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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30화 (30/150)

30화

30화

“하준 군은 오디션에서 만장일치로 어린 세자 역에 캐스팅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점 때문에 캐스팅 됐다고 생각하나요?”

한 기자가 하준에게 물었다.

“일단 연기가 마음에 드셨다고 하셨어요. 제가 서재혁 형이랑 이미지가 비슷한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고요.”

그런데 하준이 대답을 마치자마자, 오 PD와 서재혁이 얼른 마이크를 들더니 끼어들었다.

“하준 군 말도 맞는데요, 거기에 가산점을 받은 특기가 있었습니다. 하준이가 그때 특기로 서예를 준비해 왔는데, 진짜 명필이라 다들 엄청 놀랐거든요.”

“심지어 한자를 썼다니까요. 논어에 나온 구절을요.”

오 PD와 서재혁은 마치 자기 자식 자랑을 하듯 신나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들과 MC는 깜짝 놀랐는지 장내가 술렁거렸다.

“하준 군이 노래를 엄청 잘하잖아요? 이번에 음원 1등도 했고요. 다들 아시죠? 아무튼, 그래서 당연히 특기로 노래를 불렀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서예를 준비해 왔다고요? 그 얘기 좀 더 해주세요.”

MC가 기자들 대신 궁금한 질문을 해주었다.

“저희도 너무 신기하고 놀랐어요. 특기로 서예를 준비해 온 것도 흥미로웠는데, 진짜 서예가 뺨치게 잘 씁니다. 그래서 이번에 어린 세자가 서찰 쓰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서찰을 하준 군이 직접 한자로 썼어요.”

”아, 그 장면은 내일 모레 첫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 PD와 서재혁은 마치 콤비처럼 하준을 칭찬하면서 방송 홍보까지 했다.

“와, 정말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그럼, 다시 하준 군에게 질문할게요. 하준 군은 어떻게 서예를 특기로 준비해 온 건가요?”

“사극에서 필요한 특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서예를 준비해 간 거였어요. 사극 출연을 위해 사극 톤 연습도 하고 서예도 배웠거든요.”

MC의 질문에 하준은 차분하게 답했고, 하준의 준비성과 진정성에 기자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배우들은 기자들의 반응이 좋자,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으로 기자들은 하준과 임세아에게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물었다.

“세아는 처음에는 좀 낯을 가리고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는데, 같이 촬영하다 보니까 말도 잘하고, 아역 선배로서 저한테 먼저 조언도 해주고 그래요. 극중 윤서는 엄청 말괄량이 성격인데, 실제 세아 성격이랑은 전혀 달라요. 근데 말괄량이 연기를 되게 잘해서 대단한 것 같아요.”

“하준이는 웃을 때는 귀엽고, 위엄 있게 말할 때는 멋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세자 옷이 너무 잘 어울려요.”

두 사람은 서로를 칭찬했고,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사극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뭐예요?”

“음, 아무래도 분장이랑 한복 입고 촬영하는 게 불편했죠. 근데 저희는 1, 2화 분량만 찍으면 되니까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임세아 양은 어려운 점 없었어요?”

“저는······.”

임세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하준을 힐끗 한번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사극 야외촬영장은 산에 둘러싸여 있고 그래서 벌레가 많아요. 근데 제가 벌레를 엄청 무서워하거든요. 한번은 제 치마에 벌레가 붙어서 막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하준이가 진짜 멋있게 벌레를 탁 쳐서 떼어줬어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제가 무서워하는 거 아니까 미리 근처에 벌레가 보이면 막 팔 휘둘러서 다른 데로 쫓아줬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별문제 없이 촬영했습니다. 하준이한테 너무 고마웠어요.”

“맞아요. 그때 정말 멋있었습니다. 8살 아이한테서 상남자를 느꼈죠.”

오 PD가 추가로 말을 덧붙였고, MC가 입을 쩍 벌리며 놀라는 표정을 하더니 하준에게 물었다.

“하준 군, 하준 군은 벌레 안 무서웠어요?”

“네, 전 좀 적응돼서 벌레는 별로 안 무서워해요.”

“와, 저도 방금 느꼈습니다. 상남자······.”

