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20화 (20/150)

20화

20화

“하준아, 책가방에 필통이랑 종합장 챙겼지?”

최선희가 직접 하준의 책가방 안을 확인하며 물었다.

“네!”

“실내화랑 신발주머니는 여기 있고. 좋아, 다 챙겼네. 그럼 학교 가자! 여보, 이제 출발!”

오늘은 드디어 하준의 입학식 날이었다.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과 함께 걸어서 10분 거리의 초등학교로 향했다.

“하준아, 오늘 입학식인데 기분이 어때?”

윤기철이 학교 가는 길에 하준에게 물었다.

“기분 좋아요! 학교 가면 친구들 많이 사귈 수 있잖아요.”

하준은 보육원에서는 보육원장의 아들인 김대욱 때문에 친구가 없었고, 입양되었을 때는 양부모가 유치원도 안 보내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했기에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하준은 초등학교 입학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또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하준이가 친구들을 그렇게 사귀고 싶었구나. 우구······.”

최선희는 며칠 전 일이 떠올라 마음이 짠해졌다.

며칠 전 저녁, 최선희는 과일을 주려고 하준의 방에 갔다가 뜻밖의 상황을 목격했다.

문틈으로 보이는 하준이 자기 주변으로 이상한씨 인형과 곰돌이 인형, 종이컵으로 직접 만든 인형 등을 놓아두고 1인 다역을 해가며 놀고 있었던 것이다.

“하준아, 너는 무슨 책을 읽고 있니?”

“어, 나는 요즘 별자리 책을 읽고 있어. 너 국자 모양의 별자리 이름이 뭔지 알아?”

“아니, 몰라. 뭔데?”

“나도 모르는데, 알려줘. 궁금해.”

“북두칠성이야. 근데 이 북두칠성은 큰 곰 자리의 일부인데······.”

하준은 목소리까지 바꿔가며 마치 인형극을 하듯이 인형들과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하준이 연기 연습을 하는 줄 알았다.

목소리 변환도 굉장히 잘해서 최선희는 속으로 하준이가 애니메이션 더빙 같은 것도 잘하겠다고 흐뭇해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하준이 친구가 없어서 혼자 놀기 스킬이 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 좋겠다, 우리 하준이 안 외롭게.’

최선희는 부디 하준이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길 마음 속으로 기원했다.

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한쪽 게시판에 학생들의 반 배정표가 붙여져 있었다.

“저깄다, 윤하준······ 우리 하준이는 3반이네.”

윤기철과 최선희는 예비소집일에 학교를 방문하여 취학통지서, 예방접종 증명서 등을 제출하면서 하준의 사정을 미리 학교 측에 말해두었고, 학교 측에서는 흔쾌히 배려를 해주었다.

그래서 하준은 학교에서 처음부터 윤하준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와, 3반 왠지 좋아요. 헤헤.”

특별히 3반이 좋을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하준은 그냥 학교에 온 것 자체가 좋아서 3반인 것도 좋은 듯했다.

하준은 학교로 들어가는 다른 친구들을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1학년 3반 교실로 향했다.

“하준아, 들어가서 지정된 자리 확인하고 가서 앉으면 돼. 엄마, 아빠는 여기 복도에서 창문으로 보고 있을게.”

“네!”

하준은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가서 정해진 자리로 향했다.

한 반의 학생 수는 총 20명이었고, 3분단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준의 자리는 2분단의 2번째 줄 왼쪽 자리였다.

하준의 옆자리에는 이미 양갈래로 머리를 딴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안녕! 나는 윤하준이야.”

하준은 당당하게 하준의 짝에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하준의 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그 반의 여자아이들 모두의 시선이 하준을 향하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남자아이들까지도 하준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하준의 짝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어, 나는······ 수연이야. 지수연.”

“예쁜 이름이구나. 반가워, 수연아.”

하준이 활짝 웃으며 대꾸하자, 몇몇 여자아이들의 얕은 탄식이 들려왔다.

“와······.”

분명 하준의 환한 미소에 반한 얼굴들이었다.

짝인 지수연은 하준의 칭찬까지 받은 터라 얼굴이 더 빨개져 있었다.

