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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57화 (57/150)

57화

57화

[아역 배우 하준, 유명 아역 배우들 모두 제치고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주인공 낙점]

[아역 배우 하준, 무려 3072 : 1 의 경쟁률을 뚫고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주인공으로 발탁]

[베토벤이 신입 도사로, 아역 배우 하준 N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주연으로 캐스팅]

[주미연 작가, ‘박민후와 하준의 싱크로율 완벽, 첫눈에 반했다’]

[<신비종> 캐스팅, 원작 팬들 반응 ‘긍정적’ ‘만족’ ‘기대’]

[하준, ‘원작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

[아역 배우 하준, ‘<신비종>은 내 최애소설, 원작 주인공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와, 우리 하준이 기사 엄청 많이 났네! 아하하.”

윤기철이 하준의 팬카페 ‘사랑하준’에서 하준의 기사 모음을 확인하고 좋아했다.

윤기철은 하준의 팬카페가 생기기 전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하준의 기사를 찾아보곤 했지만, 팬카페가 생긴 이후로 점차 팬카페에서 기사를 확인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팬들이 다수니 기사들이 정리돼서 올라오는 속도도 빠르고, 기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의 반응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보자······ 아직 몇 개 덜 올라왔네. 하준이 인터뷰 기사도 더 나올 거야.”

최선희가 커피를 윤기철에게 건네며 말했다.

“오, 그렇구나. 하준이는 잠들었어?”

“응, 요즘 인터뷰에, 뮤지컬 최종 리허설 연습에 피곤한가 봐. 안타까워.”

“저런······ 하준이가 힘들어해?”

“아니, 그건 아냐. 너무 재밌대. 정신은 즐겁고, 몸은 좀 피곤한 거지. 근데 다행히 잠을 잘 자서 그런지 아침 되면 또 쌩쌩해지긴 해. 아! 보약 한 제 지어 먹여야겠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야. 참, 뮤지컬 연습 현장 스케치도 여기 올라왔나?”

“당연하지, 여기 [하준영상] 들어가 봐. 댓글도 엄청 많이 달렸어.”

“당신은 벌써 팬카페 다 훑은 거야?”

“그럼. 난 매일, 자주 들러. 하준이 연습할 때 기다리면서도 보고, 차에서도 보고, 심심하면 들어가 봐. 팬카페라는 게 좋은 점이, 다 같이 한 사람을 좋아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공통점이 형성돼서 뭔가 친한 친구들 만나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꾸 들어가게 되더라. 호호.”

“당신 안 심심하겠네?”

“응, 요즘 하준이 활동도 많으니까 팬들도 활발하게 기사도 퍼 나르고, 영상도 올리고 해서 심심할 틈이 없어.”

최선희는 흐뭇하게 웃었고, 윤기철의 옆에서 함께 하준의 팬카페 글들을 또 구경했다.

한참 구경을 하다가, 최선희가 갑자기 윤기철에게 물었다.

“참, 당신 내일모레 저녁에 시간 비워놨지? 하준이 첫 공연 때 말이야.”

윤기철은 작업에 빠지면 다른 일들은 잘 잊어버리기에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그럼! 우리 하준이 공연은 안 까먹지. 안 그래도 오늘 한 제작사에서 그날 저녁 같이 하자고 연락 왔는데, 선약 있다고 그 다음 날로 잡았어.”

“잘했어! 아, 기대된다······! 우리 아들이 뮤지컬 공연이라니.”

최선희는 두 손을 맞잡고 기대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윤기철도 뮤지컬 무대에 선 하준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

드디어 하준의 첫 뮤지컬 데뷔작 <루드윅 반 베토벤>의 첫 공연날이 되었다.

하준은 다행히도 꿀잠을 잤고, 좋은 컨디션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공연 시작 4시간 전, 배우들은 최종 리허설을 위해 의상을 갖춰 입고 대기했다.

“하준아, 상수에서 들어와서 하수로 나가는 거야. 알겠지?”

송석원 총감독이 하준에게 다정하게 알려주었다.

상수는 무대 왼쪽을 말하고, 하수는 무대 오른쪽을 말했다.

이렇게 최종 리허설 때는 들고 나는 동선부터 무대에서 배우의 위치 등 기본적인 노래와 춤 연습 외에도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하준은 기억력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송 감독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네에!”

하준은 자신 있게 답했고, 곧 드레스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송 감독은 무대 조명부터 마이크 소리, 배우들의 동선까지 모든 것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완벽한 무대를 구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하준이 마이크 소리 조금 줄여 줘. 조명 좀 밝다. 오케이.”

