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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2화 (12/150)

12화

12화

민채 엄마는 허탈해하면서도 어린 아이들의 꽁냥거림이 귀여운지 하준과 민채를 웃으며 지켜보았다.

지금까지 민채가 먼저 무장해제 되게 했던 남자아이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민채가 하준을 따르는 모습은 참 낯설고 신기한 광경이었다.

‘근데 애가 참 의젓하고, 기품있게 잘 생겼네. 민채가 보는 눈은 있어.’

최선희도 아이들을 흐뭇하게 보고 있다가 천천히 민채 엄마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민채 어머님. 저는 하준이 엄마예요.”

“어머, 안녕하세요! 하준이가 너무 의젓해서 부럽네요. 우리 딸은 아직 애긴데, 하준이를 정말 잘 키우셨어요. 저 나이에 저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민채 엄마는 최선희가 인사하자마자 너무 반가워하더니 곧바로 하준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난감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사실 최선희는 하준에게 아무 것도 가르친 것이 없는데, 덩달아 칭찬을 받으니 뿌듯하면서도 민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준이가 혼자 잘 자란 것이라 말할 수도 없어서 손사래를 치며 적당히 대답했다.

“아휴, 과찬이세요. 민채도 귀엽고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우리 민채가 예쁘긴 한데······ 그게 참 문제예요. 후우.”

갑자기 민채 엄마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선희는 의아함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왜요······? 아역 배우 하려면 예쁜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예쁘지 않았으면 아역 배우 안 시켰을 거거든요. 애가 너무 예뻐서 혹시라도 큰일이 날까 봐 아역 배우를 시키는 거예요. 얼굴이 알려지면 덜 위험할 것 같아서요.”

“아······.”

최선희도 들은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어떤 여자 아역 배우도 너무 예뻐서 납치를 당할까 봐 아예 어릴 때부터 아역 배우를 시켰다는 이야기.

최선희가 보기에 유민채 역시 민채 엄마가 그런 걱정을 할 만큼 충분히 예뻤다.

“그러니까 안 시킬 수도 없고······. 근데 저렇게 겁이 많아서 아역 배우 하기도 쉽지 않아요. 배우 일이란 게, 항상 낯선 사람들,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잖아요. 근데 그때마다 매번 저렇게 울고 그러니까, 제가 너무 힘들어요.”

“아이고, 듣고 보니 힘드시겠네요. 그래도 아이가 10살 정도 되면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조금만 힘을 내세요.”

최선희는 민채 엄마를 위로해 주었다.

“그렇겠죠? 감사해요. 하준이가 어머님을 닮아서 다정하고 착한가 봐요. 우리 애랑 같이 작업하는 애들 엄마들은 우리 애 때문에 촬영 시간 늦어진다고 저희를 엄청 싫어하거든요. 솔직히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저도 싫어할 것 같은데, 하준이 어머님은 위로도 해주시고, 너무 감사드려요.”

민채 엄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고마워했다.

최선희는 민채 엄마 입장도 안타깝고, 피해 보는 다른 엄마들 입장도 이해가 갔다.

하준이가 아니었으면 최선희도 민채 엄마와 얼굴을 붉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 하준이 덕분에 오늘 촬영은 문제없겠네. 정말 다행이야.’

최선희는 민채에게 스태프들을 소개해주는 하준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천사 같은 아들이 자신에게 뚝 떨어졌을까, 새삼 하늘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자, 이제 의상이랑 헤어하고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준비해주세요.”

하준이 민채를 스튜디오에 어느 정도 적응시키고 나자, 조 팀장이 박수를 치며 지시했다.

그러자 하준은 민채에게 다정하게 설명해주었다.

“민채야, 이제 옷 갈아입고 예쁘게 머리도 하고 사진 찍자.”

“오빠는?”

“당연히 오빠도 같이 찍을 거야.”

“웅, 그럼 나도 찍을래.”

“큭, 귀여워.”

하준은 통통한 민채의 볼을 콕 찍으며 웃고는 민채를 데리고 의상실로 들어갔다.

오늘 의상은 곧 다가올 봄 시즌을 겨냥한 옷들이었다.

여자아이 옷들에는 꽃 장식과 핑크색이 주를 이뤘고, 남자아이 옷들은 주로 밝은 톤의 천에 작은 글자나 그림이 포인트로 들어가 있는 것들이 많았다.

두 아이는 각자 담당 스태프가 입혀주는 대로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하준은 첫 번째로 노란 면 셔츠에 발목 부분이 접혀있는 밝은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민채는 잔잔한 꽃무늬가 있는 하얀 블라우스에, 멜빵이 달린 연한 주황색 치마를 입은 상태였다.

