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약사 백선생-103화 (103/150)

103화.

“빨간색!”

여러 개의 돌덩이들이 서준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모두 련이 서준에게 던진 돌들로 일반인들은 지나갔는지 분별이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마치 총알처럼.

“으억!”

서준의 옆구리와 어깨에 돌덩이 두 개가 날아가 꽂힌다.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온 돌덩이들은 단련된 서준도 참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쯧쯧, 집중 안 하냐?”

“너무 어려워요! 차근차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처음부터 이렇게 어렵게 하면 누가 합니까?”

“너 시간 많아?”

“아뇨.”

“그럼 닥치고 해.”

“네…….”

련은 돌덩이에 맞고 입을 씰룩대는 서준을 봐주지 않고 다시 돌덩이들을 던졌다.

아까보다 숫자가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노란색!”

“얍!”

련의 말을 듣고 서준이 이상한 기합 소리를 내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서준의 주먹은 날아오던 돌덩이 하나를 정확하게 쳐내며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휴우…. 또 맞을 뻔했네.”

뒤따라 오던 돌덩이를 요령껏 잘 피한 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에 맞아봤다시피 돌덩이들이 상상하던 것보다 많이 아팠다. 차라리 원숭이 괴수한테 한 대 맞고 말지 저 돌덩이에 다시 맞는 건 질색이다.

“억!”

서준이 성공했다며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련이 갑작스레 서준에게 돌을 던져 서준의 머리를 맞췄다.

지금처럼 훈련의 의미로 던진 것이 아닌 진심으로 맞추려고 던졌기에 서준은 피하지 못했다.

“성공했는데 뭡니까!”

서준이 이마에 난 혹을 양손으로 쥐며 소리쳤다.

“성공했다고?”

“그럼 실패했어요? 여기 돌덩이 터진 거 보이시죠? 설마 벌써 노안이 오셨나?”

“내 제자가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노안이라니……. 다시 잘 살펴봐라.”

서준은 본인이 산산조각내었던 돌덩이의 파편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어…….”

놀랍게도 돌덩이는 노란색이 아닌 붉은색이었다.

“내가 노란색이라고 했지 언제 붉은색이라고 했어? 집중 안 할래?”

“죄송합니다…….”

풀이 죽은 서준이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가.

“다시 해요!”

금세 기운을 차리고 재도전을 신청했다.

“그래, 바로 가보자.”

그 모습이 기특했는지 련은 속으로 웃으며 다시금 서준에게 돌덩이를 던졌다.

“파란색!”

서준의 눈빛이 진해졌다. 날아오는 돌덩이들을 빠른 속도로 살펴보았다. 서준의 동공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서준의 동공이 빠르게 움직이며 돌덩이들을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이거다!”

그러다 서준의 눈에 파란색의 돌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서준은 가슴팍을 향해 날아오는 파란색 돌덩이를 향해 스트레이트를 뻗었다.

“됐! 으윽!”

팡! 소리와 함께 파란색 돌덩이가 산산조각이 났지만 목표 돌덩이를 찾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파란 돌덩이를 찾아 터트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뒤따라 오던 세 개의 돌덩이를 피하지 못한 서준은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아악! 아파 죽겠네!”

“쯧쯧쯧, 이거 하나 못 해서 어쩌나?”

“다시 한번 해봐요. 으…….”

서준은 돌덩이를 맞은 부위를 손바닥으로 비비며 다시 일어섰다.

“하나씩 보려 하지 말고 전체를 보거라. 전체를. 하나씩 보려 하니 후속타를 얻어맞는 게 아니냐?”

“그게 말처럼 쉬우면 제가 여기서 배우고 있겠습니까? 일단 다시 한번 해봅시다.”

“그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거지. 나쁘게 생각 안 한다. 몸으로 때려 박는 것도 배움의 방법의 하나니까.”

련은 입으로는 불평불만을 다 뿜어대고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서준이 기특한지 돌덩이를 지난번 보다 두 개나 더 집었다.

