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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59화 (59/150)

59화

“1조 클리어!”

“진입!”

“네!”

창천 길드의 선봉조가 길을 막아서는 괴수들을 처리한 후 보고를 했다.

김소현은 선발대의 전체적인 동선을 조율하면서 후발대를 이끄는 윤희주와 합을 맞춰 이동했다.

게이트에 들어온 창천 길드는 곰, 표범 등 다양한 동물의 형태를 한 좀비 괴수들을 상대해가며 게이트 탐사를 진행했다.

“길드장님 저쪽에 뭔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할까요?”

“일단 대기해, 모여서 얘기 좀 나눠보지.”

윤희주와 김소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그 방향에는 말라비틀어진 가시덤불이 빽빽하게 자라있어 길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김소현은 그곳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란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음산한데요?”

“확실한 건 뭔가 위험한 게 있을 거란 거죠.”

기감이 극도로 발달된 헌터들이었다. 그것도 창천 길드 정도 되는 길드에서 활동할 정도의 헌터였다.

이렇게 어둡게 피어오르는 기운을 감지하지 못할 리 없었다.

“일단 가보죠? 게이트에서는 보통 위험한 만큼 보상이 따르는 법이니깐요.”

한 헌터가 의견을 냈다. 그랬다. 게이트에서는 보통은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더 큰 보상을 뱉었다.

극한 지역에서 큰 보상을 주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더 강한 괴수를 잡아 그 서식지를 뒤지면 더욱 강한 아티팩트가 있었고 그 시신도 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약한 괴수들만 서식하고 있는 게이트를 탐사하게 될 경우 길드원들은 허탕을 쳤다며 미리 탄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예상한 대로 형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로 강하게 피어오르는 기운은 게이트 탐사를 자주 다니는 창천 길드로서도 겪어본 적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무작정 들어가는 건 무리에요!”

“그렇지만 이렇게 강한 기운을 뿜는 녀석이 있다면 분명 엄청난 보물을 지니고 있을 텐데?”

“그렇기에 더 위험하단 겁니다! 일단은 살고 봐야죠!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에요?”

길드원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만큼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강력했고 어두웠다.

전투와 전투 속에서 단련된 헌터들도 겁을 먹을 만큼 두려운 기운이었다.

“길드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것이 길드장의 의견이었다.

길드장이 가자면 가고 돌아가자면 돌아가는 것 그것이 게이트 속에서의 대원칙이었다. 해서 길드장의 판단력은 아주 중요했다.

“남은 시간이 어떻게 되지?”

“일곱 시간 조금 더 남았습니다.”

“흐음…….”

게이트 폐쇄까지 남은 시간을 전해 들은 윤희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애매한 시간이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서 이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괴수를 처치해야 했다.

얼마나 강한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정보도 없었다. 괴수를 잡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곱 시간이면 조금 빠듯하지만…. 안 될 것도 없지. 천천히 진입한다.”

“네!”

윤희주의 명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무조건 가는 거다. 게이트 내부에서 길드장의 명을 거절한 명분은 없었다.

게이트 내부에서 항명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윤희주의 진입 명령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처음 길드장이 되었던 날부터 누구보다 과격하고 화끈한 일들을 해왔던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거대 길드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에 따르지 않는 길드원도 많았다.

해서 윤희주는 누구보다 잔혹했고 누구보다 거칠었다. 이런 상황에 물러설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길드원들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는지 윤희주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망설임 없이 가시덤불을 헤치며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시덤불은 매우 질겼다. 칼로 베고 도끼로 쳐내도 잘 잘려나가지 않았을뿐더러 그 가시에 찔리면 피가 멎질 않아 고생이었다.

그리고 그때 위력을 발휘한 것이 초록 활력초의 변종이었다. 아직 연구가 끝나질 않았지만 열매를 이용한 기초적인 약품은 이미 완성되었다.