“우와! 오빠 머시떠!”

민채는 옷을 갈아입고 나온 하준을 보자마자, 눈이 동그래져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하, 고마워. 너도 너무 예쁘다. 꽃의 요정 같아.”

“정말? 헤헤.”

민채는 볼까지 붉히며 좋아했다.

“둘 다 너무 잘 어울리네! 이제 머리하자.”

하준과 민채는 나란히 앉아서 헤어 담당 스태프에게 머리를 맡겼다.

“민채야, 고개 자꾸 돌리면 안 돼. 앞에 거울 봐야지, 응?”

민채를 담당한 스태프가 지적했다.

민채의 고개가 자꾸 돌아가는 이유는 바로 옆에 앉은 하준을 보기 위해서였다.

“네······.”

민채는 다시 정면을 바라봤지만, 금방 또 슬금슬금 고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하준이 다 하면 앞에 앉혀놓고 하든지 해야지. 하준이 금방 끝나지?”

“응. 5분도 안 걸려. 근데 민채는 하준이만 쳐다보고 있네. 하준이가 엄청 좋은가 봐.”

하준에게 푹 빠진 민채는 결국 하준이 머리를 모두 마친 다음 하준을 앞에 둔 채로 머리를 해야 했다.

잠시 후, 웨이브 진 양갈래 머리를 한 민채는 하준의 손을 잡고 의상실을 나왔다.

두 사람이 첫 번째 의상 세팅을 마치고 나오자, 엄마들은 물론 모든 스태프들이 환호하며 칭찬을 쏟아냈다.

“와, 둘 다 너무 예뻐요.”

“둘이 정말 잘 어울리네.”

“크,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포토그래퍼인 서 작가도 아까의 당황스러웠던 일은 모두 잊고 흥분해서 말했다.

“지금까지 애들 많이 찍어봤지만, 저렇게 이쁜 애들은 처음입니다! 네이블리에서 모델 선정을 정말 탁월하게 한 것 같아요. 빨리 사진으로 담고 싶은데, 바로 시작하죠. 하준이가 오빠니까 하준이 단독 사진부터 찍자.”

하준은 지면 광고 사진부터 찍기 위해 실내 소품이 준비된 세트로 향했다.

“하준아, 먼저 살짝 옆으로 서서 주머니에 손 넣어볼래?”

“네.”

하준은 서 작가가 원하는 대로 포즈를 잡았다.

“좋아, 그럼 ‘나 멋있다’ 하는 표정 한 번······ 굿! 지금 좋아. 그대로.”

찰칵, 찰칵.

하준은 서 작가가 주문하는 내용을 감정과 동화시켜서 드러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사실 하준은 자신이 맞게 하고 있는 건지 반신반의했지만, 하준이 표정을 짓는 족족 서 작가는 극찬하며 신이 나서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와, 하준이는 표정 짓는 거 보니까 연기도 엄청 잘하겠네! 맞지?”

하준이는 스스로 연기를 잘한다고 인정하기 민망해서 웃고 말았지만, 조 팀장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하준이 쟤가 윤기철 감독 영화에 주연으로 단박에 발탁된 애잖아요. 대본 리딩에 참여한 기자들이 연기 잘한다고 난리였대요.”

“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자, 그럼 다음은 의자에 앉아서 한쪽 다리를 무릎 위에 올리고······ 오, 그렇지, 그 표정 좋아!”

하준은 점점 서 작가가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런 저런 포즈와 표정을 지으며 서 작가를 200% 만족시켰다.

그리하여 멋있고, 귀엽고, 시크하고, 개구쟁이 같은 사진들은 다양하게 뽑아냈다.

“하준이는 다 됐습니다. 하준이가 너무 잘해서 금방 끝났네요. 자, 이제 민채야, 사진 찍어볼까? 하준이 오빠처럼 여기 서서 하면 돼.”

하준은 다정하게 민채 손을 잡고 세트 가운데까지 데려다주었다.

민채는 일단 세트에 혼자 들어가서 서긴 했는데, 긴장이 되는지 표정이 매우 굳어있었다.

“민채야, 치마를 이렇게 펼치면서 방긋 웃어볼래?”

서 작가의 요구에 민채는 소심하게 치마 끝을 살짝 잡고 웃을까 말까 하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음, 지금도 예쁜데, 더 활짝 웃으면서 팔도 더 펼쳐봐.”

서 작가의 반복된 설명에도 민채는 그저 똑같을 뿐이었다. 민채 엄마도 답답했는지, 민채 앞에 다가가 동작을 보여주며 이렇게 따라해보라고 민채를 다그쳤다.