“아니? 입으로는 칭찬하면서 왜 돌덩이를 더 집습니까?”

“칭찬받았으면 그에 보답을 해야지! 파란색!”

련은 서준이 방심한 틈을 타 돌덩이를 냅다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서준은 순간 당황해 멈칫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돌덩이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서준의 동공이 이전처럼 마구잡이로 움직이지 않았다. 제자리에 멈춰 서있었다.

‘넓게 보자. 넓게…. 하나씩이 아니고 넓게……. 한 번에 전체를 보자…….’

시야를 넓게 그러나 짙게 보려고 의식을 집중했다. 서준의 눈에 서준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동공은 확장됐으며 그 겉으로 짙고 검은 기운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노랑, 초록, 초록, 빨강, 노랑, 빨강, 파랑!’

파란색의 돌덩이를 찾아낸 서준은 위빙을 하며 앞서 날아오는 돌덩이를 피하고 피하지 못하는 돌덩이들은 손등으로 툭툭 쳐냈다.

그리고 이윽고 파란색의 돌덩이 앞에 선 서준은.

“성공!”

기쁨의 환호성을 지으며 스트레이트를 그대로 뻗었다.

펑! 소리와 함께 돌덩이는 흔적도 찾기 힘들 정도로 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제법이구나!”

칭찬을 잘 해주지 않던 련 또한 이번 서준의 움직임이 놀라웠는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윽고 머쓱한지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별거 아니네요.”

“에잉, 쯧. 한 번 성공했다고 들뜨기는.”

“시작이 반 아닙니까? 한 번 성공했으니 이제 반은 했다고 봐야죠.”

“뭣도 없는 놈이 참 긍정적이구나.”

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이 훈련을 왜 한다고 생각하냐?”

“눈을 발달시키기 위해서요?”

“그러니까 눈을 왜 발달시켜야 하는데?”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요.”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싸움의 기본은 눈이기 때문이다.”

련의 진지해진 모습에 서준도 자세를 고쳐잡고 련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전투 훈련을 한다더니 단순히 색깔 맞추기를 하기에 아쉬워하던 서준이었다.

하지만 련의 수련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 법. 서준은 훈련을 하나 하더라도 대충대충 넘기는 법이 없었다.

“네가 상대해야 할 놈들이 누구냐?”

“괴수죠.”

“그래. 괴수다. 인간이 아닌 괴수야. 어떤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을지 만나기 전까지 예상하지 못한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해서 특별히 따로 격투술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인간을 상대할 때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는 방법이 통하는 거지 너보다 수십 배 큰 괴수나 팔이 10개 달린 괴수를 상대할 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 뼈가 없는 연체동물을 상대할 때 그게 무슨 소용이겠냐?”

련의 말을 들은 서준은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70% 정도만 말해 주고 나머지 30%는 직접 채우게 하는 게 련의 훈련 방식이었다.

지난 한 달간의 훈련으로 익숙해진 서준은 자연스레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럼 눈을 발달시켜서 무조건 공격을 피하고 맞지 않으면서 때리라는 말씀이신 거죠?”

“뭐, 그렇게 말하니 볼품은 없어 보이는데 정답이다. 모든 공격을 피하고 너의 공격은 다 맞추면 이길 수 있다.”

-맞아, 맞아. 짐도 저렇게 싸웠느니라.

“몸은 이미 달리기를 하면서 만들어 두었다. 무거운 무게를 짊어지면서 근력 또한 충분해졌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느라 근육은 부드러우면서도 질겨졌으며 체력 또한 극한까지 치달았다.”

중간에 이상한 추임새가 들린 것 같았지만 서준은 무시한 채 련의 말을 경청했다.

