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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55화 (55/150)

55화

반응은 어흥이가 먼저였다.

서준 앞에 있던 놈, 아티팩트 판매자가 손에 아티팩트를 얹어놓고 서준에게 건넸을 때였다.

아주 평범한 물물거래 상황,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귀한 거래품들이 교환되는 상황에서 이상하리만치 어흥이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어흥! 어흥!

낮게 그르렁대는 어흥이의 울음소리는 한순간이나마 판매자의 몸을 마비시켰다. 밤중에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다고 하던가? 그 덕분에 놈의 첫 번째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놈이 손에 얹어놓고 있던 팔찌 형태의 아티팩트를 가볍게 쥐었고 그대로 서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놈이 방어형 아티팩트라고 말했던 그 팔찌는 본래 그 용도는 공격용이었다. 그 어떤 방어막도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파괴해버리는 무시무시한 물건이었다.

서준이 GOTY KOREA에서 방어형 아티팩트를 얻었음을 미리 알고 있는 결사회가 준비해놓은 비장의 한 수였다.

그러나 어흥이의 낮은 하울링에 놈의 몸이 일순간 멈추었고 그 틈을 타 서준은 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서준은 사고 가속도 목걸이의 능력도 사용하지 않고 아낄 수 있었다.

-어흥!

어흥이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그대로 놈을 향해 앞발을 휘갈겼다. 서준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그대로 허리춤에 있는 장도리를 뽑아 올렸다.

“죽여!”

그리고 그 순간 숨어있던 다섯 명의 결사회 멤버들이 튀어나왔다. 첫 번째 공격이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갔다지만 녀석들은 최악의 범죄집단 결사회의 주력 멤버였다.

그 하나하나의 전투력 자체가 애초에 서준보다 강한 놈들이었다. 놈들은 망설임 없이 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흥! 어흥!

어흥이는 아직 놈과의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어흥이의 전투력은 이제 웬만한 헌터들은 넘볼 수 없는 수준이 되어있었다.

결사회 멤버 하나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수적으로 너무 불리했고 놈들에게는 최운혁이 있었기에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악연이 길었지? 별것도 아닌 놈이랑 왜 이렇게까지 엮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끝내자구?”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는 최운혁이 한껏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이 상황에서 상황이 역전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상황은 서준에게 안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닥쳐.”

서준은 사고 가속을 적당히 껐다 켰다 하면서 놈들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했다.

나무 열매를 먹은 이후로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과 더불어 모든 능력들이 강화되었다.

자연스럽게 사고 가속의 유지 시간도 현격히 길어진 것은 물론이고 자유롭게 껐다 켰다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오? 제법인데? 많이 늘었어. 약초꾼 주제에? 그동안 놀고만 있던 건 아닌가 봐?”

그 모습을 본 최운혁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말했다. 놈은 이제는 한쪽밖에 남지 않은 주먹을 여유롭게 빙글빙글 돌리며 공격을 준비했다.

한 바퀴씩 돌아갈 때마다 인대에서 따닥 소리를 내는 저 주먹이 뻗어지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최운혁의 능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말이 길다?”

그러나 서준은 이미 그에 대한 대비를 이미 끝마친 상황이었다.

그동안 수개월 동안 최운혁의 습격이 계속되었고 계속해서 불안한 상태였다.

해서 서준은 그에 대한 대비책을 끊임없이 강구하였고 새로운 무기를 손에 얻자마자 최운혁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흡!”

서준은 여러 개의 씨앗이 들어있던 주머니를 통째로 땅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기합 소리와 함께 단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손바닥에 집중시켜 바닥을 강력하게 내리찍었다.

손에서 초록색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땅속에 박혀있는 주머니를 향해 계속해서 공급되었다.

에너지를 머금은 주머니는 곧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흥! 어흥! 어흥!

그리고 그 과정 중에서 어흥이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서준을 공격해오는 다섯의 결사회 단원들을 혼자서 막아내고 있었다.

이때 어흥이의 몸 역시 밝은 녹빛을 내뿜고 있었다. 서준의 새로운 능력에 의해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화된 어흥이라지만 이는 매우 고단한 일이었다. 중간중간 공격을 허용하면서 어흥이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

그 모습을 본 서준은 온 힘을 쥐어짜 내며 땅속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곧이어 엄청나게 강렬한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온 세상을 식물의 줄기가 휘감았다.

펑! 펑!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식물과 놈들이 닿는 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별부름초라고 들어봤나 모르겠네?”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것은 바로 별부름초의 씨앗이었다. 서준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자라나고 강화된 별부름초는 마치 항성이 폭발하는 것처럼 강렬한 빛을 내며 끊임없이 폭발했다.

폭발이 또 다른 폭발을 부르고 다시 그 폭발이 또 다른 폭발을 불러왔다.

그 폭발은 성장을 야기한 서준과 서준의 힘을 나눠 받고 있는 어흥이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파괴할 것처럼 강렬했다.

“이런 씨발! 이게 뭐야!”

자신의 수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본 최운혁은 욕지거리를 할 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본인의 능력은 이미 별부름초로 인해 봉인된 상태였다. 여기서 최운혁이 폭발을 일으킨다면 그 여파로 오히려 본인이 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놈은 폭발로 인해 정신을 못 차리는 수하들이 서준과 어흥이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가!”

