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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106화 (106/150)

106화.

모하메드, 서준이 상대했던 그 어떤 헌터보다 강력했다.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쳐 겨우 승리할 수 있었을 뿐 제대로 1대1을 했더라면 절대로 이기지 못했다.

서준이 알고 있는 헌터 중 리버스의 최운혁을 제외한다면 모하메드 앞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누구보다도 패기롭고 호탕했던 그 모하메드가 지금 호랑이 약국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서준이 기억하는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캐주얼하게 잘 차려입은 복장이었다. 얼핏 보면 매우 선하고 유약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준은 그가 내면에 담긴 강렬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백서준 헌터.”

“예, 일단 들어오세요.”

서준은 당황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모하메드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여기 앉으세요. 일단 차라도 드릴까요?”

“아, 예. 감사합니다.”

모하메드가 새벽부터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지만 차차 듣기로 하고 우선은 호랑이차를 타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에 티백만 담가두면 되었기에 서준은 예쁜 찻잔을 골라 뜨거운 물을 담은 뒤 티백 하나를 풍덩 빠트렸다.

“일단 드시면서 얘기해 주시죠. 이집트에서 한국까지 찾아왔다면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네, 감사합니다.”

모하메드는 찻잔을 받아들더니 홀짝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맛 좋네요. 소문으로만 듣고 언제 한번 꼭 마시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준은 호랑이차는 이미 한국 내에서 유통될 대로 유통이 됐는데 아직 이집트까지 가지는 못했나 보네…. 하며 모하메드를 뚫어지게 바라다보았다.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부터 약국 문을 두드렸다. 아마도 공항에 비행기가 떨어지자마자 곧장 약국으로 온 것일 테다.

할 말이 있다면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도 많았다. 전화로 하지 않고 굳이 이집트에서 한국까지 직접 찾아왔다는 것은 큰일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제아무리 모하메드라고 해도 입국 허가를 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테니까.

“아직 주무시고 계실 시간이었나 보네요.”

“아뇨, 마침 일어날 시간이 되긴 했어요.”

마침 훈련을 위해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련은 지각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고 지각을 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호통을 들게 되었다.

해서 서준은 고된 훈련과 영업 후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예.”

어느덧 찻잔을 다 비워낸 모하메드는 딸깍 소리를 내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어느새 표정에서 웃음기를 싹 지어내더니 그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도 모하메드의 진지함을 알아챘는지 자세를 고쳐잡고 모하메드를 바라보았다.

“혹시 제가 인터뷰한 것은 들으셨나요? 한국에서도 꽤 화제가 된 거로 알고 있는데요?”

“네, 어젯밤에 봤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셨을 텐데 존경합니다.”

서준은 모하메드의 발언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서준도 비슷한 발언을 한 후 상당 기간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서준의 집 앞에서는 항상 격한 시위가 있었고 초인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을 소파에 앉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초인몰에는 서준을 비방하는 글이 초 단위로 올라왔고 실제로 약국으로 괴수의 사체를 보내는 등의 테러를 하는 놈들도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서준의 돈이 되었다.

거기에다가 오세근이 그들을 모두 찾아내어 응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헌데 모하메드는 서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헌터였다.

서준 역시 GOTY에 우승하긴 했지만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모하메드는 오로지 단신의 힘으로 GOTY에서 우승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이집트 게이트는 백만 명이 넘는 피해자를 낸 역대 최악의 게이트로 불렸다.

모하메드는 이집트 게이트를 해결해냄으로써 이집트의 영웅을 넘어 전 세계적인 영웅으로 발돋움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의 입에서 나온 게이트 폐쇄 선언은 전 세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해서 서준은 그와 같은 발언을 한 모하메드의 용기를 진심으로 높게 쳐주고 있었다.

“백서준 헌터에 비하면 한참이나 늦었지요. 백서준 헌터께서는 이미 반년도 전에 하셨던 말씀이잖아요?”

“겁이 없었죠. 생각만 하고 있어도 되는 걸 괜히 입 밖으로 꺼냈다가 고생만 했습니다.”

서준은 모하메드의 말에 답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이었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어도 될법한 일이었다.

방법만 알고 있을 뿐 고지는 한참 남은 일이었다. 해결하기 직전에 혹은 해결한 후에 말했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준은 그 인터뷰를 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서준도 평범한 인간이었고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비난의 화살은 견디기 힘들었으니까.

“그래서 모하메드 씨는 방법이라도 가지고 계신 겁니까?”

하지만 이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따위가 아니었다.

서준이 인터뷰할 때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약간의 실마리를 쥐고 있었다. 별의 영혼을 모은 후 되찾은 별의 기억을 통해 게이트를 닫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만약 모하메드가 서준이 알지 못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인터뷰를 한 것이라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악용을 잡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요. 방법은 모릅니다.”

“아, 그렇군요…….”

