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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104화 (104/150)

104화.

“억! 억! 으악! 억! 으악!”

“이것도 못 피해서 용 잡을 수 있겠어?”

오른손으로만 뒷짐을 진 련이 왼손 잽을 끊임없이 날리고 있었다.

돌덩이 맞추기 훈련을 완벽히 끝낸 서준은 어느덧 다음 단계에 다다라 련이 직접 훈련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단련된 안력으로도 련의 왼손 잽은 피할 수가 없었다. 잘 보이지도 않았을뿐더러 기를 쓰고 노려봐서 하나 피해 보려 해도 련이 알아차리고 쫓아가며 때렸기 때문이다.

“악!”

계속해서 얻어터지던 서준은 턱을 한 대 얻어맞더니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기절했다.

그동안 쌓인 대미지가 컸던 상태인 데다가 턱을 맞아 뇌가 흔들리며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쯧쯧쯧, 며칠째 한 방도 못 피하다니. 기대하는 게 아니었나?”

련이 쓰러진 서준을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며 불평을 했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옆에는 오세근과 김비서도 같이 쓰러져 있었다.

“쯧쯧, 세 놈이 한 번에 덤벼도 내 한 손을 못 버티는 놈들이 용을 잡겠다고?”

련은 못마땅한 듯 쓰러져있는 서준 일행을 발로 걷어차며 강제로 깨워버렸다.

“그리 온종일 누워서 처자고만 있는데 언제 강해져서 언제 용을 잡으려고?”

쓰러졌던 서준 일행이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잠시 골이 띵해 세상이 흔들려 보였지만 이내 정신을 붙잡고 자세를 잡았다.

“다시 갑시다.”

“이제 그만하지 그래?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아뇨,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련이 비아냥대며 중얼거렸지만 서준 역시 밀리지 않았다. 싸움 실력에서 안 되면 기 싸움이라도 이겨야지 별수 없었다.

“그래 한번 덤벼 봐라.”

서준의 도발에 련이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교환할 뿐이었다.

애초에 수준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셋이 덤빈다고 해서 련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어떻게든 련에게 단 한 방이라도 먹이기 위해서, 아니 두 팔을 다 쓰게 하기 위해서는 협공이 필요했다.

이전처럼 따로 놀다가는 다시 흙 맛을 보기 십상이었다.

서로의 눈이 부딪히며 그 뜻을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김비서와 오세근이 양옆에서 창을 찌르며 들어갔다.

불행의 산이라는 페널티를 얹고 800kg을 달고 달렸던 녀석들이다. 엄청나게 발달된 신체 능력을 무거운 창을 젓가락질하듯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부웅! 하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련의 양쪽에서 들려왔다. 련은 왼손으로 오세근의 창을 툭툭 쳐내면서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김비서의 창을 피했다.

하지만 오세근과 김비서도 만만치는 않았다. 두 사람은 이제는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은 창을 연속적으로 찔러대며 련을 귀찮게 했다.

“고작 이걸로 되겠어? 네놈도 들어와라.”

하지만 련에게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그러한 공격들이었다. 오세근과 김비서가 있는 힘을 다해 연타를 날리고 있었지만 련은 한 손으로 오세근의 창을 모두 튕겨내었고 김비서의 창은 허리를 굽혔다 펴는 것으로 모두 피하고 있었다.

서준은 그 상황을 두 눈으로 모두 담고 있었다. 마치 련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거냐? 네놈이 지켜본다고 뭘 알 수 있긴 한 거냐? 들어와. 그냥.”

련도 슬슬 질리는지 서준을 도발하며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대로만 가면 이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전에도 련이 발을 움직임과 동시에 오세근이 쓰러졌고 곧바로 김비서가 쓰러졌다. 그리고 서준과의 1대1 상황이 만들어지며 서준은 매타작을 맞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상황을 더 지켜본다는 듯이 짙은 눈을 하며 련을 끝까지 노려보았다.

“겁을 먹었나?”

련이 의아해하는 그 순간이었다. 서준의 고개가 살짝 끄덕임과 동시에 세 방향에서 호랑이들이 튀어나와 련에게 달려들었다.

“수호수를 사용하시겠다?”

비겁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세 사람의 힘만으로는 뒷짐 지고 있는 련의 오른팔을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애초에 영수를 잘 사용하는 것도 헌터의 실력이었다.

-어흥! 캬앙! 크릉!

호랑이들은 이미 아티팩트를 발동한 상태였다. 호랑이들 역시 련이 웬만큼 강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야생에서 살아가던 맹수들이었다. 전투력의 강함과 약함을 잘 구분하는 것이 그들의 수명을 결정하였다.

호랑이들은 련에게 달려들 때부터 온 전력을 쏟아부었다.

“이건 좀 재밌구나! 하하하!”

김비서와 오세근만을 상대하며 뜨뜻미지근했던 련의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허리를 틀어가며 공격을 피하던 련이 발을 요란스럽게 움직여대기 시작했다.

호랑이 셋과 헌터 둘 총합이 다섯의 협공이었다. 그 공격속도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이전 GOTY에서 모하메드가 보여주었던 공격을 다섯이서 함께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련은 다섯의 공격이 날카롭게 쳐들어오는 것을 모두 손쉽게 피해냈다.

련이 한 발을 움직이면 공격하던 김비서가 중심을 잃었고 또다시 한 발을 움직이면 호랑이들의 동선이 겹쳤다.

그러면서도 오세근의 창대에 붙여놓은 손등을 떼지 않은 채 오세근의 창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중이었다.

“구경만 할 테냐?”

게다가 아직 여유로운지 피하면서도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 와중에도 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련과 모두의 움직임을 두 눈에 담고 있었다.

“보기만 한다고 뭐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거야? 들어와 쫄보 새꺄.”

