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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7화 (7/150)

7화

7화

“어? 하준아, 너 옷이······?”

집으로 돌아온 하준을 보자마자, 최선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오늘 입었던 옷이 아니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왔으니 최선희가 의아한 건 당연했다.

“아, 이거, 스튜디오 실장님이 잘 어울린다고 선물로 주셨어요. 사탕이랑 과자도 주셨고요. 오늘 입은 옷은 여기 있어요.”

하준이 들고 온 간식거리들과 입었던 옷이 담긴 쇼핑백을 내밀었다.

“어머, 감사해라. 하준이 이 옷도 잘 어울리네. 머리도 이쁘고.”

최선희는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같이 온 최원상 대표에게 저녁 식사를 하고 가라고 권했다.

“그래도 실례가 안 될까요, 작가님?”

“그럼요. 근데 작가님이라니,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최선희가 민망해하자, 최 대표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왜요, 단편 하나 쓰셨으면 작가님 맞죠!”

사실 최선희는 윤기철의 영화가 처음으로 성공했던 2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전쯤 최선희가 쓴 단편 시나리오로 짧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글 쓰는 데 꽤 재능이 있어서 윤기철 감독도 적극적으로 그녀의 집필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근데 이 친구는 왜 안 나와 본답니까? 빨리 오라고 성화더니.”

최 대표가 방문들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화장실 문이 열리며 윤기철이 등장했다.

“나간다, 나가.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은 가야지. 하준아, 오늘 사진 잘 찍었어?”

윤기철이 다정하게 묻자, 하준은 신이 나서 오늘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잘조잘 얘기했다.

하준의 이야기 중간중간 최 대표가 끼어들어 얼마나 하준이 사진을 잘 찍었는지, 얼마나 칭찬을 많이 받았는지, 패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등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이구, 기특하네. 오늘 하준이가 잘했을 줄 알고 아저씨가 선물을 준비했거든. 그래서 빨리 오라고 한 거야. 잠깐만.”

윤기철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작은 종이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자, 열어봐.”

윤기철에게 종이봉투를 건네받은 하준은 안에 든 박스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핸드폰 아니에요?”

“응, 맞아. 하준이랑 연락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우와아!!”

후다닥 핸드폰을 박스에서 꺼내본 하준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윤기철을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진짜, 진짜 너무 감사합니다! 핸드폰 처음 가져봐요.”

“그렇게 좋니? 하하. 우리 하준이가 좋아하는 거 보니 아저씨도 너무 좋다.”

“네, 진짜 너무 좋아요.”

하준이의 입꼬리는 귀에 걸려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일부러 크기는 좀 작은 걸로 샀어. 네 손이 작으니까. 조금 더 크면 더 큰 걸로 바꿔줄게.”

“아니에요. 전 이거 어른 될 때까지 쓸래요!”

하준은 핸드폰을 가슴에 꼭 끌어안으며 행복해했다.

윤기철과 최선희는 하준의 행복한 모습에 함께 기뻐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왠지 모를 짠함이 느껴졌다.

“핸드폰 생긴 거 축하한다, 하준아. 근데 내가 선수를 뺏겨 버렸네. 내일 하준이한테 핸드폰 사러 가자고 할까 했는데 말이야.”

최 대표가 축하와 함께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러자 윤기철은 안도하며 은근히 최 대표를 약올렸다.

“최 대표, 정말이야? 그럼 오늘 사오길 잘했네! 하준이한테 선물 같은 거 해주려면 좀 더 재빨라야 할 거야. 나한테 선수 빼앗기기 싫으면.”

“쳇, 하준아, 뭐 갖고 싶은 거 있니? 그럼 나한테 먼저 말해줘. 다음 선물은 아저씨가 사줄게.”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하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희는 그런 두 남자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남자들은 참 희한한 거에도 승부욕 발휘한단 말이야. 뭐, 그래도 이건 좋은 승부욕이네요. 자, 그럼 선물 증정식도 끝났겠다, 오붓하게 다 같이 저녁 먹을까요?”

***

다음 날 오전.

