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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50화 (50/150)

50화

최운혁을 만나고 게이트가 열리고 괴수가 튀어나오고 전투가 벌어지는 등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건은 잘 해결되었고 서준의 일과는 이전과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최운혁이 게이트를 잘 막아준 덕분에 서준이 최운혁을 대신하여 포상을 받았다. 그 금액이 상당했다.

아무래도 게이트 하나를 온전히 막아냈으니 게이트 방위 임무를 하는 길드 하니만큼의 액수를 혼자서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이트 관리국에서 이러한 부분의 계산은 철저했다.

서준은 그 돈으로 차도 한 대 뽑았다. 오래전부터 꿈꾸던 드림카였다. 타임 워프 전부터 꼭 원하던 브랜드였다. 사실 그동안 재배지를 활용해 많은 돈을 벌었기에 기회는 많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건들로 시간을 뺏겼고 서준도 바빴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윤희주에게 돈을 빌리게 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서준은 목돈이 한 번에 들어오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윤희주에게 갚지 못한 빚이 상당했지만 그건 차차 갚아가면 될 일이었다.

윤희주에게 갚을 돈은 창천 길드에서 대신 팔아주는 약초값으로 충당이 될 것이기에 이렇게 서준이 개인적으로 들고 있는 돈을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는 없었다.

물론 이미 윤희주와 모두 합의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변종에 대한 연구도 착착 진행 중이었다. 물론 아직 그 효능과 활용법을 전부 알아낸 것은 아니지만 실마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뽑아냈다고 얘기를 들었으니 기대해볼 만했다.

변종은 앞으로 서준의 핵심 약초로 자리 잡을 것이다.

재배지에 새롭게 재배 중인 변종도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아직 모두 자란 건 아니었지만 이 기세로 볼 때 곧 수확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서준은 확신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서준은 호랑이들과 재배지를 넘나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이트를 열어두면 시간의 괴리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서준은 그를 활용해 호랑이들을 재배지에서 뛰어놀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서준은 조금 고생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서준은 이렇게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끔씩 드라이브를 하고 호랑이들의 애교를 바라보고 운전이 질린다면 어흥이의 등위에 올라타서 도로를 달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서준을 제외한 세상은 그렇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침통하고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테러범들에 의한 테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테러 발생 2주일이 지난 지금도 그 배후를 파악하지 못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테러범들이 계속해서 테러를 하고 있었다. 각 길드, 혹은 기업들의 아티팩트가 숨겨진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학살과 약탈을 자행했다.

그 배후는 결사회의 리더 최운혁과 리버스의 리더 유재학이었다. 하지만 아직 초인관리국에서는 그들이 벌인 짓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상태였다.

그만큼 이들은 용의주도하고 완벽하게 움직였다. 한때 최악이라 불리던 조직과 현재 최악이라 불리는 조직의 리더들끼리 만났다.

그들은 정부와 길드를 농락하며 테러를 일삼고 있었다.

“어흥아! 물어와!”

-어흥! 어흥!

하지만 서준에게는 평화가 찾아왔다. 훼손된 약국과 마당의 보수는 진작에 끝이 났고, 약초 재배도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계속되는 테러로 인해 지구와의 연락을 자주 할 필요가 있어 재배지 탐험은 잠시 멈춘 상태였다.

서준에게는 평화의 나날이었으나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못했으니깐……. 서준은 언제든 도움 요청이 온다면 맨발로라도 나설 준비가 되어있었다.

“잘했어!”

-어흥! 캬앙! 크릉!

게다가 다행히도 최운혁은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한 번의 습격 실패로 인해 다시 서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었다.

물론 사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가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테러와 그들의 진짜 목적이 목전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준과 호랑이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평화를, 그들의 목표가 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테러의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나날이 계속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놈들이 초인교도소를 공격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놈들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초인교도소 그중에서도 천안 초인교도소는 엄청난 악질 빌런들만 가둬놓은 곳이었다.

리버스의 멤버들과 결사회의 멤버들도 모두 그곳에 잡혀있었다.

최운혁과 유재학은 아티팩트를 노리는 척 관련 시설들을 계속해서 테러했다. 테러가 계속되고 예방에 계속해서 실패하자 정부는 초인교도소에 있는 경비병력까지 차출했다.

그렇게 삼엄하기로는 세계 제일을 자랑하던 초인교도소의 구멍이 뚫렸고 최운혁과 유재학은 그 틈을 노렸다.

최운혁과 유재학은 천안 초인교도소에 갇혀있는 동료들을 구출해냈다. 과거와 현재 사상 최악의 범죄단체인 리버스와 결사회가 완전체가 되어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아직 그들은 조용하지만 어떤 일을 꾸미는 것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해 초인관리국과 초인경찰의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었다.

“백 선생님 오셨어요?”

“네, 오늘은 시간이 좀 남아서요. 요즘은 어때요?”

“늘 그렇듯이 아수라장이죠, 뭐.”

서준은 창천 길드가 지원하고 있는 임시병동에 봉사를 하러 찾아왔다. 지난 시간 동안 서준은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서 도움을 주었다.

