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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51화 (51/150)

51화

51화

“아구, 우리 애기. 울지 말고.”

최선희가 하준을 끌어안아 달랬다.

하준이 곧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며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고, 최선희는 안심한 듯 함께 빙긋 웃었다.

“엄마랑 아빠가 한우 왕창 넣고 미역국 끓여놨어. 맛있는 것도 많이 해놓고! 얼른 씻고 와.”

윤기철이 미역국을 푸면서 말했다.

하준은 후다닥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와, 아침부터 맛있는 거 엄청 많다!”

하준이 식탁에 앉으며 감탄했다.

아침부터 불고기에 잡채, 두부부침 등 식탁 위에 반찬이 가득했던 것이다.

“아침이니까 요 정도지, 이따가 친구들 초대해서 생일 파티할 때는 더 많이 할 거야.”

“생일 파티?!”

한 번도 생일 파티를 안 해본 하준이 깜짝 놀라 외쳤다.

“생일인데 생일 파티 당연히 해야지! 오늘 학교 가서 시간 되는 애들 다 오라고 해. 몇 명이나 올 수 있는지 미리 엄마한테 연락해주고.”

“와아! 나 생일 파티 처음 해봐. 신난다!”

하준이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하준은 벌써부터 친구들을 초대해 놀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하준은 밥숟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하준은 미역국부터 먹어보았다.

“으음! 역시 우리 엄마 요리 솜씨는 최고야. 미역국 진짜 고소하고 맛있어!”

하준이 엄지를 치켜들며 말하자, 최선희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많이 먹어.”

“응!”

하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신나게 아침을 먹었다.

맛있는 아침을 먹고 난 후, 하준은 등교 준비를 했다.

“빨리 학교 가서 친구들 초대해야지.”

하준은 생일 파티에 친구들을 빨리 초대하고 싶어서 몸을 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후다닥 집을 나서려는데, 최선희가 하준을 붙잡았다.

“하준아, 생일 선물 받고 가야지.”

“생일 선물? 아침밥 진수성찬 차려줬잖아? 난 그거면 충분한데······.”

“그래도 생일을 어떻게 그냥 넘어가? 여보!”

최선희가 안방을 향해 윤기철을 부르자 윤기철은 커다란 직사각형의 선물상자를 들고 나왔다.

“자, 이거 우리 하준이 선물!”

“와, 뭔데 이렇게 커?”

하준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기철이 하준의 앞에 선물상자를 세워서 내려놨는데, 그 높이가 거의 하준의 어깨까지 왔다.

“풀어보면 알지. 얼른 풀어봐.”

하준은 눈을 반짝이며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포장지를 풀자 박스가 나왔고, 박스를 열자, 그 안에 있는 건, 웬 길쭉한 가방이었다.

하준은 그걸 보고 바로 직감했다.

“우와, 이거 기타 맞지?”

하준이 흥분해서 외치더니 가방의 지퍼를 지익 열었고, 역시 하준의 예상대로 그 안에는 어린이도 연주할 수 있는 미니 기타가 들어 있었다.

“우와아아!!”

하준은 기타를 안고 방방 뛰며 좋아했다.

며칠 전, 하준은 싱어송라이터를 검색해보다가 ‘벚꽃연금’이라는 말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하준이 한범우와 부른 ‘꽃바람’이 차트 1위를 달릴 때 순위권에서 보았던 봄 노래 중 하나가 ‘벚꽃연금’과 관련된 노래였다.

그리고 그 봄 노래는 가수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라서 해당 가수가 벌어들이는 저작권료가 엄청나다고 했다.

그런데 그 가수는 기타로 작곡을 했고, 하준은 이 때문에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최선희한테 했었는데, 그걸 흘려듣지 않은 최선희는 하준의 생일선물로 아동용 기타를 준비한 것이다.

“하준아, 마음에 들어?”

“응응!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하준은 기타를 끌어안고 너무 행복해했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하준은 기타를 한참 구경하다가 기타 가방에 들어있던 기타 교본과 함께 방에 고이 모셔두고 학교로 출발했다.

***

그 날 오후.

하준은 반 친구들 10여 명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아! 친구들 데려왔어!”

하준이 집으로 뛰어 들어오며 명랑하게 외쳤다.

