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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11화 (11/150)

11화

11화

“하준아.”

최선희는 하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최 대표님이 사무실로 지금 당장 오래. 좋은 소식 있다고.”

“지금이요? 이 책 읽어야 하는데······.”

“빌려 가면 되지.”

“그럼 전권 다 빌려 갈래요.”

하준은 전권을 다 빌려 간다며 1권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다음 권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사서에게 확인해보니 이미 누군가가 다 빌려 갔는데, 대기가 한참 밀려있다고 했다.

“두 달도 넘게 기다려야 될 거야. 그래도 대기자 명단에 올려줄까?”

사서가 하준에게 직접 물었다.

“힝. 그때까지 궁금해서 못 참는데······. 어쩔 수 없죠. 대기에······.”

하준이 울며 겨자 먹기로 대기자 명단에 올려달라고 하려는데, 최선희가 나섰다.

“대기 안 할게요. 하준아, 엄마가 이 시리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사줄게.”

“정말요? 한 10권 되는데, 그걸 다 사주신다고요?”

“그럼! 우리 하준이가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데, 사줘야지.”

“와, 감사합니다!”

하준은 빌리려던 <신입 도사와 비밀의 종소리> 1권도 사서에게 돌려주고는 최선희의 손을 잡아끌었다.

“엄마, 그럼 얼른 가요!”

“그래. 가자!”

최선희는 가는 길에 하준에게 아동복 모델 제안에 대해 말해주었다.

하준은 아직 영화가 개봉되지도 않았는데, 아동복 모델 제안이 왔다는 것에 무척 놀라워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곧장 대표실로 향했다.

“아, 오셨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최 대표가 하준과 최선희를 반갑게 맞았고,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태블릿을 내밀었다.

“여기 이 브랜드예요. 이번에 처음 런칭 준비 중인 아동복 브랜드인데, 첫 아동복 남자모델로 하준이를 쓰고 싶대요.”

“아, 그래요?”

최선희는 태블릿을 넘겨가며 하준과 함께 내용을 확인했다.

태블릿에는 기업 소개, 브랜드 소개, 브랜드 컨셉, 샘플 옷 사진 모음 등이 정리되어 나와 있었다.

“네이블리······ 네이처와 러블리의 합성어로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옷을 추구한다······ 천연, 친환경 소재 사용······. 오, 컨셉이 괜찮네요. 브랜드 이름도 좋고요. 하준아, 넌 어떤 것 같아?”

“저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근데, 대표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여기서는 절 어떻게 알고 연락하신 거래요?”

하준은 도대체 자길 어떻게 알았을까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네 보도자료를 봤대. 내가 보도자료에 사용하라고 요전에 찍은 네 프로필 사진을 기자들에게 쫙 돌렸거든. 그 사진 보고 마음에 딱 들었다더라고.”

“아하. 프로필 사진이 되게 중요한 거였네요.”

“그럼! 네이블리에서도 아주 보는 눈이 있는 거지. 우리 하준이가 옷도 잘 고르고 느낌도 잘 살리니까 아동복 모델에는 딱이잖아. 하하.”

최 대표는 호탕하게 웃었고, 최선희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최 대표는 두 사람의 결정을 돕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먼저 말했다.

“제 생각에는 무조건 이번 건은 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험도 쌓을 수 있고, 또, 새로 런칭하는 브랜드라 부담도 적고요. 아, 그리고 무엇보다 조건이 좋아요.”

“조건이라면, 광고모델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최선희가 조심스럽게 모델료를 언급했다.

“네, 그쪽에서 제시한 금액이 천만 원이에요. 6개월 단발 광고로요. 광고 지면 촬영과 홍보 영상 촬영 2가지를 하루나 이틀 동안 촬영하면 되는 거예요.”

“네에? 그럼 하루나 이틀 정도 촬영하는 데 천만 원을 주신다는 말씀이세요?”

믿을 수 없다는 듯 최선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준 역시 놀랄만한 금액에 입이 쩍 벌어졌다.