작은 상처들이 끝없이 계속 생겨났지만 변종이 만들어내는 치유력이 더욱 강했고 그 상처들을 계속해서 재생시켰다.

-츳츳츳! 츳츳츳! 츳츳츳츳츳츳츳!

“뭐지?”

“나만 들은 거 아니죠?”

“나도 들었어!”

어두운 기운을 향해 올곧게 걸어나가던 창천 길드원들의 귀에 츳츳츳 하는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기운을 품고 있는 그 소리는 길드원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공포심을 조금씩 일으켜 세웠다.

“속도 늦추지 말고 계속 진행해!”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이 윤희주였다. 평소에는 온화한 성격이었지만 게이트 내부로만 들어오면 그 누구보다 무서운 마귀가 되었다.

길드원들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강제로 억누른 채 계속해서 덤불을 헤치며 나아갔다.

하지만 두려움이 그들의 발걸음을 계속해서 늦추는 것은 윤희주도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걸음 속도는 서서히 늦춰졌고 거대한 동굴 앞에 섰을 때는 이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길드장님 시간이 촉박합니다!”

“몇 시간 남았지?”

“이제 네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전투랑 후처리까지 생각하면 빠듯할 듯싶습니다.”

전투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간이 힘을 쏟아내며 싸울 수 있는 시간은 애초에 그리 길지 않았다.

더군다나 살상력을 가진 기술을 뿜어내는 헌터들이었다. 이기건 지건 전투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문제는 그 사후처리였다. 괴수를 잡았으면 당연히 그 전리품을 취해야 한다. 괴수가 소형체라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끌고 돌아가는 것이 일이었다.

그렇다고 다 잡은 괴수의 시체를 포기하고 돌아가기엔 그동안의 투자가 너무 아까웠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괴수의 시체는 포기한다. 최대한 빨리 괴수를 사냥하고 아티팩트만 갖고 돌아간다.”

“하지만 아티팩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윤희주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도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그 정도 리스크는 길드 생활하면서 항상 지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었나?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어차피 길은 다 뚫어놨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은 왔을 때보다 절반의 시간이면 충분해. 전투를 최대한 빨리 끝내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윤희주의 뜻은 확고했다. 애초에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길 원하는 길드장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헌터 생활이란 것이 원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었고 리스크가 클수록 그 보상이 큰일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면 이번 원정에서 소득은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진행 말고는 답이 없었다.

-츳츳츳! 츳츳츳! 츳츳츳츳츳츳츳!

그리고 동굴로 들어가려는 창천 길드를 혀 차는 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거대한 생명체가 막아섰다.

“배! 뱀이다! 거대 뱀이다!”

아주 거대한 뱀이었다. 그 지름이 거의 10m는 될법했고 그 길이의 끝은 파악할 수 없을 만치 길었다.

그리고 그 뱀의 머리에는 왕관처럼 생긴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다.

“아티팩트다! 길드장님 아티팩트가 있습니다!”

아티팩트였다.

“젠장! 전투준비해! 여의치 않으면 곧장 도망간다!”

“네!”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괴수였다. 전투력이 무조건 크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 말이었다.

거기에 아티팩트를 직접 장착한 괴수였다. 매우 드물지만 있는 경우였고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매우 강했다.

-츳츳츳! 츳츳츳! 츳츳츳츳츳츳츳!

거대한 뱀의 혀 차는 소리와 길드원들의 꿀꺽하며 침을 삼키는 소리가 교차하였다.

거대한 뱀, 바실리스크는 커다란 두 눈을 한번 깜빡이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주 뜨겁게 끓어오르는 용암을 내뿜었으나…….

“방어조! 어떻게든 막아!”

방어조가 능력을 사용하기도 전에 그 용암들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사라졌다.

용암이 뜨겁게 달궜던 주위의 공기 역시 다시 원래대로 식었다.

“뭐지?”

“길드장님! 괴수 피부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은신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젠장! 별부름탄 가져온 거 다 쏟아부어!”