뒤이어 활기찬 아이들의 인사 소리가 하준의 집에 울려 퍼졌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최선희는 앞치마를 한 채 달려 나와 아이들을 맞았다.

“안녕, 얘들아! 하준이 생일 파티에 와줘서 고마워! 금방 음식 다 되니까, 10분만 놀고 있을래?”

“네에! 하준아, 네 방 구경해도 돼?”

“그럼. 얘들아, 다들 들어와 봐.”

아이들은 하준을 따라 우르르 하준의 방으로 들어갔다.

“와, 방 넓다. 피아노도 있고, 책도 많네!”

하준이네 집에 오늘 처음 와 본 친구는 부러워하며 방을 구경했고, 몇 번 와서 놀았던 하준의 앞자리, 뒷자리 친구들은 처음 보는 변신 로봇에 몰려들었다.

“우와, 이거 어디서 났어? 산 거야? 멋있다!”

“아, 이거, 재혁 형이 선물로 준 건데, 조립한 거야.”

“그, 톱스타 서재혁 말하는 거지? 와, 대박!”

양지호가 놀라워하며 외쳤다.

“응, 맞아. 참, 이거 차로 변신도 된다? 볼래?”

“트랜스포머 로봇이야? 우와, 빨리 보여줘봐!”

다른 걸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도 트랜스포머 로봇이라는 소리에 전부 로봇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하준은 로봇이 변신하는 걸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너무 부러워했다.

“와, 진짜 멋있다!”

“대애박!”

“이걸 직접 조립한 거라고 했지? 엄청 복잡할 거 같은데, 넌 이런 조립도 잘하는구나. 신기해.”

여자 아이들은 로봇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변신을 한다는 것과 복잡해 보이는 로봇을 하준이가 직접 조립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여자 아이들은 하준이 가진 인형들에 관심을 보였고, 남자 아이들은 로봇을 구경했다.

하준의 짝꿍인 지수연은 하준의 책꽂이에 꽂힌 다양한 보드게임들을 구경하다가 그 옆에 줄지어 꽂힌 <신입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시리즈를 보고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하준에게 물었다.

“참, 하준아! 전에 너도 이 책 재밌다고 했었지?”

“응, 내가 엄청 좋아하는 책이야.”

“그럼 그것도 봤겠네? 이거 드라마화 되는 거.”

“아, 얼마 전에 기사로 봤던 것 같아. N플릭스에서 직접 제작하고, 시즌제로 할 거라고······.”

“응, 맞아. 그럼 오늘 난 기사도 봤어? 공개 오디션으로 주인공 뽑는다는 거.”

“진짜?!”

하준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하준은 안 그래도 이 드라마의 오디션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공개 오디션이라니?”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의 열혈 팬인 고우주가 지수연의 말을 들었는지 불쑥 끼어들어 물었다.

“아, 오늘 기사 났는데, 그거 드라마화 되니까 주인공들 공개 오디션으로 뽑는다더라고.”

“정말? 연기 잘해야 되겠지? 나도 해보고 싶은데, 안 되겠지?”

“그럼 도전해봐. 연기도 보긴 하겠지만, 캐릭터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본댔어. 해리포러처럼 말이야.”

해리포러 시리즈를 영화화할 때 주인공들을 공개 오디션으로 뽑았는데, 몇만 명이 응시했고, 최종 결정된 주인공들은 정말 소설 속 캐릭터와 흡사해서 영화화는 대성공을 거뒀다.

“오, 그럼 나도 오디션 한 번 볼까? 해리포러 찍은 배우들 다 완전 부자 됐잖아. 이거 뽑히면 완전 로또 아냐?”

“근데 그거야 외국에서 만든 거니까 전 세계적으로 팔려서 그렇지. 우리나라 껀 그렇게까지 안 될걸?”

지수연이 회의적으로 말하자, 고우주가 갑자기 흥분해서 외쳤다.

“야, 우리 이제 외국에서도 엄청 알아주는 거 몰라? VTS도 세계적으로 인기 많고, <꼴뚜기 게임>도 전 세계에서 1위 했잖아. 막 외국 시상식에서 상도 받고 말이야.”

“음, 하긴, N플릭스에서 방영하는 거면 <꼴뚜기 게임>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긴 하겠다.”

