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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131화 (131/150)

131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오 년이라는 시간은 가볍게 볼 기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구와의 시간 괴리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다.

서준은 게이트를 열어두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며 시간 괴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어쩔 수 없이 약초관리를 위해 재배지 섬으로 넘어올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지구에 있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은 무언갈 배우거나 익히기에 적당한 시간은 아니었다.

서준은 그동안 여의주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아직까지 서준은 여의주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주 감을 잡지 못한 것은 아니다. 좋은 교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련은 여의주의 인정을 얻어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 여의주를 인정했다.

완벽에 가까운 전투능력을 지닌 련이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도 여의주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만큼 여의주는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련이 지금껏 사용해오던 능력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서준은 련이 여의주를 다루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의 힘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이건 감각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에 련 역시 설명해 주지 못했기에 스스로 깨달아야만 했다.

서준은 여의주의 인정을 받는 것도 이제 그리 멀지 않았음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물론 서준 일행이 직접 피부로 겪은 시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서준 일행은 오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다시 대장장이 일족의 집에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준비는 다 되셨소?”

가주 최제원이 어떻게 알았는지 입구에 서서 서준 일행을 맞이했다. 아무래도 경비병의 언질을 받은 듯했다.

서준이 돈으로 경비병을 또다시 매수했다고는 하지만 이 마을은 대장장이 일족 덕분에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이었다.

경비병은 서준 일행을 마을 안으로 출입시켜주면서도 대장장이 일족에게 서준 일행의 방문을 알렸다.

“물론입니다. 이렇게 긴 시간을 주셨는데 끝내지 못했다면 장인이라 부를 수 없지요.”

“긴말 말고 봅시다.”

스스로 장인이라 칭하는 최제원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말이었다.

현시점에서 용을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는 최씨 일가가 유일했다. 그리고 최제원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

최제원이 장인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장인이라 칭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네. 따라오시죠.”

최제원은 서준 일행을 안내했다. 지난번 대화를 나누었던 정원을 지나 경계가 삼엄한 어느 건물 앞으로 도달했다.

“보안이 철저하시군.”

“그럼요. 저 안에 있는 게 어떤 물건인데.”

“우리가 의뢰한 것 말고도 더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저희 일족이 모아둔 수많은 용무기가 저 안에서 쉬고 있답니다.”

최씨 일가는 제련의 대가로 용의 부속 일부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무리 용무기를 잘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다.

제아무리 명검이라도 어린아이가 잡는다면 그 힘을 다 발휘하지 못 하는 건 상식이었다.

최씨 일가는 스스로 용을 잡을 수 없는 처지였다. 해서 그들이 용의 부속을 대가로 요구하는 것도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들어가시죠.”

최제원이 손짓하자 경비원들이 옆으로 비켜서며 문을 열었다.

건물 문이 열리자 안쪽에선 한기가 흘러나왔다. 꼭 육류나 어류를 보관하는 냉동창고에 온 느낌이었다.

“춥네요?”

온도 변화에 민감했던 서준이 묻자 최제원이 웃으며 말했다.

“많은 용무기가 모여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미 죽은 동물의 무기라고는 하지만 본래 원체 강하던 놈들 아닙니까?”

“그런데요?”

“용무기끼리 모여있다 보면 서로 힘을 과시하려는 듯 날뛰는 경우가 생깁니다. 죽어서도 의지가 있는 녀석들이죠.”

“오!”

죽어서도 의지가 있는 무기라 흥미로웠다.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보던 에고소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 그렇다고 무기가 말하거나 스스로 행동하고 사고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 그런가요?”

그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최제원이 곧바로 정정하며 나섰다.

“단지 스스로 힘을 과시하듯 무기 혼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물론 정말로 가끔인 일입니다. 저희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해놓은 거에 불과하지요.”

“원인은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인간이 어찌 용을 이해하겠습니까?”

참으로 심오한 무기였다. 물론 서준은 용무기 대신 여의주를 손에 얻었기에 이 안에 있는 무기를 쥘 일은 없었다.

그러나 서준을 제외한 네 사람은 흥미로우면서도 생각이 많아진 듯한 표정이었다.

평생을 용무기를 잡아 온 련 역시도 긴장이 역력한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련이 그동안 사용해왔던 용무기의 재료는 오직 용의 비늘이었다. 그러나 오늘부터 사용하게 될 무기는 강한 용의 부속 사 분의 일을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련 역시도 잘 다룰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근데 이렇게 춥게 해놓으면 용이 힘을 못 쓰나요?”

“아, 용도 결국 파충류입니다. 온도 변화에 약할 수밖에 없죠. 온도를 이렇게 극도로 낮춰두면 얌전해집니다.”

“그렇군요.”

새로운 정보였다. 만약 서준이 냉기와 관련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의 싸움에서 우위를 잡을 가능성이 보였다.

물론 냉기와 관련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이야기였다.

“이곳입니다.”

앞서 걸어가던 최제원이 돌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에는 작은 문이 하나가 있었다.

“들어가시지요.”

최제원이 문을 열고 일행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련을 필두로 하여 일행은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

방 안에 들어온 오세근이 흥분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오세근뿐만 아니었다.

뒤따르던 김비서와 모하메드도 눈이 휘둥그레져 달려 들어갔다.

