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막아! 무조건 막아!”
최성원이 죽을 둥 살 둥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가 손을 앞으로 뻗자 한국 팀 앞으로 푸른빛을 띠는 방어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그의 얼굴에는 조급함이 가득했다.
“도와줘! 혼자서는 무리야!”
“알겠어!”
같은 특임대 소속의 김민석이 최성원의 등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방어막은 더욱더 짙은 푸른색을 띠며 두터워졌다.
타인의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김민석의 능력이었다. 그와 최성원과의 연계는 창천 길드가 자랑하는 방어기술이었다.
“고작 그따위 걸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모하메드의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려온 모하메드는 곧바로 창을 내밀었다.
내회전을 하며 찔러 들어오는 창과 방어막이 충돌했다.
-콰앙!
소리를 내며 강렬한 충돌음을 만들어낸 창은 그대로 두꺼운 방어막을 단숨에 뚫어냈다.
“말도 안 돼!”
그 광경을 본 김민석은 기함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최성원의 방어막에 자신의 강화능력이 합쳐진 복합 능력이었다. 창천 길드에서 자랑하는 방어기술이었다. 웬만한 괴수들의 공격은 수십 차례 막아내온 방어막이었고, 김소현의 공격도 다섯 번은 막아낼 수 있던 방어막이었다.
이미 증명될 대로 증명된 방어기술이었다.
그러나 모하메드는 단 한 번의 찌르기로 방어막을 뚫어냈다. 내회전하는 창은 아주 손쉬우리만큼 방어막을 찢어발겼다.
“으헉!”
내회전을 하며 방어막을 뚫어낸 창이 그대로 최성원의 왼쪽 배를 뚫었다. 살인이 금지되었기에 모하메드가 의도적으로 공격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그만큼 모하메드는 여유가 넘쳤다.
스쳐 맞았을뿐이었지만 최성원의 배의 한쪽 부분은 이미 찢겨나가 있었다. 그 상처는 일부러 헤집어놓은 것처럼 표면이 매우 거칠었다.
방어막을 뚫고도 남아있는 창의 엄청난 회전력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최성원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부웅!
모하메드의 창이 김민석의 얼굴 앞을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도 윤희주가 김민석의 목 뒤에서 잡아끌어 창을 피할 수 있었다.
윤희주는 김민섭을 한 손으로 쥔 채 그대로 뒤로 뛰었다. 다행히 모하메드의 추가 공격은 이어지지 않아 김민섭을 데리고 그의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제 여덟 남았군.”
모하메드가 자신을 둘러싼 한국팀을 둘러보며 말했다. 한국팀은 넓게 퍼져 모하메드를 둘러싸고 있었다.
물론 모하메드 본인이 한국팀의 대형 안으로 스스로 들어온 것이다. 그만큼 모하메드는 자신이 넘쳤다.
둘러싸인 상황이었지만 그는 질 거라는 생각을 단 한 줌도 하지 않았다.
“…….”
“…….”
모하메드를 둘러싼 한국팀은 침묵에 잠겼다. 그의 엄청난 무위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대침공 이후 산전수전을 다 겪은 헌터들에게도 무하마드의 무위는 엄청나 보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있었다. 일본팀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한국팀보다 떨어졌다.
그가 일본팀을 혼자서 상대했다고 한들 자신들을 상대할 경우에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하메드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바로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아직 우리가 유리한 건 변하지 않았어요. 포기하지 마요.”
서준이 장도리를 치켜들며 말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호랑이들 역시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를 북돋기 위해 우렁차게 울었다.
장성할 대로 장성한 호랑이들의 포효는 오금을 저리게 하기에 충분했으나 모하메드에게 먹히지는 않았다.
“맞아요, 포기하긴 이릅니다.”
성해철이 양 팔꿈치에서 칼날을 길게 뽑아들며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먼저 포기하면 안 됐는데… 다시 해봅시다.”
