC 연기대상에서 또 청소년 연기상을 받아온 것이다.

“꺄아! 여보, 여보, 트로피장 살 거야, 트로피장!!”

“그래, 당장 주문해! 아니다, 모레 직접 가구점 가서 보고 사자! 으하하하.”

하준 가족은 이틀 연속으로 하준의 축하 파티를 열었다.

“하준아, 양손에 트로피 들고 웃어봐. 하나, 둘, 셋!”

하준은 트로피를 들고 다양한 포즈의 사진을 찍어 팬카페에 올리며 신년인사의 글을 작성했다.

[안녕하세요, 하준입니다!

저 아역상 받았어요!!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 인사 전하려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작년 한 해는 정말 행복한 한 해였어요.

제가 이렇게 좋은 상도 받고,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팬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올해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사랑하준’의 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여러분이 바라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질 거예요’!

감사합니다!]

하준은 아역상을 2개나 받으며 한 해의 마지막까지 알차게 행복한 날을 보냈고, 더 행복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새로운 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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