보다 못한 최운혁이 별부름초를 무시한 채로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놈이 움직일 때마다 도로를 가득 메운 별부름초가 펑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지만 최운혁 역시 폭발능력자인지라 그 내성이 있는 것인지 폭발을 무시한 채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다른 놈들은 별부름초로 인해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서준에게 접근한 최운혁과 그리고 어흥이 셋이 어우러져 2대 1의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서준의 쪽이 수적 열세였지만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한편에선 서준의 장도리가 매섭게 휘날리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흥이의 앞발이 무자비하게 휘둘리고 있었다.

사고 가속을 적절히 사용하는 서준과 호랑이의 힘을 가진 영수 어흥이의 협동공격이었지만 최운혁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결국 죽는 건 너야 이 새꺄!”

혼자서 게이트를 막아냈던 최운혁이다. 비록 능력이 봉인 당했다고는 하지만 게이트를 홀로 막아내던 그 신체 능력과 전투 센스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밀리는 건 서준과 어흥이였다.

“죽어!”

하지만 최운혁 역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투가 길어지면 지원팀이 올 것이 분명했기에 오히려 급한 건 최운혁이었다.

이 상황에서 초인경찰들까지 상대하는 건 무리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초조함이 최운혁의 빈틈을 만들어냈다. 무리해서 어흥이의 빈틈을 찌르려던 최운혁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고 그 틈을 서준이 파고들었다.

최운혁과 어흥이 사이에 서준이 끼어들어간 형국이 되었고 서준은 그 순간 사고 가속을 최고배율로 발동시켰다.

이 역시 나무 열매를 먹고 난 후부터 가능한 일이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멈춘 듯이 고요해졌다. 그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서준 혼자였다. 서준은 미세하게 아주 조금씩 최운혁에게 다가갔다.

온 세상이 서준을 붙잡은 듯 저항이 강렬했지만 서준은 계속해서 저항을 물리치며 몸을 움직였다.

“어헉!”

서준의 손이 놈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 충격이 컸는지 느려진 세상 속에서도 놈의 비명소리는 정확하게 들렸다.

본래 서준의 공격은 방어형 아티팩트로 떡칠한 놈에게 통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전투력 차이가 있는 데다가 아티팩트까지 두르고 있는 녀석이었기에 능력이 봉인된 상태에서도 서준과 어흥이 둘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달랐다. 놈의 입속에 들어간 서준의 손에는 동그란 구슬 모양의 물건이 몇 개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서준이 손을 강하게 쥔 순간 그것이 폭발했다. 창천 길드에서 온갖 노력을 다해 만든 최상급의 별부름탄이었다. 강하게 쥐는 것만으로 불씨가 튀었고 곧 폭발로 이어졌다.

기존의 별부름탄과는 비교자체를 불허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지닌 녀석이었다.

최운혁의 입속에서 별들이 날뛰었다. 폭발은 또다른 폭발을 부르고 한 개의 별이 폭발하면 다시 다른 별이 불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폭발능력자인 최운혁의 기운과 반응해 더 큰 폭발을 일으켰다.

엄청난 폭발 소리에 오히려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명이 귓전을 강렬하게 때렸다. 그러나 서준과 어흥이는 무사했다.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아껴두었던 목걸이의 힘이 드디어 발동되었고 서준과 그 뒤에 있던 어흥이의 몸을 보호해주었다.

세상을 뒤엎을듯한 강력한 폭발도 아티팩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크흡!”

그러나 최운혁은 그렇지 못했다. 입속에서 터져 나온 강렬한 폭발은 최운혁의 기운을 만나 더욱더 강렬해졌고 최운혁의 몸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놈의 입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흘렀을까? 긴장 속에서 놈을 노려보며 대비하고 있는 서준의 앞으로 놈이 쓰러졌다.

다른 결사회 멤버도 최운혁도 모두 쓰러졌다. 드디어 악몽 같던 악연이 이렇게 끝이 난 것이다.

비록 유재학을 비롯한 잔당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경거망동하지는 않은 것이다.

“하하하…….”

서준도 드디어 끝이 났다 생각하는지 허탈한 웃음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정리가 우선이었다. 서준은 다시 한번 바닥에 손을 대고 기운을 방출했다.

전투가 끝이 났음에도 아직 기운에는 여유가 있었다.

“흡!”

기합 소리와 함께 서준의 손끝에서 다시 한번 녹빛이 일었다. 그리고 세상을 잔뜩 메우고 있던 별부름초 역시 서서히 줄어들더니 땅속으로 사라졌다.

본래 이계가 아니면 자라지 않는 식물이었다. 서준에 의해 일시적으로 자라났을 뿐 이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푸흡!”

최운혁의 입에서 계속해서 피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참으로 질긴 녀석이었다. 아직도 살아있다니…….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놈은 어차피 곧 출동한 초인경찰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었다.

서준에게 중요한 것은 전리품이었다. 승자가 누려야 할 승리의 전리품, 바로 놈이 두르고 있던 아티팩트였다.

서준은 최운혁이 두르고 있던 값비싼 아티팩트들을 하나씩 주머니에 넣었다.

반지, 목걸이, 팔찌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있던 아름다운 아티팩트들은 서준의 주머니 속으로 하나둘씩 들어갔다.

최운혁도 쓰러트리고 구하고자 했던 아티팩트도 공짜로 얻게 되고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쓰러져있던 결사회와 서준이 연행되어 상황은 종료되었다.

“아… 신비한테 금방 간다 그랬는데.”

-어흥!

정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서준을 알아본 초인경찰이 통화를 할 수 있게 편의를 봐 주었 서준은 윤희주에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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