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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21화 (21/150)

21화

21화

뜻밖에 찾아온 손님은 바로 가수 한범우였다.

심지어 한범우는 간식으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잔뜩 사 들고 왔다.

“안녕하세요!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한범우입니다. 간식 좀 드시고 하세요.”

스태프들은 뜬금없는 한범우의 출현에 깜짝 놀랐지만, 한범우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무척 반가워했다.

또한 간식까지 이렇게 가져왔으니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한범우는 매니저와 함께 간식을 나눠주며 하준을 찾았다.

“근데 하준이는 어디 갔나요?”

“잠깐 화장실 갔어요.”

“아, 네.”

간식을 받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감사 인사를 하고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태프들 중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한 스태프가 한범우에게 물었다.

“근데, 이거 왜 사주시는 건가요?”

“아, 이거 하준이가 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준이한테 잘 보이려고 사왔거든요. 부탁할 게 좀 있어서요. 어? 하준아!!”

한범우는 세트장으로 들어오는 하준을 발견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준에게로 달려갔다.

“범우 삼촌?”

“우리 하준이, 잘 지냈어?”

한범우가 하준의 말랑한 볼을 양손으로 가볍게 비비며 친근하게 물었다.

“네, 근데 여기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우리 하준이 보러 왔지! 삼촌이 간식도 사 왔어. 여기 샌드위치랑, 하준이는 특별히 흰 우유로!”

한범우는 매니저가 따로 챙겨둔 하준의 샌드위치와 우유를 건네받아 하준에게 안겨주었다.

“와, 맛있겠네요. 마침 지금 막 속이 비었는데.”

하준이 배시시 웃으며 좋아했다.

한범우는 최선희에게도 인사한 뒤 샌드위치를 주었고, 두 사람과 함께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삼촌, 샌드위치 엄청 맛있어요.”

“다행이다. 어머님은 어떠세요?”

“정말 맛있네요. 이렇게 간식도 사다 주시고, 하준이도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범우의 물음에 최선희는 웃으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자 한범우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휴, 아닙니다. 하준이 덕분에 이번 뮤직비디오가 엄청 화제가 됐어요. 그래서 약소하게나마 고마움도 전하고, 또 할 얘기도 좀 있고 해서 이렇게 간식을 좀 사 온 겁니다.”

하준과 최선희가 샌드위치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한범우는 조심스럽게 오늘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하준아, 내가 너한테 부탁할 게 좀 있는데······.”

“부탁이요? 뭔데요?”

“삼촌이 말이야, 이번에 <유이열의 음악노트>에 출연하거든?”

<유이열의 음악노트>은 인기 많은 뮤직토크쇼로, 가수들의 노래 무대와 짧은 토크 코너로 구성된 음악프로그램이었다.

한범우는 하준에게 <유이열의 음악노트>이 대략 어떤 프로그램인지 설명해주었다.

“와, 꼭 봐야겠네요. 언제 출연하시는 거예요?”

“음, 일주일 뒤에 녹화하고 방송은 녹화 이후 1-2주 지나서 나갈 거야. 근데 그때 혹시 하준이도 같이 출연할 수 있을까?”

“제가요? 전 가수도 아닌데, 왜요······?”

하준은 다소 황당하고 의아해서 눈을 깜빡거렸다.

“이번에 네가 출연한 ‘단 하루만’ 뮤직비디오가 엄청 인기라서, <유이열의 음악노트>에서 함께 출연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이 왔거든. 하준이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삼촌도 하준이랑 같이 출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한범우의 말에 하준이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최선희를 쳐다보았다.

반면 최선희는 들뜬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준에게 들어온 첫 TV 출연 섭외인데다가 <유이열의 음악노트>이라면 8살 아이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짧은 토크만 하면 될 테니까.

“엄마, 이거 해도 돼?”

하준은 일단 최선희에게 의견을 물었다.

최선희는 잠깐 하준과 대화를 나눠보겠다며 한범우와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하준이가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솔직히 말해봐. 출연하고 싶니?”

