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56화 (56/150)

56화

56화

“자, 오늘 연습 현장 취재 오는 거 알지?”

연습 시작 전, <루드윅 반 베토벤>의 송석원 총감독이 출연진과 연출진을 모아 놓고 말했다.

<루드윅 반 베토벤>팀은 어제부터 남산창작센터에서 세트 설비를 하고 마지막 연습 중이었다.

마지막 연습을 며칠 한 뒤에는 공연할 대극장으로 가서 최종 리허설을 하게 되는데, 보통 대극장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연습 때는 홍보를 위해 하루 정도 연습 현장을 공개하곤 했다.

“네에!”

“그럼 소품 세팅하고, 주조연은 의상 갈아입고 준비하도록.”

“네!”

하준은 어린 베토벤 역에 캐스팅된 다른 두 친구들과 함께 의상을 갈아입고 다시 연습장으로 나왔다.

연습장에 나와보니 스태프들이 연습장의 가운데 설치된 움직이는 원형 바닥 위에 어린 베토벤이 연주할 피아노를 가져다 놓는 중이었다.

그때, 송석원 감독이 세 명의 어린 베토벤을 보고 다가왔다.

“오늘은 세 명이 각자 한 곡씩 맡아서 노래할 거야. 먼저 ‘우리는 음악가’는 예성이가 하고, ‘어린 천재’는 경국이가 하고, ‘작곡은 나의 즐거움’은 하준이가 하는 거야. 알겠지?”

송 감독이 각자 부를 노래를 정해주자, 예성은 시무룩해졌고, 경국이는 환하게 웃었으며, 하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의 반응이 이렇게 다른 것은, 예성이 맡게 될 ‘우리는 음악가’는 단체로 부르는 노래라 어린 베토벤의 단독 파트가 거의 없었고, 경국이 맡은 ‘어린 천재’는 어린 베토벤의 스승과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였기 때문이었다.

경국은 어차피 자기들 중 가장 뛰어난 하준이 솔로곡을 맡을 거라고 예상했고, 그 솔로곡을 뺀 나머지 중에 듀엣곡을 맡게 되었으니 충분히 만족했다.

하준이 담담했던 것은 송석원 감독이 하준을 따로 불러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하준이 덕분에 이번 작품에 대한 관심이 엄청 높아졌단다. 그러니까, 이번 연습 실황 촬영 때도 잘 해줘. 기자들도 다들 네 ‘작곡은 나의 즐거움’에 기대가 많을 거야. 알겠지?”

“네, 열심히 해볼게요.”

하준은 이렇듯 송 감독의 신임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물론 다른 배우들과 기자들, 또 대중의 기대도 높았다.

라디오에서 보여준 훌륭한 실력은 방송 이후 연일 화제가 되었고, 너튜브에 올라온 해당 영상 역시 조회수가 폭발하며 <루드윅 반 베토벤>에 대한 관심도도 무척 높아졌다.

이것은 성인 베토벤 역을 맡은 남은호에게도 무척 좋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남은호의 티켓 파워가 다른 성인 베토벤 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는데, 남은호는 하준과 함께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두 성인 베토벤들은 티켓 파워가 세서 공연 제작사 측에서는 일부러 남은호에게 어린 베토벤들 중 가장 화제성이 좋은 하준과 자주 붙게 해준 것이다.

“하준아! 말 안 해도 잘하겠지만, 그래도 잘해. 파이팅!”

남은호는 의상을 입고 나와서 하준에게 가장 먼저 달려와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남은호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초반 회차의 예매율이 꽤 잘 나오고 있는 것이 하준 덕인 것을 알고 있었다.

하준과 함께 나오는 회차가 다른 아역들과 함께 나오는 회차와 확실한 차이를 보였으니까.

그래서 안 그래도 아역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하준을 예뻐했는데, 더 예쁠 수밖에 없었다.

“네, 형도 파이팅이요! 이번에 실력 제대로 보여주세요!”

하준 역시 성인 베토벤들 중에서 남은호를 가장 좋아했다.

하준이 보기에 남은호가 실력이 가장 뛰어나 보였는데, 다른 두 배우들의 인기 때문에 실력이 가려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 연습 현장 취재에서 실력을 확실히 보이길 바랐다.