모하메드의 대답을 들은 서준은 저도 모르게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가는 길은 알고 있습니다.”

“네? 알고 있다고요?”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모하메드의 대답에 서준은 약간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저는 그날 전투 후 아티팩트 하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서준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서준이 꼭 얻어야 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별의 영혼이 담긴 아티팩트였다.

“사실 사용처는 명확했습니다. 그 생김새만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죠.”

“네.”

서준도 그 사용처를 알고 있었다. 별의 영혼이 담긴 아티팩트는 보통은 성장을 촉진해줄 뿐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모하메드가 손에 넣은 아티팩트는 생김새도 명확했고 사용처도 명확했다.

그리고 모하메드는 실제로 그것을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서준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뭐, 고생은 좀 했습니다. 길들이는데 반년 가까이 걸렸으니까요.”

“그것보다는 비난 여론이 힘들었을 거 같은데요?”

“그런 건…. 뭐, 익숙합니다.”

서준과 모하메드는 순간 동병상련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찌 되었건 저는 아티팩트 사용에 성공했고 그다음부터 막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겠죠.”

별의 영혼을 사용했는데 힘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이후였습니다. 아티팩트 사용에 성공한 후부터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이요?”

“네, 매일 꾸는 꿈은 아니었습니다. 간헐적으로 꿀 수 있는 꿈이었습니다.”

모하메드는 이야기를 하다말고 서준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꿈에는 백서준 헌터가 나왔습니다.”

“제가요?”

“그뿐만 아니라 두 명의 헌터와 백서준 헌터의 호랑이들도 같이 나왔습니다.”

두 명의 헌터는 아마도 오세근과 김비서일 것이다. 서준은 그렇게 예측할 수 있었다.

지금 서준이 함께 다니는 헌터는 그 둘뿐이었으니까.

“그래서요?”

“세 분은 항상 어딘가를 탐험하고 계시더군요. 원숭이 모습을 한 괴수를 잡는 것도 보았습니다.”

서준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모하메드의 말대로라면 모하메드는 꿈속에서 서준 일행의 모험을 지켜본 셈이 된다.

세 사람과 호랑이만이었다면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원숭이 괴수와의 싸움까지 보았다는 건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든 것을 종합해본 결과 백서준 헌터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

서준은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아 말문을 잃은 것이다.

“말해주십시오. 사실입니까? 게이트를 닫을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모하메드가 물었다.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어조를 하고 있었다.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담겼고 톤 자체도 상당히 올라갔다.

“사실이라면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서준이 되물었다.

“무조건 도와야죠! 무조건 돕겠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모하메드가 양팔로 서준의 손을 잡았다. 힘이 꽉 들어간 것이 엄청나게 간절한 듯했다.

“백만 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저는 이 파괴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서준의 손을 붙잡는 모하메드는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어떡할 거야?

‘말해도 되지 않을까? 뒤가 구린 사람은 아니야.’

-그렇지. 너무 올곧아서 문제지.

GOTY에서도 수많은 헌터들에 둘러싸였지만 혼자 상대했던 자였다. 백만 명을 죽일 정도로 강력한 괴수가 나타났음에도 최전선에 섰던 사람이다.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좋습니다.”

서준은 손을 잡고 있는 모하메드를 떨쳐낸 후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두를 말해줄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능력과 12개의 아티팩트를 비롯한 괴수에 대해 말해줄 수 있었다.

“그렇군요……. 12개의 아티팩트를 모은다면 길이 뚫리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모든 사실을 들은 모하메드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수많은 정보를 정리하듯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짧은 시간이 흐른 후 모하메드가 답했다.

“제가 한국에 체류하면서 돕겠습니다. 다음 괴수를 잡을 때 역시 돕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 역시 내놓겠습니다.”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아티팩트란 본디 보물이었다. 일억 금을 준다 해도 쉽게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모하메드가 지니고 있는 건 평범한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본래부터 최강의 헌터라고 불리던 모하메드를 몇 배는 더 강력하게 해주었으니까.

그런데도 모하메드는 거리낌 없이 그를 내놓겠다고 해주었다.

“아니요. 그건 일단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종 단계에나 필요한 거지 지금은 필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서준은 모하메드의 아티팩트를 지금 당장은 받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모하메드의 전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필요 없다. 아티팩트를 열두 개 모두 모았을 때나 필요하지 지금은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모하메드의 강력한 전력이 더 소중할 때였다.

앞으로 상대할 괴수는 진짜로 태생부터 강력한 괴수들뿐이었으니까.

“그럼 일단 스승님을 뵈러 가죠.”

“네.”

일단은 련에게 모하메드를 소개할 때였다. 모하메드가 그때 당시 최강이었다고 해도 련의 수련을 받은 세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련의 손길을 받는다면 그 누구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서준은 2층에 있는 련을 깨운 후 모하메드와 함께 수련장인 불행의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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