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62화 (62/150)

62화

62화

“크리스마스 캐럴이요?”

하준은 갑작스러운 최원상 대표의 부탁에 놀라 되물었다.

-응, 우리 케이스타랑 폴라리스가 이번에 캐럴 앨범을 내려고 하는데, 아직 좀 인지도가 떨어져서······.

케이스타와 폴라리스는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작년에 데뷔시킨 보이그룹과 걸그룹이었다.

그런데 아직 두 그룹 다 인기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 고심 끝에 하준에게 도움을 얻어보기로 한 것이다.

하준은 한범우와의 듀엣곡을 음원차트 1위에 올릴 정도로 실력도 있고 인기도 있었으니까.

-네가 바쁘니까 부탁 안 하려고 했는데, <신비종> 촬영도 미뤄졌으니 여유가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원래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는 다음 주쯤 촬영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세트 설치에 시간이 좀 더 걸려서 아예 내년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가기로 일정이 변경된 상태였다.

“아하······ 근데 케이스타 형들이랑 폴라리스 누나들이 다 괜찮대요?”

-아휴, 그럼! 사실 걔들이 먼저 부탁한 거야. 이번 캐럴곡이 꽤 잘 빠졌는데, 자기들만으로는 띄우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아깝다고 말야.

“노래는 몇 곡이나 해요?”

-일단 케이스타랑 폴라리스가 같이 부르는 단체곡 있거든? 그 곡을 네가 같이 불러주면 되는데, 그래도 우리가 부탁하는 거니까 네 솔로곡도 하나 마련해 뒀어. 아, 물론 하준이가 솔로곡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저 할래요. 저 캐럴 좋아하거든요! 솔로곡도 하고 싶어요.”

하준은 최 대표의 설명에 냉큼 하겠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하준이 솔로곡을 발매한 적이 없어서 솔로곡을 불러보고 싶기도 했고, 또 그게 캐럴송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월드 엔터의 아이돌들을 돕는 일이니 여러 가지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정말? 진짜 고맙다, 하준아. 고마워! 크리스마스 얼마 안 남아서 급하거든? 지금 케이스타랑 폴라리스는 녹음 다 된 상태여서 너만 와서 추가녹음만 해주면 돼.

“아, 그래요? 그럼 언제······?”

-내일 어떠니? 스케줄 보니까 내일모레 수영 연습 있던데, 혹시 수영 연습하다가 감기라도 들면 녹음 못 하니까 바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뭐, 쇠뿔도 단김에 빼랬으니까 바로 할게요.”

-하하, 우리 하준이 그런 말도 알아?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자! 그럼 내일 아침 10시에 유택이한테 픽업하러 가라고 할게. 아, 일요일에도 일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그럼 내일 사무실로 갈게요.”

하준은 쿨하게 답했고, 최 대표는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준아, 대표님이 뭐라셔? 내일 사무실로 오래?”

최선희가 트리에 달 소품들을 닦으며 물었다.

“아, 크리스마스 캐럴송 녹음하러 오래. 아빠, 이제 이거 트리에 달아도 돼?”

하준은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던 걸 멈추고 토끼눈이 되어 하준을 쳐다보았다.

“캐럴송? 어머, 캐럴송 앨범을 내주시겠대?”

“정말? 이렇게 갑자기?”

하준은 자초지종을 대강 설명했다.

그러자 최선희와 윤기철은 박수를 치며 하준을 축하해주었다.

“와, 우리 하준이 솔로곡이라니! 잘됐다, 정말!”

“하준이 솔로곡도 내고, 아이돌 형, 누나들도 도와주고, 일석이조네. 하하. 장하다, 우리 아들.”

세 사람은 뜻밖의 좋은 소식에 행복해하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즐겁게 만들었다.

“다 됐다! 이거 해놓으니까 이쁘긴 이쁘다.”

최선희가 완성된 트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렇네. 우리 하준이 덕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제대로 낸다. 그치? 자, 그럼 하준아, 우리 트리에 불 켜볼까?”

“네, 얼른요!”

하준이 기대되는 표정으로 답했고, 윤기철은 거실 불을 끄고 트리의 불을 켜보았다.

“우와아······!”

“와······!”

“어머나······!”

