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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63화 (63/150)

63화

63화

다음 날, 하준은 수영 연습을 위해 수영장을 찾았다.

“정환아! 희수야!”

하준은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친구들의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며 그들에게 달려갔다.

하준은 거의 3주간 공정환, 서희수와 함께 힘든 액션 연습도 하고 계속 붙어 있다 보니 엄청 친해져서 그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하준이 왔다!”

“야, 뛰지 마! 미끄러져!”

공정환은 하준을 보고 반가워했고, 서희수는 뛰어오는 하준이 넘어질까 봐 잔소리를 했다.

하준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서희수의 말에 얼른 속도를 줄이고 조심조심 그들에게 다가갔다.

“주말 잘 지냈어?”

하준이 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정반대의 대답을 했다.

“난 움직이기 싫어서 하루종일 침대에 붙어 있었어.”

“난 백화점 돌아다니고 맛있는 거 사 먹었어. 아이스크림도 먹고!”

“와, 희수 넌 안 피곤하냐? 6일 내내 액션 연습했는데, 어떻게 하루 쉬는 날에 또 돌아다녀?”

공정환은 서희수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난 자고 일어나면 쌩쌩해지던데? 너야말로 너무 약골인 거 아니야?”

“으읍. 얘가 뼈 때리네······. 하준아, 넌 뭐 했어?”

공정환은 얼른 하준에게로 말을 돌렸다.

“아, 나는 갑자기 캐럴송 녹음 잡혀서 그거 녹음하러 갔었어.”

“크리스마스 캐럴?”

“캐럴송? 우와, 네 캐럴송 나오는 거야?”

공정환과 서희수는 놀라워하며 물었다.

“응, 우리 기획사 아이돌 형, 누나들이랑 같이 하는 거야.”

“멋지다! 근데 그럼 징글벨 같은 노래 부르는 거야?”

“아니, 새로운 곡이야.”

“아하! 언제 나와?”

“음, 정확히는 모르는데,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오겠지?”

그러자 서희수와 공정환이 연달아 말했다.

“나오면 꼭 들을게.”

“나도!”

“고마워.”

세 사람은 수영 선생님을 기다리며 대기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근데 나 수영은 처음이라 떨려.”

하준이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자 서희수와 공정환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정말? 그럼 바다도 안 가봤어?”

“수영장도 안 가보고?”

“응, 그럴 기회가 없어서······.”

하준은 특별히 물을 무서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깊은 물에 들어가서 수영하는 것은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미리 수영을 배웠을 텐데, 하준은 스케줄이 계속 있어서 그럴 시간이 없었다.

“수영은 물만 안 무서워하면 절반은 성공이랬어. 그리고 넌 뭐든 금방 배우니까 걱정 마.”

“맞아,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공정환과 서희수가 하준을 응원해주었다.

그때, 떡 벌어진 어깨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수영 선생님이 나타났다.

“안녕, 삼총사! <신비종> 삼총사 맞지? 넌 하준이고······ 그럼 넌 공정환, 넌 서희수겠네?”

“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삼총사는 인사를 하자마자 곧바로 선생님에게 감탄과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헐, 초콜릿 복근······!”

“와, 선생님 디게 멋있어요! ”

“선생님, 수영하면 선생님처럼 몸이 이렇게 멋있게 되는 거예요?”

아이들의 감탄에 수영 선생님은 기분 좋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수영하면 어깨도 이렇게 넓어지고, 복근도 생기고, 몸도 선생님처럼 될 수 있지! 그러니까, 너희도 오늘 열심히 수영 배우자?”

“네에!”

하준과 공정환은 우렁차게 외쳤지만, 서희수는 오히려 걱정스럽게 수영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수영 선생님이 희수에게 물었다.

“희수는 오늘 열심히 안 할 거야? 왜 대답 안 해?”

“여자는 어깨 넓어지면 안 이쁘잖아요. 저 수영하다가 어깨 넓어지면 어떡해요?”

“아하하. 에이, 매일매일 엄청 많이 하면 그렇게 되는 거지, 이 정도 가지고는 선생님처럼 안 되니까 걱정 마.”

수영 선생님은 귀엽다는 듯 서희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그런 거였어요? 그럼 열심히 할게요!”

“좋아. 그럼 준비 운동부터 시작하자.”

수영 선생님은 바로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며 준비 운동부터 시켰다.