하준의 단호함에서 멋짐을 느낀 MC가 감탄하자, 오 PD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하준 군은 평소에 거의 귀엽고요, 자주 어른스럽고, 가끔 남자다워요. 게다가 연기도 잘하니, 촬영하기 정말 편했어요. 아, 세아 양도 그렇고요.”

“와,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기대가 되네요. 아, 감독님, 그럼 아역 배우들이 활약하는 1,2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가 있을까요?”

“정말 아름답게 나온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거의 하늘이 우리 <월야>를 돕는다고 느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는데요, 아까 하이라이트 영상에도 나왔습니다.”

“엇, 혹시 벚꽃 흩날리던 그 장면인가요?”

MC가 자기가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언급하며 슬쩍 물었다.

“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오, 역시! 저도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거든요. 너무 아름답다 싶었습니다.”

“그렇죠? 그 장면에서 바람이 휙 불면서 벚꽃이 흩날리는데, 정말 장관이었어요.”

“와, 그게 인위적으로 한 게 아니라 바람이 준 선물이었군요? 제가 봐도 장관이었습니다. 이거 1화를 안 볼 수가 없겠는데요? 벌써 보고 싶은 장면이 여러 갭니다.”

잠시 후, 기자들의 질문은 모두 끝났고, 마지막으로 MC가 배우들에게 인사를 부탁했다.

“내일모레 밤 10시, SBC에서 방송하는 월화드라마 <월야>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1,2화에 나올 아역들 사이가 성인인 저희들 못지않게 간질간질하니까, 꼭 1화부터 본방사수 해주세요.”

“월요일, 화요일 밤 10시의 후회 없는 선택일 거라 확신합니다. <월야> 많이 사랑해주세요!”

하준과 임세아는 미리 준비한 모션과 멘트를 함께 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한 팔을 들어 하트를 그리며 동시에 외쳤다.

“<월야>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아!”

아역 배우들의 귀여운 외침에 기자들과 배우들은 웃으며 박수를 보냈고,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월야>의 제작발표회는 그렇게 웃으며 끝이 났다.

***

드디어 <월야>의 첫방송 날이 되었다.

하준은 자기가 처음 찍은 드라마의 첫 방송이니 꼭 시청하겠다면서 잘 시간임에도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윤기철과 최선희는 하준이 편히 소파에 앉게 두고, 자신들은 소파 앞 테이블에 간식거리들을 놓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았다.

“우리 하준 세자가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나왔을까, 너무 궁금하네!”

윤기철은 <월야>의 첫 방송을 그 누구보다 고대하고 있었다.

최선희는 그래도 하준의 촬영장에 따라다녀서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윤기철은 기껏해야 하준이 세자 복장을 한 사진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특히 더 궁금했던 것이다.

“하암······.”

소파에 앉은 하준이 하품을 하더니 눈을 비볐다.

윤기철은 그런 하준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하준아, 졸려? 그럼 들어가서 자. 다시보기로 봐도 되잖아.”

“그래도 첫 드라마 첫 방송인데 봐야지······.”

“그럼 보다가 너무 졸리면 자. 알겠지?”

“응······.”

“어? 한다, 한다!”

윤기철을 얼른 TV로 눈을 돌렸고, 하준은 그렇게 반쯤 감긴 눈으로 <월야> 첫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둘 다 아무 말 없이 중간중간 조용히 감탄사만 터뜨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이 되면 그제야 신나게 방금 하준이 나왔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와, 우리 하준이, 역시 사극 연기도 너무 잘하네! 직접 봤으면 더 좋았을 걸, 아쉽다.”

“그럼 당신이 하준이 매니저 할래?”

윤기철의 말에 최선희가 웃으며 윤기철을 떠보았다.

“그러고 싶지만, 나도 내 일을 해야지. 아, 당신, 혹시 힘들어? 그럼 내가 하고.”

윤기철은 혹시라도 최선희가 힘들어서 그런가 싶어 물었다.

“아니, 하나도 안 힘들어. 오히려 즐겁지. 하준이랑 놀러 다니는 느낌이거든.”

“아, 나도 하준이랑 놀러 다니고 싶은데, 내가 매니저 할까······?”