지수연은 고우주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생각을 바꿨다.

“내 말이! 나 이 오디션 볼 거야. 나만큼 <신입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많이 본 사람 없을 거야. 난 내용 다 꿰고 있다구!”

고우주는 주먹을 불끈 쥐며 열의를 불태웠다.

그러더니 하준을 돌아보며 물었다.

“하준아, 혹시 너도 볼 거야?”

“음, 볼지도 몰라.”

“흑. 그럼 난 보지 말까······. 넌 연기도 잘하고, 얼굴도 은근 주인공상 같기도 하고······.”

“에이, 그래도 오디션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혹시 떨어진다고 해도 좋은 경험이 될 거고. 너도 봐봐.”

“오! 그럴까? 오디션 경험 많은 네가 하는 말이니까 맞겠지? 그래, 좋아. 경험 삼아 봐야지.”

하준은 고우주를 북돋아 주었고, 고우주는 다시 의지를 불태우며 씨익 웃었다.

그때, 최선희가 하준의 방문을 열고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다들 이제 나와서 먹으렴.”

“네에!”

아이들이 우르르 거실로 나갔고, 거실에는 커다란 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일부는 최선희가 직접 만든 것들이었고, 가운데 있는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와 치킨, 피자는 음식점에 주문한 것들이었다.

“일단 생일 축하 노래부터 부를까?”

최선희는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박수를 치며 노래를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러자 아이들도 상에 둘러앉아 함께 신나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하준이~ 생일 축하합니다!”

하준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일을 축하해주니 너무 행복했다.

하준은 초를 후 불며 소원을 빌었다.

엄마, 아빠를 포함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준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그들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하준아,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친구들은 각자 문방구에서 산 작은 선물들을 하준에게 건넸다.

어떤 친구는 색연필을, 어떤 친구는 공책을, 어떤 친구는 열쇠고리 같은 작은 액세서리를 주었는데, 하준은 그 어떤 선물이라도 너무 고맙고 좋았다.

친구들의 축하하는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으니까.

“고마워! 자, 이제 많이 먹어.”

“잘 먹을게.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아!”

친구들은 우렁차게 인사하고는 신나게 음식을 먹었다.

“아줌마, 맛있어요!”

“이 파스타 직접 만드신 거죠? 우리 엄마가 만든 건 맛없는데, 아줌마는 요리사신가 봐요. 엄청 맛있어요.”

하준의 친구들은 최선희의 음식을 극찬했고, 최선희는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열심히 너튜브를 찾아보며 요리 연습을 한 보람이 있었다.

파티 음식을 먹은 후, 친구들과 하준은 보드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며 즐겁게 놀았고, 친구들은 거의 해가 질 때쯤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즐거웠어?”

윤기철이 최선희와 함께 뒷정리를 하며 하준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준은 1초도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답했다.

“응, 너무너무 즐거웠어!”

“하하. 다행이네. 보람이 있어.”

윤기철과 최선희는 하준이 즐거웠다는 말 하나에 오늘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사실 두 사람은 하준의 생일을 위해 요리 레시피도 찾아보고, 요리와 생일 파티 준비를 열심히 했다.

많은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 파티를 준비해본 건 두 사람도 처음이어서 꽤 힘이 들었다.

하지만 하준이 즐거웠다니 뿌듯하고 행복했다.

“여보, 설거지는 내가 다 할 테니까, 당신은 좀 쉬고 있어.”

윤기철은 요리를 잘하지 못했기에 오늘 요리는 최선희가 많이 했다. 그러니 최선희는 더 힘들 터였다.

“고마워. 나 조금만 쉴게. 좀만 쉬고 도와줄게.”

“아빠, 내가 도울게!”

하준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지만, 윤기철은 손사래를 쳤다.

“아냐, 하준이는 생일이잖아. 그리고 아직 설거지하기엔 어려. 더 커야 돼. 걱정 마, 아빠가 다 할 수 있어. 아빠는 힘센 남자니까!”

윤기철은 알통을 보이며 남자답게 말했고, 최선희는 피식 웃으며 소파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어? 누구지? 엄마는 앉아 있어. 내가 볼게.”

하준이 후다닥 달려가 월패드로 누구인지 확인했고, 곧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매니저 형이야. 근데 저녁에 웬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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