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29화
“여보세요. 범우 삼촌!”
하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한범우였다.
-하준아!! 음원차트 봤어?
한범우는 하이톤의 흥분된 목소리로 곧바로 물었다.
“네,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삼촌한테 막 전화 걸려던 참이었어요.”
-오, 그래? 이심전심이었네! 아, 하준이는 아직 이 말 모르나?
“알아요. 마음이 통했다는 뜻이잖아요.”
-와, 맞았어. 우리 하준이 엄청 똑똑하구나! 하하. 아무튼, 이게 얼마만의 1위인지 모르겠다. 다 우리 하준이 덕분이야! 고맙다!
“에이, 삼촌이 인기가 훨씬 많으신데 어떻게 제 덕이에요?”
-내 솔로곡으로는 1등을 못 했으니까, 하준이 덕 맞지.
한범우는 여러 번 하준에게 고맙고, 축하한다고 했다.
하준 역시 한범우에게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최선희에게 온 전화는 최 대표였다.
최 대표 역시 하준이 음원차트 1위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려고 연락한 것이었다.
-작가님, ‘꽃바람’이 음원차트에서 1위 한 거 보셨어요?
“네, 방금 봤어요. 지금 체리에서 댓글 보고 기뻐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러셨군요. 근데 그럼 그것도 아세요? 체리뿐만 아니라 버그, 폴라, 파인애플뮤직에서도 1위예요. 음원차트 올킬이라고요!
“네에? 정말요? 어머어머!!”
최선희는 발을 가볍게 동동 구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준이한테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아, 근데 계속 전화 들어오네요. 이따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최 대표는 얼른 전화를 끊었고, 최선희는 하준의 방으로 달려가 음원차트 올킬 소식을 전했다.
“우와! 다른 사이트에서도?”
최선희와 하준이 다른 음원사이트에도 접속해서 확인해보니 최 대표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이네! 엄마, 나 처음이야! 1등도 처음이고, 이렇게 여러 곳에서 1등 한 것도 처음이야.”
하준이 감격해서 외쳤다.
그러자 최선희가 하준에게 축하 박수를 보냈다.
“그랬어? 축하해, 아들.”
“고마워, 엄마.”
“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하준이가 오디션 봐서 캐스팅된 게 오디션 본 아이들 중에서 1등 했다는 뜻 아닌가?”
“어······? 그러네! 와, 나 1등 해봤었구나! 헤헤.”
하준이 그 생각을 못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때, 또다시 하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하준이 전화를 받아보니 이번에는 하준의 짝꿍인 지수연이었다.
-하준아! 네 노래가 1위 했더라? 축하해. 노래 엄청 좋아!
“고마워!”
지수연의 전화를 시작으로 친구들의 축하 전화가 빗발쳤다.
또한 친구들의 전화가 잠잠해진 후에는, <월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아역 배우 임세아와 <죽지 않는 백화점>에서 하준의 부모 역할이었던 김지숙, 차우민에게도 축하 전화가 왔고, 하준과 친분이 있던 스태프들 몇몇에게도 연락이 왔다.
윤기철도 꽃바람의 1위 소식을 듣자마자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하준이 다른 사람들의 축하 전화를 받느라 계속 통화 중이자, 최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하준이 통화 중이야?
“응, 지금 축하 전화 때문에 하준이 휴대폰에 불나. 호호.”
-그렇구나. 우리 하준이 축하해주는 사람들 많아서 좋네. 그럼 나는 이따 집에 가서 거하게 한우로 축하해줘야겠다.
“오, 물질적인 축하 너무 좋지! 하준이 덕에 나도 덤으로 한우 실컷 먹겠다.”
최선희가 웃으며 기뻐했다.
그날 저녁, 윤기철은 한우 꽃등심을 잔뜩 사 왔고, 세 사람은 하준의 음원 1위를 축하하는 한우 파티를 벌였다.
***
5월 첫째 주의 어느 날, 하준은 최선희와 함께 <월야>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의 어느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먼저 와서 대기 중이던 <월야>의 오 PD님과 주연 배우인 서재혁, 홍유진 등이 반갑게 하준을 맞았다.
“오, 하준이 왔구나!”
