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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59화 (59/150)

59화

59화

“안녕. 또 보네.”

멋쩍게 웃으며 인사한 남자아이는 바로 공정환이었다.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오디션 때 하준이 돌아다니는 데에 태클을 걸었던 바로 그 아이 말이다.

“어어, 안녕······. 근데 너 여기 왜 왔어?”

하준은 일단 인사를 받아준 다음 의아해하며 물었다.

주인공 오디션에서 하준이 뽑혔는데, 그 오디션에서 만났던 아이가 미팅 현장에 참석하다니, 하준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블 캐스팅 뭐 이런 건 아닐 텐데······?’

얼마 전까지 뮤지컬 공연을 한 하준은 더블 캐스팅인가 하는 생각도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런 얘기도 없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블 캐스팅은 없었다.

그때, 공정환이 입을 열었다.

“난 이청모 역이야.”

“이청모?! 네가?”

이청모는 주인공 삼총사 중 남은 한 아이였다.

주인공 박민후, 그의 절친이 되는 장홍연과 이청모.

이렇게 셋은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의 주인공 삼총사였던 것이다.

“헐. 너 그럼 이청모 오디션도 본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다 네 덕이야.”

“응? 내 덕?”

하준이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공정환은 자신이 뽑힌 이유를 설명했다.

“그때 내가 너 말렸잖아. 검은 상자 못 건드리게 하고.”

“응, 근데 마지막에는 검은 상자 안에 있던 열쇠랑 맞는 구멍 찾는 거 도와줬잖아.”

“그랬지. 다 그 일 덕분이었어. 이청모 성격이 원칙주의자지만 호기심도 좀 있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으면 사람을 잘 믿잖아?”

“설마 그럼 그 일 때문에 이청모 역할을 제안받았다고?”

“응, 넌 오디션 때 박민후 대사를 읽으라고 했지?”

“응.”

“난 박민후 대사도 읽으라고 했지만, 이청모 대사도 읽어보라고 했어. 물론 그때까지도 내가 이청모로 캐스팅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와······!”

그 일이 이런 캐스팅으로 이어지다니!

하준은 사람의 앞일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도 보육원 나와서 이렇게 배우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런데 하준은 원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어 했던 공정환이 어떻게 이청모 역할을 수락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럼 이청모 역할 하겠냐고 연락 와서 바로 하겠다고 한 거야?”

“처음에 전화 받고 좀 황당하긴 했어. 난 박민후가 하고 싶었으니까. 근데 그 오디션 대기실에서 본 내 모습으로는 이청모가 잘 어울린다면서 주미연 작가님이 막 설명을 해주셨어. 그 책을 쓴 작가님이 내가 이청모 캐릭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니까 또 맞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한다고 했지.”

“그래, 내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건 주 작가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 그때 너 정말 이청모 같았다.”

“칭찬이지?”

“뭐, 거의?”

“고맙다. 아무튼, 주인공은 네가 뽑혔으니, 난 그 일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무런 역할도 못 맡았을 거야. 그것도 고마워.”

“에이, 뭘. 같이 잘해보자.”

공정환은 하준에게 고맙다며 인사했고, 하준은 잘 지내자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그래!”

공정환은 하준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뒤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희수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하, 너희들 사연이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근데, 극 중에서 우리가 삼총산데, 왜 너희 둘만 잘해보자고 인사하냐? 엉?”

서희수는 양팔로 하준과 공정환을 끌어당겨 어깨동무를 했다. 솔직히 이건 어깨동무라기보다는 헤드락에 가까웠다.

“으어, 야, 이거 놔. 너랑도 인사하면 될 거 아냐!”

“그래, 희수야, 이거 좀 놓고 얘기해.”

공정환과 하준은 서희수에게 붙잡혀 버둥대며 말했다.

그러자 서희수는 피식 웃으며 헤드락을 풀어주었다.

