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49화 (49/150)

49화

49화

“와······ 하준이다!”

“안녕, 하준아?”

“귀여워!!”

“실물이 더 잘생겼네!”

스타우드 엔터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엄마미소를 띠며 하준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하준은 공손하게 인사했고, 김유택은 몰려드는 사람들로부터 하준을 보호하려는 듯 하준의 어깨를 잡고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아, 아까워 죽겠네······.’

몰려든 사람들 중에는 스타우드의 캐스팅 팀장 임효연도 있었다.

그녀는 하준을 영입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사실 임효연은 하준이 대성할 아이 같아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좀 지켜보면서 천천히 영입할 계획을 세우려고 했는데, 하준은 고작 몇 달 만에 벌써 연기, 노래, 뮤지컬까지 접수해 버렸다.

이렇게 하준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니 임효연은 계속 후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만 자라면 커서도 잘 나갈 것 같은데! 여러 번 찍어볼 걸 그랬어······.’

임 팀장이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는데, 마침 하준이 그녀를 발견했다.

“아! 안녕하세요, 임효연 팀장님.”

하준은 전에 본 적이 있으니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어머, 하준아, 내 이름 기억하네?”

하준이 자신의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해 인사하자, 임 팀장은 깜짝 놀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럼요. 전 한 번 보면 거의 기억해요.”

“감동이다······. 아, 범우 씨는 연습실에 있을 텐데, 내가 안내해줄게.”

“감사합니다.”

임 팀장은 하준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준을 직접 연습실로 안내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스타우드 엔터의 대표인 남영준이 나타났다.

“이게 누구야, 아역 배우계의 샛별 하준이 아니야? 하하. 하준아, 반갑다! 아저씨는 여기 대표야.”

“아, 네. 안녕하세요, 대표님.”

하준이 배꼽인사를 하자, 남 대표는 칭찬부터 쏟아냈다.

“오, 하준이는 예의도 바르고, 인사도 잘하는구나. 실제로 보니까 얼굴도 잘생기고, 엄청 귀엽네.”

“감사합니다.”

“아! 하준아, 여기 온 김에 구경 좀 하고 갈래?”

“구경이요? 저 연습하러 온 건데요······?”

“에이, 잠깐 구경할 시간은 있지. 10분도 안 걸려. 점심은 먹었니? 우리 회사 구내식당 밥이 엄청 맛있기로 유명한데.”

남 대표는 하준에게 자기네 회사가 얼마나 크고 좋은지 어필하려고 구경을 시켜주려는 것이었다.

“점심은 먹긴 했는데······ 근데 식당도 있어요? 이 건물 전체가 사옥이라고 하더니 식당까지 있군요, 와······.”

“그럼! 거기 바로 옆에 카페도 있어. 밥 먹었으면 구경이라도 하고 카페에서 간식이라도 먹자. 금방이면 돼. 매니저님도 같이 가시죠.”

하준은 김유택을 올려다보며 어찌해야 할지 눈빛으로 물었는데, 김유택은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거절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대형 기획사 대표의 제안인 데다가 크게 시간을 뺏거나 손해나는 것도 없었으니까.

“음, 잠깐만 구경하지, 뭐.”

결국 김유택과 하준은 남 대표를 따라나섰다.

남 대표는 식당으로 가는 길에 휴게실이라든지, 직원 복지를 위한 헬스장, 영화감상실 같은 곳도 있다면서 사옥 자랑을 늘어놓았다.

김유택은 나중에 월드 엔터의 최 대표에게 보고하기 위해 남 대표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여기가 구내식당이야. 재료도 전부 신선한 것들이고, 요리사들이 실력이 좋아서 밥이 아주 맛있어. 아, 영양사도 있어서 균형 잡힌 식사가 제공되지. 우리 회사 직원들은 여기 공짜야.”

지하에 있는 구내식당은 넓고 깔끔했다.

마침 구내식당에는 늦게 점심을 먹으러 온 아이돌 연습생들이 있었는데, 남 대표를 보고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하준을 보자마자 박수를 치며 하준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와, 하준이다!”

“귀엽다! 근데 왜 대표님이랑······?”

“대표님, 설마 하준이 우리 회사 오는 거예요?”

연습생 아이들은 10대라 그런지 질문에 거침이 없었다.

“하하, 그럼 정말 좋겠지만, 지금은 그냥 사옥 구경시켜주는 거란다. 오늘 하준이가 여기 온 건 한범우 씨랑 콘서트 연습하려고 온 거고.”

“아하! 아쉽다. 하준이 같은 애 들어오면 너무 좋을 거 같은데.”

“맞아,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완전 아이돌과인데······.”