“하준이 그 사이에 더 멋있어진 것 같은데?”
“하준아, 잘 지냈어?”
하준이 어김없이 배꼽 인사를 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맞다, 그 사이에 엄청난 일이 있었지! 하준이 너 음원 1등 했잖아. 축하해!”
“하준아, 1등 축하한다. 우리 하준이가 팔방미인이야, 팔방미인. 연기도 그렇게 잘하는데, 노래도 어쩜 그렇게 잘하니.”
“맞아요. 노래 너무 좋더라. 누나도 맨날 그 노래만 들어.”
“나도! 오늘 오는 길에도 그거 들으면서 왔다니까. 아, 벌써 2주 다 돼 가는데, 아직도 1위더라. 너무 축하해.”
그들의 축하에 하준은 다시 한번 배꼽 인사를 하며 고마워했다.
“감사합니다. 다 형들이랑, 누나들, 감독님이 많이 들어주신 덕분이에요.”
“아구, 귀여워. 우리 하준이는 여전히 말도 잘하네.”
“하준아, 이리 와봐.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
서재혁은 하준을 끌고 와 자신에 무릎 위에 앉히고는 질문 공세를 시작했다.
“음, 학교 다니고, 피아노 연습도 하고, 엄마랑 피자도 만들고, 아! 저번 주에는 <월야> 포스터 촬영했어요.”
“오, 그랬어? 포스터 촬영도 다 같이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치? 형 안 보고 싶었어?”
포스터 촬영은 아역과 성인이 따로 촬영했기에 서재혁은 하준을 못 봐서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나도! 아, 형이 하준이 1위 기념 선물 가져왔는데 자, 이거.”
서재혁은 쇼핑백에서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된 커다란 직사각형 상자를 꺼내 하준에게 건넸다.
“와, 감사합니다. 엄청 크네요. 이거 바로 열어봐도 돼요?”
“그럼!”
하준이 선물을 뜯어보니 그건 바로 조립식 로봇이었다.
“우와! 이거 직접 조립하는 거죠? 조립하면 여기 사진처럼 로봇 나오는 거예요?”
“응, 그리고 이 로봇이었다가, 차로도 변신시킬 수 있어. 혹시, 이런 거 집에 있어?”
“아뇨. 없어요.”
“다행이다!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너무 좋아요! 저 이런 거 해보고 싶었거든요. 감사합니다, 형.”
하준이 상자의 로봇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열심히 구경했고, 그 모습을 본 서재혁은 하준이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뿌듯했다.
어른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하준은 이제 곧 진행될 제작발표회를 차분히 앉아서 기다렸다.
그제서야, 임세아가 슬그머니 하준에게 다가왔다.
“하준아, 안녕. 잘 지냈지?”
“응, 안녕. 난 잘 지냈는데, 너도 잘 지냈어?”
“응, 아, 하준아, 너 제작발표회 해봤어?”
“아니, 오늘 처음이야.”
“난 두 번 정도 해봤는데. 근데 기자들 엄청 많이 와 있다? 그리고 맨 처음에 사진 찍는데, 막 카메라 플래시 엄청 터져서 눈부셔. 난 처음에 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되게 떨렸었어.”
“아, 그렇구나. 몰랐어. 기자들이 엄청 많이 오는구나.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네. 그리고 또?”
“음, 또······.”
임세아는 제작발표회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하준에게 자신이 힘들었던 점이나 주의사항을 아는 대로 알려주었다.
또한 긴장될 때 자신의 꿀팁도 알려주었다.
“알려줘서 고마워.”
“에이, 뭘. 우리 사이에.”
하준이 고맙다고 하자, 임세아는 무척 뿌듯해하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드디어 <월야>의 제작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월야>의 주조연배우 4인, 하준과 임세아는 제작발표회가 진행되는 연회장으로 들어가서 포토타임부터 가졌다.
먼저 주조연배우들의 사진촬영이 이뤄졌고, 다음으로 하준과 임세아의 차례가 되었다.
먼저 하준이 무대에 올라섰고, MC가 소개했다.
“<월야>의 어린 세자 역을 맡은 배우 하준 군입니다.”
임세아가 말해준 대로 기자들이 바로 앞에 엄청 몰려 있었다.