“뭐야, 왜 이렇게 많이 보냈어?”

최 대표가 스튜디오의 신 실장이 보내준 하준의 사진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보통 잘 나온 사진을 추려서 보내주는데, 이번 하준의 사진은 양이 다른 사람들 때보다 훨씬 많았던 것이다.

황당해서 첨부된 글을 보니, ‘예쁜 게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 보내드려요.’라고 적혀 있었다.

최 대표가 하준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자세히 보니, 신 실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진짜 다 잘 나왔네! 뭐 고를 거 없이 기자들한테 다 다른 사진으로 기사 써 달라고 나눠 줘야겠다.”

최 대표는 하준의 보도자료를 준비해 하준의 사진과 함께 기자들에게 보냈다.

당연히 부모님 관련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윤기철 감독과의 만남과 연기력에 관련된 제한된 정보만 보냈다.

그리고 월드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하준을 소속 연예인으로 업로드하라고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이제 다 됐나? 아!”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하준과 윤기철 부부에게 하준의 프로필 사진들을 메신저로 보내주었다.

그 시각 하준은 오늘 스케줄이 없어서 최선희와 핫초코를 먹으며 자신의 핸드폰을 구경하고 있었다.

깨똑! 깨똑!

최선희와 하준은 거의 동시에 최 대표로부터 하준의 사진을 받았다.

최선희는 사진이 다 너무 예쁘게 나왔다며 하준을 칭찬했고, 진짜 아역 배우들처럼 멋있게 나온 사진을 본 하준은 자기 사진이 맞냐며 신기해했다.

그렇게 한참 사진을 구경하던 최선희가 하준에게 물었다.

“하준아, 오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며칠 있으면 영화 촬영 들어가니까 좀 바빠질 수도 있어. 그 전에 하고 싶은 거 말해봐.”

“어······ 혹시 이 근처에 도서관 있나요?”

“도서관? 도서관은 왜?”

“모르는 말이 많아서 책 좀 보려고요.”

의젓한 하준의 말에 최선희는 기특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오, 책? 근데 도서관이 책 보는 곳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하준이 대화를 할 때 자주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곤 했는데, 도서관이라는 단어는 아는 것이 신기해서 물었다.

“TV에서 봤어요. ‘러브 인 캠퍼스’라는 드라마에서요.”

이제 겨우 8살이 된 꼬마가 ‘러브 인 캠퍼스’라니!

“캠퍼스가 뭔지는 알고?”

최선희는 하준이 귀여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아뇨. 몰라요. 그냥 엄마가 보는 거 옆에서 봤는데, 거기 보면 맨날 도서관이란 데서 책 보고 공부하고 그러던데요? 아, 근데 캠퍼스는 뭐예요? ······사실 ‘러브 인’도 몰라요.”

“러브 인 캠퍼스란 말이야······ 그래, 도서관을 가야겠네. 당장 가자!”

최선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최선희는 하준이 아직은 ‘러브 인 캠퍼스’의 뜻은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르는 말을 알고 싶어 하는 하준의 학구열은 당연히 지지했다.

“정말요? 지금 가요?”

하준은 지금 당장 가자는 최선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예전 자신의 양부모는 하준에게 뭐하고 싶냐고 묻고는 원하는 걸 얘기하면 항상 나중에 하자며 미뤘다.

당연히 나중에도 하준이 원하는 걸 들어주진 않았다.

“응! 빨리 옷 입자.”

“와, 감사합니다!”

하준은 혹시라도 최선희의 마음이 바뀔까 봐 엄청난 속도로 도서관 갈 채비를 했다.

“자, 그럼 도서관으로 출발!”

“출발!”

최선희는 하준의 손을 잡고 집 근처 시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윤기철의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엄청 가깝네요. 엄청 크고요!”

하준은 도서관이 집과 가까워서 좋았고, 그 규모가 큰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하준은 도서관에 들어가자마자 난감해졌다.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음······.”

하준이 한곳에 서서 망설이자, 최선희가 조용히 물었다.

“하준아, 왜 그래?”

