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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64화 (64/150)

64화

“여기가 좋겠네.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사!”

“네! 사장님!”

“아니, 아니, 사장님 아니라니까 이제 길드장님이라고 해야지! 언제까지 사장님이라고 부를 거야! 김비서 자꾸 이럴 거야!”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오세근이 비서를 데리고 강남 한복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길드 사무실로 사용할 건물을 구매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고르는 중이었다.

건물 가격, 땅값 그런 건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밀어주는 이상 뭐든지 살 수 있었으니깐.

“그건 어떻게 됐어? 내가 꼭 영입하라고 했던 애들 있잖아.”

“지금 접촉 중입니다. 대부분 좋은 결과 나올 것 같습니다. 반응들이 아주 좋습니다.”

“당연하지! 내가 주는 돈이 얼만데! 돈으로 안 되는 거 없어! 다 FLEX 해버리라고!”

“네! 길드장님!”

비서는 이미 오세근의 이런 행동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오세근을 받아주었다. 오세근은 이렇게 치켜세워주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순한 타입이었다.

비서는 이미 오세근을 오면 넘게 케어하고 있었기에 이제는 저도 모르게 이런 행동들이 익숙하게 나왔다.

이미 익숙해진 김비서에게 자괴감 따위는 없었다.

“길드장님, 지금 연락이 왔는데 해태 길드의 김익선과 카프카 길드의 옹선식이 저희 쪽으로 넘어왔답니다!”

“거봐 헌터 놈들 평소에 그렇게 고귀한 척 고고하게 굴더니 말야,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니까?”

“맞습니다. 길드장님. 길드장님의 혜안은 역시 탁월하십니다!”

오세근은 한껏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 봐, 이거 봐, 돈 준다니까 바로 쪼르르 기어 와서 떠받들잖아? 길드 창설을 초인들만 할 수 있게 해주니까 우리가 힘을 못 썼던 거지 이거 봐 내가 각성하니까 다들 머리 박고 절부터 하잖아?”

“맞습니다. 맞습니다.”

오세근은 비서의 휴대폰을 뺏어 들어 문자를 확인하더니 기분 좋은 듯 씨익 웃었다.

“아! 오늘도 FLEX 해버렸지 뭐야! 헌터들 다 사버려! 다 내 밑에서 기게 만들란 말이야!”

“네! 길드장님!”

헌터들의 영입이 착착 이루어지고 있자 기분이 좋아진 오세근은 품 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의 두툼한 지갑 안에는 수표가 가득 차 있었다.

“김비서 오늘 고생했어! 집에 가면서 까까 좀 사 먹으란 말야!”

“네! 길드장님!”

오세근은 수표 뭉치를 세지도 않고 꺼내서 옆에서 떠받들고 있는 비서에게 건네주었다.

비서가 이처럼 굴욕적인 일을 하면서도 오세근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였다.

오세근은 매우 단순해서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을 끝까지 적대하였으나 김비서처럼 본인을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잘해주었다.

김비서가 여태껏 용돈 식으로 받은 돈이 5년간 받은 연봉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비서는 익숙한 듯 금액은 세지도 않고 수표를 대충 구겨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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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것들 뭐야? 왜 잡초들을 깔아놨어?

‘이게 내 일이거든.’

-잡초 구경하는 게?

신대륙에서 새로 발견한 여러 종류의 약초들을 데스크에 깔아두었다. 대부분의 식생들은 재배지 섬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몇몇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여기 가져온 풀들이 그것들이었다.

‘이봐 자칭 황제. 신경 꺼, 바쁘니까.’

-흐음... 나 이거 아는데?

‘안다고?’

-응! 내가 잘 아는 잡초야!

자칭 황제가 서준이 정리하고 있는 약초 중 하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놈의 몸은 구현되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는 존재였으나 서준은 직감적으로 놈이 한 가지 약초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서로의 의념이 연결된 탓일 테지.