윤기철은 진심으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다 하준에게 물어볼까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하준······.”

윤기철은 하준을 부르려다가 얼른 말을 멈췄다.

하준이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픽 쓰러져 새근새근 자고 있었던 것이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서로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했다.

그러고는 잠시 사랑스러운 하준의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은 잠이 든 하준이 너무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윤기철은 곧 하준을 조심조심 안아 하준의 방에 뉘어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다.

“아까 그렇게 참을 거라고 하더니 어느새 잠든 거 봐. 귀여워 죽겠어.”

“우리 하준이는 깨어 있을 때나 잠들었을 때나 귀염둥이지. 호호. 아, 얼른 <월야> 계속 보자.”

“어, 맞다. <월야> 봐야지.”

두 사람은 다시 <월야>를 계속 시청했다.

<월야> 1화에서는 3분의 2 이상이 어린 세자 이준과 수라간 생각시 윤서가 만나서 우정을 쌓는 이야기였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이 많이 나오니 좋아서 흐뭇하게 드라마를 보았다.

<월야> 1화의 줄거리는 대강 이랬다.

세자 이준과 생각시 윤서는 약과 덕분에 서로를 처음 만나게 되고, 같이 몰래 궁궐 밖 저잣거리에도 나가보고, 이준이 윤서에게 노리개도 선물해 준다.

또한 이준은 뭔가 새로운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윤서를 불러 먹였고, 윤서는 답례로 수라간에서 배운 요리를 몰래 이준에게 해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일로 윤서는 수라간에서 음식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이준은 윤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였을 때 나타나 윤서를 구해준다.

이후, 이준이 윤서를 총애한다는 사실을 이준의 아버지인 임금 한종이 알게 되면서 1화는 끝이 났다.

“와, 재밌네! 우리 아들이 나와서가 아니라, 내용이 흥미로워. 연출도 좋고, 색감도 좋다. 이대로만 퀄리티 유지하면 잘 될 거 같은데?”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윤기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치? 풋풋하고 간질간질하니 좋다.”

최선희도 동의했다.

두 사람은 다른 시청자들도 그렇게 느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곧바로 드라마를 검색해 <월야> 시청자 토크에 올라오는 글을 확인해보았다.

시청자 토크에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와, 하준이란 애 연기 정말 잘한다 bb 잘생겼는데 연기도 잘하고, 어린 세자 대박!]

[예고편 ㅠㅠ 애기 이준 눈물 흘리는 거 봄?? 벌써 슬프다······]

[우리 애기 준서 커플 그냥 사랑하게 해듀세여!!]

[아역들 몰입도 좋다~ 둘다 성인 주인공들이랑 닮았어 ㅎㅎ]

[존잼 꿀잼 허니잼~~]

[월화는 너로 정했다! 아역부터 넘나 재밌음]

“역시 반응 엄청 좋은데? 하하. 다들 칭찬 일색이야. 하준이 연기 잘한다고.”

“그러게. 칭찬밖에 없네! 아, 그럼 여기 클립 영상들 반응도 좀 보자.”

드라마의 주요장면들을 짧게 잘라 올려놓는 클립 영상에는 댓글을 달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뒷부분의 주요영상까지 모두 올라온 것은 아니었으나, 앞에 나온 영상들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달고 있었다.

특히 벚꽃이 휘날리던 이준과 윤서의 첫 만남 씬은 유쾌하고 새로웠다면서 압도적인 조회수와 좋아요를 얻고 있었다.

“여보, 우리도 하트 다 넣어주자.”

“맞아, 그래야지!”

두 사람은 클립영상들에는 전부 좋아요를 넣어주고, 댓글들 중에는 마음에 드는 댓글에 좋아요를 넣어주었다.

그렇게 한참 영상과 댓글을 구경하고 있는데, 드라마 영상이 아닌 메이킹 영상이 갑자기 올라왔다.

하나도 아니고, 세 개씩이나.

“어? 이거 전부 하준이랑 세아인데?”

메이킹 영상의 썸네일이 전부 하준과 세아였다.

안 그래도 윤기철은 촬영 현장이 궁금하던 차였기에 얼른 메이킹 영상을 눌러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메이킹 영상의 조회수가 쑥쑥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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