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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74화 (74/150)

74화

“헉! 헉! 헉! 헉!”

서준과 호랑이들은 밀림 속을 달리고 있었다. 호랑이들의 온몸에는 상처가 자욱해서 서준을 태우고 달릴 여력이 없었다.

약효에 의해 조금씩 상처가 회복되고는 있었지만 그만큼 체력이 떨어져가고 있었다.

“헉! 헉! 헉! 헉!”

그리고 그런 서준의 주위에는 윤희주도 성해철도 일본팀 리더도 없었다. 서준은 홀로 남았다.

이집트팀을 물리친 이후로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서준은 지난 일을 생각하며 이를 굳게 다물고 계속해서 달렸다.

이집트팀을 물리친 한국과 일본의 연합 팀은 점점 퍼져가는 독안개를 피해서 섬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독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며 음식을 상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호흡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저 속에 오래 있다가는 속이 진탕될 게 분명했다.

처음부터 이런 농도였다면 사흘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브라질과 미국이 살아남았다.

유럽연합은 자멸했으며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이집트는 한국과 일본 연합에 의해 탈락했다.

이제 남은 팀은 단 네 팀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연합은 합쳐서 넷이 살아남았고 브라질과 미국은 여섯이 온전히 남은 상태였다.

살아남은 네 팀은 독안개를 피해 안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했다. 독안개의 확산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각 국가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졌다.

결국 한국 일본 연합팀은 미국팀과 충돌했다. 좁아진 안전 구역에서 여섯이 온전히 살아남은 미국 팀을 피할 공간은 없었다.

여섯이 온전히 남은 미국팀이었다. 게다가 본래의 전력 차이도 있었다. 한국 일본 연합팀이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윤희주 성해철은 탈락했고 일본팀 리더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서준 역시 간신히 도망쳐 그들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크릉아 괜찮아?”

-크릉… 크릉! 크릉!

크릉이는 한 번 쓰러졌었다. 미국과의 전투 중 협공을 받아 결국에 쓰러졌다. 다행히 서준이 크릉이를 안고 도망치는 데 성공했고 깨어난 후 서준의 약초로 상처를 어느 정도 돌본 상태였다.

크릉이는 대회 규칙상 무기로 취급되었기에 기절했다 깨어났더라도 탈락 처리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영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점이었다.

-일단 숨거라! 숨어서 상처를 돌보면 뒷일을 볼 수 있을 것이야!

‘나도 알고 있어! 숨을 곳이 없잖아 근데!’

자칭 황제는 흥분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이대로 탈락한다면 우승 상품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곤란했다.

지금껏 조용히 있던 자칭 황제는 조언이랍시고 서준에게 계속해서 잔소리를 해댔다.

“젠장! 애들아! 조금만 버텨! 은신처 찾으면 바로 치료해 줄게!”

-어흥! 어흥!

-캬앙!

-크릉…

서준은 주위를 빠르게 살피며 달렸다. 조금이라도 몸을 숨길 만한 장소가 보인다면 곧장 들어갈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미국팀의 추격은 언젠가부터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 역시 윤희주와 성해철을 상대하면서 피해를 입었다. 비록 탈락자는 없었지만 곧바로 운신하기에는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젠장! 모하메드와 싸우면서 아티팩트를 다 소모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그 괴물 놈을 이길 수 없었을 거야. 그게 최선이었어. 잊어라.

모하메드와 싸우면서 아티팩트를 모두 소모한 게 패착이었다. 서준의 전투능력은 온전히 아티팩트에서 나왔다.

사고 가속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이 있기는 했지만 그 지속시간이 매우 짧았고 식물의 생명력을 키우는 능력도 보조적인 능력에 불과했다. 서준의 전투력은 구 할 이상이 아티팩트에서 나왔다.

아티팩트를 모두 소모한 상황에 전력조차 온전치 못한 팀원들을 데리고 미국팀과 맞붙는 건 불가능했다.

-어흥!