그리고 오늘 연습에 대해 대략적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전달받기로 너희들은 물에 뜨는 법, 잠수, 기초 수영, 이렇게 3가지를 중점적으로 훈련하면 된댔어.”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에서는 아이들이 물에 빠지는 장면과 바다에 잠수해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수영과 잠수 훈련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제 호흡법부터 연습해보자. 여기 벽을 잡고 해볼게. 코까지 물에 들어간 상태에서 코로 ‘음’하면서 숨을 내쉬고, 물 밖으로 나오면서 입을 벌리면서 ‘파’ 하는 거야. ‘파’에서는 남은 숨을 뱉고 바로 이어서 숨을 들이마시는 거지. 이걸 음파 호흡이라고 해. 자, 선생님이 시범 보일 테니까 잘 봐.”

수영 선생님은 얼굴을 코까지 물속에 넣은 후 음파 호흡 시범을 보였다.

시범을 본 세 아이들은 수영장 벽을 잡고 줄지어 선 채 코까지 물속으로 들어갔다.

“음~~~ 파!”

콜록, 콜록.

“으아, 선생님, 저 코에 물 들어갔어요!”

수영을 할 줄 안다던 공정환이 얼굴이 빨개져서 콜록거리며 말했다.

“정환아, 물 위로 코가 다 올라올 때까지 ‘음’을 계속 해줘야 돼. 너 ‘파’하려고 물 위로 코가 다 안 올라왔는데도 ‘음’을 멈추지 않았어? 다시 해봐.”

공정환은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 다시 한번 음파 호흡을 해보더니 감탄했다.

“우와!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그래서 물을 먹었구나······! 선생님 진짜 잘 아신다!”

“선생님이 수영 강습만 10년차야. 후후.”

수영 선생님은 공정환이 물을 들이킨 이유를 정확히 짚었고, 아이들은 수영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하준은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수영 선생님 덕분에 차근차근 수영을 배울 수 있었고, 그 누구보다 습득력이 빨랐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갈 때쯤엔 원래 수영을 할 줄 알았던 다른 두 아이와 실력이 비슷해졌다.

“자, 그럼 오늘 수업을 얼마나 잘 따라왔는지, 마지막 테스트를 하겠어요. 선생님 있는 데까지 자유형으로 누가 먼저 들어오나 해보자. 1등에게는 선물로 요 곰돌이 비치볼 줄게.”

수영 선생님은 경쟁과 보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흥미와 목표를 주려고 했다. 그래야 실력이 빨리 느니까.

삼총사는 승부욕을 불태우며 물안경을 착용했다.

수영 선생님은 수영장의 3분의 1 지점 쯤에 가서 섰고, 호루라기를 불어 출발 신호를 주었다.

삐익-

삼총사는 친했지만, 승부에 있어서는 모두들 최선을 다하는 편이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수영 선생님은 자신에게로 수영해 오는 아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다 하준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준은 다른 두 아이들보다 앞서 나오고 있었는데, 호흡을 하지 않고 팔만 계속 휘두르며 수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와!”

결국 하준이 1등으로 들어왔고, 서희수가 2등, 공정환이 간발의 차이로 3등으로 들어왔다.

“하준이 1등! 아니, 근데 하준아, 너 아까 잠수할 때 숨 엄청 오래 참더니, 지금도 숨 한 번도 안 쉬고 그냥 냅다 온 거야? 숨 안 막혔어?”

“후아, 후아. 네.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하준이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와, 아깝다, 아까워. 하준아, 혹시 연기하다가 하기 싫으면 수영해라, 수영. 응?”

“하하······ 네. 근데 연기하기 싫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전 연기가 너무 좋거든요.”

하준이 1등 상품으로 받은 곰돌이 비치볼을 안고 빙긋 웃었다.

수영 선생님은 아쉬워했지만, 이내 하준이 연기도 수영 못지않게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서희수는 하준이 들고 있는 곰돌이 비치볼을 아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곰돌이 너무 귀엽다······.”

하준은 그런 서희수를 보고 선뜻 곰돌이 비치볼을 내밀었다.

“희수야, 이거 너 가져.”

“응? 정말? 왜? 네가 1등 했으니 네가 갖는 게 맞는데······.”

서희수가 1등 상품을 양보하는 하준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너무 귀엽다며? 난 그 정도는 아니야. 더 좋아하는 쪽이 갖는 게 좋지. 너 가져.”

“와, 고마워······.”