“이야! 때깔 보소!”

오세근이 벽에 걸려있는 창 앞에 멈춰 서서 입을 크게 벌리며 넋을 놓았다.

그럴 만도 했다. 2m쯤 되어 보이는 아주 기다란 창이 영롱한 빛을 내며 스스로를 뽐내고 있었으니까.

“길이도 적당하고…….”

무기를 살피는 오세근이 분주해졌다. 그동안 사용하던 창보다는 상당히 짧은 길이였다.

그동안은 다수의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일부로 무기를 길게 만들었다. 그래야 타격점이 넓어져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더 많은 수의 적을 죽이기에 용이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지금부터 상대해야 할 적들은 인간들이었다. 그것도 용무기를 지니고 있고 각자의 무예를 날카롭게 다듬은 무인들을 상대해야 했다.

무식하게 긴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적당한 길이의 무기가 필요했다.

“뽑아봐도 됩니까?”

오세근이 최제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더 이상 참기 힘든 눈치였다.

“물론이죠. 그 아이들의 주인은 제가 아니고 여러분인걸요.”

오세근을 포함한 세 명의 창수가 허겁지겁 벽에 걸린 창을 뽑아냈다. 세 자루의 창은 모두 다른 빛을 띠고 있었고 형태도 모두 조금씩은 달랐다.

그러나 세 사람은 모두 자신의 무기를 한눈에 알아본 듯 각자 다른 창 앞에 이끌리듯 서 있었다.

그렇게 세 명의 창수는 넋을 놓은 채 창을 뽑아 들었다.

“쯧쯧, 고작 무기에 현혹되다니. 아직 멀었어. 한참 멀었어.”

그 모습을 련이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기껏 키운 제자들이 좋은 무기 봤다고 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럼, 어디 나도 한번 볼까?”

그러나 련도 어쩔 수 없는 무인이었다. 련의 발은 어느새 칠흑색의 검 앞에 서 있었다.

련 역시도 저도 모르게 무기에 이끌려 온 것이다.

그 어떤 소리도 없었다. 련은 거칠게 검집에서 검을 뽐내었지만 검과 검집이 마찰하며 일으키는 그 어떤 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칠흑의 검은 주위의 모든 소리를 잡아먹는 듯 아주 조용히 발검되었다.

“평범한데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서준이 말했다. 서준의 말대로 실로 평범한 검이었다.

검날이 모두 칠흑색인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특별히 날카로워 보이지도 않았고 특별히 단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아주 어두워 주위의 소리뿐만 아니라 빛까지 흡수하는 느낌이 드는 기분 나쁜 검이었다.

“아니, 정말 훌륭하다. 이렇게 훌륭한 검은……. 본 적이 없구나. 그놈들이 사용하던 것과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어.”

하지만 련의 생각은 전혀 다른 듯했다. 련은 검사였다. 이런저런 무기를 대충 골라가며 사용하다 맨몸 격투가로 전향한 서준과는 전혀 달랐다.

련은 날 때부터 검사였다. 이곳에서도 순수한 검술 실력만으로 련을 당해낼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단지 집단의 크기와 용무기의 격차에서 나오는 차이 때문에 련이 조용히 지냈을 뿐 검술 실력만을 두고 본다면 련은 천하제일이었다.

“별로 날카로워 보이지도 않고 단단해 보이지도 않는걸요?”

“그렇게 보일 뿐이지.”

그런 련이 반할 정도의 검이었다. 절대로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이쯤 되니 서준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련의 위대함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 서준이었으니까.

련이 반한 검은 도대체 어떤 검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번 쥐어보겠느냐?”

“그래도 돼요?”

“뭐, 들고 튈 것도 아닌데 안 될 것도 없지.”

련은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은 후 서준에게 건네주었다.

본디 검이란 것은 검사에게 생명과도 같은 거였다. 검을 잃은 검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련이 이빨 다 빠진 검을 굳이 들고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할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검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검사가 스스로 검을 건네줬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물론 서준은 알아채지 못했다.

“생각보다 무겁네요?”

“아직 네 수준으로 다루기엔 힘든 무기지.”

별로 단단해 보이지도 않은 검이었다. 당연히 가벼울 것이라 느꼈다. 그러나 검은 서준이 느끼기에는 상당히 무거운 수준이었다. 양팔과 다리에 800kg을 이고 뛰던 서준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검이었다.

“마찰음도 안 나고 신기하네요.”

서준이 영화에서 보던 장면을 따라 하며 발검을 했다.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려고 과한 동작을 취해보았지만 발검 과정에서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소리를 잡아먹는 검이라, 무슨 원리죠?”

“용을 상식에 빗대어 생각하려 하지 마라. 애당초 상식을 벗어난 녀석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요?”

“소리뿐만은 아닐 것 같구나.”

소리가 아니면 뭘 더 먹는다는 말인가? 뭐,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련 역시도 검과 첫 만남일 뿐이었다. 앞으로 차차 알아가면 될 뿐이다.

“사실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부탁한 것은 창 세 자루와 검 한 자루였을 텐데?”

네 자루의 무기를 제일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적은 수의 무기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최제원은 독단적으로 하나를 더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특별한 게 나왔거든요. 일단 보시죠.”

최제원의 앞에는 작은 목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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