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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141화 (141/150)

141화.

“그래, 찾았다니 다행이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별을 찾았다. 물론 예전처럼 영혼만 유지하고 있었다. 육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서준의 영혼 속에 기생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본인의 모습을 한 동상 속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열두 조각난 영혼을 하나로 모았다. 영혼의 크기는 이제 서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제 별의 영혼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동상이 유일했다.

“놈들을 잡아야죠.”

“위만 그놈들 말이냐? 어려울 거다.”

“그래도 해야죠.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괴수 소굴 되게 생겼는데.”

게이트 발생 빈도가 더 촘촘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진짜 한계에 다다랐다. 서준이 서둘러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정말 괴수 소굴이 되어 버린다.

“그래, 놈들이 일을 꾸미고 있는 건 거의 확실하니까……. 그 전에 여의주를 깨웠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준의 여의주가 아직 서준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악룡의 여의주가 그만큼 강한 힘을 품고 있는 것도 있지만 서준은 두 개의 여의주를 먹은 거나 다름없어서 더 인정받기 힘든 것도 있었다.

기억을 되찾은 별의 지식은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보조 여의주라고 부르던 것을 별이 완벽하게 알아내었다. 원인도 효능도 모르던 물건을 별이 완전하게 해명해주었다.

“그나저나 놈들한테 게이트를 다루는 물건이 있다는 거지?”

“네, 별이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아니면 차원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지, 그만큼 엄청난 능력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그 힘을 이어받은 너만이 가능한 일이지.”

“네, 하지만 사부님도 차원문을 열 수 있었죠.”

“그래, 용무기를 이용해서.”

련은 서준이 열었던 게이트의 흔적을 쫓아 지구로 넘어왔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용무기를 이용해 닫힌 게이트의 흔적을 찢었고 차원 통로를 넘었다.

서준처럼 한순간에 재배지와 지구 사이의 차원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오랜 시간 헤매며 흔적을 쫓아 찾아왔다.

그만큼 게이트는 엄청나게 이질적인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것이라도 할 수 있던 건 오로지 용무기 덕분이었다. 용무기가 없었더라면 련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용만 잘 활용하면 인간도 차원문을 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놈들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용들을 사냥해왔어요. 그것도 용의 도움을 받아서.”

“그래, 그 얘기는 들었다. 용 중에 내통자가 있었다지?”

“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여의주를 모았죠. 그중 백 개는 별을 봉인하는 데 사용했고요.”

“나머지는 게이트를 여는 데 사용했다?”

“네, 여의주를 모으고 그 여의주를 용이 직접 손봐줬다 합니다. 그렇게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아티팩트를 만든 거죠.”

별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영혼을 모두 되찾은 별은 봉인되기 전의 기억을 모두 되찾았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은신처에 은신하면서 알아낸 정보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티팩트는 지금 놈들의 거점 어딘가에 박혀있다고 합니다. 여의주가 백 개 합쳐지다 보니 상당한 크기라고 하네요.”

“그것만 파괴하면 되는 건가?”

“네. 하지만 서둘러야 합니다. 별이 말하기를 이미 지구를 상당 부분 침식했다고 합니다. 완전히 침식되면 차원이 완전히 연결되어 여의주고 뭐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게이트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였다. 아티팩트가 차원의 틈에 상당 부분 침식했다.

두 차원 사이의 틈을 더욱 크게 갈라놓았고 게이트를 여는 일이 점점 더 쉬워진 셈이다.

“그렇다면……. 굳이 위만 놈들을 모두 죽일 필요는 없겠군.”

“어째서죠?”

굳이 위만을 모두 죽일 필요는 없다고 련이 말했다. 물론 그렇게만 할 수 있으면 좋았다.

위만을 모두 죽이지 않고 게이트를 닫을 수만 있다면 위험부담이 상당히 줄어든다.

“여의주가 백 개가 있든 천재가 있든 인간의 힘만으로는 여의주를 합치지 못하는 거잖아?”

“네, 그렇죠.”

위만은 자신들과 협력하는 용이 있었다. 여의주를 합쳐서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아티팩트로 만들어 준 것도 그 용이었다.

“그리고 그 용은 죽었지.”

“아!”

별이 죽였다. 찢긴 영혼을 붙잡고 되찾은 불안정한 육체를 이끌고 용을 잡았다.

별은 위만을 잡는 것과 용을 잡는 것 중의 하나를 택했고 용을 죽였다.

“이제는 놈들의 여의주를 하나로 합쳐줄 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제는 놈들이 용을 몇 마리를 죽이고 몇 개의 여의주를 모으든 상관없었다.

놈들의 여의주를 하나로 합쳐줄 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다른 용을 회유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용이 인간과 협력하는 것은 두 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지 위만을 도왔던 용이 별종이었을 뿐이다.

“그렇군요, 굳이 놈들을 하나하나 다 죽일 필요는 없네요.”

“그래, 아티팩트 위치만 찾아서 부수면 그만이지.”

아티팩트 위치만 찾아서 부수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이었다. 부수는 것 역시 걱정 없었다.

아무리 단단한 물체라도 서준의 힘이 있으면 간단하게 절단할 수 있었다.

게이트를 이용해 절단하지 못할 물건은 없었다.

-쉽지는 않을걸?

그때였다. 별이 별안간 끼어들며 말을 막았다.

