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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9화 (19/150)

19화

19화

엄청난 희소식에 최선희가 수화기 너머의 최 대표에게 감사하다고 외쳤다.

“정말요? 어머머!!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이 없는데요. 다 하준이가 잘해서지요. 하하. 아, 얼른 하준이에게 좋은 소식 전해주세요. 늦었으니 저는 내일 다시 연락드릴게요.

최 대표는 좋은 소식만을 간단히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최선희가 전화를 끊자마자, 윤기철이 물었다.

“최 대표가 뭐라는데 그렇게 감사하대?”

“아니, 글쎄 우리 하준이가······ 아니지, 하준이한테 직접 전해야지. 하준아, <월야> 서재혁 아역으로 네가 최종결정 났대! 우리 하준이가 해냈어!”

최선희는 윤기철에게 대답을 해주려다가 당사자인 하준에게 이 기쁜 소식을 먼저 알려주었다.

“와······ 정말요? 제가 정말 된 거예요?”

하준은 믿기지 않는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응! 정말이지, 그럼. 최 대표님이 방금 연락받으셨대! 축하해, 아들.”

“와, 우리 하준이가 이번엔 드라마를 찍는단 말이지? 너무 장하다, 장해!”

최선희와 윤기철은 하준에게 칭찬을 쏟아내며 축하의 의미로 하준을 끌어안았다.

“너무 좋아요, 엄마, 아빠. 정말 정말 좋아요.”

이제야 실감이 난 하준은 최선희와 윤기철의 품에서 무척 기뻐했다.

“아, 여보, 배 좀 꺼졌어?”

최선희가 뜬금없이 윤기철에게 물었다.

“응, 인형 뽑기에 너무 정성을 쏟았나, 벌써 다 꺼진 것 같아. 근데 왜?”

“우리 축하 파티 해야지! 케이크라도 하나 사서 초도 불고 디저트로 먹자.”

“오, 굿 아이디어. 하준아, 케이크 먹을래?”

“네네! 케이크 먹을래요.”

하준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격한 찬성을 표시했다.

윤기철 가족은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향했고, 집에서 간소하지만 행복한 축하 파티를 즐겼다.

***

다음 날, 하준은 최선희와 함께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찾아갔다.

“어? 엄마, 왜 사무실 불이 다 꺼져 있죠? 안에 아무도 없나 봐요. 이상하다······ 대표님이 오라고 하셨는데······.”

하준이 사무실 유리문을 통해 컴컴한 내부를 들여다보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게, 그래도 한 번 들어가보자.”

최선희의 말에 하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대표님?”

하준이 조심스럽게 외치며 한 발짝씩 안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작은 불빛 하나가 보이며 직원들의 노래가 시작됐다.

“캐스팅 축하합니다~ 캐스팅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하준이~ 캐스팅 축하합니다~”

직원들은 노래를 부르며 하준에게로 다가왔고, 최 대표는 초 하나가 꽂힌 반원형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

“첫 드라마 캐스팅 축하해~!”

“우리 월드 엔터의 황금 나무, 축하한다!”

“축하해, 하준아.”

직원들은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아역 배우인 하준을 항상 예뻐했다.

그래서 이렇게 첫 드라마 오디션 합격을 축하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우와······! 정말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하준이 이쪽저쪽으로 배꼽인사를 했다.

그때, 최 대표가 하준을 재촉했다.

“이거 아이스크림 케이크여서 녹아. 얼른 초 불어줄래?”

“아, 네! 후우~”

하준이 촛불을 힘차게 불어 끄자, 직원 하나가 전체 등을 켰고 직원들은 하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간단한 축하 후, 하준은 대표실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퍼먹으며 최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처음 먹어봐요. 진짜 맛있네요.”

“좋아하니 다행이네. 겨울에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아닌가 싶어서 좀 고민했는데, 어제 빵케이크는 먹었다고 해서 특별히 이걸로 샀거든.”

최 대표는 하준이 어젯밤에 윤기철, 최선희와 케이크를 사서 축하 파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빵케이크가 아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준비했다.

“네, 너무 좋아요.”

“적당히 먹고 여기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집에 가져가서 또 먹어. 한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탈 날 수도 있으니까.”

“네. 헤헤.”

“참, <월야>에 네가 캐스팅 됐다고 기사 난 건 봤지?”

“네, 아침 일찍 났다고 엄마가 보여주셨어요.”

“캐스팅 찰떡이라고 벌써 기대된다고 난리더라. 하하.”

<월야>의 서재혁 아역 캐스팅 기사는 아침부터 쏟아져 나왔다.

기사 내용에는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것과 얼굴 때문에 뽑은 게 아니라 연기 잘해서 뽑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또한 <죽지 않는 백화점>의 어렵게 뽑힌 아역이 바로 하준이라는 설명도 첨언 되어 있었다.

“자, 그럼 대략적으로 <월야> 스케줄 말씀드릴게요. 대본 리딩은 3월 말, 촬영 시작은 4월 초, 포스터 촬영은 4월 중순 예정이에요. 윤 감독이 영화 촬영은 넉넉하게 잡아서 3월 말까지 끝난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영화 촬영 끝나고 바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아역 출연은 짧으니까, 길어야 1주일이면 촬영 끝날 겁니다.”

“아하, 네.”

최선희는 하준의 매니저로서 최 대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기록했고, 하준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스케줄을 기억에 저장했다.

***

한편, JS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은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아니, 김건우가 안 됐다고?”

“노 실장이 무조건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하지 않았어?”

“노 실장도 김칫국 마시는 스타일이잖아.”

“근데, 건우가 연기 잘하긴 하잖아.”

“그렇긴 한데, 그 하준이라는 캐스팅된 애가 연기를 진짜 기똥차게 잘한대.”