남 대표의 말에 연습생 아이들은 아쉬워했다. 그러고는 하준에게 스타우드 엔터의 좋은 점을 어필했다.

“우리 선생님들 다 엄청 유명한 분들이다? 보컬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안무 선생님이랑 작곡가 선생님들도 엄청 대단하신 분들 많아.”

“대박 난 아이돌 선배님들도 많아서 같이 무대 설 기회도 많아.”

“밥도 엄청 맛있어. 게다가 공짜라서 엄청 많이 먹어도 돼.”

남 대표는 바로 이런 자연스러운 상황을 원했는데, 연습생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하준을 꼬드겨주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김유택은 자기가 봐도 월드 엔터보다 스타우드 엔터가 훨씬 시설이나 지원이 좋아 보여서 하준이 혹시라도 유혹당하고 있을까 봐 걱정 중이었다.

하지만 하준은 전혀 다른 구상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 월드 엔터도 이렇게 큰 사옥 짓고 구내식당도 하고 그럼 좋겠다. 내가 얼마나 돈 많이 벌어다 줘야 월드 엔터가 사옥을 지을 수 있을까?’

이미 월드 엔터를 보금자리라고 생각하는 하준에게는 이런 유혹은 씨알도 안 먹혔다.

그러나 이 점을 전혀 모르는 남 대표는 하준에게 쿠키와 아이스 초코도 사주며 열심히 하준에게 떡밥을 뿌렸다.

“자, 그럼 연습 잘하고, 다음에 또 편하게 놀러 와. 스타우드는 언제나 하준이한테 열려있으니까.”

남 대표는 하준을 연습실에 데려다주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물론 하준 입장에서는 별 의미없는 말이었지만.

“하준아, 우리 사옥 구경은 잘했어?”

한범우가 하준에게 물었다.

“네, 사옥이 엄청 좋아요. 연습실도 좋네요. 근데, 이런 건물은 얼마 정도 해요?”

“하하, 하준이 벌써 부동산에 관심 있니?”

“아뇨, 그냥 엄청 커서 얼마나 비쌀까 궁금해서요. 헤헤.”

“음, 내가 알기로 이거 짓는 데 한 700억 정도 들었을걸?”

“700억이요?! 와, 스타우드 엔터는 진짜 부자네요. 아, 남 대표님이 부자이신 건가······?”

하준은 700억을 자기가 모으려면 2000만 원짜리 광고를 3500개나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암산해보고 속으로 경악했다.

“스타우드에 성공한 아이돌들이 많으니까.”

“아이돌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요?”

“가수들은 콘서트나 행사 수입이 많지. 행사 한번 가서 노래 한 곡 부르면 몇천씩 받으니까. 하준이도 돈 많이 벌고 싶어?”

“네, 많이 벌면 누구나 좋잖아요.”

“하긴, 그건 그래. 아! 근데 래퍼들이 돈 제일 많이 번다? 왜냐면 래퍼들은 대부분 작사, 작곡을 스스로 하거든. 하준이는 저작권이라고 알아?”

“네, 알아요. 창작한 사람이 가지는 권리 같은 거죠?”

“오, 하준아, 8살 맞니? 저작권이란 말도 알다니!”

한범우가 하준의 총명함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튼, 이제는 저작권 있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어. 작곡가들 저작권 수입이 엄청나. 나도 몇 곡 작곡한 거 있는데, 가만히 있어도 꼬박꼬박 저작권료 들어와.”

“작곡······!”

“하준이도 나중에 작곡 배워봐. 자기가 작곡한 노래를 자기가 부르는 것도 되게 근사한 일이다?”

“네, 아! 범우 삼촌이 그 말 하니까 이 가사가 생각나네요. 제가 이번에 베토벤 뮤지컬 하잖아요? 거기서 제가 부르는 노래 중에 ‘남의 악보를 연주하는 건 시시해. 하지만 내가 작곡한 곡은 근사하지’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오, 그래? 남의 노래가 시시한 건 아니지만, 내 노래가 근사한 건 동의하는 바야.”

한범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은 잠시 한범우와의 대화를 멈추고 베토벤을 떠올렸다.

‘베토벤은 어릴 때부터 작곡을 좋아했고, 귀가 멀어서도 작곡을 했다던데······ 나라고 못 할 것도 없지!’

하준은 언젠가 작곡에도 도전해보리라 생각했다.

그때, 한범우가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 뮤지컬에서 춤도 추지?”

“네, 춤 연습도 하고 있어요.”

“그럼 말이야, 이번 내 콘서트에서 우리 둘이 같이 댄스곡 해볼래?”