그때였다. 어흥이가 서준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무래도 은신할만한 곳을 찾은 듯했다.

“잘했어! 일단 저리로 숨자고!”

-어흥! 캬앙! 크릉!

폭포 뒤쪽으로 나 있는 동굴이었다. 어흥이의 뛰어난 감각이 아니었다면 찾는 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이 안 되는 장소였다. 숨기에는 제격이었다.

‘포위당하면 끝장이기는 한데…. 지금은 방법이 없네.’

-짐이 생각하기에도 저기가 최선인 듯싶구나! 인간들의 감각으로는 찾기 어려울 거야!

‘말투 좀 어떻게 해봐! 못 참겠어 정말!’

-어허!

만약 적들이 눈치를 채 포위를 한다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에 그대로 끝장이었다. 그러나 서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장소였다.

어흥이의 엄청난 감각으로 찾아낸 장소였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숨을 만했다.

“합!”

동굴에 자리를 잡은 서준은 약초들을 꺼내 대충 뭉친 뒤 의지를 모았다. 서준의 기운에 반응한 약초는 번쩍 빛나며 그 스스로의 기운을 강하게 했다.

“애들아 일단 이거라도 먹어봐, 완전히 낫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통이 조금은 줄어들 거야.”

-어흥! 캬앙! 크릉!

어차피 상처는 지금도 스스로 치유되고 있었다. 그 상처가 워낙에 심해 완치되지 않았을 뿐 약효는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지금 호랑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진통제였다. 서준은 진통 효과가 있는 약초들을 대충 모아 기운을 강화한 후 호랑이들에게 먹였다.

-어흥… 캬앙… 크릉!

약이 워낙에 쓴지라 호랑이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쓴 법이다.

“아픈 만큼 성장하는 거야, 참고 먹어.”

-어흥?

서준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호랑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위로하는 수밖에…….

“일단은 좀 쉬고 있어. 기운 차리면 다시 움직여보자.”

-어흥! 캬앙! 크릉!

서준과 호랑이들은 각자 편한 자세를 하며 상처 치료를 위해 최소한만의 움직임을 가져갔다. 소량의 에너지라도 상처 치료와 기운 회복을 위해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서준은 의지를 끌어모았다. 몸속의 퍼진 기운을 한데 모은 후 다시 사방으로 퍼트리고 다시 모으기를 반복했다.

서준의 의지에 반응해 움직이는 기운이 몸속에 쌓인 피로와 고통들을 조금씩 씻어내려 갔다. 세포 깊숙이 숨어있던 기운은 거대한 기운의 움직임에 반응해 자석처럼 끌려왔고 이 행위를 반복하자 서준이 다룰 수 있는 기운의 크기가 점점 더 커져갔다.

-좋아! 이제야 좀 의지를 다룰 수 있게 되었구나!

‘조용해 봐, 집중 안 돼.’

-흥! 이 정도 소음에 집중이 깨질 정도라면 아직 한참 멀었다!

서준이 실전파여서였을까? 위기에 닥치자 서준의 의지 활용도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히 올라갔다.

서준은 점점 더 강해지는 의지를 다루며 몸속에 숨어있는 기운 한 올 한 올을 모두 끌어모았다.

피폐해지고 검어진 서준의 안색이 점점 화색을 찾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어이! 정신 차려 봐!

-여섯 시간… 일곱 시간… 여덟 시간…

그렇게 집중한 서준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기운을 모으고 모으고 또 모았다.

-어흥! 어흥! 어흥!

-캬앙!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크릉!

호랑이들이 옆에서 크게 짓기 시작했을 때야 서준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동굴에 들어왔을 때는 아침 해가 떠오르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밝게 빛나는 보름달이 폭포 뒤편에서 흐릿하게 보였다.

하루를 온종일 명상하며 기운을 모아온 것이었다.

-도대체 뭔 놈의 명상을 그렇게 오래 하느냐! 무슨 일이 난 줄 알았다!

