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39화
[어머머, 진짜 하준이야!! 대박대박!]
[와줘서 고마워~ 사랑하준~♡♡]
[방장님, 하준 군 등업해주세요~~]
[드디어 주인공이 입장하셨습니다! 하준아, 자주 놀러와!!]
[방가방가~ 하준이 사진 땡큐~ 너무 이쁘다]
[하준이는 사랑입니다! 아, 노은지 작가님의 <메모리즈>에 캐스팅됐다는 봤어요. 하준 군 필모가 쌓여 가니 흐뭇합니다^^]
[메모리즈 캐스팅 축하축하!!]
잠깐 사이에 댓글 몇십 개가 우르르 달리자, 하준 가족은 깜짝 놀랐다.
“와아, 엄청 빠르시다!”
“우리 하준이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
“너무 감사하네.”
방장 역시 빨라서 하준이 팬들에게 답댓글을 몇 개 달아 주는 사이 금방 최우수회원으로 등급이 올라갔다.
하준은 댓글로 팬들과 간단히 대화한 뒤 우수회원만 볼 수 있는 팬카페 회원들의 작품 관련 게시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축전이라든지, 포토샵으로 예쁘게 꾸민 사진, 합성 사진, 그림 등 온통 하준과 관련된 작품들만 가득한 이 게시판들을 본 하준은 감동과 함께 든든함을 느꼈다.
“어쩜 이렇게 다들 솜씨가 좋으시지? 그리고 다 날 너무 예쁘고 멋있게 만들어 주셨어.”
“그러게. 너무 감동이다. 우리 하준이를 이렇게 응원하고 좋아해 주시다니.”
“하준이는 너무 좋겠네! 하하.”
“응, 너무 좋아!”
“아빠, 엄마도 너무 좋다!”
하준 가족은 팬카페를 보고 하준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하준은 팬카페를 통해 자주 팬들과 소통하고, 좋은 작품과 활동으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온 하준은 최선희, 윤기철과 함께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첫 춤 레슨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준아, 춤춰 본 적 있어?”
최선희가 월드 엔터로 가는 길에 하준에게 물었다.
“어릴 때 전 양부모님이 재롱떨어보라고 해서 춰 본 적 있는데, 못 춘댔어.”
하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최선희는 인상을 찌푸렸다.
‘참나, 왜 애 기를 죽이고 그랬대. 하준이가 엉덩이만 씰룩거려도 귀여웠겠구만.’
하준에게 들은 전 양부모 이야기 중에 좋은 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애를 그렇게 못 알아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분들이 뭘 몰라서 그런 걸 거야. 하준이는 뭐든 잘할 수 있어. 춤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실 테니까 걱정하지마.”
최선희가 하준의 볼을 어루만지며 상처받았을 어린 마음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하준은 전 양부모의 이야기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전 양부모가 못한다고 구박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의 하준은 다 잘하게 되었으니까.
“응, 걱정 안 해. 열심히 하면 되겠지, 뭐.”
“그럼, 그럼. 아참, 어제 <월야> 메이킹 영상 올라왔는데, 하준이 나왔어. 조회수도 엄청 높게 나왔더라. 호호.”
“나 저번에 촬영장 방문했던 그거? 그거 보여줘.”
“지금 볼 거야? 멀미 안 하겠어?”
“응, 나 멀미 안 해. 영상 별로 길지도 않잖아. 지금 볼래.”
“알았어. 어디 보자······.”
최선희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메이킹 영상을 틀어주었다.
메이킹 영상은 하준이 실내 세트장을 찾아와 인사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하준을 본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하준을 둘러싸고 환영했고, 특히 서재혁은 곤룡포를 입은 채 하준을 번쩍 들어 안았다.
“하준아, 잘 지냈어? 못 본 새에 더 멋있어졌네?”
“형이 더 멋있어진 것 같은데요? 곤룡포 입은 거 직접 보니까 더 멋있어요!”
“고맙다. <월야> 본방사수는 하고 있지?”
“으음, 제가 그 시간에 잘 시간이라서 가끔 보다 잠들 때도 있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우리 엄마, 아빠는 항상 챙겨보시고요.”
“아, 어린이들은 잘 시간이겠구나.”
“네, 사실 저, 제가 나왔던 1화도 보다가 잠들었거든요······.”
“아하하, 귀여워!”
서재혁은 하준을 무릎에 앉히고는 도란도란 근황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스태프들의 부탁으로 하준이 ‘단 하루만’ 1절을 무반주로 불러주는 장면도 나왔다.