“댄스곡이요? 저 아직 배운지 얼마 안 돼서 그렇게 잘 추진 못할 텐데······.”

“에이, 괜찮아. 내가 더 못 추거든. 난 몸치야. 그래도 팬들 위해서 추는 거야. 콘서트에서는 다양한 모습 보여주는 거 좋아하거든. 그게 잘하는 거든, 못하는 거든.”

“음······ 좋아요!”

하준은 흔쾌히 승낙했다.

하준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좋았어!! 고마워, 하준아. 이번 콘서트 난리 나겠다. 흐흐.”

한범우는 벌써부터 팬들의 환호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며 웃음 지었다.

“자, 그럼 일단 우리 듀엣곡부터 연습하자. 참, 단 하루만 말이야, 화음을 전체적으로 넣어서 네 파트를 늘려봤는데······ 여기 악보 한번 볼래?”

한범우는 하준에게 새로운 악보를 건네주었다.

한범우는 콘서트에 온 팬들에게 항상 뭐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약간은 다른 버전의 ‘단 하루만’을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와, 화음이 꽤 많네요.”

하준이 악보를 확인해보니 정말 하준이 부를 부분이 거의 배 이상 늘어 있었다.

“할 수 있겠어? 연습하려면 힘들까? 네가 뮤지컬 연습하느라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가능할지······. 혹시 힘들면 원래 하던 대로 해도 돼.”

“음, 아니에요, 해볼게요!”

“정말? 고마워! 우리 하준이는 항상 해보겠다고 해서 너무 좋아. 자, 그럼 내가 가이드 만들어 놓은 거 들어봐.”

한범우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준에게 가이드를 들려주었고, 하준은 콧노래로 가이드를 따라 불렀다.

가이드 재생이 한번 끝나자, 한범우는 하준에게 한 번 더 들려줄지 물었다.

하지만 하준은 곧바로 불러보겠다고 했다.

“그럴래? 그럼 내가 피아노 반주할 테니까 나랑 같이 불러보자.”

한범우는 사실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준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해보려는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하준은 방금 한번 들은 화음을 단번에 완벽하게 불러냈다.

거기다 강약 조절과 느낌까지 살려서.

“하, 하준아, 너······! 와, 진짜 말이 안 나온다. 하하, 너무 잘했어!! 이거 연습 별로 안 해도 되겠는데? 그냥 한두 번만 맞춰보면 되겠어!”

한범우는 박수를 치며 감탄했고, 두 사람은 거의 30분 만에 노래 연습을 마치고 댄스곡 선정으로 들어갔다.

“하준아, 혹시 추고 싶은 춤 있어?”

“아무거나요?”

“응, 아무거나. 아무거나 정해서 우리 안무 선생님한테 말하면 안무 선생님이 가르쳐주실 거야.”

“삼촌은 뭐하고 싶으신데요?”

“나는, 너무 어렵지 않은 거? 근데 사실 나한테 춤은 거의 다 어려워, 하하.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일단 말해봐.”

“음, 이건 어떨까요?”

하준이 곡명을 얘기하자, 한범우는 마음에 들어하며 안무 선생님에게로 달려갔다.

***

약 2주 후, 한범우의 콘서트 날이 되었다.

콘서트 시작은 저녁 7시였지만, 하준은 그보다 몇 시간 일찍 가서 함께 리허설도 하고 한범우가 리허설 하는 것도 구경했다.

드디어 콘서트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입장했고, 한범우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하준은 게스트들 중에서 맨 첫 번째로 무대에 등장할 예정이었다.

“엄마, 사람 진짜 많아. 만 명도 넘는대! 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거 처음이야. 이번엔 진짜 좀 떨리는 거 같아······.”

하준이 대기실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긴장해서 말했다.

솔직히 최선희도 이 정도 규모면 너무 떨릴 것 같았다. 하지만 하준을 차분히 다독였다.

“하준아, 관객이 몇 명인 건 아무 상관 없는 거야. 그냥 넌 네 노래를 하면 돼. 이건 무슨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니까 편하게 해. 아, 관객석의 사람들을 모두 꽃이라고 생각해. 하준이는 꽃밭에서 노래를 하는 거지.”

“꽃밭?”

“응. 관객은 꽃들이다!”

“관객은 꽃들이다! 오,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마음이 편안해져. 난 꽃밭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렇지! 잘한다, 우리 아들.”

하준이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그때, 스태프 하나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준 군, 스탠바이요. 따라와요.”

“네! 엄마, 나 갖다 올게.”

“응, 잘하고 와. 파이팅!”

“파이팅!”

하준은 엄마와 하이파이브로 파이팅을 외치고는 스태프를 따라 무대 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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