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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45화 (45/150)

45화

<속보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테러범들의 테러 목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대가 쑥대밭이 될 정도로 피해가 큰 탓에 아직 피해 수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 화면은 쑥대밭이 되어버린 종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랑스러웠던 고층 건물들은 대부분 판사 되었고 도로는 파괴되었다.

종로 경찰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스러졌다.

이후 인근 병원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병원에는 폭탄이라도 맞은 듯 신체 일부분이 파괴되어 실려온 환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분은 실시간으로 목숨을 잃어갔다. 뉴스 하단 자막으로 송출되는 사망자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었다.

<초인 관리 협회는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테러범의 체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초인 관리 협회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이윽고 초인 관리 협회장의 기자회견 장면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일부로 머리를 흩트려놓고 옷에 먼지를 묻힌 것처럼 초췌한 그의 모습은 동정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초인 관리 협회장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연신 사죄했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는 쉬지 않고 반짝였다.

<아직 배후가 누구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그 무엇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초인 관리 협회의 대응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종로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일대의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심지어 그 피해 정도를 아직 전부 파악하지 못해서 테러범들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는 그 가닥조차 잡지 못한 상태였다.

온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고 비통에 잠겼다.

GOTY KOREA에서 압도적 활약을 보이며 우승한 창천 길드를 보며 GOTY 본선에서의 희망을 키워가던 국민들의 관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들었다.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살고 있는 모든 국민들의 관심은 이번 테러로 쏠렸다. 인터넷에서 매일매일 오르내리던 서준과 창천 길드의 이야기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만큼 전례가 없을 만큼 규모도 피해도 그리고 상처도 큰 테러였다.

하지만 재배지를 탐사하고 있던 서준에게는 이 사실을 아직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

"첫 번째 계획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고했다."

"이정도야 뭐, 항상 하던 일인걸."

외팔의 사내와 한쪽 뺨에 기다란 흉터가 있는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둠에 잠겨있는 두 사내의 얼굴은 얕은 빛에 의해 희미하게 보였다.

"앞으로 몇 개 안 남았어. 조금만 더 힘내자구."

"그래,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야. 긴장 풀면 안 돼."

두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공간은 햇볕 하나 들지 않는 지하 어딘가였다.

그리고 그곳을 밝게 비춰주는 광원은 20년은 더 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브라운관 텔레비전뿐이었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얕은 빛줄기만이 지하실을 조금이나마 밝혀주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텔레비전에는 여의도를 피로 물들게 한 테러범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벌써 우리들의 이야기로 난리가 났구먼 그래."

"이제부터 경계가 더 삼엄해질 거야. 앞으로 정말 신중해야 해."

사내 둘이 이야기하는 곳에 놓여있는 테이블 위에는 지도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에는 종로 위에 별 표시가 그리고 별표 시에 겹쳐서 엑스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 몇몇 장소에 별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 이들의 다음 목표인듯싶다.

"이 인원으로 가능하겠나? 더 충원해야 할듯싶은데."

"어중이떠중이는 있어 봐야 방해만 돼. 확실한 놈들만 끌고 가자고. 어차피 나중가면 다들 따라붙게 돼 있어."

외팔의 사내가 남은 한쪽 팔로 들고 있던 종이에는 몇몇 사람의 인적사항이 적혀있었다.

그 수는 총 여섯 명으로 지하실에서 이야기 중인 두 명을 합치면 고작 여덟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 이들은 단 여덟 명으로 종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물론 갑작스러운 기습이었기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성과였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지? 놈들이 우리 목적을 눈치채는 것도 금방이야. 경계를 할게 분명하다고."

"그럼 나야 오히려 고맙지. 경계하고 또 경계해서 똘똘 뭉쳐줘야지."

뺨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묻자 외팔의 사내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놈들이 겁먹고 똘똘 뭉칠수록 그놈에 대한 보호가 점점 더 허술해지겠지."

외팔의 사내는 팔이 사라지고 없는 어깨를 쥐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표정은 매우 비장했다.

"그 약사 놈, 나를 이렇게 만든 대가는 치르게 해줘야지. 팔을 뽑고 다리도 뽑고 이빨도 뽑고 평생을 아주 끔찍하게 살게 해주겠어. 절대 죽이지 않을 거야."

한쪽 뺨에 흉터가 있는 사내는 3년 전 온 국토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최악의 테러조직 리버스의 대장이었고, 외팔의 사내는 결사회의 리더 최운혁이었다.

한국 땅에 존재했던 최악의 조직이라 평가받는 리버스와 결사회, 그 조직들을 운영하던 최악의 빌런 둘이서 하나의 목표를 세운 채 손을 잡은 것이다.

#

"달려! 달려!"

어흥이의 등 위에 올라탄 서준은 신이 나서 외치고 있었다.

달리고 있는 어흥이의 오른편에는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있었고 왼편에는 멋진 야자수들이 나열해 있었다.

재배지의 탐험을 계속하던 서준과 호랑이들은 해안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호랑이들도 처음 보는 바닷가 풍경에 기분이 좋은 듯 신나게 그르렁대며 달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산 갔을 때 바다를 먼저 들르는 건데, 그치 얘들아?"

-어흥! 캬앙! 크릉!