“책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 그렇겠구나. 아줌마 생각에는 일단은 저쪽에 있는 어린이 동화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아하. 그게 좋겠어요.”

최선희는 하준이 동화책 고르는 것을 도와주고, 도서관 책상 자리도 안내해주었다.

“그럼 여기서 조용히 읽고 있어. 아줌마도 책 좀 가져올게.”

“네.”

최선희는 시나리오 관련 서적을 몇 권 가져와 하준의 옆에 앉았다.

최선희는 이솝우화를 집중해서 읽는 하준을 보고 흐뭇해하며 자신이 가져온 책을 펼쳤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몰입해서 책을 읽던 최선희는 옆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준이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하준이 본다고 가져온 몇 권의 책들도 전부 없었다.

‘어머, 얘가 어디 갔지?’

놀란 최선희는 하준을 찾으러 가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뒤쪽 책꽂이 사이에서 하준이 두꺼운 책 몇 권을 낑낑대며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최선희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얼른 하준에게 다가가 책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무슨 동화가 이렇게 두껍나 하고 책 제목을 살폈다.

그런데 그것은 동화가 아니었다.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의 세계, 연기의 비밀······.

전부 영화와 연기에 관한 책이었다.

일단 책을 책상으로 옮겨준 최선희는 하준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하준아, 이거 네가 읽기에는 어려울 텐데, 읽을 거야? 모르는 단어도 많을 거야.”

“읽어보고 어려우면 그만 읽을게요. 모르는 단어는 여기 이게 있잖아요.”

하준은 자신의 핸드폰을 자랑하듯 흔들어 보였다.

최선희가 알려준 사전 검색 기능을 사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최선희는 하준의 도전 정신과 연기 열정에 감탄했다.

‘어린 애가 어쩜 이렇게 어른스럽지? 이뻐 죽겠네.’

보면 볼수록 기특하고 예쁜 아이였다.

하준은 다시 최선희의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장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과연 저 책을 다 볼 수 있을까?’

최선희는 하준의 끈기와 이해력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하며 하준을 관찰했다.

최선희는 하준이 글자만 빽빽이 적힌 두꺼운 책을 보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귀여워서 자꾸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그건 최선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준의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지나가던 학생들까지 모두 하준의 이런 모습을 엄마 미소, 아빠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서관이라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그 미소에는 귀여워 죽겠다는 의미가 한가득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벌써부터 이렇게 시선 집중이네. 우리 하준이가 좀 귀엽고 잘생기긴 했지.’

최선희가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하준은 책을 보며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검색을 해보느라 주변의 이런 상황을 못 느끼고 있었다.

하준은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었고, 저녁 때쯤 두꺼운 책 한 권을 완독할 수 있었다.

“와, 이걸 진짜 다 읽었어? 우리 하준이 천재네, 천재!”

최선희는 하준의 통통하고 말랑한 볼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며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준은 최선희의 칭찬에 활짝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 진짜 자신이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책 내용도 한 번만 보면 다 기억이 나고 모르는 단어의 뜻도 한 번만 알게 되면 잊혀지지 않았으니까.

최선희는 하준이 충분히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남은 몇 권의 책들은 빌려가기로 했다.

사서가 데스크에서 대출작업을 하는 동안 하준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사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서는 씽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녕, 너 엄청 잘생겼다.”

“감사합니다.”

“목소리도 너무 귀엽네. 어머님, 애가 너무 예뻐요. 아역 배우 시키셔도 될 거 같아요.”

‘어머님’이라는 말에 최선희도, 하준도 눈이 동그래져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준은 최선희가 괜한 오해를 받아 싫어할까 봐 걱정이 되어 그녀를 쳐다본 것이었다.

하지만 최선희는 처음 들어보는 ‘어머님’이란 말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굳이 정정하고 싶지 않았다.

“칭찬 감사합니다.”

최선희는 흐뭇한 미소로 감사 인사를 전했고, 옆에 있던 하준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윤기철이 귀가하자, 최선희는 상의할 게 있다며 얼른 윤기철을 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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