최선희는 언제나처럼 하준의 의사부터 물었다.

“잘 모르겠어. 좀 떨릴 것 같긴 한데,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엄마 생각에는 출연해도 좋을 것 같아. TV 출연 경험도 쌓고, 짧은 인터뷰 정도 할 테니 그리 힘들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하준은 엄마의 의견에 따라 출연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선희와 하준은 짧은 상의를 마치고 다시 한범우에게로 돌아왔다.

“일단 하준이 생각은 긍정적인데요, 최 대표님한테도 좀 여쭤봐야 해서······.”

“어머님, 그건 걱정 마세요. 저희가 이미 최 대표님께 연락드려놨습니다.”

한범우는 먼저 월드 엔터의 최 대표에게 출연 섭외 요청을 한 뒤, 하준이한테 온 것이었다.

이렇게 하준을 만나러 온 이유는 최 대표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직접 하준을 만나서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저 거기 나가서 뭐해요?”

하준이 출연할 생각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물었다.

그러자 한범우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랑 같이 유이열 아저씨 질문에 대답하는 거랑······ 나랑 ‘단 하루만’ 노래 후렴 부분만 조금 같이 불러주면 돼.”

“네? 노래를요?”

이건 예상에 없던 답이라 하준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 하준이는 노래 잘할 필요 없어. 잘 못해도 다들 귀여워할 거야. 하준이는 배우지, 가수는 아니니까.”

“그래도 노래는 너무 떨릴 것 같은데······.”

하준은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생각만 해도 긴장이 되는 듯했다.

사실 월드 엔터테인먼트에도 보컬 선생님이 있긴 했는데, 하준은 아직 노래는 배우지 않았다.

영화 촬영, 영어 학원, 초등학교 입학 준비 등으로 바빴기 때문이다.

아직 하준의 연기 생활에 노래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음, 그럼 노래는 안 할래? 하준이가 노래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긴 해. 아니다, 하준아, 이건 어떨까? 일단 나랑 같이 한번 연습해 보고 연습해도 정 못할 것 같으면 그때는 안 하는 걸로 하는 건?”

한범우의 제안에 하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승낙했다.

“네, 한 번 해볼게요.”

혹시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을지 모르니까.

기억력이 안 좋았는데, 갑자기 기억력도 좋아졌고, 그림도 잘 못 그렸는데, 그림도 잘 그리게 됐다.

그래서 하준은 한 번 도전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좋았어! 정말 고맙다, 하준아.”

한범우는 무척 기뻐하며 하준을 와락 끌어안았다.

***

다음 날, 마침 영화 촬영이 없었던 하준은 한범우의 집으로 찾아갔다.

한범우가 알려준 집 앞에 도착한 하준과 최선희는 으리으리한 대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범우 씨는 엄청 좋은 곳에 사시는구나.”

최선희가 고개를 들어 집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하준도 입을 쩍 벌리고 커다란 대문을 구경하다가 대문 너머로 보이는 3층 건물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물었다.

“와······ 엄마, 범우 삼촌은 저기 몇 층에 사는 걸까?”

“음, 아마도 저 3층 건물이 전부 다 범우 삼촌 집일걸?”

“정말?”

하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집이 3층 건물 전체라니!

“와, 범우 삼촌은 엄청 부자였구나.”

“범우 삼촌은 10년도 넘게 가수 생활 했으니까, 돈도 많이 벌었겠지.”

“엄마, 나도 돈 많이 벌면 이런 집 살 수 있어?”

“그럼! 근데 하준이는 이런 큰 집에서 살고 싶어?”

“음······ 엄마는?”

“엄마는 큰 집보다 이런 단독주택에 한 번쯤 살아보고 싶긴 해.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심하니까. 윗집에서 쿵쿵 걸어 다니는 소리 자주 들리잖아.”

최선희는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는데, 윗집의 발망치 소리 때문에 자주 집중력이 흐트러지곤 했다.