하준은 영상을 다 본 후 아래 댓글 반응도 살펴보았다.
[와, 희귀 영상!! 하준이 단 하루만 혼자 부른 거 첨 들어봄 대박~ 오늘은 여기 누울랍니다]
[나도 반복재생 중ㅎㅎ 하준이 노래 실력 더 는 것 같다~~]
[좋다좋다~ 오랜만에 하준이 봐서 넘넘 행복♡♡]
[서재혁이랑 하준이랑 넘나 다정해보여 부럽~]
[스태프들이 하준이 엄청 예뻐하네요ㅋㅋㅋ 하긴 나 같아도 이뻐 죽을 듯]
[이런 해피한 영상 감사합니다~ 많이 올려주세요!!]
댓글에 온통 좋은 반응들뿐이자, 하준은 씨익 웃었다.
최선희는 행복해 보이는 하준에게 물었다.
“좋아?”
“응, 오늘도 힘이 뿜뿜 나!”
하준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답했다.
“오, 우리 하준이는 엄마가 보기에 춤 잘 출 것 같아. 지금 봐봐, 어깨 들썩이는 게 예사롭지가 않아.”
“정말?”
“응, 또 해봐.”
“이렇게?”
하준이 어깨를 들썩이며 팔을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최선희는 하준의 귀여운 동작에 웃음을 지었고, 운전하던 윤기철도 룸미러로 하준을 힐끗 보고는 활짝 웃으며 칭찬했다.
“하준이 잘한다!”
하준은 차에서 미리 이렇게 몸을 풀고 월드 엔터에 도착했다.
하준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모두들 반갑게 하준을 맞아주었고, 오늘 하준을 지도해줄 댄스 선생님 전종일도 다가와 인사했다.
“하준아, 안녕! 드디어 선생님이 하준이를 가르쳐 줄 때가 왔네. 이 시간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
“정말요?”
“그럼! 좀 더 크면 가르치게 될 줄 알았는데, 그 시간이 빨리 와서 기쁘다. 하하.”
전종일은 하준이 얼굴도 잘생겼고, 노래도 잘하니 나중에 아이돌을 해도 될 거라 생각했다.
노래와 얼굴만으로도 탐나는 인재였으니까.
그래서 춤도 가르쳐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준은 전종일을 따라 댄스 연습실로 들어갔다.
연습실은 바닥은 마룻바닥이었고, 3면이 거울로 되어 있었다.
전종일은 일단 하준과 함께 준비 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했다.
“자, 오른팔을 위로 쭉 뻗은 다음에 왼쪽으로 이렇게······ 다음은 오른쪽······.”
하준은 전종일이 하는 걸 잘 따라했고, 시험 삼아 시켜본 다리 찢기도 유연하게 잘 해냈다.
“오, 역시 어려서 그런가, 유연하네, 우리 하준이. 유연하면 아무래도 춤추기 좋아. 더 다양한 동작을 크게 할 수 있거든.”
보통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몸이 더 유연한 편이었는데, 하준 역시 몸이 유연했다.
하준은 특별히 생활에서 다리를 찢을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자기 다리가 일자로 잘 찢어지자 스스로도 놀랐다.
“이게, 되네······? 신기하다.”
“하하, 너도 몰랐어? 뭐, 그럴 수 있지. 그럼 네가 몰라서 그렇지 춤도 잘 출 수도 있겠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잘할 거야. 혹시 못해도 내가 잘 가르쳐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몸치 여럿 고쳐줬거든.”
“와, 네!”
“좋아,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해보자. 아, 지금 뮤지컬 오디션이 얼마 안 남았다고 들었어. 그래서 춤을 막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기보다는 오디션에 필요한 것 위주로 가르쳐 줄게. 오케이?”
“네. 좋아요.”
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 필요한 건 속성과정이었으니까.
전종일은 본격적인 춤을 가르쳐주기에 앞서 뮤지컬 오디션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뮤지컬 오디션에서 춤은, 지정안무나 자유안무 둘 중 하나를 보기도 하고, 둘 다 보기도 하거든? 근데 이번 베토벤 오디션은 지정안무라고 알고 있어. 지정안무는 오디션장에 가서 바로 가르쳐주는 안무를 2-30분 내에 연습해서 심사위원들 앞에서 해내야 하지.”
“겨우 2-30분 만에요?”
“응. 그러니까 어느 정도 기초가 있어야 동작을 보고 빨리 익힐 수 있어.”