부산 호랑이 카페에 갔을 때 갑작스레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되어 바다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호랑이들이 바다를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부산에서 바다 구경을 시켜줄 걸 하며 아쉬워하는 서준이었다.

물론 부산의 바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이곳의 바다는 아름다웠다.

아마 지구 그 어느 곳의 바다도 견주기 힘들 것이다. 서준 역시 호랑이들처럼 아름다운 바다에 취해 한껏 감성적으로 변했다.

"여기서 내려줘 어흥아!"

-어흥! 어흥!

서준은 어흥이의 등 위에서 내린 후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바닷냄새를 맡았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오히려 서준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신이 난 어흥이와 캬앙이는 서로 엉겨 붙어 뒹굴어 놀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해변은 거칠게 노는 두 호랑이들이 아프지 않게 그들을 감싸주었다.

-크릉! 크릉! 크르릉!

크릉이는 파도가 치는 바닷물이 신기한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앞뒤로 따라 움직이며 뛰어놀았다.

그러나 평소에 물놀이를 좋아하던 크릉이답지 않게 바닷물에는 차마 발을 담그지 못했다.

처음 보는 바닷물이 살짝은 무서웠나보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한참 서로 뒹굴며 놀던 어흥이와 캬앙이는 질렸는지 바닷물을 향해 달리기 사작했다.

그리고 둘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닷물로 그대로 뛰어들었다.

-크릉! 크릉! 크르릉!

그 모습을 본 크릉이는 두 호랑이가 걱정되는 듯 낮게 그르렁댔으나 어흥이와 캬앙이는 개의치 않고 서로 경쟁하듯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크릉아 너는 안 들어가?"

-크릉!

서준이 묻자 크릉이는 자존심이 상한 듯 고개를 돌리며 해변을 따라 올라갔다.

어흥이와 캬앙이는 헤엄을 치며 놀고 서준은 삐진 크릉이를 달래주고, 다시 물에서 나온 두 호랑이가 해변에서 뒹굴기를 한참, 이윽고 서준과 호랑이는 다시 채비하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노는 것도 좋았지만, 이곳에 온 목적을 잃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시간의 괴리는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해변을 따라 달리다가 어느새 밀림에 도착했다.

밀림에는 언제 맹수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시야각도 좁았기에 서준은 어흥이 등에서 내려 천천히 이동했다.

-캬앙! 캬앙!

그때 캬앙이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서준의 손을 살짝 물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리고 그곳엔 서준에 눈에 익숙한 약초가 하나 있었다.

"초록 활력초……."

바로 초록 활력초였다. 그것도 변종 상태의 초록 활력초였다.

'조금 다른가?'

그러나 서준이 알고 있는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

서준이 기르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에 실패한 그 초록 활력초와 비슷했으나 꽃잎이 훨씬 더 화려했다.

'그러고 보니…. 변종 중에 꽃잎이 엄청나게 화려한 놈이 있던 것 같은데?'

서준은 식목 수첩을 꺼내어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역시 그곳에는 꽃잎이 엄청나게 화려한 변종이 있었다.

그리고 그 꽃잎은 눈앞에 보이는 초록 활력초 역시 지니고 있었다.

'이놈이 최종 단계인 걸까?'

서준은 식목 수첩을 빠르게 넘기며 그동안 관찰했던 모든 종류의 변종 사진을 하나씩 확인해 보았다.

'열매…. 있고.'

열매만 달린 초록 활력초와 똑같은 형태의 열매를 지니고 있었고,

'크기도 비슷하다.'

크기만 엄청나게 커진 초록 활력초와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도 꽃잎 줄기의 문양, 이파리의 모양 등 변종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종류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완전히 진화한 단계가 아니라서 재배할 수 없었던 걸까?'

서준이 발견했던 변종 중 가장 큰 변화를 일으켰던 변종은 지금 발견한 변종의 형태에서 꽃잎만 없었다.

심지어 이 녀석은 기존의 초록 활력초와는 다르게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본래 재배 시에 많은 공간을 차지하던 단점까지 완벽히 극복한 듯 보였다.

이놈이 다른 변종의 모든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최종 단계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동안 발견한 변종들은 아마도 완전한 형태가 아니기에 재배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물론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지만 애초에 지구에서 자라나는 식물이 아니었다.

이정도의 신비함은 대수로운 것도 아니었다.

'지금 알 수 있는 건…. 뭐 여기 까진가?'

궁금한 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알아낼 수는 없었다.

어차피 급할 건 없었다. 지구로 돌아가서 제대로 조사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캬앙아 잘했어!"

-캬앙! 캬앙! 캬아앙!

서준은 초록 활력초를 발견해 자신을 이끌어준 캬앙이의 목을 쓰다듬어 주면서 칭찬해주었다.

-캬앙!

서준의 칭찬을 받은 캬앙이는 의기양양해져 어흥이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가슴을 내밀었다.

-어흥!

그 모습을 본 어흥이는 질투가 나는지 고개를 홱 돌리며 낮게 그르렁댔다.

"귀여운 녀석들."

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한번 싱긋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몇 뿌리 캐낸 후 배낭에 넣었다.

서준의 예상대로라면 이 녀석의 재배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재배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캬앙아! 고마워! 우리 이제 다시 부자야!"

빚쟁이 탈출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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