바실리스크의 피부가 서서히 흐려졌다. 뼈가 보일 정도로…….

“근데 은신 능력 쓰는데 뼈만 보이는 게 맞나요?”

그리고 그 뼈의 크기가 서서히 작아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작아졌다. 10m 지름의 몸뚱이를 지지했던 굵은 뼈의 굵기 역시 점점 가늘어졌다. 뼈의 강도도 점점 더 연해졌다. 마치 성장하기 전, 유년기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리고 쿵!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뭐지?”

#

커다랗고 두려웠지만 상대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다.

입에서 용암을 뿜어냈지만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준이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들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서준은 정신비를 지켜냈고 호랑이들은 놈을 공격했다. 용암을 뿜어낼 때마다 두려웠지만 아티팩트를 활용한 호랑이들의 움직임은 매우 강력했고 날렵했다.

거대한 몸뚱이를 지닌 어린 뱀이 당해낼 리 없었다.

-캬앙!

“안돼! 캬앙아!”

하지만 만만찮은 녀석이었다. 그 전투기술 자체는 훌륭하지 않았으나 거대한 몸체와 용암을 뿜어내는 능력 자체가 위협적이었다.

호랑이들도 상처를 입지 않고 제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신비가 뒤에서 비명을 지르며 몸안에 쌓여있는 기운을 방출시켰고 신기하게도 괴수를 피해 딱 호랑이들만을 치유했다. 놀라운 능력이었다.

-어흥! 캬앙! 크릉!

그리고 그렇게 정신비의 능력에 힘을 받은 호랑이들은 츳츳츳 하며 괴상한 소리를 내는 놈을 쓰러트렸다.

다행이었다. 만약 놈이 조금만 더 성장했다면 싸움이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지구에 있는 동안 재배지의 시간이 100배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조금만 늦게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너무 커서… 뭐 가져갈 방법도 없고… 가져가서 처리하기도 애매하지? 그냥 두고 갈까? 아니면 먹을래?”

-어흥! 캬앙! 크릉!

호랑이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로 먹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었나 보다. 서준은 그 시신을 그대로 둔 채 뱀이 파놓은 굴 안으로 향했다.

이상한 기운을 뿜어내던 녀석은 호랑이들에 의해 의미 죽어버렸고 동굴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없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여기만 뒤지면 끝이다! 좀만 힘내자, 얘들아.”

“네!”

-어흥! 캬앙! 크릉!

두려움에 벌벌 떨던 정신비도 이제 끝이 보인다는 것을 아는지 힘차게 대답했고 호랑이들 역시 우렁차게 울었다.

힘든 전투를 끝낸 호랑이들은 전투 전보다 더욱 늠름해졌고 강해졌다. 호랑이들의 뒤를 따라 동굴로 들어가는 서준은 괜히 뿌듯해졌다.

#

갑작스레 괴수의 살점이 사라지더니 뼈만 남았다. 그리고 그 크기 역시 점점 작아지더니 땅에 쿵! 하고 떨어졌다.

창천 길드의 앞을 가로막았던 상대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거대한 괴수는 그렇게 뼈만 남기고 사라졌다.

뼈 역시 타고 난 강골인지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오래된 듯 상당히 부식되어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이 상태 그대로 있었다는 듯이.

“일단 아티팩트부터 챙기겠습니다.”

“그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창천 길드의 모든 길드원 역시 패닉에 빠졌지만 금세 회복했다. 어차피 게이트 너머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었고 그 현상을 이해하려는 것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편했다.

이미 벌어진 일 고민은 지구로 돌아가서 하는 게 맞았다. 게이트가 닫히고 나면 돌아갈 수 없었으니깐.

전투조원 김선광은 뱀 머리에 씌워져 있던 왕관 모양의 아티팩트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왕관 역시 흐릿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 진짜 제가 한 거 아니에요!”

김선광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길드원들에게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각 서준은 반짝이는 물건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거 아티팩트 맞지?”

왕관 모양의 아티팩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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