“응, 고마워. 나 이번에 피아노 솔로곡 맡았어.”

“와, 잘됐네요!”

남은호는 성인 베토벤 역들 중에서 공연에 등장하는 모든 피아노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였다.

그래서 이번 연습 실황 공개에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면서 부르는 솔로곡을 맡게 되었던 것이다.

잠시 후, 드디어 기자들이 연습장으로 입장해서 카메라를 설치했고, 기자들 앞에서의 첫 연습이 시작되었다.

연습 공연은 맨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노래로만 진행됐기에, 어린 베토벤들이 함께 하는 무대부터 선을 보였다.

첫 번째 무대인 ‘우리는 음악가’ 무대가 끝나고, 하준이 걸어 나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모든 기자들의 카메라는 하준을 향했고, 연습장 내의 모든 배우, 모든 연출진도 숨을 죽이고 하준을 지켜보았다.

하준은 그동안 수없이 연습한 곡이라 사실 눈을 감고도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인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는 경지에 올라 있었기에, 이번에도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남의 악보를 연주하는 건 시시해~ 하지만 내가 작곡한 곡은 근사하지~”

하준의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와 거기에 입혀진 아름다운 노래에 기자들은 무척 놀랐다.

물론 다들 익히 들어 하준의 실력을 알고 있었고, 개중에는 하준이 보이는 라디오에서의 노래도 들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울림은 그 격이 달랐다.

라디오에서는 디지털 피아노를 사용했고, 지금 여기 현장에서는 그랜드 피아노를 사용했으니 피아노 소리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하준의 무대는 엄청났다.

이례적으로, 기자들은 하준의 무대가 끝나자 엄청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기자들은 혀를 내두르며 서로 대화했다.

“와, 실제로 보니까 더 대단하네. 진짜 베토벤처럼 천재 같아!”

“클래식 공연과 뮤지컬이 최상의 조합으로 섞인 무대였어요. 그쵸? 노래도 정말 잘 뽑았네요.”

“맞아. 하준이의 연주와 노래도 완벽했고!”

“이건 진짜 직접 무대를 와서 봐야 해. 녹음보다 실제로 보는 게 훨씬 감동적이야.”

“어린 애가 어쩜 저렇게 완벽할까? 노래, 춤, 피아노,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 허허, 괴물 아역이네, 괴물 아역이야.”

송석원 감독은 기자들의 흥분된 반응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어린 베토벤들의 무대가 지나고, 성인 베토벤의 무대가 이어졌다.

배우 출신 주연인 이종훈은 단체로 춤을 추는 과정에서 동선이 부딪쳐 약간 삐끗했지만, 그 외에는 무난하게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가수 출신 주연인 정해진은 노래나 춤은 잘 해냈지만, 너무 과한 제스처를 보여서 송석원 총감독의 못마땅한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성인 베토벤 역들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남은호였다.

그는 베토벤이 귀가 멀어감에도 계속해서 작곡의 의지를 불태우며 부르는 ‘나의 길’이라는 노래를 피아노 연주와 함께 선보였는데, 완벽한 연기와 피아노 연주 등으로 기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사실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남은호는 기자들에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였는데, 오늘 무대를 본 기자들은 확실히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실력이 뛰어나다며 그를 다시 봤다는 분위기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무대 정리하고 마지막 곡 들어갈게요!”

남은호의 무대 후, 무대조감독이 큰소리로 외쳤고, 스태프들이 후다닥 원형 무대로 들어와 방금 남은호가 연주했던 피아노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하준은 슬쩍 남은호에게 다가가 엄지를 세우며 속삭였다.

“형, 정말 멋있었어요. 기자님들 반응도 엄청 좋았어요.”

“정말? 다행이다. 오늘 왠지 노래가 잘 됐어.”

“에이, 형, 평소에도 잘해요.”

“고맙다. 하하.”

그런데 그때, 한 기자가 하준에게 달려왔다.

“하준 군, 축하해요!!”

“네? 아, 네. 근데 뭘······요?”

