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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34화 (34/150)

34화

34화

며칠 후, 하준과 최선희는 서울의 어느 높은 빌딩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이곳은 바로 네이블리 본사가 있다는 건물.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눴다.

“엄마, 오면서 보니까 엄청 높은 건물들 많더라. 이 건물도 되게 높아 보이고.”

“응, 그러게. 그리고 서울은 땅값이 비싸서 이런 건물들도 엄청 비쌀 거야.”

“설마 이 건물 하나가 다 네이블리 사장님 껀 아니겠지?”

하준은 일전에 한범우의 집에 갔을 때 3층 전체가 한범우의 집이었기 때문에, 혹시 네이블리 본사도 이 건물 전체려나 싶었다.

“설마. 이 높은 빌딩을 다 본사로 쓸 만큼 네이블리가 크진 않을걸?”

“하긴, 그건 그렇겠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하준과 최선희는 엘리베이터를 타서 8층을 눌렀다.

네이블리의 대표 이금택이 8층 대표실로 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엄마 말이 맞네. 여기 써 있어. 7층, 8층, 9층이 네이블리 본사래.”

하준이 엘리베이터 한쪽 벽면에 붙은 안내판을 가리켰다.

“그렇네. 네이블리 본사는 안이 어떻게 생겼으려나, 궁금하네.”

띵동.

[8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친절하게 층수를 알려주었다.

곧 문이 스르르 열리자,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하준을 맞았다.

“와, 하준아! 진짜 반갑다.”

“아, 안녕하세요.”

하준은 네이블리 관계자인가보다 하고 일단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응, 안녕! 귀여워라.”

그 남자는 쪼그려 앉아 하준과 눈을 맞추고 귀엽다는 듯 하준의 볼을 살짝 건드리며 인사했다.

그러고는 얼른 다시 일어나 최선희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하준이 어머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네이블리의 대표 이금택입니다.”

“어머, 대표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엄청 젊으시네요.”

대표라는 말에 최선희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하하,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이름이 좀 나이 들어보는 이름이죠?”

“살짝요. 아무튼, 본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휴, 별말씀을요. 오히려 여기까지 와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하준아, 내 사무실로 가자.”

이 대표는 하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사무실로 인도했다.

“와, 건물 안에 나무랑 연못이 있네요! 신기하다······.”

네이블리 본사 내부의 사무실들은 대부분이 노란빛의 나무판과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가운데 홀의 중간중간에는 진짜 자작나무가 심겨 있고, 물고기가 사는 연못도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 네이블리가 자연친화적인 옷이잖아? 그래서 본사 컨셉을 자연으로 정해서 인테리어를 한 거야.”

이 대표는 하준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최선희도 이런 인테리어는 처음 봐서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열심히 구경 중이었다.

그때, 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들이 투명 유리벽을 통해 하준을 발견하고는 후다닥 달려나왔다.

“어머, 하준이다!”

“와, 역시 배우다, 배우. 엄청 잘생겼어!”

“귀여워!!”

하준을 따라오며 구경하는 직원들에게 하준은 사방으로 웃어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러자, 직원들은 환호하며 좋아했다.

이 대표는 일단 하준과의 계약부터 체결한 뒤에 회사를 구경시켜 주겠다면서 하준과 최선희를 곧바로 대표실로 데려갔다.

직원들은 하준이 대표실에 도착할 때까지 졸졸 따라오며 하준을 지켜보다가 돌아갔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죠.”

이 대표는 삐까뻔쩍한 고급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고, 하준과 최선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앉자마자, 비서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대표님, 음료 준비해뒀습니다.”

비서의 말에 이 대표가 최선희에게 먼저 물었다.

“아, 하준이 어머님, 커피 드릴까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녹차, 유자차가 있는데, 어떤 걸로 드릴까요?”

“저는 아메리카노요.”

“따뜻한 거랑 찬 게 있는데,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찬 거요.”

“네, 그럼 하준아, 넌 아이스 초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최 대표님께 미리 여쭤봤지.”

이 대표는 씽긋 웃더니 비서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비서는 바로 나갔다가 1분도 안 돼서 음료를 준비해서 다시 들어왔다.

“와, 엄청 빠르시네요.”

하준이 감탄하자, 비서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미리 다 준비해뒀거든요. 맛있게 드세요.”

