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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48화 (48/150)

48화

48화

“하준아, 대본 리딩 어땠어?”

대본 리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최선희가 하준에게 물었다.

“재밌었어! 처음엔 낯선 사람들이 많아서 좀 그랬는데, 다들 먼저 알은척해주셔서 좋았어.”

“그랬어? 하준이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주고 그러면 좋아? 불편하지 않고?”

“응, 오히려 편해. 배우 하니까 좋은 점이 그거야. 다들 날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주니까 언제 어디서나 친구가 있는 기분이야. 낯선 사람들한테 먼저 말 거는 것도 힘든 일인데, 난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아.”

“오, 우리 하준이는 천생 배우네! 오히려 사람들이 알은척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야.”

최선희는 하준이 배우 활동을 즐기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엄마 나 발이 좀 불편해. 이 신발이 작은가 봐.”

“응? 편하게 신으려고 산 건데, 불편하면 어째. 어디 봐.”

최선희는 하준의 운동화 앞쪽을 눌러서 하준의 발가락이 어디까지 오는지 확인했다.

“아휴, 발가락이 진짜 운동화 끝까지 닿았네. 전에 살 때 낙낙한 거 샀었는데 벌써 작아졌나 봐. 하준아, 신발이랑 양말 벗어봐.”

“응.”

하준은 얼른 신발과 양말을 벗었고, 최선희는 하준의 발가락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새끼발가락이 빨갛게 됐네······. 엄마가 미안해. 애들은 빨리 자란댔는데, 그걸 깜빡했어.”

“아니야, 나도 모르고 그냥 신고 다니다가 오늘 알았는데, 뭐.”

“아무튼 내일 학교 끝나면 바로 사러 가자.”

“응, 근데 신발 벗으니까 편하다.”

하준은 마치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듯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빙긋 웃었다.

그때, 운전을 하던 로드매니저 김유택이 말했다.

“냉장고 옆에 버튼 있을 거예요. 그거 눌러보시면 발마사지기 나와요. 하준이 앞쪽에요.”

“네?”

“발마사지기요?”

최선희와 하준은 김유택의 말에 아까 냉장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표님이 옵션으로 달 수 있는 거 싹다 달아주셨거든요. 연예인들은 이동하는 시간도 많고 차에서 대기하고 쉬기도 해서 옵션 중에 발마사지기도 있었대요.”

“와······!”

하준은 차에 그런 걸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며 김유택이 시키는대로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정말 하준의 발 앞쪽에서 발마사지기가 지잉 하고 튀어나왔다.

하준은 얼른 발을 거기 집어넣고 시작버튼을 눌렀다.

“우와, 엄마, 나 이거 처음 해봐. 진짜 주물러주는 거 같아!”

“발 좀 편해지는 것 같아?”

“응. 대표님은 역시 선견지명이 있으셔. 헤헤. 나중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지.”

하준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발마사지를 받으며 집으로 향했다.

***

얼마 후 저녁 무렵, 하준은 네이블리의 이금택 대표가 선물로 준 네이블리의 신상 옷들 중에서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저녁에 이렇게 차려입고 집을 나선 이유는 오늘 바로 <월야> 종방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준은 로드매니저 김유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종방연이 진행될 서울의 한 고깃집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하준은 창밖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으아······!”

고깃집 앞에는 취재진과 팬들을 포함한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번쩍번쩍 사정없이 터지는 플래시에 눈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하준아, 이제 저기 고깃집 앞에 차 세울 테니까 내려서 취재진들한테 포즈 취해주고, 사진 다 찍으면 안으로 들어가면 돼. 알겠지?”

김유택은 종방연이 처음인 하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려주었다.

“엄마는 같이 못 들어가죠?”

“여기서는 못 들어가는데, 이따가 주차하고 나서 어머님이랑 고깃집 앞에 대기하고 있을게.”

“네, 알겠어요.”