서희수는 곰돌이 비치볼을 꼬옥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하준은 서희수에게 상품을 양보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만큼 서희수와 공정환을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수영 선생님은 곰돌이 비치볼의 4분의 1 크기인 멜론 모양 비치볼 2개를 하준과 공정환에게 주었다.

“서로 양보도 하고, 너희는 진짜 삼총사 같네. 그런 의미에서 너희도 작은 비치볼 하나씩 주마.”

“감사합니다.”

“와, 감사합니다! 난 가만히 있다가 덤으로 비치볼 얻었다. 하하, 개꿀.”

공정환이 멜론 비치볼을 위로 던졌다 받으며 좋아했다.

그러자 수영 선생님이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가만히 있는 것도 양보야. 하준이가 희수한테 비치볼 줄 때 왜 너한테 안 주고 희수한테 주냐고 따질 수도 있었는데, 넌 안 그랬잖아. 셋 다 아주 착하다.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게 지내.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아!”

삼총사는 우렁차게 인사한 뒤 각자의 비치볼을 들고 서로 떠들며 샤워실로 향했다.

***

“하암~.”

하준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는 루틴.

그런데 오늘은 머리 위로 뻗은 팔에 무언가가 걸렸다.

“응? 뭐지? ······설마?”

하준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준의 머리맡에는 예쁜 포장지에 싸여 빨간색 리본을 두른 선물이 놓여 있었다.

“우와!! 엄마아!!”

하준이 흥분해서 선물을 안고 거실로 뛰쳐나갔다.

“우리 아들, 메리 크리스마스. 잘 잤어?”

“하준아, 메리 크리스마스!”

최선희와 윤기철이 하준에게 밝게 인사했다.

“엄마, 나 선물, 선물 받았어! 으허엉······!”

하준은 선물을 내밀며 자랑하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선물을 받았으면 좋아해야 하는데, 갑자기 하준이 우니까 당황했다.

“왜, 왜 그래, 하준아. 선물 받았으면 웃어야지. 왜 울어, 응?”

두 사람은 얼른 하준을 달래며 물었다.

그러자 하준은 끅끅대며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내가······ 착한 아이······ 가, 아니······어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 다고······.”

“아니, 누가 그래? 우리 하준이가 얼마나 착한데!”

“전에······ 양엄마가······ 보육원 원장님도······ 그래서 대식이만 받았어······.”

하준은 그동안 자기가 나쁜 아이여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줬다고 생각했다.

보육원에서 보육원 원장의 아들인 대식이만 선물을 받을 때는 분명히 대식이가 다른 착한 아이의 선물을 빼앗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아무도 대식에게 대들지 못했다.

“아니야, 하준아. 하준이가 나쁜 아이라서 산타 할아버지가 안 온 게 아니라······.”

윤기철이 하준을 달래며 뒷말을 고민했다.

뭐라고 해야 하준이 납득할 만한 대답이 될까 하고 말이다.

그때, 최선희가 뒷말을 이어주었다.

“음, 분명히 왔는데, 양엄마가 안 준 걸 거야. 아니면 잊어버렸다거나······.”

최선희는 하준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그동안 나쁜 아이였다는 생각을 지워주고 싶었다.

또한 하준이 나쁜 아이여서 선물을 안 준다고 상처를 준 양엄마도 너무 미웠다.

그래서 최선희는 양엄마에게 덮어씌우기로 한 것이다.

“정말? 그런 걸까? 내가 나쁜 아이였던 게 아니고?”

하준이 울음을 그치고 눈이 동그래져서 최선희를 바라보았다.

최선희의 거짓말은 하준에게 제대로 먹혔고, 최선희는 계속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그럼! 하준이는 착하기 때문에 절대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줄 수는 없거든.”

“아······ 그랬구나······. 그래, 양엄마가 가져갔을 수도 있겠다.”

하준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었다. 하준이 양엄마를 따라 친척집을 가거나 하면 용돈을 받곤 했는데, 항상 양엄마는 그 용돈을 자기가 챙겨 갔던 것이다.

하준은 그제야 나쁜 아이였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는지 활짝 웃었다.

“와, 역시 우리 엄마, 아빠는 내 선물 안 가져가! 너무 좋아!”

“산타 할아버지가 하준이 착하다고 준 걸 가져가면 쓰나! 하준아, 얼른 선물 풀어봐. 산타 할아버지가 뭐 주셨나 보자.”

“응!”

하준은 신나게 선물을 풀어보았다.

그리고 선물을 본 하준은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우와악!! 이거, 이거! 내가 갖고 싶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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