“엄마! 엄마! 일어나! 일어나라구!”

그때 어디선가 어떤 꼬마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어휴…. 안됐네.”

“그러게…. 벌써 세 시간째 저러고 있어.”

다른 봉사자들은 이미 그 광경을 오랫동안 지켜본 듯 개의치 않고 자기 할 일을 계속했다.

“엄마! 엄마! 일어나봐!”

죽은 시체를 붙잡고 울부짖는 꼬마 아이의 손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나왔다.

“저게 뭐죠?”

서준이 윤희주에게 물었고.

“각성했나 봐요. 아마도 힐링 능력으로 보이고요. 이미 늦어버렸지만……. 세 시간째 계속해서 저러는 거 보면 재능도 엄청난 것 같은데 참 안타깝네요.”

아마도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각성한 듯싶었다. 엄마를 꼭 살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힐링 능력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성 당시의 심정이 각성과 연관이 있는 건가?’

생각해보면 서준도 각성 당시에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했었다. 그렇게 얻은 능력이 게이트 능력이었다.

마냥 망상으로 생각할 이론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상황에 깊게 생각해볼 만한 주제는 아니었다.

“아이 아빠는요?”

엄마를 울부짖는 아이를 바라보던 서준이 물었다. 아이가 저렇게 오랜 시간 탈진하기 직전까지 울부짖고 있는데 아이의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

“죽었어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시신이 훼손돼서 따로 치워놨습니다. 차마 아이 옆에 둘 수는 없었어요.”

윤희주가 답해주었다.

안타깝게도 아이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둘 다 잃었다. 서준은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서준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까워져 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서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준이 아는 얼굴이었다.

“엄마가 안 일어나요. 계속해서 깨웠는데 안 일어나요.”

아이는 서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이도 서준을 알아본 듯싶었다.

서준은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엄마 시체를 바라보았다.

시체는 외상 하나 없이 깨끗했다. 아마도 신체 내부에 어떠한 충격을 받고 그대로 즉사한 듯싶었다.

외상 하나 없이 깨끗한 시체는 아름다웠다. 잡티 하나 없는 시체는 생전에 상당한 미모를 자랑했음을 뽐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그러나 창백한 시체는 서준도 잘 알고 있는 여자였다.

바로 서준의 전 여자친구였다.

약국 앞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시체로 서준을 마주 보았다.

“엄마! 이제 좀 일어나봐! 제발!”

아이는 계속해서 여자를 향해 능력을 방출했다. 아이의 얼굴에는 온통 식은땀이 가득했고 이미 수척해질 때로 수척해져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서준은 아이의 두 손을 맞잡아주었다. 더 이상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꼭 잡아 주었다.

“놔! 엄마 깨워야 한단 말이야!”

아이는 서준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힘없는 아이의 손이 서준의 손을 빠져나갈 수 있을 리 없었다.

“너, 이름이 뭐야?”

아이는 한참을 뿌리치려다 지쳤는지 서준의 손을 꼭 맞잡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아이가 진정됐음을 확인한 서준은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얼굴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름은 몰랐다. 여섯 살 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정신비요.”

“그래, 신비.”

서준은 아이의 두 눈을 따스하게 바라보았다. 아이도 서준의 마음을 읽었는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물었다.

“이제 우리 엄마 어떡해요……. 우리 아빠도 없어요……. 저는 이제 어떡해요?”

아이의 표현력으로는 속에 있는 말을 모두 쏟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서준은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괜찮아, 다 괜찮아. 아저씨가 도와줄게.”

서준은 아이를 조심스레 안아주었다. 서준은 아이가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들썩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비야, 아저씨랑 같이 살래?”

“아저씨랑요?”

“응, 아저씨랑.”

아이의 엄마는 가족이 없었다. 그래서 서준과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동질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 아빠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가족들과 그리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서준은 신비를 혼자 둘 수는 없었다. 그것이 아직 마음속에 전 여자친구가 남아있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한 동정심인지는 서준조차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서준은 신비를 돌보게 되었다.

“하지 마! 하지 마! 어흥이! 너! 하지 마!”

-어흥! 어흥!

“아! 진짜 하지 말라니까! 너 혼나!”

-어흥! 어흥!

다행히도 신비는 호랑이들을 매우 좋아했다. 호랑이들도 신비와 놀아주는 것을 즐기는지 이제는 눈만 뜨면 신비를 찾았다. 서준이 서운해할 정도였다.

예전에는 놀아달라며 서준을 보채던 녀석들이 이제 서준은 본체만체하며 신비만 찾았다. 호랑이들이 서준을 찾는 시간은 식사 시간뿐이었다.

그 무렵 서준도 신비의 나이가 여덟 살인 것도,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직 사고 트라우마로 바깥에 나서지 못해 학교를 나가지 못하고는 있지만 미리 준비를 해놔야 했다.

서준은 조금 더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비, 여덟 살의 어린아이가 서준의 가족이 되었다.

서준과 어흥, 캬앙 그리고 크릉이가 있었다. 거기에 신비까지 다섯 명의 가족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잊고 왁자지껄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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