하준이 씩씩하게 대답하자, 최선희는 기특하다는 듯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 김유택은 고깃집 앞에 차를 잠시 정차했고, 최선희는 하준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하준이 등장하자, 잠시 멈춰졌던 플래시 세례가 다시 재개되었고, 하준은 양옆에 쭉 늘어선 취재진들에게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번쩍번쩍.

찰칵, 찰칵.

날이 저물어서 그런지 번개가 사방에서 쉴 새 없이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하준은 눈을 크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 플래시 세례 가운데서도 하준에게 인사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하준이다! 귀여워!”

“하준아, 안녕!”

“하준아, 여기 봐줘!”

하준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양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었고, 팬들은 하준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으며 고맙다고 외쳤다.

기본적인 인사 포즈 촬영이 끝나고 하준이 고깃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취재원이 아쉬웠는지 한 가지 요구를 더 했다.

“하트 만들어 주세요!”

취재진의 요구에 하준은 엄지와 검지로 귀여운 하트를 만든 후 입에 갖다 댔다가 앞으로 내밀며 윙크를 해주었다.

그러자, 플래시는 아까보다 더 많이 터졌고, 동시에 취재진과 팬들의 웃음도 터졌다.

“하하, 귀엽다!”

“꺄아, 너무 귀여워!”

하준은 배꼽인사를 마지막으로 취재진들 앞을 떠나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고깃집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겨준 사람은 바로 상대역이었던 아역 배우 임세아였다.

“하준아!! 너 더 멋있어졌다.”

“고마워. 너도 예뻐졌어. 키도 좀 큰 거 같다?”

“오, 맞아. 어떻게 그걸 알아봤어? 너 눈썰미 좋다. 나 또 뭐 달라진 거 없어?”

“음, 앞머리 잘랐네?”

“와! 맞았어. 너 진짜 잘 안다.”

임세아는 하준이 자신의 변한 점을 알아봐 주자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 하준아, 너 뮤지컬 한다면서? 그것도 피아노도 잘 쳐야 되는 베토벤이라고······.”

“응, 맞아. 요즘 연습 나가.”

하준은 첫 대본 리딩 이후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뮤지컬 연습실로 가곤 했다.

“와, 너 엄청 멋있다······. 벌써 배우도 하고, 노래도 하고, 뮤지컬까지 하다니, 대단해. 심지어 다 잘 하잖아.”

“에이, 뭘. 넌 요즘 뭐해?”

“난 다른 드라마 준비 중이야.”

“제목이 뭔데?”

“제목은······.”

임세아가 막 말을 하려는데, <월야>의 오지훈 PD가 입구에서 대화 중인 둘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어? 우리 귀요미들 왔네!”

“와, 하준아! 세아야!”

“너무 보고 싶었어!”

“둘 다 이쪽으로 와. 내 옆에 앉자.”

오 PD는 하준과 임세아를 데려와 자기 왼쪽 테이블에 앉혔다.

유영미 작가는 오 PD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얼른 하준과 임세아에게 다가오더니 두 사람의 손을 잡고 말했다.

“둘 다 첫 스타트를 너무 잘 끊어줘서 <월야>가 잘 될 수 있었어. 정말 수고했고, 고마워.”

<월야>는 1화부터 지금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계속 유지했고, 평균 10% 정도의 양호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대박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공중파 드라마의 시청률은 5% 미만인 것들도 굉장히 많았기에 유 작가는 이번 성적에 무척 만족해하고 있었다.

“저야말로 작가님의 작품에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요. 작가님 대본 너무 좋았어요.”

“호호, 대본 볼 줄 아는구나? 농담이야. 아, 오늘 고기 많이 먹고 가. 알겠지?”

“네에!”

잠시 후, 주인공은 원래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기에 <월야>의 주인공 서재혁이 마지막으로 고깃집에 등장했다.

“오, 우리 서 배우 왔네!”

오 PD가 서재혁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서재혁을 맞이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서재혁은 가장 먼저 하준을 찾았다.

“우리 하준이 왔어요?”

“형, 저 여기요!”

하준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그러자 서재혁은 후다닥 하준에게로 달려와서 하준을 와락 안아 들며 반가워했다.

