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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42화 (42/150)

42화

팀 배틀은 서준과 창천 길드가 계획했던 것보다 상당히 많이 수월하게 진행되어왔다.

본래 이들의 계획은 최대한 빨리 보스를 잡아 아티팩트를 차지한 후 방어에 유리한 곳에 진형을 짜 하루 동안 방어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창천 길드의 계획은 호랑이들 덕분에 상당히 앞당겨질 수 있었다.

호랑이들의 기척 탐지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고, 이미 원숭이 괴수를 상대하며 그를 깨달은 창천 길드는 호랑이들을 전적으로 믿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길드들은 그동안 산에 숨어지내던 괴수 무리에게 습격을 받고, 주최 측에서 심어놓은 괴수들에게 습격을 받아 가며 진행을 했기에 피해도 컸고 진행 속도도 더뎠다.

그러나 서준과 창천 길드는 처음 만났던 원숭이 괴수 무리를 제외하면 그 어떤 괴수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호랑이들의 탐지능력을 이용해 산 구석에 숨어있는 보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스를 발견한 이상 어려울 건 없었다. 요번 미궁의 무대는 산 전체였다. 넓은 산속에 숨어있는 보스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애초에 주최 측에서 사로잡은 후 강제로 심어놓은 괴수였다. 괴수가 민간에 피해를 주지 않게 주최 측에서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괴수여야 했다.

당연히 그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산속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괴수 무리들이 훨씬 강한 상대였다.

무리를 지어서 강한 것이 아닌 그 개체 자체의 수준 차이가 났다.

그만큼 괴수를 생포하는 것은 대침공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어려운 일이었다.

오히려 이만한 괴수를 잡아 왔다는 것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GOTY 주최 측에 사로잡혀 어딘지도 알지 못하는 산속에 강제로 처박힌 이번 미궁의 보스는 산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괴수 무리들에게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숨어있었다.

덕분에 다른 길드들은 찾는데 애를 쓰는 것 같았는데 서준과 창천 길드는 별 어려움 없이 찾아냈다.

호랑이 셋이 잠시 산속을 뛰돌아 다니더니 돌아와 그들을 안내했고 그곳엔 겁을 먹고 벌벌 떨고 있는 괴수와 그 괴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를 발견한 김소현은 간단하게 괴수를 처치하고 목걸이 즉, 주최 측에서 준비해놓은 아티팩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아티팩트를 얻었네요. 계획을 변경합니다.”

“네!”

그리고 당초 계획했던 수정 전략을 버리기로 하였다. 김소현은 그 사실을 담담하게 말했다.

“남은 시간 대략 19시간 정도입니다. 아티팩트를 얻은 사실을 숨긴 채 계속 수색하는 척 기만책을 사용합니다.”

본래 아티팩트를 얻어내는 데에 큰 견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김소현은 생각보다 쉽게 보스를 처리해내자 전략을 바꾸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짧은 시간에 보스에 도달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길드들은 창천 길드가 아티팩트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보통의 속도로 진행했더라면 상대 길드들의 탐색조 역시 보스를 발견, 창천 길드가 보스 사냥하는 장면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스레 남은 세 길드는 연합을 해 최우선적으로 창천 길드의 전멸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창천 길드는 다른 길드의 탐색조가 보스를 발견하기도 전에 압도적인 속도로 보스를 발견, 사살했다.

굳이 세 길드를 적으로 돌려가며 방어를 할 이유가 없었다. 창천 길드도 아직 보스를 발견하지 못한 척 기만책을 사용하면 충돌 없이 많은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우선 보스 시체부터 처리하죠. 땅 잘 파시는 분?”

김소현은 말을 하면서 한 남자를 바라봤다. 김소현과 눈이 마주친 그 남자는 군소리 없이 흙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윽고 큰 바람 소리와 함께 땅이 천천히 파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바람을 이용해 땅을 파는 듯했다.

“저기요? 조장님?”

“네, 말씀하세요.”

저 속도로 땅을 파다간 한참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보스라고 그 크기가 상당했는데 저 거체를 티 나지 않게 숨겨놓으려면 상당히 깊게 파야 했음이 분명했다.

그 모습을 본 서준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우리 애들도 땅 잘 파는데요?”

-어흥! 캬앙! 크릉!

그동안 서준과 재배지에서 수도 없이 땅을 파왔던 호랑이들이었다. 땅파기 하나만큼은 그 어떤 동물들보다 잘한다고 자신했다.

저런 빈약한 바람쟁이와는 비교를 불허했다.

“흐음…. 그래요? 그럼 한번 해보실래요?”

김소현이 말했고.

“얘들아 보여줘.”

서준이 명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호랑이들은 곧장 달려가 바람쟁이들 밀어내고 두툼한 앞발을 이용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와! 대박!”

“쟤네는 못하는 게 뭐야?”

“너무 귀엽잖아! 나도 호랑이 한 마리 키울래!”

뭉툭한 앞발을 이용해 땅을 파 내려가는 호랑이들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순식간에 엄청난 크기의 구덩이가 탄생했다.

서준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정말 지구 반대편까지 파고 내려갈 기세였다.

“오, 좋아요. 그럼 빨리 묻어놓고 흔적 지우고 이동합시다.”

창천 길드의 길드원들은 호랑이들이 잘 파놓은 땅굴에 보스를 집어넣고 다시 땅을 메꿨다.

잘 메꿔진 땅 위에 나뭇잎과 나뭇가지 등을 뿌리며 흔적을 지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겉으로 봐선 티도 잘 나지 않았고 워낙 시체를 깊게 묻어둔지라 냄새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 것이다.

