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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22화 (22/150)

22화

22화

“엄마, 나 어때?”

한범우에게 선물 받은 옷을 입은 하준이 양팔을 벌리고 빙그르르 돌며 최선희에게 물었다.

한범우는 <유이열의 음악노트>에 출연할 때 입고 오라며 네이비색 체크 무늬 남방과 베이지색 면바지, 그리고 흰 데님재킷을 선물했다.

“와, 너무 멋있네, 우리 하준이. 오늘 <유이열의 음악노트> 보러온 관객들이 다들 반하겠는데?”

“헤헤. 엄마,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대.”

“내 새끼는 남들이 봐도 다 이쁠걸? 아, 이쁘다.”

최선희는 하준이 예뻐 죽겠다는 듯 꼬옥 안아 준 다음, 하준과 함께 집을 나섰다.

얼마 후, 하준과 최선희가 도착한 곳은 <유이열의 음악노트> 녹화장이었다.

하준이 녹화장에 들어서자마자,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준을 둘러쌌다.

“안녕, 하준아. 너 오늘 엄청 멋있다!”

“네가 하준이구나! 실제로 보니까 더 잘생겼어.”

“귀여워. 오늘 옷도 되게 멋있게 입고 왔네. 호호.”

“자식, 어릴 때도 이렇게 잘생겼는데, 크면 또 얼마나 멋있을 거야. 크, 근데 연기도 잘하고. 우리나라 연예계 앞날이 아주 밝네, 밝아.”

하준은 칭찬하는 스태프들에 둘러싸여 이쪽저쪽에 배꼽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준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들은 스태프들은 더 귀엽다며 난리였다.

그때, 유이열이 나타났다.

“왜들 몰려 있어? 어? 하준이 왔구나!”

유이열을 스태프들을 가르며 하준에게 달려왔다.

“아이구, 너 진짜 귀엽다. 아저씨 알아?”

“네, 유이열 아저씨요. 안녕하세요.”

“오, 그럼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게?”

“작곡가요.”

“엇. 어떻게 알았어? 한범우 삼촌이 알려줬어?”

유이열은 어린 아이가 자신이 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되물었다.

보통은 모른다거나 이 프로그램 MC라고 답하는데 말이다.

“한범우 삼촌이 알려주긴 했는데요, 전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궁금해서 핸드폰으로 찾아봤거든요.”

“와, 얘는 애가 됐네. 자기 출연하는 방송 MC라고 사전 조사 딱 해온 거 봐. 하하.”

유이열은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특해했다.

잠시 후, 한범우와 다른 출연 가수들이 도착했는데, 다들 하준을 보고 싶었다며 하준에게 모여들었다.

“하준아, 누나 알아?”

여가수 라엘이 하준 앞에 눈높이를 맞춰 쪼그려 앉은 채 말했다.

“네, TV에서 본 적 있어요.”

“그럼 누나 노래도 들어봤어?”

“네, 이번 신곡 알아요. ‘꽃길을 걷자’요.”

라엘의 ‘꽃길을 걷자’는 봄을 겨냥해 낸 노래였다.

“오! 내 신곡도 알고 있었어? 오구, 이뻐!! 우리 하준이, 누나 노래처럼 꽃길만 걸어.”

라엘은 하준의 귀염뽀짝한 손을 쪼물락 대며 자신의 신곡까지 알아준 하준에게 덕담을 해주었다.

“우리 하준이 너무 귀엽지?”

옆에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한범우가 하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마치 자기가 진짜 삼촌이라도 되는 양 자랑스럽게 물었다.

“네, 너무 귀여워요! 선배님 뮤비에서 봤는데, 연기도 정말 잘하더라고요.”

“그치? 내가 연기는 진짜 못하잖아. 우리 하준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지. 하준이가 연기를 어찌나 잘하던지, 뮤비 찍을 때 다들 엄청 깜짝 놀랐다니까.”

“뮤비 보고 저도 놀랐어요. 특히 눈물 연기가 뭐랄까, 아이 같지 않게 디테일한 느낌? 눈물 연기에서, 아, 노래로 치면 크레센도를 느꼈달까요?”

크레센도는 ‘점점 세게’라는 뜻의 음악용어였다.

“오, 맞아! 뮤비 감독님이 감정이 서서히 차오르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그걸 딱 그렇게 표현하더라고. 기가 막혔지! 아, 또 기가 막힌 게 있는데 말이야.”

“뭔데요?”

“오늘 우리 하준이 노래 기대해. 얘가 연기에서만 그렇게 디테일한 게 아니거든.”

“어머! 얘 노래도 잘해요?”

라엘이 손뼉이 짝 치며 놀라워했다.

옆에서 아빠 미소로 하준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출연 가수 박윤재도 이번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마디 했다.

“하준아, 살살해. 그러다 우리 다 쓰러진다.”