“한 번은 봐줄게. 아, 공정환이라고 했지? 나 서희수야. 9살이지만 그냥 희수라고 불러. 우린 어차피 드라마에서 친구로 나올 거니까.”

서희수는 하준에게는 이미 인사를 했으니, 공정환을 바라보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하준에게처럼 친구로 대하라고 요구했는데, 공정환은 원칙주의자답게 호칭을 ‘누나’로 하겠다고 우겼다.

“아니, 어떻게 그래? 원칙적으로 누나라고 부르는 게 맞지. 희수 누나.”

“아, 진짜. 그냥 친구 먹자니까? 이 누나가 그게 편하다고. 하준이는 바로 말 깠어.”

“얜 원래 좀······ 자유로운 애니까 그렇지만, 난 아니야.”

“넌 그럼 연기는 어떻게 할래? 우리 친구로 나오는 거 몰라? 거기서도 홍연 누나라고 할 거야?”

“당연히 연기는 연기니까 홍연이라고 부르겠지.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신비종> 내용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니까.”

“그래? 그럼 나한테 홍연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그건 어때? 원래 드라마 들어가면 다 극중 이름으로 부르거든. 맞지, 하준아?”

서희수는 공정환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서희수가 하준에게 동조를 구하자, 드라마 촬영 경험이 없는 공정환은 정말 그런 건지 의문의 눈초리를 하준에게 보냈다.

“맞아. 촬영 들어가면 배우들도 대부분 서로 극중 이름 부르고, 감독님이랑 스태프분들도 그렇게 불러. 그게 편하니까.”

“아, 그렇구나······. 그래, 그게 드라마 쪽 룰이라면 따라야지. 오케이. 홍연아, 반갑다.”

공정환은 서희수에게 극중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고, 서희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래, 이제 말이 좀 통하네. 반갑다, 이청모. 근데 너 캐스팅 찰떡인 거 같다. 하하.”

서희수가 호탕하게 웃어젖히자, 공정환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한마디 했다.

“누가 할 소리. 홍연이 너야말로 싱크로율 110% 같아.”

공정환의 말에 서희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공정환에게 눈을 흘기며 물었다.

“칭찬이냐?”

“그렇지 않을까?”

“그래, 뭐, 칭찬 아니어도, 내가 칭찬으로 받으면 되지! 고맙다.”

서희수는 금방 가늘게 뜬 눈을 풀고 활짝 웃었다.

떠들썩한 인사를 마친 삼총사는 나란히 자리에 앉아서 제작진을 기다렸다.

잠시 후, 각색을 맡은 정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러자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배우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단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일찍 와 계셨네요. 앉으세요.”

담당 PD인 김호승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제작진을 따라 들어온 눈에 띄는 복장의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 아이는 네이비색 정장을 빼입었고, 머리에는 젤을 발라 매우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그 아이를 표현하자면 귀공자나 부잣집 아들 같았다.

또한 그 아이와 동행한 엄마 역시 고급스러운 핑크색 스커트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다.

먼저 와 있던 배우들은 눈에 띄는 복장의 모자를 다들 궁금한 눈빛으로 한 번씩 쳐다보았다.

하준 역시 저 아이는 어떤 역할일까 궁금해하며 그를 쳐다보았는데, 그 아이는 아주 찰나였지만 하준을 째려보는 듯했다.

‘나 싫어하나? 잘못 본 건가?’

하준은 그 아이가 왠지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너무 찰나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자, 모두들 오셨네요. 오늘은 서로 인사하는 자리예요. 대본은 이따가 나눠드릴 거고요, 일단 저희들부터 인사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연출을 맡은 김호승입니다. 반갑습니다.”

김 PD가 먼저 일어나 인사했고, 뒤이어 정 작가 등 제작진들이 차례로 인사했다.

“자, 그럼 이제 배우분들 차례입니다. 한 분씩 자기가 맡은 역할이랑 소개 부탁드릴게요. 먼저 거의 3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우리 주인공부터 할까요? 하준 군?”