련이 도발했지만 서준은 응하지 않았다. 단지 서준의 오른쪽 다리의 엄지발가락에 힘이 들어갈 뿐이다.

전투가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서준의 오른발 엄지발가락에는 끊임없이 힘이 축적되고 있었다.

련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기운만을 두 눈에 담은 채 남은 모든 기운을 굳센 의지를 담아 엄지발가락에 실었다.

-어흥!

그때였다. 어흥이가 크게 포효하며 온 힘을 다해 련에게 양발을 휘둘렀다. 어흥이의 온 힘이 담긴 앞발은 지금까지의 공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불행의 산에서 그동안의 수련으로 어흥이 역시 상당히 강해진 상태다.

련도 이번 공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크게 휘청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서준의 엄지발가락이 지면을 꾸웅! 하며 눌렀다.

동시의 서준의 신형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느새 련의 코앞까지 맞닿아 있었다.

서준이 사라진 자리의 지면에는 엄지발가락 크기의 깊은 홈이 파여있을 뿐이다.

“제법이구나!”

잠시 휘청이던 련이 튀어나오는 서준을 보고 급히 자세를 바로 세웠다. 중심이 무너진 상태로는 련 역시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어떤 자세에서 모든 공격을 쉽게 피해내던 것을 기억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련이 느긋한 채 말하며 오세근의 창대에 붙어있던 손을 떼 낸 후 서준에게 잽을 날렸다.

련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속도가 빨라진 것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이야!

‘알고 있어! 기다렸다고!’

련의 왼 주먹이 서준의 인중을 향해 정확히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서준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련이 다섯의 협공을 피하다가 중심을 잃는 것을 기다렸다. 어흥이의 활약으로 드디어 련이 중심을 잃었을 때 온 힘을 다해 한 스텝 만에 련의 품 안으로 파고드는 것에 성공했다.

련이 중심을 되찾을 것도 그 상태로 공격을 날릴 것도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그 순간 서준을 제외한 온 세상이 느려졌다. 사고 가속이었다. 그동안 수련 중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이다.

련이 사용하지 웬만하면 말라고 했던 이유도 있었고 서준 스스로도 사고 가속에 의존하는 모습을 지우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 가속 역시 서준의 기술,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건 진짜 바보다. 기회가 났으면 과감히 시도할 줄도 알아야 했다.

-오른쪽 아래로 피해!

‘알고 있어!’

련의 왼 주먹이 인중 코앞까지 다다랐다. 서준이 오른쪽으로 더킹하자 련의 주먹이 서준의 왼뺨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느려진 세상 속에 서준만 홀로 움직일 수 있었다. 800kg은 지탱하던 서준의 몸체는 어느덧 느려진 사고 가속의 세계 역시 지탱할 수 있었다.

서준의 오른쪽 스트레이트가 련의 관자놀이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고 있었다.

맞고 죽어라! 정도의 힘이 들어간 주먹이었다. 속도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최선의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동안 매타작당했던 걸 모두 갚아주고 싶기라도 하듯 서준의 주먹은 매섭게 련의 관자놀이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꽝! 하는 소리가 났고 서준은 정신을 잃었다.

“으으응? 여기가 어디지?”

누워있던 서준이 눈두덩이를 매만지며 일어났다. 서준의 눈에는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다.

서준의 신체 회복능력으로 보았을 때 지금껏 치료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의 상처였다.

“형님 정신이 드십니까?”

“어, 세근아. 나 왜 여기서 자고 있냐?”

“백 선생님 기절하셨었어요.”

서준이 세근을 향해 묻자 옆에서 쉬고 있던 김비서가 답했다.

“기절이요? 잠깐, 아까 훈련 어떻게 됐어요? 분명 주먹 피하고 카운터 뻗은 거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기절이란 단어를 들은 서준은 훈련 중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냈다.

분명히 련의 주먹을 더킹으로 피하며 련의 관자놀이를 향해 정확히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피할 수가 없는 각도였고 피할 수가 없는 속도였다. 제아무리 련이라고 해도 회심의 카운터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서준은 그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실패했습니다. 형님 카운터 실패하고 오히려 얻어맞고 쓰러지셨어요.”

“뭐? 실패했다고?”

“뭐…. 실패라면 실패고 성공이라면 성공이죠.”

“무슨 말이야?”

오세근이 애매모호하게 말하자 서준이 되물었다.

성공이면 성공이고 실패면 실패지 실패라면 실패고 성공이라면 성공이 무슨 말인가.

“사부께서 발을 사용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재밌다는 듯이 웃던 김비서가 입을 열었다.

“그 상태로 카운터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셨는지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그대로 뒷발로 백 선생님을 후려 차셨습니다. 덕분에 백 선생님은 그대로 맞고 뻗으셨고요.”

“아! 뭐야! 한쪽 팔만 쓴다더니!”

“어쨌든 다리를 쓰게 했으니 성공한 셈이지요.”

“그런가? 히히히.”

지금껏 단 한 번도 련을 당해내지 못했던 서준과 아이들이다. 셋 모두 얻어맞고 기절한 건 마찬가지지만 어찌 되었건 련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 기쁜지 셋이 함께 산이 떠내려갈 듯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시끄럽다 이놈들아!”

셋의 웃음소리를 듣다가 기분이 나빠진 련이 소리쳤다.

“당장 다음 훈련 시작할 준비해! 이것들아!”

“알겠습니다! 다음 단계로 가면 되는 거죠?”

서준이 련을 놀리듯이 다음 단계를 운운하며 약오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택도 없다 이놈아! 사고 가속 안 쓰고 피할 때까지 계속할 거야!”

하지만 이미 삐질 대로 삐진 련은 서준을 다음 단계로 넘겨 줄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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