트리에 밝혀진 노란 불빛은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마치 별이 가득한 우주에 함께 있는 것처럼 황홀하고 신비로웠다.

세 사람은 잠시 넋을 잃고 불빛을 바라보다가 곧 박수를 치며 서로 인사를 건넸다.

“하준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 아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하준이 캐럴송도 들을 수 있겠지?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최선희는 두 손을 모으고 미래를 상상하며 벌써 행복해했다.

하준 역시 생애 첫 솔로곡을 녹음할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

다음 날, 하준은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향했다.

하준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케이스타 멤버들과 폴라리스 멤버들이 달려 나와 하준을 기쁘게 맞았다.

“하준아! 와줘서 고마워!”

“하준이가 도와준다고 해서 진짜 너무 기뻤어.”

“난 완전 안심했다니까! 오늘 녹음 잘 부탁해.”

하준은 형, 누나들의 환대에 활짝 웃었다.

케이스타의 리더 김한별은 하준을 녹음실로 데려갔고, 다른 멤버들도 두 사람을 따라 우르르 녹음실로 쫓아갔다.

녹음실에서는 최 대표가 음반 프로듀서인 박성배와 상의를 하고 있었다.

“스타트를 하준이로 하고, 여기는 이런 식으로······ 후렴 부분에 하준이가 화음 넣고, 이렇게요.”

“그래, 이 정도면 비율 괜찮네. 어?”

녹음실에 하준이 들어오자 최 대표는 하준을 와락 안으며 반가워했다.

“우리 기쁘다 구세주 오셨네!”

최 대표의 말에 케이스타 멤버들과 폴라리스 멤버들은 다 함께 크리스마스 캐럴인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가사를 바꿔서 떼창하기 시작했다.

“기쁘다 구세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하준은 모두들 자기를 이렇게나 반겨주니 월드 엔터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면서도 벅찬 기분이 들었다.

잠시 떼창을 하며 흥겨워하던 아이돌 멤버들은 곧 하준의 녹음을 구경하기 위해 녹음실 소파에 끼어 앉았다.

박성배 프로듀서는 하준에게 단체곡을 들려주고, 하준의 파트를 알려주었다.

단체곡은 ‘Because it’s Christmas’ 라는 곡으로 크리스마스니까 용기 내어 고백해본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맨 처음 시작 부분은 케이스타의 리더인 김한별이 불렀는데, 그는 사실 메인 래퍼라서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하준에게 맡기기로 했다.

“기억나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작년 크리스마스~”

하준은 녹음이 되어 있는 곡을 들어보면서 자기가 부를 부분을 흥얼거렸다.

하준은 몇 번 되뇌어 보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 볼게요.”

“벌써 준비 다 됐어? 멜로디 다 익혔어?”

“네, 한 번 해보고 피디님이 고칠 부분 말씀해주세요. 그게 빠르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럼 해보자.”

하준은 녹음 부스로 들어갔고, 박 피디는 반신반의하면서 반주를 틀었다.

그런데 하준이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Because it’s Christmas’는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리듬감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하준은 단박에 그 리듬을 살려서 노래를 불렀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 또한 마치 맑은 종소리가 울리는 듯해서 캐럴 분위기에 찰떡이었다.

다들 입을 쩍 벌리고 하준의 노래를 감상하다가 노래가 끝나자 감탄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와아······. 미쳤다!”

“대박! 하준이 목소리 진짜 캐럴에 잘 어울려요!”

“리듬감 장난 아니다······.”

최 대표도 박수를 치며 아주 만족해했다.

“역시, 이거지! 노래가 확 사네. 하준이가 후렴 부분 화음 넣어주면 캐럴 분위기가 더 확 살 거 같다. 좋아, 아주 좋아!”

녹음 부스 밖에서는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하준은 부스 안에 있어서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하준은 마이크에 대고 박 피디에게 물었다.

“피디님, 어떠세요? 어떻게 고칠까요?”

그러자 박 피디는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안 고쳐도 되겠어. 지금 한 거 그대로 그냥 한두 번만 녹음하면 될 거 같아. 솔직히 지금도 너무 완벽한데 그래도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으니까 몇 번 더 해보자는 거야.”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아휴, 이쁜 것.”

평소 칭찬에 인색한 박 피디도 하준이 이뻐서 저절로 칭찬이 튀어나오는 모양이었다.