이 대표는 하준의 취향은 확고하다고 들어서 아이스 초코 하나와, 최선희의 취향은 잘 모르니 어른들이 선호할 만한 걸로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시간에 맞춰 카페에서 미리 사다 놓게 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준과 최선희는 이 대표의 준비성과 성의에 감사함을 표했다.

“별말씀을요. 우리 네이블리 성공에 큰 역할을 해주신 분들인데,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죠.”

이 대표는 하준 덕분에 네이블리가 단번에 이렇게 뜰 수 있었다면서 감사함을 표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제가 이번 네이블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었거든요. 네이블리는 처음으로 저 혼자 준비해서 런칭한 브랜드입니다. 아버지가 자본금만 빌려줄 테니 혼자 사업을 성공시켜 보라고 했거든요. 잘 해내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는데, 하준이 덕분에 런칭 하자마자 아주 좋은 실적을 냈습니다. 적어도 런칭 후 6개월은 고전할 거라 예상했던 터라,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하, 그러셨군요.”

최선희가 고개를 끄덕였고, 하준은 활짝 웃으며 자기도 첫 광고였다며 말을 이었다.

“저도 네이블리가 제 첫 광고였어요. 그래서 저를 광고 모델로 써 주신 대표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진심으로 잘 되길 빌었고요. 근데 정말 이렇게 빨리 잘 돼서 너무 다행이고 축하드려요.”

“오, 고맙다, 하준아. 근데 너 말 되게 잘한다. 엄청 똘똘하네.”

“감사합니다. 아, 근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어떻게 저를 모델로 선택하게 되신 거예요? 제가 지금은 그래도 드라마에 나오고 해서 얼굴이 좀 알려졌지만, 그때는 진짜 보도자료밖에 안 나갔었는데······.”

“음, 이건 진짜 그냥 감인데, 네 보도자료를 보고 좀 찾아봤는데, 보도자료마다 사진이 조금씩 다르더라? 근데 그 표정들과 포즈들이 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웠어. 그래서 너라면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만하다고 판단했지.”

“와, 제가요?”

“응, 몰랐어? 너 되게 호감인데? 하하.”

이 대표가 놀라는 하준이 귀여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곧 다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아버지가 말이야, 성격이 아주 불같으시거든. 그리고 기회를 잘 안 줘. 이번에 내가 이 사업 실패했으면 바로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일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잘 돼서 진짜 다행이야. 우리 아버지 밑에서 일하면 난 말라 죽었을 거야. 으으.”

이 대표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지 치를 떨었다.

보아하니 이 대표는 아버지를 엄청 무서워하는 눈치였다.

하준은 이 대표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의 아빠 윤기철과 저절로 비교가 되었다.

‘돈 많은 아버지보다 다정한 아버지가 훨씬 더 좋은데. 이 대표님도 힘들었겠다. 우리 아빠는 진짜 너무 좋은 아빠야. 더 잘해드려야지.’

다행히 이 대표는 이번 네이블리 런칭 성공으로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정말 제가 눈물이 다 날 뻔했다니까요. 아버지가 저한테 ‘잘했다’고 딱 한 마디 하셨는데, 30년 넘는 제 인생 동안 ‘잘했다’고 해주신 게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최선희는 아버지의 칭찬 한 마디에 감격한 이 대표를 보니 괜히 마음이 짠했다. 그래서 격려의 말을 전했다.

“앞으로 더 잘 될 거예요. 대표님 감도 좋으신 것 같고, 네이블리의 컨셉이나 디자인이 좋거든요.”

“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대표는 무척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대표는 이후로도 자신의 사업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꽤 말이 많은 편이었지만, 그런 대화를 통해 서로 더 친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가 말이 좀 많았죠? 이번 브랜드 런칭하면서 스트레스가 좀 많았는데, 사업하면서 힘들다는 이런 얘기를 직원들한테는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하소연을 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전 이런 얘기 듣는 거 좋아하거든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요.”

“저도요.”

사실 최선희는 시나리오를 쓰기에 이런 현실에서의 힘든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됐다.

하준도 나중에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커서 사업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이 대표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두 분 다 너그러우시네요. 감사합니다. 아, 이제 계약할까요?”

계약서는 저번과 광고모델료와 시기만 다르고 동일했기에 양쪽은 금방 사인을 마쳤다.

“이번에도 잘 부탁해.”

“네, 열심히 할게요.”

