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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53화 (53/150)

53화

“달려! 달려! 달려라!”

어흥이 위에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서준과 정신비였다.

서준은 정신비를 데리고 게이트 탐사에 나섰다. 본래는 혹시나 하는 위험에 두고 오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정신비는 혼자 있으면 불안해했고 통곡하듯 울었다. 아무래도 부모를 한 번에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듯했다.

결국 서준은 정신비를 데리고 함께 탐사에 나섰다. 본래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잘 지켜줘야지.’

그리고 그런 정신비의 목에는 목걸이가 하나 걸려있었다. 서준이 사용하던 아티팩트였다.

‘아무래도 신비 때문에 아티팩트를 몇 개 더 구해야겠네.’

인생은 템빨이었다. 어린아이라도 아티팩트 하나만 착용하면 프로 헌터들도 잡는 세상이다.

심지어 몇 개를 주렁주렁 걸고 다니면 길드의 전투조도 부럽지 않았다.

‘빚이야 좀 더 져야겠지만 뭐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빚쟁이 인생이었다. 여기에 빚 몇 개 더 얹는다고 해도 티도 안 난다.

그렇다고 서준이 돈을 벌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서준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빨리 돈을 모을 수 있었고 빚 청산도 금방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저 단지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뿐이었다.

‘빚 독촉도 없는데 뭐.’

채권자는 어차피 윤희주였다. 윤희주는 서준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빚 독촉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서준도 여유롭게 약초를 재배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아티팩트 구매비용 조금 더 얹는다고 해도 금방 갚아나갈 자신이 있었다.

‘빚도 재산이라잖아?’

누군가 그랬다. 빚도 재산이라고. 돈도 능력이 있어야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캬앙아! 이쪽으로 와! 이리와! 얼릉!”

-캬앙! 캬앙!

한참을 이동하던 서준과 정신비 그리고 호랑이들은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신비는 지치지도 않는지 호랑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토끼다! 토끼! 근데 토끼에 뿔이 달렸어!”

호랑이가 무섭지도 않은지 넓은 초원을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뿔토끼들도 많았다. 토끼를 발견한 정신비는 신이 나서 호랑이들을 이끌고 뿔토끼를 따라다녔다.

호랑이들은 평소 같았으면 뿔토끼를 발견하자마자 사냥해서 먹었을 텐데 지금은 배도 그리고프지 않은 데다가 혹여나 정신비가 놀랄까 봐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느낌이 섬인 거 같은데?’

재미있게 놀고 있는 정신비와 호랑이들을 잠시 제쳐둔 서준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주위를 살펴보았다.

오늘 탐사는 지난번 갔던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고 있었다.

지난번 도착했던 곳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서준의 예상으로는 재배지 위치가 섬이었기 때문에 반대로 돌아도 모두 살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있었다.

‘며칠 더 걸리려나......’

지난번 초록 활력초 변종이 있는 곳 까지 도달하려면 그 정도 걸릴 것처럼 느껴졌다. 섬을 거의 한 바퀴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준은 지평선 끝에 보이는, 바다로 예상되는 푸른 물결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탐사는 최대한 안전하게 가자.’

정신비가 합류한 일행이었다.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어떻게든 무사히 끝마쳐야 했다.

“얍! 얍! 얍!”

-크릉! 크릉! 크르릉!

정신비가 크릉이의 꼬리를 쥐고 흔들며 웃었다. 크릉이는 표정으로는 귀찮음을 뿜어대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신비가 귀여웠는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놀아주었다.

‘신비를 내가 계속 데리고 있어도 되는 걸까?’

정신비의 나이는 8살이었다. 원래라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야 할 나이였다.

물론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보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그러나 정신비는 서준과 단 한시라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불안감이 매우 큰 것 같았다.

덕분에 상황이 정리된 지금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이렇게 재배지에서 데리고 다니게 된 것이다.

‘지금은 너무 불안해하니까 데리고 있지만…. 뭐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네.’

정신비가 너무 불안해하고 불안정하기에 지금은 서준이 데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이것이 아이를 위해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은 서준도 잘 몰랐다.

하필이면 아이 아빠도 대침공때 모든 가족을 잃었고 서준의 전 여자친구도 고아로 자랐다. 덕분에 서준과 더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신비를 케어할 가족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일단 고민을 좀 더 해보고 아이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선택해야지.’

언젠가 선택해야 할 날이 올 것은 분명했다. 그때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꾸준히 고민해봐야 했다.

“애드라 내가 집 만들어 줄게!”

신나게 호랑이들과 놀던 정신비는 살짝 지쳤는지 자리를 깔고 앉아 작은 두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호랑이들의 집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앙증맞은 두 손으로 조금씩 땅을 파는 정신비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호랑이들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정신비의 옆으로 가 땅 파는 것을 도와주었다.

누구보다 땅파기에는 자신 있던 호랑이들이 합세하니 호랑이들이 몸을 숨길만 한 땅굴이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완성!”

-어흥! 캬앙! 크릉!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준은 게이트를 다시 열고 아이들과 약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탐사는 특별한 발견도 특별한 위험도 없던 평범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서준의 기분은 의외로 좋았다.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GOTY로 한껏 긴장한 상태에서 테러까지 발생했다. 거기에 약국 앞에 게이트도 열렸다. 계속해서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정신비와 호랑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서준의 정신이 조금은 맑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준은 당분간 이렇게 평화로운 삶을 더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서준은 호랑이들과 정신비를 데리고 특별한 곳에 와 있었다.