하준은 노래를 들어본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앞부분 녹음을 마쳤고, 바로 후렴 부분 화음으로 넘어갔다.

“내 머릿속은 저 하얀 눈처럼 새하얘졌지만~ 내 마음은 반짝이는 트리의 불빛처럼 선명해~”

“좋았어!”

하준은 후렴 부분에서도 아름다운 화음을 선보이며 금방 녹음을 끝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최 대표는 추가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하준아, 음, 부탁 하나 더 하자. 이 곡이랑 솔로곡 녹음하면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서 얘기 안 했었는데, 나머지 곡도 피처링 좀 해주면 좋겠어.”

“아, 곡이 더 있어요?”

최 대표의 부탁에 하준이 물었다.

“응, 원래 케이스타 곡 하나랑 폴라리스 곡 하나가 더 있거든. 이것도 이번 크리스마스 캐럴 스페셜 앨범에 들어가는 곡들이야.”

“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 들려주세요.”

“어, 일단 네 솔로곡부터 녹음하고 있어 봐. 그럼 얼른 네 파트 만들어서 올게.”

최 대표는 후다닥 녹음실을 나갔고, 하준은 그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솔로곡을 녹음하기 위해 준비했다.

하준의 솔로곡은 성스러운 느낌의 R&B 팝 발라드곡으로 ‘이루어질 거예요’라는 곡이었다.

이 곡은 크리스마스에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축복하는 노래로 하준의 천사 같은 목소리로 부르면 좋을 것 같아서 어제 저녁 급히 가사를 바꾼 곡이었다.

“자, 하준아, 가이드 잘 들어봤지? 어때?”

“엄청 좋아요. 가사도 진짜 마음에 들고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아요.”

“하준이도 좋다니 다행이다. 자, 그럼 불러보자.”

“네!”

하준은 녹음 부스로 들어가 헤드폰을 끼고 녹음을 시작했다.

“소원을 말해보세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니까요~”

하준은 자신이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천사가 된 것처럼 맑고 온화한 목소리로 노래를 조근조근 불러나갔다.

“온 거리에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초록의 나무에 불빛이 반짝일 때~ 당신이 잠든 크리스마스 이브에~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거예요~ 메리 크리스마스~”

하준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쭉 부르자, 박 피디는 감동 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아, 정말 잘했어. 노래가 너무 감동적이야. 여기에 화음도 조금씩 쌓아보자.”

“네!”

하준은 첫 솔로곡이라 더 열심히 녹음에 임했고, 타고난 음감과 감성으로 이번에도 금방 박 피디의 마음에 들게 노래를 뽑아냈다.

“좋아, 이제 됐어. 녹음 끝! 수고했어, 하준아.”

박 피디가 박수를 치며 녹음 완료를 외쳤다.

하지만 하준은 자신이 녹음한 곡을 들어보더니 한 번만 더 불러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 피디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왜? 내가 듣기에 완벽한데.”

“조금씩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서요. 한 번만 더 해볼게요.”

“뭐, 그래. 해봐.”

하준은 첫 솔로곡이니만큼 최고로 잘 부르고 싶었다.

그런데 녹음할 때는 몰랐는데, 녹음된 걸 들어보니 강약 조절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 더 불러보고 싶었던 것이다.

“오, 확실히 부를수록 더 잘하긴 하네. 하준아, 이번 게 감정이 더 깊어진 느낌이 난다. 잘했어!”

박 피디는 하준이 더 발전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자 감탄하며 좋아했다.

하준은 솔로곡을 오후가 다 지나기 전에 녹음 완료했고, 저녁엔 케이스타와 폴라리스의 두 곡의 피처링을 단 몇 번 만에 끝내버렸다.

최 대표는 녹음이 끝나자, 하준을 집에 직접 데려다주며 고맙다고 간식까지 손에 들려주었다.

“오늘 정말 훌륭했어, 하준아. 진짜 고맙다. 이번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은 대박 날 거야! 하하.”

“저도 덕분에 캐럴송도 내고 좋은 거죠. 오늘 즐거웠어요.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그래, 내일 수영도 조심해서 잘하고! 굿나잇!”

최 대표는 입이 귀에 걸린 채 하준에게 손을 흔들고는 차를 돌려 떠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