하준은 처음에 자신의 무대에 호평이 쏟아진 것을 축하해주나 싶었는데, 그렇게 보기엔 타이밍이 애매했다.

그래서 무엇 때문인지 다시 물었다.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캐스팅된 거 말이에요. 무려 3천 대 1을 뚫었다면서요? 정말 대단하네요!”

“네에? 제가요? 그거 아직 발표 안 났을 텐데······.”

하준이 뜻밖의 대답에 어리둥절해 물었다.

그러자 그 기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하준에게 내밀었다.

“조금 전에 올라온 기사예요. 아직 못 봤군요?”

하준은 얼른 기자의 휴대폰을 받아들고 기사를 읽어보았다. 옆에 있던 남은호 역시 깜짝 놀라 함께 기사를 확인했다.

[[단독]<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주인공 박민후 역할에 아역 배우 ‘하준’ 확정

N플릭스는 지난 한 달여 간 진행된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이하 신비종) 공개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박민후 역할을 모집했는데, 아역계에 떠오르는 샛별 하준 군을 <신비종>의 주인공 박민후 역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신비종>의 주인공 오디션에는 총 3072명의 지원자가 몰렸는데, 하준 군은 무려 307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비종>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신비종> 원작자인 주미연 작가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말에 따르면, 과연 극중 주인공과 이미지가 딱 맞는 아이를 찾을 수 있을지 무척 걱정이 많았었는데, 하준 군은 성격적으로나 외모적으로나 그들이 생각하는 주인공의 이미지와 무척 흡사했다고 전했다.

<신비종>은 한국판 마법학교 이야기로 도술학교에서 일어나는······]

“우와아!! 하준아, 너 이거 언제 오디션 봤어? 대박!! 감독니임!”

하준은 믿기지 않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있었는데, 옆에 있던 남은호가 먼저 기사를 읽고는 송석원 감독을 부르며 달려갔다.

“뭐야, 은호 씨, 갑자기 왜 그래?”

송석원 감독이 무대감독과 대화를 하다가 깜짝 놀라 남은호를 돌아보았다.

“감독님, 하준이가 글쎄, <신비종> 주인공으로 뽑혔대요!! 방금 기사 났어요! 언제 또 오디션을 본 건지, 와, 하준이 정말 대단하죠? 경쟁률이 3천 대 1이었대요, 3천 대 1!”

“오! 하준아, 정말이야? 축하한다, 하하하.”

남은호의 호들갑으로 송석원 총감독뿐만 아니라 연습장의 모든 사람들이 하준의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캐스팅 소식을 알게 되었고, 다들 하준에게로 몰려왔다.

사람들은 하준을 둘러싸고 축하와 칭찬을 건넸다.

“축하해!! 하준이 진짜 멋지다!”

“와, 난 지금까지 3천 대 1의 경쟁률을 뚫어본 역사가 없는데. 아니, 3천 대 1이 뭐야, 100대 1도 없다. 하준이가 진짜 대단하긴 하구나!”

“근데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그거 한국판 해리포러라고 소문났던 그 소설 맞지?”

“응, 그거 소설 대박 나서 이번에 드라마화 되는 거잖아. N플릭스에서 판권 사서 제작하는 거니까 전세계로 다 풀리는 거겠지.”

“오, 그럼 하준이 세계적인 스타 되는 거야? 대단하다!!”

하준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하준아, 안 기뻐?”

하준의 표정을 살피던 남은호가 의아한 투로 물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에이, 아직 실감이 안 나서 그렇겠지. 이거 정말 엄청난 일이잖아.”

“그건 그렇지. 그 누가 3천 대 1의 경쟁률에서 자기가 뽑힐 거라고 예상하겠어?”

다른 배우들이 하준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었다.

하준은 다른 때와 달리 이번은 정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선희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나타나 하준을 와락 껴안자, 마침내 하준도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하준아!! 장하다, 우리 아들! 축하해!”

“와, 엄마, 진짜 나 된 거지?”

“그럼! 최 대표님한테도 연락 왔었어.”

“우와아!!”

하준은 그제야 발까지 구르며 기쁨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리고 첫 단독 기사가 보도된 후, 연이어 하준의 캐스팅 소식 기사가 쏟아졌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