‘시간이 이렇게 오래 흐른 지 몰랐어.’

-그래도 볼만하구나.

자칭 황제는 화를 내면서도 만족스러운 목소리는 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몸 상태는 여태껏 보아왔던 그 어떤 때보다 훌륭했다.

서준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상태였으며 그 내부는 강력한 기운으로 충만한 상태였다.

‘몸이 가벼워.’

서준 역시 일어서면서 그 사실을 곧장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준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서준은 폭포 뒤에 서서 바깥의 상황을 지켜봤다.

“독안개 때문에 깨운 거야?”

-어흥! 캬앙! 크릉!

독안개가 서준이 숨어있는 동굴을 중심으로 좁혀오고 있었다. 서준의 동굴이 안전 구역의 정중앙이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둘 남은 건가?”

“셋이지.”

“거기 그 짐승도 포함시켜달라는 거냐?”

“스카는 내 동료다. 함부로 짐승 취급하지 말아라. 한 번 더 그딴 소리를 지껄이면 그 주둥아리 씹어먹어 줄 테다.”

미국팀과 브라질팀이 각각 한 명씩 살아남아 서준의 폭포 앞에서 대치 중이었다.

스카는 아마존의 제왕 재규어 영수였다. 당연히 브라질팀의 영수였다.

그들은 다행히도 서준이 숨어있는 폭포 뒤의 동굴을 발견하지 못한 듯싶었다.

“얘들아 최대한 기척을 숨기자.”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 둘이 싸우고 상처 입기를 기다리다가 이득을 취하면 그만이었다.

서준이 호랑이들에게 말하자 호랑이들은 조금씩 새어 나오는 기세를 모두 갈무리한 채 사라지듯 자연과 동화되었다.

맹수로서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능력이었다.

이윽고 둘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영수를 데리고 있는 브라질의 헌터가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의 헌터 역시 만만치 않았다. 헌터 최강국 미국의 리더 자리를 어떻게 차지했는지 보여주듯 강력한 힘으로 둘의 연계를 부쉈다.

그렇게 십여 분을 싸우던 둘의 전투는 미국 헌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일방적인 전투는 아니었다.

치열하게 싸웠으며 거칠게 싸웠다. 미국의 헌터 역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이겼다! 이겼다고! 내가 우승이야!”

미국의 헌터는 기뻐서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준과 호랑이들은 그가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폭포를 벗어나며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미국의 헌터는 당황했지만 그 역시 베테랑의 헌터였다. 미국팀의 리더 자리는 돈으로 딴 게 아니다.

그는 전투 자세를 취하며 곧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손안에는 밝게 빛나는 보석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의 최후의 보루인 아티팩트였다.

‘만일을 위해 남겨 뒀는데 정말 큰일 날 뻔했어…. 호랑이까지 모두 넷. 힘들겠지만… 이길 수 있다.’

브라질의 헌터를 상대하면서도 남겨두었던 아티팩트였다. 정말 최후의 수단이었다. 같은 미국팀의 멤버들조차도 알지 못하는 아티팩트였다.

‘조금 더 기다리다 나올 걸 그랬나?’

-아니, 그랬다가는 놈이 눈치챘을걸? 그 안에서 싸우는 것보다 넓은 곳에서 싸우는 게 유리하다. 수적으로 우세할 때는 최대한 넓은 곳에서 싸우는 게 기본이야.

서준의 아티팩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다 재사용 대기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비록 상처 입은 상대라지만 미국팀의 리더였다. 서준은 방심할 수 없었다.

‘젠장… 인생은 템빨인데.’

-언제까지고 외부에 의지할 생각 말아라. 이제 스스로 해야 할 때가 왔어.

자칭 황제는 불평하고 있는 서준을 타이르며 말했다.

미국의 헌터는 서준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한껏 건방진 자체를 취했다.

“계집! 시간 끌지 말고 덤벼라!”

미국의 헌터가 소리쳤다. 그리고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서준도 미국의 헌터도 눈치채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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