민채는 그래도 처음에는 어색하게 웃기라도 했는데, 자꾸 같은 걸 반복해서 시키니까 점점 입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보다 못한 하준이 나섰다.

“민채야, 오빠 봐봐.”

“웅?”

“민채는 공주들이 인사하는 법 알아? 이렇게 치마를 잡고 펼치면서 활짝 웃으면 이게 공주들이 인사하는 거야. 민채도 공주처럼 이렇게 한번 해볼래?”

하준은 민채 앞에서 직접 시범을 보였고, 민채는 공주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며 하준을 따라하려고 했다.

물론 처음에는 아직 좀 어색했지만, 하준은 칭찬을 마구 해주며 민채의 기분을 좋게 했다.

“아이, 잘한다! 민채 진짜 공주 같은데? 한 번만 더 공주처럼 인사해 주세요.”

그러자, 기분이 좋아진 민채의 얼굴에 찐웃음이 깃들며 행동도 훨씬 커졌다.

서 작가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빠르게 눌렀다.

“좋아, 하준이, 잘한다! 민채도 잘한다! 하준아, 다음은 여기 의자에 앉아서 꽃받침하는 거 찍어야 하는데, 도와줄래?”

“네.”

민채는 거의 하준의 아바타였다.

하준이 행동을 보여주면 그대로 잘 따라 해서 하준이 덕분에 민채의 촬영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게다가 둘이 함께하는 촬영은 하준이가 민채 옆에서 알아서 척척 민채를 리드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게 사진에 담겼다.

하준과 민채는 여러 번 옷을 갈아입고 이 과정을 반복했는데, 하준이 민채를 잘 이끌어주어 촬영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크, 이거 좀 와서 보세요. 둘이 이 분위기, 끝내줍니다. 이게 바로 봄이죠, 안 그렇습니까?”

서 작가는 마지막으로 하준과 민채가 함께 촬영한 사진들을 엄마들과 조 팀장 등 스태프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다.

“와아! 그냥 옆에서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담기니까 더 예쁘네요. 뭔가 간질간질한 느낌도 들고, 새싹이 피어나는 봄 느낌이에요, 대표님이 너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아휴, 둘 다 너무 예쁘네요.”

“하준이는 진짜 멋있고, 민채는 러블리 그 자체예요.”

“민채가 하준이 보는 눈빛에서 하트 나오는 거 같은데요?”

“민채는 진짜 하준이가 좋은가 봐요.”

“내가 민채여도 홀딱 반했을 거 같아요. 의젓하고, 다정하고, 잘생기고, 리드도 잘하고, 크. 하준이는 나중에 분명 멋진 남자로 자랄 거예요.”

다들 하준을 칭찬하느라 바빴다.

민채의 엄마는 자기 딸이 하준을 더 따라서 서운할 법도 한데, 하준이 덕분에 민채가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순조롭게 촬영을 했다며 무척 고마워했다.

이날 하준과 민채는 지면 광고 사진 촬영을 빨리 끝내서 광고 영상 촬영까지 하루 만에 모두 끝낼 수 있었다.

***

“하준아, 마음의 준비 다 됐니?”

최선희가 하준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며 물었다.

“후우, 네, 엄마. 그냥 학원 가는 건데 이게 뭐라고 떨리네요.”

“뭐든 처음, 새로 하는 건 당연히 떨리지.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다니다 보면 금방 나아질 테니까, 걱정 마. 그럼 들어가자.”

최선희는 하준의 손을 잡고 영어학원으로 들어갔다.

최선희는 하준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뭘 준비해주어야 할지 열심히 알아봤는데, 가장 중요한 건 영어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먼저 하준이에게 알파벳을 가르쳐주었고, 다음으로 이곳 ‘스토리 영어학원’에 등록하러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학원 등록하러 왔어요.”

등록하러 왔다고 하자, 상담실장은 하준의 영어 실력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한 다음, 영어 실력 테스트를 먼저 권했다.

“음, 알파벳은 익혔고, 영어는 배운 적이 없다, 이거네요. 그럼 제일 기초반에 들어가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실력 테스트를 해볼게요.”

“얘는 진짜 알파벳만, 그것도 며칠 전에 제가 처음 가르쳤어요. 테스트는 안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최선희는 괜히 하준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테스트를 받지 않고 기초반에 넣으려고 했다.

“저희 규정상 등록 전에 테스트는 무조건 하게 되어 있어요. 간혹 어머님들께서 아이의 실력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정말 모르면 금방 테스트가 끝날 테니 너무 걱정 말고 맡겨주세요.”

“아, 네······ 하준아, 괜찮겠니?”

최선희는 하준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하준이 씽긋 웃으며 답했다.

“네, 괜찮아요. 저도 제 실력이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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