안 그래도 벌써 하준의 귀여움이 치사량인데, 노래까지 너무 잘하면 다들 큰일 날지도 모른다는 농담이었다.

그때, 한 스태프가 큰소리로 외쳤다.

“리허설 들어가겠습니다!”

리허설이 시작되자, 먼저 라엘과 박윤재가 노래와 토크 리허설을 했고, 마지막으로 한범우와 하준의 차례가 되었다.

한범우의 노래야 워낙 믿고 듣는 노래라 리허설에서는 주로 한범우가 음향 조절 등의 요구를 하는 정도로 마무리되었고, 다음으로 이번 신곡 ‘단 하루만’의 리허설이 이어졌다.

녹화장의 사람들은 모두들 ‘단 하루만’의 후렴 부분에 등장할 하준을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후렴 부분.

하준이 무대 뒤에서 걸어 나오며 한범우와 하준의 하모니가 녹화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헙······!”

사람들은 두 사람의 하모니가 너무 아름다워서 할 말을 잃었다.

거기다 하준은 아이답지 않게 능숙한 강약 조절을 선보였다.

사실 처음에 하준과 노래를 연습해봤을 때, 하준은 노래를 잘하긴 했지만, 강약 조절까지는 이 정도로 능숙하지 않았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또 누군가와 함께 화음을 맞춰 부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범우가 약간의 조언을 해주고 강약 조절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하준은 스펀지처럼 가르쳐 준 내용을 쭉쭉 흡수하더니 곧바로 한범우가 지도해준 그대로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냈다.

‘우리 하준이는 정말 천재인가 봐! 아이고, 잘한다.’

한범우는 하준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마지막에는 하준과 손을 다정하게 손을 잡고 인사하며 노래를 마무리했다.

노래가 끝나자, 휘둥그레진 눈으로 한범우와 하준을 지켜보던 스태프들과 가수들은 환호와 박수로 얼마나 그들이 감동 받았는지를 표현했다.

“와아! 너무 좋다.”

"진짜 잘한다!"

“하준이 연기 신동에다, 노래 신동이네!”

“크, 노래까지 이렇게 잘해도 되는 거야?”

하준은 이렇게 칭찬을 잔뜩 받고 리허설을 마쳤다.

리허설이 끝난 뒤, <유이열의 음악노트> 녹화장에 관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곧이어 녹화가 시작되었다.

앞선 차례인 라엘과 박윤재가 노래하고 토크 하는 것을 대기실에서 지켜보던 하준은 조금 긴장이 되는지 최선희에게 말했다.

“관객들 진짜 많다아······. 그치, 엄마?”

“응, 왜, 우리 하준이, 떨려?”

“조금.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떨 필요 없어.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아까 리허설 때처럼만 하면 돼.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마음 편히 가져.”

최선희는 하준의 등을 쓰다듬으며 따뜻한 엄마의 손길로 하준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하준 군, 이제 나갈 시간입니다.”

하준이 등장할 차례가 되자, 스태프 하나가 하준을 데리러 왔고, 하준은 그를 따라 무대 뒤로 이동했다.

무대에서는 한범우가 ‘단 하루만’을 열창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후렴 부분이 시작될 때, 하준이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단 하루만 자유로운 아이가 되고 싶어 그래야 내 마음을 너에게 전할 텐데~”

관객들은 하준을 보자마자 너무 귀여워서 입을 틀어막기도 하고, 옆 사람과 놀라는 눈빛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들은 처음에 하준의 귀염뽀짝한 모습에 반했는데, 마지막에는 하준의 노래 실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노래가 끝나자 우렁찬 박수와 함성에 가까운 환호를 한참 동안 보냈다.

“와, 이쪽으로 오시죠. 하준 군은 여기 가운데 앉아요.”

유이열이 한범우와 하준을 자리로 안내하고 두 사람을 바로 소개했다.

“이번에 ‘단 하루만’으로 돌아온 한범우 씨와 한범우 씨의 ‘단 하루만’ 뮤직비디오에서 천재적인 연기로 엄청난 화제를 낳고 있는 하준 군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발라드 가수 한범우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역 배우 하준입니다.”

관객들은 환영의 박수를 보내주었고, 유이열은 준비된 토크를 시작했다.

“한범우 씨, 이번 신곡 ‘단 하루만’이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하준이한테 너무 고마워요. 제 신곡이 사랑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우리 하준이가 아닐까 싶거든요.”

한범우는 토크 시작부터 하준의 칭찬을 하느라 바빴다.

“오, 하준 군이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아주 화제가 됐죠. 하준 군은 인기 실감 나요, 어때요?”

“제가 요즘 영화 촬영 중인데요, 거기 스태프 형들, 누나들이 그 뮤직비디오 보고선 막 사인해 달라고 해서 신기했어요.”

“아, 우리 하준 군이 연기를 정말 잘해서 윤기철 감독님의 <죽지 않는 백화점>에 캐스팅됐대요. 그 영화 촬영 중인 거 맞죠?”