‘사람들 진짜 많다······. 다들 카메라도 들고 있네.’
하준은 일단 배꼽인사를 했다.
인사만 했는데도 사방에서 플래시가 번쩍 번쩍 터졌다.
하준은 눈이 부셔서 눈을 깜빡였고, 긴장도 되어 차렷 자세로 굳어 버렸다.
다행히도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MC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준 군은 긴장한 모습도 귀엽네요. 하준 군, 손 한 번 흔들어 줄래요?”
하준은 MC의 말에 일단 오른손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굳어 있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아! 그거 해볼까?’
하준은 속으로 긴장을 풀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자, 임세아의 꿀팁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이 모든 상황이 연기라고 생각하는 것.
‘그래, 난 아역 배우 역할이고, 지금은 촬영 중인 거야. 아역 배우가 기자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는다.’
하준은 스스로 설정을 만들어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금세 하준의 긴장감은 풀어지고 주목을 받는 아역 배우로서 즐거운 감정이 샘솟았다.
그렇게 긴장이 풀어지자, 그 다음에는 자연스러운 포즈가 술술 나왔다.
“하준 군, 좋습니다. 왼쪽부터 손으로 하트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 아휴, 너무 귀엽습니다.”
하준은 작고 통통한 두 손을 모아 하트를 만들어 사방으로 보여주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는 기자들이며, 구경을 하던 관계자들 모두 엄마, 아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준의 단독 포토타임 이후, 임세아도 포토타임을 가졌고, 두 사람이 함께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주조연배우들과 아역배우들 모두 모여 단체샷을 찍었고, 이것으로 포토타임은 마무리되었다.
포토타임이 끝나자, 오 PD, 주조연배우들, 하준과 임세아가 일렬로 기자들 앞에 쭉 앉았고, MC의 소개로 제작발표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SBC 월화드라마 <월야>의 제작발표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월야>는 수라간 궁녀인 임윤서와 훗날 조선의 왕이 되는 이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가상 사극 로맨스입니다. 먼저 하이라이트 영상 잠시 보시고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월야>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약 5분간 방영되었고, 이어 한 사람씩 간단한 인사를 한 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먼저 오지훈 감독님, <월야>의 기획의도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네, <월야>는 커가면서 점점 세태에 찌들어 성격이 차갑게 변한 세자가 어릴 적 만났던 한없이 순수한 첫사랑 궁녀를 다시 만나면서 점점 따뜻한 왕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궁녀가 그냥 일반 궁녀가 아니고 수라간 궁녀인데요, 그럼 음식 이야기도 함께 나오겠군요?”
“네, 매회 다양한 궁중 음식들이 등장할 예정이고요, 음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배우 분들의 각자 캐릭터 소개를 들어볼까요?”
주연배우인 서재혁을 시작으로 배우들은 각자의 배역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준의 차례가 되었다.
하준은 마이크를 들고 준비해 온 대답을 또박또박한 말투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제가 맡은 어린 세자 이준은 아직은 세상의 근심이 없는 개구쟁이입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앞에서는 차분하고 착한 아들인 척하지만, 혼자 동궁전에 남겨지면 나무에 올라가거나 몰래 궁 밖에도 나가는 등 다양한 일탈을 즐기는 아이입니다.”
‘근심’이라든지, ‘일탈’이라는 단어가 8살 아이와는 괴리감이 있어서 기자들과 배우들 사이에서 은근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물론 이것은 어른스러운 하준이 귀여워서 나온 웃음이었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개가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감독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배우들 캐스팅에서 가장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연기력을 가장 많이 고려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미지도 신경을 많이 썼죠. 각 배우들의 이미지도 그렇고, 아역 배우가 성인 배우로 변했을 때 괴리감이 없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오 PD가 성인 배우들과 아역 배우들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하자, MC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습니다. 서재혁 배우님과 하준 군의 싱크로율이 남다르죠. 아, 그리고 홍유진 배우님과 임세아 양도 무척 닮았습니다. 그래서 아역 배우들이 발표됐을 때 대중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걸로 압니다. 자, 그럼 다음 질문 해주세요.”
기자들은 처음에는 주로 성인배우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아역배우들에게로 질문이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