“근데 춤만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노래랑 연기도 보죠?”
하준은 처음 듣는 뮤지컬 오디션 이야기에 저절로 궁금증이 생겼다.
“응, 당연히 그것도 다 보지. 1차, 2차, 3차에 걸쳐서 노래, 춤, 연기 이렇게 보기도 하고, 한꺼번에 보기도 해. 근데 베토벤 뮤지컬은 피아노 실력까지 봐야겠지?”
“와······ 뮤지컬은 진짜 엄청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모여 있겠네요.”
“그렇지. 하준이도 다재다능하니까, 이번 뮤지컬 오디션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거야.”
전종일은 하준을 칭찬하며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그럼 가장 중요한 기본 스텝부터 배워보자. 먼저 리듬 타면서 발동작을 하는 거야. 업 리듬을 기본으로 한 상태에서 스텝을 배울 건데, 업 리듬은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타는 리듬이야. 자, 선생님 하는 거 잘 봐.”
전종일은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상체를 자연스럽게 흔들었다.
하준은 전종일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대로 따라해보았다.
“이렇게요?”
“오, 좋아, 잘했어! 아주 좋아. 계속 하고 있어. 그 리듬은 계속 하면서 여기에 기본 스텝을 넣을 거니까. 자, 그 리듬 타면서 왼쪽 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왔다가, 이렇게 해봐.”
전종일은 왼쪽으로 한 번 양발을 이동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양발을 이동해 제자리로 돌아오는 스텝을 가르쳐 주었다.
하준은 전종일의 스텝을 보면서 그대로 따라 움직였다.
하준이 이 동작을 몇 번 반복하는 것을 지켜본 전종일은 대뜸 물었다.
“하준아, 너 어디서 이 스텝 배워본 적 없는 거 맞지?”
“네, 왜요?”
하준의 대답에 전종일이 갑자기 박수를 치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 하준아, 아무래도 너 연결된 몸인 것 같아!”
“연결된 몸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응, 타고난 몸이라고! 어떤 거냐면, 내가 지금 너한테 리듬이랑 스텝만 가르쳐 줬거든? 그럼 딱 출력이 리듬과 스텝만 되어야 하는데, 네 상체가 저절로 따라서 가는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어. 게다가 팔도 이렇게 가슴에 올리고 있잖아. 보통은 이것도 따로 가르쳐줘야 할 수 있는 거야.”
전종일은 인재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해서 큰 소리로 설명했다.
“정말요? 이게 그렇게 신기한 거예요?”
“그럼! 너 이거 일부러 하려고 한 거 아니지?”
“네, 그냥 그 리듬에 그 스텝 밟으니까 저절로 이렇게 된 건데요?”
“그니까! 그게 바로 몸이 연결된 거라니까! 으하하. 그냥 네 몸이 자연스럽게 편한 자세를 찾아간 건데 그게 바로 자연스러운 동작이 된 거야. 넌 그러니까, 디테일한 부분까지 안 가르쳐줘도 금방 자연스러운 라인을 만들 수 있어! 춤은 라인이 정말 중요하거든. 아하하.”
전종일은 무척 즐거워했다.
그러더니 얼른 다른 스텝들도 해보자며 추가로 9가지 스텝의 진도를 쭉쭉 나갔다.
하준이 스텝을 할 때마다 전종일은 박수를 치며 ‘브라보’를 외쳐댔고, 10가지 스텝을 다 가르치고 나자, 얼른 하준을 데리고 대표실로 향했다.
“대표님!”
전종일이 너무 기쁜 나머지 대표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대표실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엇. 죄송합니다. 손님이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범우 씨. 저는 그럼 이따가······.”
당황한 전종일이 다시 하준의 손을 잡고 뒤돌아서는데, 최 대표가 전종일에게 말했다.
“아, 마침 하준이를 부르려던 참이었는데, 전 선생님, 하준이는 잠깐만 두고 가세요.”
“하준아, 잠깐 이리 와봐.”
한범우도 하준에게 손짓했다.
전종일은 알겠다며 하준을 두고 대표실을 나갔고, 하준은 한범우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준이 한범우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후, 최 대표가 바쁜 하준을 위해 빠르게 한범우가 찾아온 이유를 알려주었다.
“하준아, 범우 씨가 7월 초에 콘서트를 하는데, 네가 콘서트 게스트를 해주면 좋겠대. 그래서 부탁하러 오신 거야.”
“우와, 콘서트 게스트요?”
하준은 또 다른 경험치를 올릴 수 있는 제안에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