‘왜?’

-놈들 거점에 있다고 말했잖아.

‘몰래 침입하면 되지. 들키기 전에 아티팩트만 부수고 도망쳐야지.’

-위만의 침대 머리맡에 있는데?

‘…….’

놈들의 거점에만 있다고 말했지 정확한 위치는 말하지 않았었다.

별은 당연히 서준 일행이 위만을 모두 처리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티팩트의 정확한 위치를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사부.”

“왜?”

“그……. 아티팩트 있잖아요.”

“응.”

“위만의 침대 머리맡에 있다는데요?”

“쉣!”

항상 침착하던 련도 당황하며 마시던 차를 뿜었다. 련은 위만 밑에서 자랐다.

강제로 여의주를 먹은 이후 위만에게 사로잡혀 위만의 관리하게 키워졌다. 본인의 재능이 뛰어남도 있었지만 련이 대륙제일검이 될 수 있던 데에는 위만의 투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련은 누구보다도 위만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용의 힘이 없이 싸운다면 련을 당해낼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위만 역시 련과 일대일로는 승부를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집단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련보다는 약하다지만 련이 이상할 정도로 강할 뿐이다.

인류에서 최고로 뽑힐만한 놈들이 뭉친 집단이 위만이다.

그리고 그놈들 하나하나가 전부 여의주를 다루고 용무기를 사용한다.

“이거 어렵게 됐네.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저는 여의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그래.”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여의주의 인정을 받는 일이었다.

여의주를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여의주를 다룬다는 것은 곧 자연을 다룬다는 것과 같았다. 물론 여의주의 힘을 모두 활용할 수 없는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자연 현상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연 현상 하나를 다루는 것은 엄청난 기적이었다. 힘이 천하장사처럼 강하고 검을 아무리 잘 다룬다고 해도 자연 앞에선 먼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여의주를 다룰 수 있는 인간과 그럴 수 없는 인간은 비교 대상이 되질 못 한다.

물론 지구의 초인 중에는 자연 현상을 다루는 능력자들도 상당했다. 모두 별의 힘을 이어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의 출력에는 제한이 상당했다. 같은 인간과 약한 괴수들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지 재해급의 현상은 다루질 못했다.

이 역시 여의주를 다루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였다.

“위만을 잡는 건 네가 여의주의 인정을 받은 이후다. 지구의 상황이 더 나빠져도 이건 달리 도리가 없다. 여의주를 다루지 못한다면 가봐야 소용없어.”

“네.”

물론 모하메드와 오세근 그리고 김비서 역시 여의주를 다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악룡의 신체로 만든 무구가 있었다.

악룡은 다른 용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봉인의 여파로 패배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악룡의 신체로 만든 무구는 여의주의 힘을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게 해준다.

호랑이들 역시 악룡과 싸우며 그의 살점을 먹고 피를 삼켰다. 악룡의 심장 역시 잘 가공되어 호랑이들의 먹이가 되었다.

호랑이들 역시 여의주를 지닌 위만과 싸울 준비가 되었다.

그러나 서준은 그러지 못했다. 서준은 여의주와 보조 여의주를 손에 얻었을 뿐 다른 어떤 것도 쥐지 못했다.

물론 서준이 취한 두 물건이 다른 것들보다 훨씬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인정을 받지 못한 지금은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도와줄 수 있겠어?’

-물론이지. 영혼만 모아주면 뭐든 해준다고 했잖아. 짐은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그래, 좋겠다.’

별이 도와준다면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영혼을 모아 기억을 되찾은 별은 련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련보다도 월등한 천재였다.

별은 용조차도 미물이라며 무시하던 녀석이다. 그런 별이라면 여의주의 인정을 받는 방법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

-일단 쉬어.

‘뭐?’

-일단 쉬라고.

갑자기 쉬라는 말에 서준은 당황했다. 지구의 상황은 한시가 급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도 서울에만 열두 개의 게이트가 열렸다. 서울의 게이트는 어떻게 잘 막았다. 모든 인프라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말은 곧 지방이 뚫렸다는 이야기다. 길드의 전력을 서울로 집중하다 보니 지방의 게이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 하루만 게이트로 인해 백두 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쉬라고? 나한테는 그런 여유가 없어.’

-그래도 안 돼. 여의주의 인정을 받고 싶으면 일단 쉬어.

‘왜.’

-네 몸, 망가지기 직전이야. 이대로 더 굴리면 여의주의 인정이고 뭐고 그 전에 못 쓰게 될걸?

충격적인 말이었다. 물론 지금껏 쉴 틈 없이 달려오긴 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혼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오세근과 김비서도 함께였다.

-달라, 차원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짐에게도 부담되는 일이지.

‘알아, 근데 네가 나한테 넘겨준 거잖아.’

-아니, 아니. 차원문을 여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차원을 유지하는 것을 말하는 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알고 있잖아. 네가 차원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차원이 현재가 아닌 과거라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봐.’

-과거의 차원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차원이다. 오직 네 힘으로 유지하고 있는 거야.

‘뭐? 이 또라이가!’

충격적인 말이었다. 차원문을 여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별의 힘을 이어받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그 차원을 유지하는 건 오로지 서준에게 가중되는 부담이었다. 존재할 수 없는 차원을 유지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서준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서준의 몸과 영혼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별의 말이었다.

별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서준에게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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