윤희주가 말했다.
“동양 것들은 싸움을 입으로 하나? 우습군.”
모하메드가 한국팀을 비웃으며 윤희주에게 달려들었다. 리더를 먼저 쓰러트려서 싸움을 빨리 끝낼 속셈이었다.
윤희주에게 달려가던 모하메드는 창을 허리 옆에 끌어들이면서 한 바퀴 돌렸다. 습관적인 동작이었다.
미리 손가락에 내회전 시키는 감각을 읽혀두기 위함이었다. 창은 모하메드의 손안에서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덮쳐!”
성해철이 소리쳤다. 이대로 윤희주와 모하메드의 일 대 일 상황을 만들면 곤란했다.
성해철의 오른쪽 팔꿈치에 돋아나 있는 칼날이 모하메드의 뒷덜미를 노렸다.
하지만 모하메드는 창으로 원을 그리며 가볍게 쳐냈다.
그러나 곧이어 김소현과 윤희주 역시 공격을 시도했고 김민섭은 그 능력을 강화해주었다.
-어흥! 캬앙! 크릉!
호랑이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크릉이는 아티팩트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모하메드를 현혹했고 어흥이와 캬앙이도 보조를 맞춰가며 공격했다.
어흥이의 몸 주변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아티팩트의 능력이었다.
캬앙이의 몸은 원래보다 세 배 정도 더 커졌다. 이 역시 아티팩트의 능력이었다.
호랑이들이 각자 고른 자신들에게 최적의 능력을 지닌 아티팩트였다.
“합!”
창천 길드와 호랑이들의 합공에도 모하메드는 굴하지 않았다. 기합 소리와 함께 이들의 합공을 모두 쳐냈다.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항상 홀로 싸워오던 모하메드에게는 늘 있는 일이었다.
서준은 달려들지 않고 뒤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틈을 노리던 서준은 바닥에 씨앗 하나를 심었다.
“하압!”
기합과 함께 의지를 모아 기운을 발동시키자 서준의 손끝에서 녹빛이 발생했다.
그와 동시에 씨앗을 심은 땅이 울퉁불퉁해지기 시작하더니 모하메드가 있는 곳까지 바닥이 울렁거렸다.
“윽!”
바닥에서 솟아난 덩굴이 모하메드의 발목을 죄었고 다리를 타며 오르기 시작했다. 모하메드는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당황했다.
자칭 황제에게 배운 이후로 더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능력이었다. 확실히 의지를 모으고 기운을 다루니 본래 사용하던 능력을 더욱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남은 팀원들이 일제히 공격을 다 했다. 모하메드에게서 도망치느라 힘을 다했던 일본팀 리더 역시 모하메드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오며 단검을 찔렀다.
“꺼져! 개새끼들아!”
하지만 모하메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가 진심을 다해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강력한 파공음이 들렸고 팀원들 한 명씩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전투 불능이 된 자들도 상당했다.
-굉장한 놈이구나. 의지와 육체가 엄청나게 단련된 녀석이야.
자칭 황제 역시 그 무위를 보며 감탄했다.
팀원들이 하나씩 쓰러져 가고 있었다. 서준은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서준은 모하메드에게 달려가면서 의지를 모으고 모았다. 그리고 기운을 뇌로 퍼 올리며 사고를 가속시켰다.
‘굉장해! 혼자만 배속으로 움직이는 거 같아!’
-그러게 말이다. 이곳에도 저렇게 훌륭한 무인이 있구나! 짐의 호위로 삼고 싶구나!
사고가 가속되어 모두 멈춘 듯이 느려진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모하메드가 휘두르는 창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모두 보이긴 했지만 느려진 서준의 움직임으로는 자칫하다가는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창을 무시한 채 모하메드의 간격으로 들어갔다.
-팅!
아티팩트 하나가 모하메드의 창을 막아냈다. 지난 GOTY KOREA의 보상으로 받은 아티팩트였다.