“주먹을 정확히 뻗는 법, 힘을 실어 발을 차는 법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눈이다. 주먹을 정확히 뻗을 줄 알아도 힘을 실어 발을 차는 법을 알아도 상대의 움직임을 잡아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알겠습니다. 바로 다시 시작하죠. 빠르게 클리어하고 주먹 뻗는 법 다 뽑아내 드릴 테니까.”

련의 말을 들은 서준은 격투술을 배우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뒤로한 채 련에게 말했다.

이미 한번 피해도 봤겠다 서준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서준은 자신 있게 다음 단계를 요구했다.

“허허, 후회하지 말거라.”

련은 껄껄 웃으며 양손에 돌덩이를 쥐었다.

“아니! 그래도 양손은!”

“닥치고 노란색!”

서준의 불평은 통하지 않았다. 련에게서 서준에게로 쏟아지는 돌무더기 속에서 서준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눈에 힘을 주었다.

넓게 보면서도 짙게 본다. 서준의 요령이었다. 사람마다 같은 일을 수행하더라도 하는 방법이 달랐다.

방법이 같더라도 느끼는 것은 달랐다. 넓게 보면서도 짙게가 서준의 요령이었다.

‘파랑, 파랑, 파랑, 노랑, 빨강, 초록, 초록, 빨강…….’

서준은 두 배로 늘어난 돌덩이들 사이에서 정확하게 노란색의 돌덩이를 찾아냈다.

이윽고 최단의 루트를 계산한 후 땅을 밀어내며 한 번에 돌진해 노란 돌덩이 앞에 섰다.

그리고 착! 소리와 함께 돌덩이를 완벽하게 잡아챘다.

“어때요? 이 정도면 쓸만하죠?”

“아직 연습단계일 뿐이다. 자만하지 말거라. 껄껄껄.”

단숨에 늘어난 서준의 실력에 련도 놀랐지만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서준의 집중력이 높았기에 서준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련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더 많은 돌덩이를 집어 들었다.

“으…. 많은 것 봐. 갑시다!”

많은 돌덩이에 불평하는 서준이었지만 그래도 그만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두 번의 연속된 성공으로 서준의 기분도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다.

“사고 가속을 쓸 생각은 하지 말아라. 평소에도 분간할 줄 아는 상태까지 안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사고 가속은 양날의 검이야. 오래 지속할 수도 없을뿐더러 너의 움직임까지 제한된다. 빨강! 그 기술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닌 이상 사용해선 안 돼!”

련은 서준에게 말을 걸며 시선을 분산시켰다. 그러면서 서준이 눈치채지 못하게 돌을 던져댔다. 서준과 수준 차이가 어마어마했기에 가능한 기예였다.

그러면서도 대화 중간에 돌의 색깔을 지정했다. 서준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 위함이었다.

“이런 법이 어딨어!”

그러나 서준은 불평을 터트리면서도 빨간색의 돌덩이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눈을 사용하는 것이 어느덧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그리고 시위라도 하듯 돌덩이에 스트레이트를 제대로 꽂았다.

그러나 돌덩이는 이전처럼 조각나지 않았다. 오히려 오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척! 소리와 함께 련의 손아귀에 빨간색의 돌덩이가 잡혔다.

“허! 내가 당할 것 같아? 쯧쯧 스승을 공경할 줄도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련은 본인에게 돌덩이를 튕겨낸 것을 탓하며 겉으로는 불쾌한 척을 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놀란 상태였다.

‘돌을 깨트리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재밌구나. 재밌어.’

가르쳐준 적도 없는 기술이었다. 애초에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돌을 반대 방향에서 그대로 때리면 터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서준은 돌덩이에 자그마한 상처도 입히지 않은 채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본인의 신체와 기운을 완벽히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구나. 좋아! 가보자! 파랑!”

서준을 수련시키는 련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서준과 련의 사이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돌덩이들이 날아다녔다.

“으허허헉……. 사부님 언제까지 뛰어야 해요?”

련과 서준의 신나는 훈련 중에 오세근과 김비서가 잠시 잊혀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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