“진짜?”

“어. 연기 신동이라고, 보는 사람마다 혀를 내두른다던데?”

JS 엔터테인먼트의 휴게실로 들어가려다가 안에서 직원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은 노규찬은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또 입술을 씹으며 발길을 돌렸다.

‘으, 이게 무슨 망신이야. 괜히 설레발 쳐서는······. 아니, 걔만 없었으면 우리 건우가 무조건 되는 건데. 하준이란 애는 어디서 튀어나와서 내 앞길을 막는 거야, 도대체!’

노규찬은 김건우를 직접 발탁해서 여기까지 키워놨다.

연기 연습도 직접 관리하고, 다양한 특기도 만들게 하고 말이다.

노규찬은 그 공으로 아역팀 실장 자리도 맡게 됐다.

그런데 하준이라는 애 하나 때문에 노규찬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원상 형은 어디서 그런 애를 건졌지? 부러워 죽겠네. 우씨. 아니야, 부러우면 지는 거다!’

노규찬은 입술에서 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김건우가 출연할 만한 드라마 오디션들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

얼마 후, <죽지 않는 백화점> 촬영 때문에 하준은 윤기철, 최선희와 함께 세트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세트장에 들어서자마자, 스태프들과 먼저 와 있던 배우들이 하준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하준아, 너 한범우 뮤직비디오에 나왔더라?”

“그 뮤직비디오 난리 났어!”

“아역 누구냐고 댓글 폭발이야. 조회수도 엄청나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자 하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거 공개됐어요?”

“응, 어젯밤 자정에 너튜브에 공개됐는데, 아, 하준이는 잘 시간이라 몰랐겠구나! 볼래?”

“네, 볼래요.”

신인 여배우인 유송이가 얼른 태블릿을 가져와 하준에게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었고, 한범우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부터 그런 어른이 된 걸까~ 내 마음을 꺼내 보이지 못하는 어른

화면에서는 한범우가 무표정으로 어두운 방 침대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심장이 아플 만큼 슬픈데 미치도록 울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어

이 가사가 끝날 때쯤 한범우가 침대에 풀썩 쓰러지면서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화면이 밝아지면서 하준이 침대 위에 등장했다.

그리고 하준의 특기인 보는 사람까지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눈물 연기가 펼쳐졌다.

소리가 없어도 하준의 아픈 표정과 커다란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눈물은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윤기철과 최선희는 훌륭한 연기를 해낸 하준이 기특하면서도 그 장면의 감정에 동화되어 마음이 먹먹해졌다.

뮤직비디오는 이처럼 한범우가 나왔다가 하준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그리고 하준으로 넘어갈 때마다 슬픔, 분노, 설렘, 사랑의 감정이 차례로 보여졌다.

뮤직비디오가 재생되는 동안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숨을 죽이고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했다.

-여전히 나는 마음에만 갇힌 어른일 뿐이고 아이는 저만치 멀어져 가네~ 너도 그렇게 멀어져 가네~

이 가사를 마지막으로 뮤직비디오가 끝나자, 사람들은 드디어 참았던 환호를 한꺼번에 터뜨렸다.

“와아!!”

“와, 하준이 연기 최고다!”

“어떻게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감정들을 다이렉트로 전달하지? 크으.”

“노래도 너무 좋고, 하준이 연기도 좋고, 뮤비 때깔도 기가 막혀. 이거 대박 날 거 같은데?”

“이미 대박 난 거 같던데요? 조회수도 엄청나고, 아, 여기 댓글 보세요.”

유송이가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여주었다.

[여기 아역 혹시 서재혁 아역으로 캐스팅된 애 아님? 왜 캐스팅됐는지 알겠다.. 연기 대박!]

[애기 너무 이쁘다~ 연기도 너무 잘해 ㅠㅠ]

[한범우 목소리 녹는다 녹아~]

[아역 울 때 나도 눈물남.. 근데 웃는 거 보니까 또 넘 해맑아서 따라 웃음.. 나 어쩔..]

[뮤비가 노래랑 너무 잘 어울림 ㅜㅜ]

[애기가 다했다!! 얼굴도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고, 나중에 대성할 듯]

[이건 노래만 들으면 안됨 뮤비랑 같이 보면서 들어야 감동 2배]

[여기 아역이 ‘하준’이란 앤데 <월야> 서재혁 아역으로 나온답니다~]

댓글에는 한범우의 노래에 관련된 댓글보다 하준에 대한 댓글이 더 많았다.

“하준이가 더 대박 났네! 온통 하준이 얘기야.”

“그러네, 우리 하준이 벌써 이렇게 인기 폭발이라니······ 아! 맞다!”

스태프 중 하나가 뜬금없이 후다닥 종이를 가져와 하준에게 내밀었다.

“하준아, 사인 좀 해줄래?”

그러자 하나둘씩 하준에게 종이를 내밀기 시작했다.

“나도! 대스타 되기 전에 미리 받아놔야지.”

“나도 해주라.”

“나도 부탁해.”

그렇게 세트장은 순식간에 하준의 사인회장이 되어버릴 뻔했다.

그런데 하준은 아직 사인이 없었다.

“저, 근데 사인 없는데요?”

“없어? 아직 안 만들었어?”

“네. 음, 그럼 제가 조만간 사인 만들어 올까요?”

“그럼 고맙지. 어차피 하준이 너 사인해달라고 할 사람들 금방 많이 생길 거니까 미리 만들어 두면 좋을 거야. 멋있게 만들어 와.”

“네, 형.”

사인은 되게 유명한 사람들한테나 필요한 거라 생각했는데, 급작스럽게 자신에게 사인을 해 달라는 사람들이 생기자, 하준은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하준은 조금씩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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