모하메드는 아티팩트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당황하지 않게 계속해서 창을 휘둘렀다.
옆으로 눕힌 8자를 그리며 회전하는 창은 서준을 계속해서 때려댔다. 그러나 서준의 아티팩트들이 그 공격을 하나씩 막아냈다.
최운혁에게서 뺏어낸 아티팩트들이었다.
‘최운혁이 최고인 줄 알았더니 더 괴물이 있구나!’
최운혁이 방심한 탓에 서준이 이기긴 했지만 최운혁은 여태껏 서준이 본 초인 중에서는 최강이었다. 그러나 모하메드는 그 무위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서준의 몸에 달린 아티팩트들이 반짝반짝하며 빛났다. 그리고 각각의 능력을 뽐내며 모하메드를 공격했다.
“크으으흐으읍!”
느려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 빈틈을 노려 쏟아낸 공격이었지만 모하메드는 신음을 내면서 잘 막아냈다.
서준은 이제 모하메드의 턱 끝까지 도달했다. 방어형 아티팩트로 놈의 공격을 막아냈고 공격형 아티팩트로 놈의 균형을 깨부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놈의 턱을 향해 장도리를 올려쳤다. 마치 어퍼컷을 하면서 올려친 장도리가 놈의 턱의 닿기 직전 사고가 속이 풀리고 말았다.
너무 오래 사용한 것이다.
-콰아아아앙!
모하메드는 급한 대로 창날을 턱과 장도리 사이에 껴 공격을 막아냈다. 이계의 금속으로 만든 창날은 굉음을 내며 그대로 깨졌고 그 파편이 서준과 모하메드에게 튀었다.
모하메드는 턱에 충격이 남았는지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서준도 창날의 파편을 막기 위해 뒤로 점프하며 가드를 올렸다.
그 순간을 다른 팀원들이 놓치지 않았다. 모하메드가 비틀거리는 사이에 윤희주와 성해철이 달려들었다.
일본팀 리더는 그림자 속에서 빠져나오며 그의 목을 향해 단검을 찔렀고 서준은 다시 한번 덩굴을 키워냈다.
“크흡!”
이번에는 모하메드도 어쩔 수 없었다. 최후의 협공에 결국 모하메드는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식별 팔찌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드디어 전투가 끝난 것이다.
“허억, 허억, 허억!”
“하악. 하악. 하악.”
남은 모두가 숨을 내뱉으며 무릎을 짚었다. 힘든 전투였다. 그리고 승리했다.
하지만 피해도 컸다.
김소현과 김민석의 팔찌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탈락한 것이다.
“역시 싸우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아니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요. 지금 싸운 게 정답입니다.”
윤희주가 물었고 서준이 답했다. 이미 지난 일 후회해봐야 늦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맞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안전구역이 더 좁아졌으면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갔을 겁니다. 다소의 희생이 있었지만 이집트를 탈락시킨 건 정답이었어요.”
성해철이 덧붙였다.
“한국팀이 잡은 게 벌써 두 팀입니다. 다른 팀 역시 전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상위권에 올랐을 겁니다.”
일본팀 리더가 덧붙였다.
“......”
그럼에도 윤희주는 생각이 많아졌는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일단 모여보세요. 치료하고 갑시다.”
서준이 모두를 불러 모으며 만들어두었던 약을 꺼냈다.
서준은 약을 쥐고 의지를 모았다. 곧 손에서 녹빛이 일더니 손에 쥐고 있던 약들을 강화시켰다.
이 약들이 식물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 선생님! 그런 능력도 있습니까?”
놀란 성해철이 물었다.
“아까 덩굴을 피워낸 것과 다를 거 없는 기술입니다.”
서준은 답하며 모두에게 약을 나누어 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약을 먹자 눈에 띄게 상처들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독안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아두었던 식량을 썩히지 않으려면 서둘러 자리를 옮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