그래서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고 싶어서 단독주택에 살아보고 싶었다.

“그럼 내가 이 담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이런 집 사줄 거야!”

하준이 꼭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의 주먹을 꽉 움켜쥐며 외쳤다.

최선희는 그런 하준에게 감동을 받았다.

“아이구, 우리 아들, 기특해라. 엄마는 말만 들어도 너무 좋다.”

최선희는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곧 한범우가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하준아, 그럼 연습 잘하고 끝나면 전화해. 데리러 올게.”

“응. 엄마,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최선희는 괜히 자기가 같이 있으면 연습에 방해가 될까 봐 하준만 데려다주고 돌아갔고, 하준은 한범우를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선 하준은 대리석 바닥과 벽에 걸린 멋진 그림들, 한범우의 사진들, 고급스러운 가구들에 한 번 더 놀랐다.

“우와아······. 삼촌 집 엄청 넓고 좋아요.”

“그래? 하준이 그럼 우리 집에서 삼촌이랑 살래?”

“네? 그건 좀 곤란해요. 전 우리 엄마, 아빠랑 살 거거든요.”

한범우의 농담에 하준이 사뭇 진지한 답을 내놓자, 한범우가 피식 웃으며 하준의 볼을 꼬집는 척했다.

“농담이야, 농담. 귀여워 죽겠네. 하하.”

한범우는 집 여기저기를 구경하느라 눈이 2배는 더 커진 하준을 데리고 3층 노래 연습실로 향했다.

한범우의 3층 노래 연습실에는 벽과 천장 모두 방음 시설이 되어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기타와 피아노, 컴퓨터 등이 놓여 있었다.

한범우가 피아노 앞에 앉으며 하준에게 물었다.

“하준아, ‘단 하루만’ 노래 안다고 했지?”

“네, 어제도 엄청 많이 듣고 왔어요.”

“오늘 노래 연습해야 되니까?”

“네.”

“따라 불러도 봤어?”

“그냥 조금 해보긴 했어요.”

하준이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어땠어? 어려웠어?”

“어렵진 않았는데, 잘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 어렵진 않았다라······ 그럼 삼촌이 노래 불러볼 테니까 따라서 같이 불러보자.”

한범우는 하준이 아무래도 혼자 불러보라고 하면 쑥스러워할 것 같아, 처음에는 같이 불러보자고 제안했다.

곧 그는 피아노 반주를 시작했다.

피아노 선율이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이어 한범우의 달달한 목소리가 그 위에 얹어졌다.

“나는 언제부터 그런 어른이 된 걸까~ 내 마음을 꺼내 보이지 못하는 어른.”

하준은 처음에는 작게 중얼거림으로 한범우의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러다 점점 하준의 목소리는 커져갔고, 한범우는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췄다.

‘오, 뭐야, 왜 이렇게 잘해?’

하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노래를 부르던 한범우가 속으로 놀라워했다.

'음정도 잘 맞고 박자도 정확하고, 목소리 자체도 맑고 청아해!'

한범우는 목소리를 낮춰 부르다가 후렴구에서 슬그머니 화음을 넣어보았다.

“단 하루만 자유로운 아이가 되고 싶어 그래야 내 마음을 너에게 전할 텐데~”

“단 하루만 자유로운 아이가 되고 싶어 그래야 내 마음을 너에게 전할 텐데~”

초보자의 경우 다른 사람이 화음을 넣을 때 자기 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준은 묵묵히 자기 음을 제대로 끌고 나갔고, 덕분에 두 사람의 노래는 하나로 조화롭게 섞이며 아름다운 하모니가 이루어졌다.

“와! 대박. 하준아, 너 엄청 재능 있어! 너무 잘했어!!”

한범우가 노래가 끝나자마자 기립박수를 치며 하준을 칭찬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준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음······ 잠깐만, 다른 것도 좀 해보자.”

한범우는 하준의 노래 실력을 이렇게 짧은 후렴구에만 활용하기는 아쉽다는 듯 다른 노래 악보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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