하준은 지수연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 앞뒤 친구들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난 윤하준이야. 우리 같은 반인데 친하게 지내자.”

하준이 주위 친구들에게 먼저 밝게 인사하자, 갑자기 아이들이 우르르 하준에게 몰려들더니 각자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난 고우주야.”

“난 양지호. 근데 너 어디서 본 거 같아.”

“난 심혜림이야. 친하게 지내자.”

"안녕, 난 이조한."

하준은 외모도 외모지만 인싸 성격 덕에 벌써 친구들이 호감을 보였다.

하준은 또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때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자, 1학년 3반 얘들아, 자리에 앉으렴.”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다시 후다닥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담임 선생님은 간단한 인사 후, 입학식을 하는 강당으로 아이들을 인솔해 데려갔다.

부모님들 역시 강당으로 따라 내려가서 본격적인 입학식을 구경했다.

입학식은 국민의례로 시작해, 입학 허가문 낭독도 하고, 마지막은 교가 제창으로 마무리되었다.

입학식이 끝난 뒤 하준 가족은 입학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몇몇 엄마들이 하준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저, 이 아이 혹시 한범우 뮤직비디오에 나온 애 아닌가요? <단 하루만> 뮤비요.”

한범우는 현재 나이 36세의 13년차 가수라 30대 중후반인 엄마들 팬덤이 꽤 컸다.

그래서 한범우 뮤비에 나온 하준을 알아본 것이다.

“아, 네. 맞아요. 그 뮤비에 나온 하준이에요.”

최선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엄마들은 난리가 났다.

“어머, 하준이가 우리 애랑 같은 학교라니!”

“하준아, 너 참 연기도 잘하고 멋있더라. 어머님도 참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멋진 아들을 두셔서요.”

“애가 참 훈훈하니 잘생겨서 멀리서도 딱 알아봤어요. 몇 반이에요?”

한 엄마의 질문에 최선희가 3반이라고 알려주자, 엄마들은 무척 아쉬워했다.

“아휴, 우리 애는 2반인데. 같은 반이었으면 좋았을걸.”

“우리는 7반이에요. 아쉽다.”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기념사진이라도 찍을까요?”

하준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너무 좋고 고마웠기에 기꺼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엄마들은 사진을 찍은 후, 2학년 때는 같은 반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돌아갔고, 하준은 다시 잠깐 교실에 가서 준비물 등이 적힌 알림장을 받아 나왔다.

“엄마, 근데 입학식은 이게 끝이에요? 1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하준이 아쉬워하며 최선희에게 물었다.

하준은 바로 친구들을 사귀고 놀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 입학식이 너무 짧았던 것이다.

“내일부터 학교 오니까 내일 친구들 또 보면 되지.”

최선희의 달램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하준의 인싸 라이프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엄마! 나 왔어. 친구들도 데려왔어······요!”

하준이 집으로 뛰어 들어오며 신나서 외쳤다.

그러자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을 차리던 최선희가 후다닥 아이들을 맞으러 현관으로 나갔다.

최선희는 하준이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하준은 너무 좋아하며 곧바로 자기 주변에 앉은 친구들 몇 명을 데려왔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안녕하세요.”

“엄마, 친구들 엄청 많은데, 오늘은 시간 되는 4명만 데려왔어. 얘는 내 앞에 앉은 고우주, 얘는 내 짝궁 지수연, 얘는 내 뒤에 앉은 양지호, 심혜림이······야.”

하준은 최선희에게 약간은 어색한 반말로 친구들을 소개했다.

하준은 원래 최선희와 윤기철에게 존댓말을 써 왔는데, 이번에 입학식에 가보니 아이들 중에 엄마에게 존댓말을 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걸 본 최선희는 하준과 존댓말로 인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하준에게 진짜 엄마에게 하는 것처럼 반말을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하준은 아직은 어색하지만 서서히 반말을 하는 중이었다.

“반갑다, 얘들아. 나는 하준이 엄마야. 맛있는 거 많이 준비해놨으니까,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다 가렴.”

“네에!”

아이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최선희는 아이들을 식탁으로 데려왔고, 아이들은 식탁에 가득한 맛있는 음식들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식탁 위에는 피자, 파스타, 리조또, 치킨, 과일 등 아이들이 좋아할 음식들로 가득했다.