“네, 놀라실만할 금액인 건 맞습니다. 하준이는 사실 활동도 아직 없고, 영화 캐스팅만 하나 된 거라 무명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이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아역 배우들에게 제시하는 금액이거든요.”

“그런데 왜 저한테 이렇게 많이 주시는 건가요?”

하준은 너무 큰 돈을 준다니 덜컥 겁이 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네이블리 대표가 돈이 엄청 많대. 그리고, 뭐, 네가 엄청 마음에 들었나보지!”

“와······ 너무 감사하네요.”

하준은 감격한 표정이었다.

아직 별 볼 일 없는 아역 배우인 자신에게 이렇게 큰 돈을 제시해주다니, 하준은 이 아동복 모델을 하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하리라 벌써부터 다짐했다.

“그럼 계약하실 거죠? 하준아, 할 거지?”

“네, 해볼래요.”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최선희도 하준의 의견에 동의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계약하고, 스케줄 잡죠.”

***

얼마 후, 최선희는 하준과 함께 네이블리 광고 촬영을 위해 경기도 외곽의 어느 스튜디오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계약 때 만난 적이 있는 네이블리의 마케팅 팀장 조일구와 포토그래퍼, 그리고 스태프들이 반갑게 그들을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하준아, 안녕! 오늘도 멋지게 입었네.”

“네가 하준이구나! 실물이 더 멋있다.”

“아, 귀여워! 너 눈이 정말 크고 예쁘구나.”

“오늘 촬영 잘해보자.”

한바탕 인사를 마친 후, 조 팀장은 여자아이 모델이 아직 안 왔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하준과 최선희는 스튜디오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의 내부는 굉장히 넓었는데, 절반은 화보를 촬영할 장소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광고 영상을 촬영할 장소였다.

그래서 한쪽에는 의자나 테이블, 소파 등 실내 소품들이 세팅되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인조잔디에 피크닉용 천이 깔려 있고, 그 옆에 벚꽃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와, 엄마, 저기 봐요. 벚꽃나무가 있어요!”

하준이 신기한 듯 벚꽃나무로 다가갔고, 최선희도 하준을 따라갔다.

멀리서 봤을 때는 진짜 벚꽃나무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가짜 벚꽃나무였다.

“진짜처럼 되게 잘 만들었다. 그치?”

“맞아요. 진짜 같다······. 이 식물들도 가짜일까요?”

“어디 보자, 이건 진짜네! 화분에 심은 진짜 식물이야.”

하준과 최선희가 스튜디오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드디어 여자아이 모델이 등장했다.

엄마 뒤에 숨어서 슬금슬금 들어오는 아이는 낯을 매우 가리는 듯 보였다.

“어? 저 아이는 어디서 많이 봤는데!”

“저도 드라마에 봤어요. 와, 신기해요.”

최선희와 하준이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엄마 뒤에 숨어서 잠깐씩밖에는 볼 수 없었지만, 그 아이는 분명 예쁘기로 유명한 아역 배우 유민채였다.

큰 눈망울에 뽀얀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거기에 찰랑이는 긴 생머리.

유민채는 하준이 보기에도 정말 요정 같이 예뻤다.

스태프들은 아까 하준에게 한 것처럼 인사를 하려고 그 여자아이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네이블리의 조 팀장이 그들을 말렸다.

“다들 그냥 하던 일 하세요. 서 작가님만 오시고요.”

조 팀장의 말에 하준과 최선희도 인사를 하러 가려다가 멈춰 섰다.

‘왜 그러지?’

하준과 최선희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그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포토그래퍼인 서 작가가 여자아이에게 굵직한 목소리로 ‘안녕’하고 인사를 하자마자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으아앙!!”

“아휴, 민채야, 무서운 사람들 아니라니까. 얘가 너무 겁이 많아서 이래요. 죄송합니다.”

유민채의 엄마는 연신 죄송하다면서 아이를 달랬다.

서 작가도 애가 울어 젖히니 민망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서 작가는 덩치도 크고 근육질인, 격투가 같은 이미지의 남자였다. 그러니 아이가 무서워할 만도 했다.

“애가 겁이 많나 봐요.”