하준은 연기나 노래에서 딱히 지적할 것은 없었고, 기계적인 부분만을 하준에게 맞춰 조정했다.

“마리아, 이 부분에서 등장할 때 띵보고 잘 들어와야 돼. 방금 좀 늦었어. 5마디에서 8마디 사이에 들어와야 돼.”

‘띵본다’는 것은 ‘눈치본다’는 뜻으로 이것은 공연에서는 등장할 때나 퇴장할 때 무척 중요한 부분이었다.

“네, 죄송합니다.”

베토벤의 어머니 마리아 역을 맡은 배우는 어린 베토벤이 피아노 연습을 하는 중에 등장해야 하는데 5마디에서 8마디 사이에 반드시 등장해야 했다.

왜냐하면 어린 베토벤 역들은 피아노곡을 딱 8마디까지 연습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5마디 연주할 때쯤 마리아가 등장하기 때문에 8마디까지 외워둔 것은 어찌 보면 넉넉하게 연습을 해 둔 것이었다.

어린 베토벤의 리허설이 끝난 후, 하준은 송석원 감독의 옆 관객석에 조용히 앉아서 성인 배우들의 무대를 구경했다.

‘객석에서는 이렇게 보이는구나.’

하준은 자신이 관객이 된 양 무대를 구경했고, 주변 관객석도 얼마나 되는지 둘러보았다.

관객석은 1,2층으로, 몇백 석은 족히 되어 보였지만, 하준은 그게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준은 이미 한범우의 콘서트에서 수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뭐, 괜찮네.’

하준에게는 한범우의 콘서트에 출연한 것이 이번 공연의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범우 콘서트에 비하면 이 정도 관객은 하준이 긴장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성인 배우들의 분량은 어린 베토벤의 출연 분량보다 훨씬 많아서 꽤 오래 걸렸다.

연습을 많이 해서 가끔 삑사리가 나는 배우들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무대에서 위치가 틀린다든가, 옷을 빨리 못 갈아입어서 등장 타이밍을 놓친다든가 하는 구성적인 문제만 조금 있을 뿐, 특별히 송 감독이 지적할 부분은 없었다.

“다들 잘했어. 본 무대에서 지금만큼만 해. 아, 삑사리는 말고. 자, 우리 다 같이 파이팅 외치고 리허설 마치자. 하나, 둘, 셋.”

“파이팅!!”

최종 리허설은 무사히 끝났고, 얼마 후 마침내 절대 실수하면 안 되는 진짜 공연의 막이 올랐다.

가장 먼저 무대에 등장한 사람은 베토벤의 아버지 요한.

요한 역의 안강훈은 종이 하나를 들고 흔들며 무대로 입장했다.

“루드윅! 루드윅! 어디 있니? 빨리 이 천재적인 애비의 아이디어를 알려줘야 하는데, 도대체 어딜 간 거야?”

하준은 무대 뒤에서 요한의 대사를 경청하고 있다가 대사가 끝난 뒤 손가락으로 셋을 세고 무대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오! 그래, 루드윅! 우리 천재 아들!”

요한이 반색하며 베토벤을 안아 올려 피아노 위에 앉혔다.

“저 천재 아닌데요?”

“천재는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어. 걱정 마. 이 애비 말만 들으렴. 아, 이거 봐봐. 모차르트가 천재적인 연주로 투어를 하면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단다. 너도 할 수 있어. 넌 제 2의 모차르트가 되는 거야!”

여기까지 말한 요한은 노래를 시작했다.

“너는 천재 피아니스트~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노래를 마친 요한은 아들 베토벤을 피아노에 앉히고 악보를 펼쳐 피아노를 치게 시켰다.

“에헤이, 그게 아니지, 여기 틀렸잖아. 다시!”

요한은 베토벤에게 피아노 연주를 시키다가 술 약속이 있다면서 베토벤에게 숙제를 내주고 퇴장했다.

하준은 무대 위에 혼자 남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1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피아노곡 연주가 5마디까지 이뤄지면 마리아가 등장해야 하는 바로 그 부분이었다.

딴딴따 따라라라~ 따라라 따라라라 라~

하준의 아름답고 발랄한 연주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하준의 피아노 연주에 매료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하고 있었다.

이제 5마디에 들어가면 마리아가 등장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엇······!”

무대로 입장하려고 걸어오던 마리아의 구두 뒷굽이 설비 도구 중 무언가에 끼어 빠지지 않았다.

무대 뒤는 어둡기 때문에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마리아는 한쪽 구두를 벗고 무대에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나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어떡해!!”