이 대표와 하준이 악수를 나눴다.

“자, 그럼 이제 회사 구경하러 가자.”

이 대표는 하준과 최선희에게 매너 있게 대표실 문을 열어주고 회사 안내를 시작했다.

“여기는 저희 마케팅 팀 사무실이에요.”

“와, 여긴 제가 많이 붙어있네요. 하하.”

마케팅 팀 내부 벽면에는 하준의 화보 사진이 많이 붙어있었다.

“하준아! 안녕하세요, 어머님.”

광고 촬영 때 만났던 마케팅 팀장 조일구가 얼른 달려나와서 하준과 최선희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마케팅팀 전체가 벌떡 일어나, 하준에게 반갑다며 인사했다.

“하준아, 반가워.”

“하준이 실제로 보니까 더 귀엽다!”

“맞아, 너무 귀엽고, 멋있어! 오늘 입고 온 옷도 너무 잘 어울린다. 그거도 우리 옷이지?”

“네, 맞아요.”

하준은 자기가 광고했으니 직접 네이블리 매장에서 옷을 몇 벌 샀는데, 이번에 네이블리 본사에 올 때 그 중 한 벌을 입고 왔다.

“역시 우리 하준이 센스가 있어!”

“감사합니다.”

이 대표는 마케팅팀 사무실에 이어 경영팀, 인사팀, 재무팀 사무실을 구경시켜 주었고, 9층의 회의실, 탕비실, 휴게실 등 공간도 보여주었다.

하준은 처음 보는 커다란 회사 사무실을 그저 신기해하며 구경했다.

또한 하준은 가는 곳마다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디자인팀 사무실로 가실까요? 디자인팀은 쇼룸이랑 같이 있어서 7층에 있어요.”

세 사람은 디자인팀 사무실을 구경하기 위해 7층으로 향했다.

디자인팀 사무실에는 커다란 테이블에 자와 가위, 원단, 실 등이 올려져 있고, 마네킹과 이미 완성된 샘플 옷들도 옷걸이에 많이 걸려 있었다.

하준은 옷 만드는 건 처음 봐서 신기해하며 디자인 팀원들이 직접 원단을 자르는 것도 구경했다.

“하준아, 회사 구경해보니 어땠어?”

이 대표가 디자인팀 사무실을 나오며 물었다.

“저 회사 구경 처음 해보거든요. 다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하고 진짜 재밌었어요!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하준이는 언제든 여기 놀러 와. 언제나 환영이니까.”

“와, 정말요?”

“그럼! 우리 광고 모델의 특전이랄까? 하하. 자, 그럼 마지막으로 쇼룸으로 가자. 거기는 우리 회사 옷들이 쫙 진열되어 있는 데야.”

“네!”

사무실 구경을 마친 뒤, 이 대표는 하준과 최선희를 쇼룸으로 안내했다.

“와, 옷 정말 많네요!”

“응, 우리 네이블리 옷 거의 다 있으니까. 아, 그리고 이번에 우리 여름 신상 옷들도 나왔거든. 하준아, 여기서 마음에 드는 옷 좀 골라봐 줄래? 코디해 줘도 좋고. 이쁘게 해주면 참고하려고 그래.”

“아, 네!”

하준은 이리저리 옷들을 매치해보며 20벌 가량의 상의와 하의 조합을 만들어 쇼룸의 한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잔뜩 펼쳐놓았다.

소품 중에는 모자와 양말, 벨트 등도 있었는데, 하준은 능숙하게 이것들까지 조합을 해 멋진 코디를 만들어 냈다.

“와······ 하준아, 너 코디 능력이 엄청 뛰어나구나! 잠깐만, 이건 참고 자료로 남겨야겠다.”

이 대표는 놀라워하며 얼른 디자인팀 직원을 한 명 불러 하준이 해준 코디를 사진 찍어 놓게 했다.

하준은 뿌듯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디자인팀 직원이 사진을 찍어 가고 나자, 이 대표가 대뜸 최선희에게 물었다.

“어머님, 차 가지고 오셨죠?”

“네, 차 가져왔어요. 근데 그건 왜요?”

“선물이 좀 많을 것 같아서요. 여기 하준이가 코디한 옷들 전부 하준이에게 선물로 주려고 하거든요.”

이 대표의 말에 하준과 최선희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에?!”

“이 많은 걸 전부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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