하준이 최선희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러게. 저 나이 때 애들은 그럴 수 있지. 조금 기다려보자.”

최선희의 말처럼 조 팀장 역시 그저 옆에 서서 유민채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스태프들은 다들 각자 일을 하면서도 민채 쪽을 한 번씩 돌아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 촬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느낀 것이다.

숨을 헐떡이며 울던 민채는 한 10여분이 지나서야 울음을 그쳤다.

간신히 아이를 달랜 민채 엄마는 기다리는 스태프들 때문에 마음이 급한지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한 민채를 안고 다시 서 작가에게로 다가갔다.

“자, 민채야, 오늘 민채를 예쁘게 찍어주실 사진작가님이셔. 무서운 분 아니야.”

“안녕, 민채야.”

서 작가는 이번엔 작은 목소리로 최대한 부드럽게 민채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민채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아앙~!”

“민채야, 무서운 분 아니라니까. 울지 말고, 뚝!!”

“으앙!!!”

“민채야, 그만 좀 울어, 응?”

민채 엄마는 또다시 울음보가 터진 민채를 어르면서 다시 한 번 서 작가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정말.”

그때, 하준이 스태프에게 허락을 구하더니 소품으로 준비되어 있던 막대 사탕 하나를 들고 민채에게로 다가갔다.

하준은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민채를 올려다보며 막대 사탕을 내밀었다.

“안녕, 사탕 먹을래?”

스태프들은 하준의 노력이 가상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민채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다.

“응?”

민채가 순식간에 울음을 그치자, 민채 엄마가 깜짝 놀라 하준을 쳐다보았다.

민채 엄마뿐 아니라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들이 이 신기한 광경에 놀라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주시했다.

민채는 그런 주변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활짝 웃는 하준을 빤히 보더니, 갑자기 생긋 웃으며 팔을 뻗었다.

그러고는 손이 닿지 않자, 엄마에게 요청했다.

“엄마, 나 내릴래.”

“어머, 얘 좀 봐.”

민채 엄마는 황당해하며 일단 민채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민채는 바닥에 발을 딛자마자, 곧바로 하준에게 사탕을 받았다.

“너 되게 예쁘다. 안 우니까 더 예뻐.”

먹을 걸로 환심을 산 하준은 이번엔 칭찬을 건넸다.

하준의 말에 민채는 살짝 몸을 배배 꼬며 배시시 웃었다.

하준은 민채가 자신의 의도대로 경계심을 풀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그게 아니었다.

민채는 그냥 잘생긴 하준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난 강하준이야. 8살이고. 넌 몇 살이야?”

“7살. 유민채.”

“내가 오빠구나. 반가워. 오늘 너랑 나랑 같이 사진 찍을 거래. 같이 잘해보자.”

“응, 오빠. 오빠도 디게 멋있다아.”

“응? 하하. 고마워. 사탕 까 줄까?”

“웅, 좋앙.”

이 상황을 지켜본 서 작가와 조 팀장는 입이 떡 벌어졌다.

“와, 하준이 스킬이 대단한데요?”

“저 스킬도 얼굴이 돼야 가능한 걸 겁니다. 제가 보니까, 지금 민채가 하준이한테 홀딱 반했어요.”

“아하! 맞네요, 반했네, 반했어.”

“아무튼 다행이에요. 하준이 덕분에 오늘 촬영 좀 순조롭겠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암울했는데, 구세주가 나타나서 우릴 살렸네요. 크, 우리 대표님 감이 기가 막히네.”

조 팀장은 네이블리의 대표가 하준이를 보자마자 꼭 모델로 써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대표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민채에게 사탕을 까준 하준은 곧 민채 엄마에게 다가와 물었다.

“민채 어머님, 제가 민채한테 스튜디오 구경 좀 시켜줘도 될까요?”

“어, 민채가 좋다면야······.”

“난 오빠랑 구경하꺼야. 오빠, 가장.”

민채가 단호하게 대답하더니 하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하준은 민채 엄마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민채를 데리고 스튜디오 구경을 나섰다.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민채 엄마가 허탈하게 읊조렸다.

“하, 우리 민채가 이럴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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