그 와중에 무대에서 연주되던 피아노곡은 막 8마디에 접어들고 있었다.

마리아는 구두를 있는 힘껏 잡아당겨 봤지만 구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상황을 본 스태프 한 명은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준은 8마디를 치는데도 마리아가 나오지 않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뭔가 뒤에서 문제가 생겼나보다고 생각했다.

하준은 마리아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8마디 이후를 계속해서 연주해 나갔다.

그냥 이 곡이 좋아서 연습해 본 게 여기서 이렇게 쓰일 줄이야.

하준은 이런 때를 대비해서 이 곡의 전곡을 연습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연습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 피아노곡이 계속해서 이어 들리자, 무대 뒤에 있던 마리아는 시간을 벌어준 하준에게 감사하고, 또 안도했다.

하준이 16마디쯤 연주했을 때, 드디어 스태프가 마리아에게 다른 구두를 가져다주었다.

어딘가에서 여분의 구두를 찾아온 것이다.

마리아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겨를도 없이 후다닥 구두를 신고 무대로 뛰어나갔다.

“루드윅, 오늘은 그만 연습하렴.”

마리아의 등장에 하준은 자연스럽게 피아노 연주를 멈추었고, 다음 장면으로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다.

1부가 끝난 후 약 20분간 주어지는 휴식시간이 되자, 마리아 역의 배우는 하준을 꼭 끌어안으며 고마워했다.

“하준아, 진짜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근데 어떻게 그 뒷부분까지 연습을 해 왔어?”

“그냥 음악이 좋아서 치는 김에 전곡 다 연습했거든요.”

“와, 정말? 너무 잘했다!”

송석원 총감독도 하준에게 아주 잘했다면서 박수를 보냈다.

“하준이 최고! 너무 자연스러웠어. 관객들도 전혀 눈치 못 챘고.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꼭 이런 돌발상황은 생기는데, 이번엔 잘 넘어가서 정말 다행이야. 첫 공연부터 어설픈 모습 보이면 안 되는데 말이야.”

다른 스태프들과 배우들도 하준의 임기응변과 준비성을 칭찬했고, 하준은 의도치 않게 오늘 작품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

“자, 남은 2부도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끝내주게 합시다!”

송석원 총감독은 첫 공연은 무조건 최고의 실력을 보여야 한다며 배우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요구했다.

송 감독의 바람처럼 이날 첫 공연은 마리아의 등장씬의 딜레이 빼고는 모두 완벽했다.

당연히 하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성인 베토벤 역의 남은호 역시 최상의 컨디션을 뽐내며 훌륭하게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전 출연진들이 무대로 나가 인사하고 앙코르 노래를 불렀는데, 하준이 인사할 때 특히 가장 큰 박수가 쏟아졌다.

또한 하준은 성인 베토벤의 노래도 모두 외우고 있어서 마지막 앙코르 노래도 남은호와 함께 불렀고, 큰 박수를 받았다.

“아휴, 우리 아들! 진짜 멋있었어!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관객들이 다들 너무 재밌었다고 좋아하더라.”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최선희가 하준을 안아주며 뿌듯해했다.

윤기철 역시 엄지를 치켜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하준이가 제일 잘하더라! 춤, 노래, 피아노,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 아하하.”

부모님이 하준을 칭찬하며 기뻐하자, 하준은 활짝 웃었다.

부모님이 기뻐하는 모습이 하준에게는 가장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참, 최 대표님은?”

“아, 최 대표님은 다 보고 일 있어서 먼저 가셨어. 근데 너무 멋있었다고 전해달랬어.”

“아하. 근데, 오늘 뭐 이상한 점은 없었어?”

하준은 부모님이 마리아의 늦은 등장을 알아챘는지 궁금해서 슬쩍 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이상한 점? 전혀 없던데?”

“나도 없었어. 왜, 뭐 이상한 거 있었어?”

“아니, 없었으면 됐어. 헤헤.”

하준은 안도하며 씨익 웃었다.

***

며칠 후, 하준이 공연을 쉬는 날이었다.

하준은 뮤지컬이 끝나면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기에,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책을 다시 읽어보는 중이었다.

앉아서 읽다가, 누워서 읽다가, 이제 엎드려서 읽고 있는데, 갑자기 하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하준과 똑같이 쉬는 날인 남은호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형.”

-하준아! 대박!

“네? 갑자기 뭐가요?”

-방금 지인들이 내 공연 예매하려고 했는데, 너랑 나랑 공연하는 회차 전부 매진 떴대!!

“네?”

하준이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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