유이열은 굳이 언급을 해서 <죽지 않는 백화점> 홍보도 해주었다.

“네, 맞아요.”

“아무튼, 그래서 사인 많이 해줬어요?”

“아뇨. 제가 그때 사인이 없어서 못 해줬어요. 그래서 지금은 만들었어요.”

“아이, 귀여워라. 이따가 나도 사인 해주고 가요. 알았죠?”

유이열이 눈을 찡긋하며 부탁했다.

“네, 해드릴게요.”

“고마워요. 아, 한범우 씨, 한범우 씨 노래 실력은 전국민이 다 아니까 얘기 안 할게요. 근데 어떻게 하준 군과 듀엣을 할 생각을 한 거예요? 그것도 이렇게 아름답게 화음으로요.”

유이열의 질문에 한범우는 다시 한번 하준 칭찬에 발동을 걸었다.

“사실 하준이가 처음에 노래 안 해봤다면서 떨린다고 같이 노래하는 거에 부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연습 한번 해보고 정 어려울 것 같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단 연습만 해보자고 했죠. 근데 하준이가 연습 삼아 노래를 불렀는데 와······ 제가 말 안 해도 여러분 아시겠죠?”

“네에!”

관객들은 한범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처음 노래를 시켜봤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잘했다는 말씀인가요?”

“네, 처음부터 목소리도 좋고 너무 잘하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처음부터 말도 안 하고 하준이 노래 부르는데 지금 부른 것처럼 화음 막 넣었었거든요.”

“이야, 난 맨날 누가 옆에서 화음 넣으면 남의 음 막 따라가지던데. 그래서 전 막 이렇게 양쪽 귀 막고 부르잖아요. 하하.”

“맞아요, 많이들 그러시죠. 근데 하준이는 절대 안 따라가요. 너무 신기했어요. 남 페이스에 안 말려요.”

“크, 하준 군은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팔방미인이네! 근데 참, 여기 연기를 너무 잘해서 초대했는데, 노래를 또 너무 잘해서 노래 얘기하느라 연기 얘기를 못 했네요. 하준 군, 뮤직비디오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잖아요?”

“네.”

“촬영하면서 어려운 연기는 없었어요?”

“음, 없었던 것 같아요.”

하준의 대답에 관객석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고, 그때, 한범우가 끼어들었다.

“제가 그때 좀 구경했었는데요, 하준이는 NG도 없고 그냥 척척이었어요. 다들 막 극찬하고 난리였어요. 그 뮤비도 거의 한 번에 다 찍은 거예요. 시간도 얼마 안 걸렸다니까요.”

“오, 대단하네요. 그럼 좀 힘든 요구일 수도 있는데, 하준 군, 눈물 연기 한 번만 보여줄 수 있어요?”

하준은 유이열이 부탁하자마자, 곧바로 눈물을 글썽이더니 정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유이열은 순식간에 하준이 눈물을 흘리자, 무척 놀라워했고 얼른 하준을 달랬다.

“아구, 그 정도면 됐어요. 눈물 떨어지는 데 마음이 너무 아프네.”

유이열이 심장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관객들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원래 <유이열의 음악노트>에서 토크는 그다지 길게 하지 않았는데, 한범우와 하준은 꽤 오래 대화를 나눴고, 마지막으로 유이열이 말했다.

“자, 한범우 씨, 오늘 마지막 곡은 하준 군과 함께 부르신다면서요? 어떤 노래죠?”

“네, 제 노래 중에, 봄에 잘 어울리는 ‘꽃바람’이라는 노랩니다.”

“누가 작곡한 거죠?”

유이열이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유이열 선배님이 작곡해주신 곡입니다.”

“아하하. 좋은 노래죠. 근데 이거 꽤 어려운 곡이에요. 리듬감이 중요하거든요. 그럼 제가 피아노 반주를 해드릴게요.”

유이열의 반주에 맞춰 한범우와 하준은 미디엄 템포의 노래, ‘꽃바람’을 열창했다.

“바람에 실려 날아온 꽃잎은~”

“너의 향기를 품었네~”

‘꽃바람’은 하준에게도 잘 어울리는 상큼발랄한 노래였는데, 하준은 어렵다는 리듬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훌륭한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리듬을 타며 살랑살랑 움직이는 하준의 몸짓에 관객들은 모두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녹화가 끝난 뒤, 녹화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당연히 하준이었다.

“하준이 너무 귀여워!!”

“내 말이. 몸 요렇게 요렇게 움직이는 데 심쿵사 할 뻔했잖아.”

“애기가 진짜 너무 이쁘더라.”

“한범우도 눈에서 하트 나오더라. 근데 나 같아도 그럴 거야.”

“근데, 하준이, 팬카페 있나?”

“그러게, 궁금한데 찾아보자.”

20대 중반의 여자들이 신나게 하준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휴대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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