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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110화 (110/150)

110화.

호랑이들의 울음소리가 숲 전체를 울리고 있다.

최소로 잡아도 세 마리는 되는 듯 느껴졌다. 개체당 전투력을 알지 못하기에 긴장을 해야 했다.

만약 지난 원숭이 괴수보다 이 숲의 주인인 호랑이들의 전투력이 더 강하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상대해야 할 적이 다른 무엇도 아닌 호랑이 괴수였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미 걸린 거 같고, 다들 바짝 긴장해!”

“네.”

숨기에는 이미 늦었다. 기척을 최대한 숨긴다고는 해봤는데 실패한 듯싶다.

아무래도 호랑이 괴수다 보니 감각이 엄청나게 예민한 듯싶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호랑이들이 흥분해서 따라 짖기 시작했다. 호랑이들은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게 앞발에 힘을 싣고 견갑골을 올려세웠다.

지금껏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호전적인 모습이었다.

-캬앙! 캬앙!

캬앙이의 아티팩트가 발동되며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캬앙이의 몸이 점점 더 거대해지면서 어느새 체고가 10m에 달했다. 캬앙이의 힘이 더 강해지면서 아티팩트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 쓸 수 있게된 것이다.

-어흥! 어흥!

-크릉! 크릉!

어흥이와 크릉이도 캬앙이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호랑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

“따라가자!”

덕분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 서준을 필두로 남은 사람들 역시 호랑이들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캬앙! 캬앙! 캬앙!

캬앙이가 거대한 몸을 앞세워 가로막는 장애물을 모두 부수며 나섰다.

체고가 10m에 이르는 캬앙이는 100년은 더 된 것처럼 보이는 두꺼운 나무를 모두 산산조각내며 길을 뚫었다.

덕분에 뒤따르던 서준의 일행들은 최단거리로 캬앙이를 쫓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호랑이들과 서준 일행들의 거리가 점차 멀어져갔다. 그만큼 호랑이들의 속도는 서준이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빨랐다.

“젠장! 너무 빠릅니다. 형님!”

“어쩔 수 없어! 쫓아가!”

흥분한 호랑이들을 말리는 건 서준도 애를 먹는 일이었다. 영수화 되고 아무리 똑똑해졌다고는 하지만 호랑이는 맹수였다.

본래 사람을 따르는 동물이 아니다. 고고한 산의 제왕으로 그 누구의 명을 듣고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다.

게다가 서준이 호랑이들을 기른 이후로 이렇게 흥분한 걸 본 적이 없었다. 이 상황에선 서준도 별수 없었다. 호랑이들을 뒤따르는 수밖에.

-콰앙!

소리와 함께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제일 앞서 달리던 캬앙이의 모습은 먼지구름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형님! 앞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알고 있어!”

오세근이 말해주지 않아도 모두 다 이미 알아챈 상황이었다. 먼지구름으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짧은 간격으로 계속해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필시 캬앙이와 호랑이 괴수 간의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눈에 기운을 집중해! 그럼 뚫어 볼 수 있을 거야!

‘알겠어.’

서준은 달리면서도 눈에 기운을 집중했다. 먼 거리에 모래 구름으로 인해 가시거리가 더욱 짧아진 상황이었다.

눈에 기운을 집중하자 시야가 조금씩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감각이었다.

그동안 눈에 기운을 집중해 멀리 보거나 넓게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장애물을 뚫어보려 했던 적은 없었다.

마치 적외선 카메라를 보는 것처럼 모래 먼지 너머의 물체들이 각각의 색으로 구분되기 시작됐다.

그리고 그 속에는 세 마리의 호랑이와 한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격돌하여 몸을 섞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 마리의 호랑이는 서준의 호랑이였고 각각 아티팩트를 발동한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 혼자서 세 마리를 다 상대하는 거야? 대단한데.

‘저런 놈이 적어도 둘은 더 있다는 건데……. 일 났네.’

현재 호랑이 각각의 전투력은 서준보다 뛰어났다. 호랑이들은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도저히 서준이 쫓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영수의 가치가 높은 것이 여기에 있었다. 게다가 그중 호랑이 영수였으니 서준이 이길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저 호랑이 괴수는 그런 호랑이를 한 번에 세 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두 이미 아티팩트를 발동한 상태였다.

‘생긴 건 별다를 거 없어 보이는데.’

-그만큼 짐의 영혼이 대단한 거야. 앞으로 좀 우러러볼 수 있도록 해.

외형적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닌 모래 구름을 뚫어 본 것이기에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호랑이들과 생김새도 비슷하고 크기 차이도 없었다.

다른 점이라는 건 세 마리의 호랑이들을 혼자서 상대할 정도로 매우 빠른 몸놀림을 지녔고 거대해진 캬앙이를 상대할 정도로 강한 힘을 지녔다는 것뿐이다.

“다들 숨 참으세요!”

서준의 일행들은 어느덧 모래 구름 앞까지 도달했다. 매캐한 모래 먼지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지금 서준 일행들의 수준으로는 10분 이상 숨을 참으며 싸울 수 있었다. 모래 먼지를 마시는 것보다는 숨을 참는 게 몇 배는 나았다.

어차피 전투란 한순간에 결정되는 것, 10분 이상 끄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쾅쾅 소리가 귀를 울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이제는 귓전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너무 큰 소리를 연속해서 들은 여파일까? 삐이이 하는 이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안 그래도 최대 집중 상태야. 걱정하지 마.’

별에게 대답하는 순간 호랑이 괴수와 충돌했다. 모래 구름 속이라 시야가 불분명했다.

눈에 집중해보았지만 이 이상 구분하는 건 지금 서준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속 몰아붙여! 다른 놈들 합류하기 전에 끝장내야 해!”