“우와아! 너네 엄마 짱이다!”

“진짜 맛있겠다!”

“대박! ”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음식들을 흡입했고, 식사 후에는 하준의 방에 들어가서 미리 최선희가 준비해둔 각종 보드게임들을 하며 놀았다.

그러다 고우주라는 친구가 책꽂이에 꽂힌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책을 발견하더니 흥분해서 말했다.

“우와, 너도 이거 봤구나? 이거 진짜 재밌지 않냐?”

고우주의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려 책을 보더니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거 대박이지! 난 그 책 너무 재밌어서 지팡이랑 피규어도 샀어. 그리고 난 실제로 그런 도술 학교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양지호가 단호한 표정으로 하준 대신 대답했다.

“맞아! 옛날 동양화 같은 그림이 통로일 거야.”

“에이, 그건 좀 아니야. 그런 통로가 있으면 이미 다 알려졌겠지.”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알려진 건 아니잖아. 너 우주에 있는 별들 개수가 몇 갠지 알아? 그거 아직도 다 안 밝혀졌을걸?”

이름에 걸맞게 우주에 관심이 많은 고우주가 큰소리로 지수연에게 반박했다.

그러자 양지호도 고우주에게 공감했다.

“맞아, 세상에는 아직 비밀이 엄청 많다고! 세계 10대 미스터리 이런 것도 있잖아.”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책에 관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수연이 하준에게 물었다.

“하준아, 넌 어떻게 생각해?”

“음, 나는 그런 도술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긴 한데, 잘 모르겠어. 진짜 있는지 없는지.”

하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때, 고우주가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2권을 책꽂이에서 꺼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곱게 접힌 화선지 하나가 책꽂이에서 툭 떨어졌다.

“엇. 미안. 근데 이게 뭐야?”

고우주는 하준이 말릴 시간도 없이 화선지를 주워 펼쳐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 이거 뭐야? 대박! 야, 이거 누가 그린 거야? 설마 네가 그린 거야?”

고우주가 호들갑을 떨며 하준에게 물었고, 그 사이 다른 아이들이 다가와 화선지의 그림을 보게 됐다.

“왜, 뭔데 그래? 헐!! 이거 그거 아니야? 통로 그림!”

“와, 너무 잘 그렸다! 나무랑 집이랑 절벽이랑 완전 대박 잘 그렸어. 정말 네가 그린 거야, 하준아?”

“오오······!”

그 그림은 사실 하준이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책에 푹 빠져서 혹시 나도 그림을 그려서 안에 들어갈 수 없을까 싶어서 책에서 통로로 사용된 그림을 그려본 것이었다.

서예를 배우면서 붓의 강약 조절을 익힌 하준은 동양화풍의 그림도 금방 따라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으응. 그냥 한번 그려봤어.”

하준이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이야! 너 그림 정말 잘 그린다아······!”

“그냥 그림보다 동양화가 더 어렵다고 그러던데, 대단하다.”

“완전 부러워! 나도 잘 그리고 싶다······.”

아이들은 그림 통로가 있을지 없을지를 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는 하준의 그림에 감탄하느라 바빴다.

친구들은 그렇게 한참을 즐겁게 놀다가 부모님들이 데리러 와서야 하준의 집을 나섰다.

“하준아, 내일 학교에서 보자.”

“나 내일 촬영 있어서 학교 못 가.”

“아, 그래? 그럼 모레 만나자. 그때 2배로 놀면 되지.”

하준이 내일 학교를 못 가는 것이 조금 서운한 듯 대답했지만, 고우주의 쿨한 해결책에 하준은 금방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아!”

***

얼마 후.

하준은 세트장에서 <죽지 않는 백화점>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었다.

“죄송한데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급해요!”

“어, 그래, 다녀와. 빨리 말을 하지.”

윤기철 감독과 스태프들은 후다닥 움직이는 하준의 모습이 귀여워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실 하준이 뭘 해도 촬영현장의 사람들은 하준을 귀여워했다.

그런데 하준이 화장실에 간 사이, 하준을 찾는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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