‘어디에 쓰는 건데?’

-그거 머리털 나게 해주는 거야. 완전 잡초지. 머리털 나 봐야 어디다 쓴다고?

‘뭐? 발모제라는 거야?’

-뭐, 굳이 잡초에 이름을 붙여보자면 그런 거지 뭐.

대박이었다. 탈모는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불치병이었다. 대침공 이후 세상이 안정되면서 많은 헌터들이 이계 탐험에 나섰다.

그곳에서 새로운 약초들과 광물들 그리고 아티팩트 등의 신문물을 받아들이면서 탈모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대침공 이후 이제 9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 탈모는 정복하지 못했다.

‘근데 이 귀한 게 잡초라고? 네 말대로라면 엄청 비싼 값에 거래될 텐데?’

-다섯 걸음마다 한 뿌리씩 뽑을 수 있는 걸 누가 돈 주고 사?

것도 그랬다. 신대륙에는 이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풀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재배지 섬에 안정초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것처럼 이 풀 역시 신대륙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띠리링, 띠리링.

그때였다. 서준의 약국 문을 누군가 열고 들어오며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예, 어서 오세요!”

그동안 방문하는 손님이 없어 적적하던 참이었다. 서준은 반갑게 손님을 맞았으나 손님의 반응은 매우 건방졌다.

“이봐, 아저씨, 당신이 백서준이야?”

당황한 서준이 손님을 바라보았다.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로 매우 젊어 보였다. 서준에게 반말을 할 연배는 아닌듯싶었다.

“왜 다짜고짜 반말이십니까?”

그렇지만 서준은 최대한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응대했다. 대침공전 오랜 약사 생활을 하며 진상 고객 정도는 이미 충분히 겪었다.

저 정도에 발끈할 서준이 아니었다.

“내가 이제 당신 고용주가 될 몸인데, 예의 차려서 뭐해?”

“당신이요?”

“그래! 뉴스도 안 봤어? 초인몰도 안 들어가 봤어? 당신 초인이라며?”

“그런데요? 누구시죠?”

“나! 유명 길드 오세근이야!”

유명 그룹 회장의 하나 남은 손자 오세근이었다.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살았던 그답게 한없이 건방진 태도였다.

“누구시죠?”

그러나 서준은 그를 알지 못했다. 유명 그룹은 대침공 전에도 이미 유명한 기업이었기에 알고 있었지만 평범한 시민인 서준과는 접점이 없었다.

게다가 그 아들이 각성해 길드를 창설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게이트 탐사 후 정리가 다 끝나지 않아 뉴스를 보지 못한 탓이다. 해서 서준은 그 유명그룹과 이 유명 길드과 연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응?”

그때였다. 서준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왜 뭔데?”

“아닙니다.”

서준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로 고개를 강제로 아래로 끌어들였다. 계속해서 쳐다보면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것이 손님의 태도가 어쨌든 무례라는 것을 알았기에 서준은 꾹 참았다.

“어쨌든 당신 우리 길드 들어올래? 돈 많이 줄게.”

“돈이 많으십니까?”

“응! 완전!”

서준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오세근은 당연하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아마도 서준이 넘어올 것이라 생각한 듯싶었다.

그리고 그런 오세근의 머리는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부자들도 탈모는 어쩔 수 없나 봐요?”

“뭐? 이건 그냥 스타일이야! 스킨헤드 몰라? 스킨헤드?”

“아아, 네 그렇군요!”

오세근의 행동을 계속해서 지켜본 서준은 혼자 당하기만은 뭐 했는지 계속해서 참고 참다가 결국에 장난스럽게 건드려보았다.

역시나 오세근은 콤플렉스가 있었는지 발끈해서 달려들었다.

“저기 돈은 됐고요.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몸에 좋은 거예요. 우리 약국 특제 약품입니다.”

서준은 정리하고 있던 약초 하나를 오세근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좋은 거야?”