련의 돌덩이를 피할 때 했던 훈련이 없었더라면 이미 죽었다. 색을 구분하는 훈련을 했기에 이 모래 구름 속에서 호랑이 괴수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었다.

숨조차 쉬기 힘든 불행의 산을 달렸기 때문에 모래 먼지 속에서 숨을 참고 싸울 수 있었다.

련과 매일같이 대련했기 때문에 날카로운 호랑이 괴수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련과 했던 모든 훈련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나 서준의 생명을 연장해주고 있었다.

“저희가 길을 막아보겠습니다! 한 번에 끝내시죠!”

모하메드와 오세근 그리고 김비서 세 명의 창수가 창을 현란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창의 궤도는 호랑이 괴수의 몸체로 향하지 않았다. 호랑이 괴수의 이동 경로를 기다란 창으로 하나하나씩 막으며 움직임을 제한했다.

“조금만 더! 보일 거 같아!”

서준이 호랑이 괴수의 움직임을 쫓기 시작했다. 굳이 공격은 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모든 힘을 모아 마지막 한 방을 제대로 꽂아 넣는 게 중요했다.

어차피 공격은 호랑이들이 하고 있었고 움직임은 세 명의 창수들이 이끌고 있었다. 서준은 그를 따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입니다! 형님!”

세 명의 창이 엇갈리며 꽂혀 들어갔다. 호랑이 괴수의 퇴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키를 훌쩍 넘는 세 개의 창이 호랑이 괴수 주위를 완전히 막았다. 정면 혹은 위쪽을 제외하고는 지나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어흥! 캬앙! 크릉!

그와 동시에 호랑이들이 위를 날았다. 호랑이 괴수의 위쪽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호랑이 괴수가 위쪽으로 튀어 오른다면 세 마리의 호랑이들의 두꺼운 송곳니에 그대로 물어뜯겨 목숨을 잃고 말 것이 분명했다.

-놓치지 마라! 놓치면 다신 안 본다!

‘나 아니면 갈 곳도 없으면서! 나 버리는 순간 너 노숙자야!’

호랑이의 퇴로는 정면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정면은 서준이 막아섰다.

최고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모아야 했다. 그리고 몸을 릴렉스 시킬 필요가 있었다.

상황을 보다 때맞춰서 날아온 별의 유머가 서준의 몸을 릴렉스 시켰다.

서준의 주먹에 검은색의 기운이 강하게 피어올랐다. 지난 전투들처럼 커다란 기운은 아니었다.

주먹을 겨우 덮을 정도로 작은 기운이었다. 그러나 그 밀도는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었다.

마치 블랙홀처럼 새까만 기운이 서준의 피부를 코팅하듯 덮었다. 정확히 오른 주먹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쿠와아아아아아아앙!

호랑이가 포효하며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세 마리의 호랑이보다는 서준이 상대하기 좋을 거라고 판단한듯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오산이었다.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호랑이 괴수의 두꺼운 앞발과 서준의 주먹이 맞붙었다.

최대 힘을 다한 호랑이의 후려치기와 서준의 스트레이트가 그대로 맞붙었다.

“커헉!”

그와 동시에 서준이 뒤로 쭉 튕겨 나가며 날아갔다. 10m 이상 날아간 서준은 나무에 부딪히며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

호랑이 괴수와의 격돌 때문인지 나무와의 충돌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서준은 지금 큰 상처를 입었고 입에서 피를 토했다는 것이었다.

-야, 괜찮냐?

‘아니…. 죽을 것 같다. 다시는 안 해!’

그와 동시에 모래 구름이 가라앉았다. 지금껏 제대로 보지 못했던 호랑이 괴수의 모습이 시야에 뚜렷하게 들어왔다.

윤기가 흐르는 짙은 파란색의 털을 가진 호랑이였다. 한눈에 봐도 아름다웠다.

‘그래도 해낸 것 같네.’

아름다운 털을 가지고 있는 호랑이 괴수는 바닥에 쓰러져 움찔대고 있었다.

-어흥!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 했던 호랑이 괴수는 어흥이의 발길질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어흥? 어흥?

기절한 것인지 죽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흥이는 확인사살 하려는 듯이 앞발을 이용해 호랑이 괴수의 머리를 툭툭 쳐댔다.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미 쓰러진 듯싶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죽을 것 같다 진짜.”

별에게 한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서준의 속은 이미 진탕이 되어서 숨을 쉴 때마다 핏물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일단 자리를 피합시다. 남은 두 놈이 언제 달려들지 몰라요.”

“그래, 일단 피하자.”

서준은 있는 힘을 다해 게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는 남은 둘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호랑이의 시신만 대충 챙긴 후 돌아가는 게 맞았다.

아티팩트를 지녔는지에 대한 여부는 돌아가서 확인할 수도 있었다.

서준의 손끝에서부터 검은색의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비스듬한 타원을 만들어가던 실선이 반환점을 돌아 다시 서준의 손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서준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앙!

숲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포효였다. 이미 진탕이 된 서준의 속을 흔들기에는 충분한 소리였다.

서준이 쓰러짐과 동시에 게이트는 다시 닫혔다.

“와…. 큰일 났네.”

오세근이 현실감 없는 비명을 질렀다.

“오세근 헌터님! 저희가 어떻게든 버텨보겠습니다! 백서준 헌터님 서둘러 깨워주세요! 도망쳐야 합니다!”

후퇴를 모르던 모하메드였다. 그러나 그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방금 상대한 것보다 두 배 이상 큰 두 마리의 호랑이 괴수가 그들을 양 끝에서 에워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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