다른 길드들이 보스의 사망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애를 쓸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동합시다.”

“네!”

그리고 그들의 기만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4시간, 이번 배틀의 주어진 제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시간은 게이트의 가동 시간과 정확히 일치했다.

애초에 미궁이란 것이 게이트 내부의 환경을 비슷하게 재현해 훈련 혹은 경기를 하자며 만든 것이었고 그렇기에 정해진 시간이 24시간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24시간 중 약 열아홉 시간이 남았다. 창천 길드는 아직 보스를 발견하지 못한 척을 하며 보스 찾는 시늉에 최선을 다했다.

중간중간 다른 길드와의 접촉이 있긴 했기만 큰 충돌 없이 끝났다. 그들 역시 괜히 싸워서 피해를 입는 것보다는 보스 찾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괜히 자존심을 부리다 전력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세 길드에게 잡아먹힐 것이 분명했으니깐.

그리고 그렇게 다섯 시간이 남았을 때 네 길드가 손을 잡았다. 이대로 아티팩트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고 경기를 끝내게 되면 우승자는 없었다.

우선 찾고 나서지 지고 볶더라도 일단 손을 잡자는 데에는 아무 이견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 경기 종료시간이 다가왔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었다.

“하아,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공동 우승 아닌가요?”

“GOTY 본선에는 한 길드만 나갈 수 있어.”

“연장전 하겠지, 뭐.”

결국 수색에 실패한 길드들은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태까지 GOTY 결승에서 무승부가 난 적은 없었기에 그들도 이럴 경우 어떻게 되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근데 김소현 너는 왜 말이 없냐?”

“그러게요? 평소 그렇게 수다 떠는 걸 좋아하더니 아무 말도 안 하시네요?”

“그냥… 재밌어서?”

그리고 김소현은 그 사이에 껴서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런 김소현에 목에는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목걸이가 메여있었다. 5분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목걸이였다.

“언니, 근데… 그거 뭐에요?”

“응? 뭐가?”

“목에 걸린 거요.”

김소현은 목걸이를 한번 쓰다듬더니 답했다.

“아아… 이거? 아티팩트라던데?”

“무, 무슨 아티팩트요?”

“네가 찾던 거.”

김소현은 더 이상은 참기 힘들었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창천 길드의 대기실로 도망쳐왔다.

그리고 그곳은 이미 축제였다.

“우승! 우승했어!”

“와…. 눈물 나려 그래…….”

작년 GOTY KOREA에서 창천 길드의 성적은 8강이었다. 쟁쟁한 길드가 포진한 한국에서 8강 역시 굉장한 성과였다.

그러나 뭔가 아쉬운 성적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1등이었다. 본선 즉, 세계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길드도 단 한 길드뿐이었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듯 모든 길드에 속한 헌터들은 GOTY 우승을 꿈꿨다.

그것이 자신이 속한 길드의 위상을 드높이는 길이었고 그것이 곧 길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강한 길드에 속한 자신 또한 더 좋은 연봉과 대우를 받을 수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창천 길드는 이제 그 첫걸음을 걸은 셈이었다.

대기실에서 모든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길드원들은 이미 샴페인을 터트리며 대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다.

그들의 머릿속은 요번 분기 말에 받을 보너스로 이미 가득했다.

“정말 오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정말 잘해주셨어요. 솔직히 1등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주시니 정말… 하아…. 감사합니다.”

대기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윤희주도 벅차올라 말을 제대로 잊지 못했다.

윤희주는 전 길드장이 결사회에 살해당해고 갑작스레 길드장 자리를 떠맡았다. 그리고 길드장 치고는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와 견제를 받으며 길드를 이끌어왔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자 상당한 무리를 해 PTSD가 찾아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끈 길드가 드디어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모든 분들이 정말 열심히, 잘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백 선생님……. 정말 오늘 우승은 백 선생님 덕분입니다. 백 선생님이랑 호랑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오늘 우승의 지분 중 구 할은 사실상 서준의 호랑이 덕분이었다.

창천 길드의 전투조는 분명 강했다. 그러나 결승에 오른 다른 길드의 전투조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대로 맞붙었다면 아마도 질 가능성이 더 컸다.

서준과 협약을 맺은 덕에 길드가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 덕분에 올해의 길드에 뽑혀 시드권을 받아 결승 직행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상위 길드의 전투조와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할 수 있었다.

“별거 아니에요. 호랑이들이 다했죠, 뭐. 그렇지 얘들아?”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결승의 미궁에서는 호랑이들의 활약이 매우 컸다. 전투를 최소화해 진행 속도를 월등히 높일 수 있었고, 호랑이들의 압도적인 탐색 능력으로 보스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게 곧장 승리고 연결되었다.

-캬앙! 캬앙! 캬아앙!

-크릉! 크릉! 크르릉!

-어흥! 어흥! 어흐응!

호랑이들도 자기들이 잘 한 걸 아는지 가슴을 내밀며 신나게 울어댔다.

창천 길드의 길드원들도 이제 모두 호랑이들의 팬클럽이 된 양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호랑이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백 선생님, 이건 백 선생님이 가져가세요.”

“그래도 돼요? 너무 과분한데요?”

“아니에요. 백 선생님 덕분에 얻은 겁니다. 저는 이거 하나로 족해요.”

그렇게 말하는 윤희주의 손에는 GOTY KOREA 우승 트로피가 들려 있었다.

아, 그리고 물론 서준의 목에는 결승전 보스가 지니고 있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서준이 처음으로 얻은 아티팩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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