하준은 그동안 항상 주인공의 아역 역할이었는데, 이번에는 누구의 아역이 아닌, 주인공 자체를 맡게 되어 다른 때보다 더 흥분되면서도 책임감도 더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비종>에서 박민후 역을 맡게 된 하준입니다. <신비종>은 제가 너무 재밌게 본 작품이라 이렇게 주인공을 연기하게 되어 정말 영광이에요. 첫 주인공 역이라 떨리기도 하고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열심히 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준이 어른스럽게 인사하자, 다들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다음으로 공정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청모 역할이고요, 연기가 처음이지만, 그동안 열심히 연습해왔어요. 촬영할 때 NG 좀 내더라도 예쁘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제 이름은 공정환이고 8살이에요.”

공정환은 솔직하게 말했고,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다음은 서희수의 차례.

“안녕하세요! 저는 장홍연 역할을 맡은 9살 서희수라고 합니다. <신비종>에 출연하게 돼서 진짜 진짜 너무 신나요. 촬영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되고요! 잘 부탁드립니당!”

발랄한 서희수의 인사에 이어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인사했다.

도술학교다 보니 주인공 삼총사 외에도 등장하는 조연 아이들이 8명이나 더 있었다.

하나둘씩 인사하다 보니 마침내 마지막으로 아까 귀공자 같았던 아이의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양백상 역을 맡은 이민혁이고요. 악역 연기를 제대로 보여줄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민혁은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도도하게 말하더니 슬쩍 하준을 쳐다보며 자리에 앉았다.

‘이민혁? 설마 그 스타우드 엔터의 이민혁?’

하준은 이민혁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지만, 윤기철에게 얘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죽지 않는 백화점>의 오디션을 보러 온 스타우드 엔터 소속의 아역 배우가 있는데, 하준에게 밀려 그 아이는 떨어지고 하준이 주인공으로 낙점됐다고 말이다.

그 스타우드 엔터 소속의 아역 배우가 바로 이민혁이었다.

눈빛을 보아하니 이민혁은 그때 <죽지 않는 백화점> 오디션에서 연기력으로 하준에게 밀린 것이 분해서 하준을 싫어하는 듯했다.

게다가 자기소개에서 악역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은 하준에게 연기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렸다.

아마도 이민혁은 이번 주인공 박민후의 오디션도 봤을 것이다. 그리고 하준에게 또 밀린 것이 분했을 것이다.

‘으음, 극 중에서나 실제로나 날 싫어하겠네······.’

하준은 이민혁이 좀 껄끄러울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악역이 저렇게 독기가 올라 있으니 작품 자체로는 좋은 일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잠시 후, 성인 배우들의 인사도 모두 끝나고, 스태프들이 배우들에게 대본을 나눠주었다.

모두들 대본을 받고 나자, 김 PD가 입을 열었다.

“자, 촬영은 약 1달 뒤쯤 시작할 겁니다. 그 사이에 여러분들은 대본 숙지하시고, 여러 가지 촬영 때 필요한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이번 작품은 판타지이니만큼 CG로 처리하는 부분도 있지만, 와이어 액션도 많고, 수중 촬영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극풍이라 말도 탈 줄 알아야 하고요. 힘드시겠지만, 열심히 준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 PD의 말에 몇몇 아이들이 술렁거렸다.

“우리가 그런 거 직접 다 해야 되는 거였어?”

“난 CG로 다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우린 조연이니까 별로 안 할걸?”

“아, 그건 그렇겠다. 대부분은 삼총사 애들이 하고, 우린 거의 학교에만 있잖아.”

맞는 말이었다.

김 PD가 말한 준비는 거의 삼총사와 성인 배우들, 그리고 악역인 양백상에게 해당되는 준비였다.

조연 아이들의 경우는 거의 연습할 건 없었다.

“삼총사 너희들은 내일부터 액션 스쿨 나와야 돼. 알지?”

“네에!”

하준과 공정환, 서희수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삼총사의 다양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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