오늘은 서준의 그동안 행동들을 치하하며 표창을 수여하는 날이었다.

지난번에 받은 포상과는 별개로 따로 치러지는 표창 수여식이었다.

“백서준이다!”

“실물이 훨씬 나은데?”

강당 안으로 들어가는 서준을 보며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호랑이 봐! 재들도 실물이 훨씬 귀엽잖아?”

“겉보기로만 판단하면 안 돼. 생긴 거랑 다르게 엄청 잘 싸우더라.”

“나도 호랑이 한 마리 입양할까?”

“됐다 임마, 그래 봤자 영수 아닌데 무슨 의미냐?”

GOTY KOREA가 전국에 생중계가 되면서 이미 스타가 된 호랑이들이었다. 호랑이 영수라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이목이 끌릴 일이었는데 거기에 귀여운 외모까지 지니고 있으니 호랑이들의 인기는 이미 서준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사실 이미 호랑이들의 팬클럽도 생겼다.

“저 애는 누구지?”

“설마 딸인가?”

“아냐, 내가 알기로는 미혼이랬어.”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서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정신비를 보고 쑥덕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강당 안은 매우 소란스러운 상태였고 그들의 위치가 정신비와는 좀 떨어져 있어 정신비의 귀까지 그 소리가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약간의 소강 시간이 흐른 후 수여식이 진행되었다.

“...... 반복되는 테러로 온 국민이 시름에 빠져있을 때 귀하는 값비싼 약초를 무한정 제공하였고 몸소 피해자들을 구호하였다. 또한 갑작스레 열려버린 미감지 게이트를 홀로 막아내고 시민들을 구해내는 등 투철한 시민의식을 보인바…….”

최근 짧은 시간 동안 서준이 해왔던 일들을 읊으며 서준을 치켜세워주었다.

사실 게이트는 최운혁이 막았고 서준이 한 일은 홀로 떨어진 보스를 잡은 것뿐이었다.

초록 활력초를 기증하긴 했지만 서준은 거의 무한정 얻어낼 수 있는 자원이었고 덕분에 서준의 이미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사실 표창이 아니어도 서준은 얻을 걸 다 얻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그런데도 서준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말로만 인정받는 것과는 다르게 국가에서 인정하여 표창을 해주니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었다.

“독립운동가셨던 조부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끝을 모르고 계속되는 것 같던 서준을 치하하는 말이 드디어 끝이 났고 서준은 표창장을 건네받았다.

‘대통령이라… 기분은 좋네, 뭐.’

표창을 받아든 서준은 하단에 찍혀있는 대통령 직인을 바라보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서준 입장에서는 크게 어려운 일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과분한 자리에 서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표창을 받은 서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 자리에 초대되었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강당이 터질듯한 박수 소리로 서준을 맞아주었다.

‘이런 기분도 나쁘지는 않은데? 좋은 일 좀 더 하고 살아도 좋을 것 같네.’

어차피 이제 먹고살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넉넉해서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가 고민인 서준이었다.

빚이 있긴 했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빚은 아니었다.

이제는 주위를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서준이었다.

<방어용 아티팩트 구합니다. 종류 상관없이 다 삽니다.>

[방어용 아티팩트 구합니다. 어느 정도 성능만 충족되면 다 삽니다.

현금거래 말고 물물교환 원합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아티팩트 불끈초랑 바꾸고 싶으신 분 연락해주세요.

많이 드릴게요. - 호랑이 약국 백선생]

집에 돌아온 서준은 초인몰에 글을 올렸다. 정신비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아티팩트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본래 아티팩트란 것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보물이었다. 아티팩트 하나를 지닌 것만으로도 자기보다 몇 단계 위의 헌터도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침공 이후 괴수들의 침공이 계속되는 세상에서 무력이란 것이 곧 권력이고 지위였다. 당연히 모든 헌터들은 아티팩트를 구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심지어 초인이 아닌 일반인 재력가들도 엄청난 거금을 주어가며 몰래몰래 아티팩트를 손에 넣곤 했다.

일반인이라고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고, 혹시 모를 괴수 혹은 초인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호신용으로 구매하는 경우였다.

‘잘 되겠지? 그래도 불끈촌데…….’

하지만 불끈초 역시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귀한 약초였다. 서준이 재배지에서 무한하게 수급이 가능해서 그렇지 서준이 공급하기 전까지는 정말 귀하디귀한 약초였다.

사실 지금도 서준이 그 공급량을 제한해놨기 때문에 그 가치는 엄청났다.

서준에게 적당한 가격으로 산 불끈초를 다시 비싼 값에 되파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쓰임새의 차이는 매우 컸지만 아티팩트도 돈 주고 못 구하는 보물이었고 불끈초 역시 서준만이 독점하고 있는 보물이었다.

서준은 여기에 희망을 걸고 초인몰에 글을 올렸다.

혹시 아는가? 자신감 없는 어떤 재력가가 자신감의 회복을 위해 아티팩트를 내놓을지 누가 아는가?

서준은 오타가 있는지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등록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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