“네, 몸에 엄청 좋답니다!”

“흐음… 몸에 좋은 건 맛없다 그랬는데.”

단순한 오세근은 서준이 자신을 놀렸던 것도 금세 잊은 채 약초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드셔보시고 효과 좋으면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고민은 해볼게!”

부자라고 했으니 홍보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아마도 효과를 보고 나면 억만금을 싸 들고 오지 않을까? 하며 서준은 딱 하나 있는 약초를 건네주었다.

어차피 서준에게는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약초에 불과했다.

“왜 말이 이쪽으로 새! 그거 말고 우리 길드 들어올 거냐고!”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왜!”

“저는 길드에 소속되기보다는 이렇게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 게 좋습니다.”

앞으로 서준이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자칭 황제의 영혼 조각도 수집해야 했고 게이트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도 해야 했다.

아직 다 자라나지 못한 미래의 강력한 괴수들도 미리 처치해야 했다.

길드에 소속되어 길드 일을 하며 날려먹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흥,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 근데 결국 무릎 꿇더라고! 돈이 최고거든.”

그렇게 말하며 오세근은 품 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이거 내 명함이니까 생각 바뀌면 전화하라고! 경쟁이 심해서 일찍 전화해야 할 거야. 그리고 밥값 부족하면 금은방 가서 팔든지 맘대로 해!”

서준이 거절하자 오세근은 신경질적으로 명함을 던져주고는 약국 문을 벌컥 열고 나갔다.

그리고 오세근이 던진 명함은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떡밥은 던져놨고…. 이제 재배하는 게 문제네.”

금으로 명함을 만들 정도였다. 보통 부자는 아니라는 소리다. 서준은 오세근이 던진 명함을 보며 생각했다.

저 정도 부자가 효과를 본다면 금세 소문날 것은 분명했다. 부자들은 부자들끼리의 커뮤니티가 따로 있으니깐.

문제는 재배하는 것이 문제였다. 잡초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만큼 재배법이 특별히 어렵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땅에 심으면 자라는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애초에 자칭 황제 역시 잡초라고 칭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겠지.

‘섬을 계속 왔다 갔다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약초들은 모두 재배지 섬에 심어두었다. 그리고 발모 효과가 있는 약초는 신대륙에 있었다.

결국 약초 판매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섬과 신대륙을 왔다 갔다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재배지 섬에 있는 약초들을 모두 신대륙으로 옮기거나 매번 약초를 판매할 때마다 오가는 시간 이틀을 허비하던가 아니면 신대륙 탐험을 포기하는 것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그렇다고 신대륙 탐험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결국 재배지에 있는 약초를 모두 옮기는 편이 제일 나았다.

‘게이트를 여러 개 열수만 있다면… 그게 최곤데…….’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

‘네가 신경 쓸 거 없어.’

서준이 홀로 고민하는 것을 엿들었는지 자칭 황제가 끼어들어 말을 걸었다.

‘혼자 생각하는 것도 엿듣는 거야?’

-당연하지! 너와 나의 의념이 완벽히 연결되었으니깐!

‘나는 네가 하는 생각이 안 들리는데?’

-그건 내가 엄청난 고수라서 그런거고!

서준은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제는 아티팩트들을 멀리 떨어트려 놔도 자칭 황제의 말이 들리는 수준이었다.

완전히 의식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근데 뭐가 그렇게 고민이냐고?

‘있어. 그런 게.’

-고민거리도 아닌 걸 왜 그렇게 고민하는지 모르겠네.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야.’

서준은 괜히 딴지를 거는 자칭 황제에게 짜증을 냈다. 고민은 점점 많아지는데 해결 방법은 보이지 않아 화가 나던 참이었다.

-그거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데.

“뭐?”

서준은 순간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크릉?

크릉이는 그 소리를 듣고 서준을 한번 처다보다가 다시 지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거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어떻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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