“아구, 우리 하준이, 오랜만이야!! 형이 엄청 보고 싶었어. 하준이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전 TV로 좀 봤어요. <월야> 방송이요.”

“그건 TV고, 실제는 다르지! 그렇게 따지면 나도 뭐, 네 우유 광고로도 보긴 봤어. 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유 광고 너무 귀엽더라. 컨셉도 재밌고! 하하.”

“괜찮았어요?”

“응, 난 재밌어서 여러 번 봤어. 진 우유 먹어도 봤고. 우리 어린 세자가 광고하는 건데 먹어줘야지. 라떼 만들어 먹으니까 맛있더라!”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서재혁이 오자마자 하준을 찾아 대화를 나누자, 옆에 있던 오 PD가 장난스럽게 툴툴댔다.

“서 배우, 하준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몇 달을 동고동락한 나는 안중에도 없네?”

“에이, 감독님도 참. 우린 동고동락해서 맨날 봤잖아요. 심지어 몇 시간 전에도 봤는데. 하준이는 얼굴 본 지 2달 다 되어 가니까 그렇죠. 우리 감독님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 질투하시네요?”

“질투는 무슨, 그냥 해본 말이야. 하하. 자자, 서 배우도 왔으니 종방연 시작해봅시다!”

종방연은 축하 케이크 컷팅과 다 함께 건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하준과 임세아는 술 대신 사이다로 건배를 함께 했다.

곧이어 한 사람씩 종방연 소감을 전하는 시간이 되었고, 주연인 서재혁부터 소감을 전했다.

“이번 작품은 정말 즐겁고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배우분들, 스태프 여러분, 함께 작품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주연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씩 소감을 전한 다음, 마지막으로 아역들 차례가 되었다.

하준이 소감을 말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벌써부터 터져나왔다.

“와아!”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이 첫 사극, 첫 드라마여서 걱정이 많았는데, 스태프 분들, 배우 분들이 너무 따뜻하게 잘 대해주시고 예뻐해 주셔서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준의 인사에 다시 한 번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리고 하준이 다시 앉으려는데, 갑자기 일부 스태프들이 외쳤다.

“하준아, 노래 한 곡만 해주면 안 돼?”

“하준이 라이브 마지막으로 듣고 싶다!”

그러자, 다른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동조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네, 마지막 부탁은 들어드려야죠. 한 곡 부를게요.”

하준은 이럴 줄 알고 미리 노래를 준비해왔다.

환호하던 사람들은 하준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숟가락을 들자 모두 얼른 입을 다물고 조용히 했다.

“꽃잎이 흩날리는 이 길 위에 우리는 서 있죠~”

하준은 모든 사람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라는 뜻에서 ‘축복’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하준이 티 없이 맑은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니, 사람들은 마치 천사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들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하준의 노래를 경청했다.

그리고 하준이 노래를 끝마치자, 몇 초간 다들 감동 받은 표정으로 잠시 멈춰 있더니, 갑자기 우렁찬 박수가 터져나왔다.

“와, 잘한다!!”

“와, 마지막에 ‘아아~’하는 거 빈 소년 합창단인 줄······!”

“저 은혜 받은 거 같아요.”

“하준이 노래가 더 는 거 같아! 진짜 잘한다.”

“하준이 뮤지컬 한다더니 그래서 더 늘었나? 아무튼, 너무 좋았어!”

“감사합니다.”

하준은 이렇게 노래도 부르고, 고기도 배불리 먹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며 종방연을 즐겼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사진을 찍으며 종방연은 마무리되었고, 하준은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하준은 한범우의 콘서트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콘서트 연습을 하기 위해 스타우드 엔터테인먼트 연습실을 찾았다.

김유택은 타 기획사로 연습을 하러 가는 하준을 지켜야 한다며 최선희 대신 하준과 동행했다.

“실례합니다.”

하준의 매니저 김유택이 조심스럽게 먼저 스타우드 사무실로 들어갔고, 하준은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하준이 온다는 소식은 이미 스타우드 엔터에 쫙 퍼진 상황이라 하준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과 소속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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