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창천 길드, 알다시피 대한민국 내에서라면 손에 꼽는 길드 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서준과 손을 잡은 이후로는 더욱 두각을 보이며 기세등등하게 나아가는 길드였다.
최근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길드를 뽑으라면 열에 여섯은 창천 길드를 골라 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길드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GOTY KORE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GOTY KOREA는 길드끼리의 우열을 다투는 대회였다. 퍼포먼스부터 시작해서 길드의 특산물도 자랑하고 업적을 전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것은 당연히 길드 배틀이었다.
길드 배틀은 1대1 대결부터 시작해서 팀 대결 그리고 난타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대1 배틀은 말 그대로 길드의 에이스를 내보내 1 대 1 승부를 보는 것이었고 팀 대결은 2 대 2부터 시작해서 8 대 8까지 단체전을 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난타전은 1대1과 팀 대결을 모두 이겨내고 올라온 상위 네 길드의 전투조가 투입되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미궁을 돌파하는 대결이었다.
그리고 작년 우승 길드인 전설 길드는 시드를 받고 결승 직행을 했다.
그리고 창천 길드는 기자들이 투표한 올해의 길드에 1등으로 뽑혀 또 한 장의 시드권을 받아 결승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두 자리는 1 대 1 대결과 팀 대결을 이겨낸 길드가 차지하였다.
서준은 창천 길드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선 모든 경기를 뛰어넘고 결승에 참여할 수 있었다.
-끼이익.
서준과 창천 길드의 정예들로 이루어진 이번 길드 배틀 참가팀은 창문이 짙게 선팅 되어 있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버스의 창문은 밖에서 안이 아닌 안에서 밖을 볼 수 없게끔 선팅을 해놓았기에 일행들은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했는지 버스는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과격하게 멈추었다.
‘운전이 좀 거친데?’
-캬앙!
버스 좌석에 누워 자고 있던 캬앙이는 갑작스레 버스가 멈추자 놀라 잠에 깼는지 그릉대며 화를 냈다.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내려주시면 됩니다.”
서준을 비롯한 창천 길드의 배틀 참가팀은 일제히 버스에서 내렸다. 아무래도 창문을 모두 가려놓은 채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지 모두들 많이 답답했던 것 같다.
“경기장 보안을 위해 이렇게 한 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두에게 공정한 경기를 위함이었으니 모두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버스를 운전했던 기사는 길드원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건물 내부였다. 버스는 건물 내부까지 진입한 후 그들을 내려주었다.
서준과 일행들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어떤 미궁에서 대결이 치러지는지 그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약간의 대기 시간 후 드디어 기대하던 경기가 시작되었다.
서준과 일행들은 대기실 한쪽에 놓여있는 문이 열린 후 모두 문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경계 태세!”
전투 조장 김소현이 명령을 내리고 다른 대원들은 모두 사전에 정해놓은 대로 대열을 맞춰 경계 태세를 갖췄다.
서준과 호랑이들의 자리는 정중앙이었다.
정예 헌터 중에서도 정예만 뽑아놓은 전투조에 비해 전투력이 부족하니 당연한 조치였다.
그러나 서준의 역할은 위치와는 다르게 가볍지 않았다. 이들이 굳이 단 20명으로 제한된 인원에 서준을 포함한 것도, 서준을 지키기 위한 대형을 짠 것도 모두 이유가 있었다.
“주변 경계 확실히 하면서 이동합니다. 수색조는 먼저 가서 주변 함정부터 파악해주세요.”
“네!”
김소현의 지시에 수색조 다섯 명은 제각기 방향으로 튀어나갔다.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기에 수색조가 미리 함정과 지형을 파악한 후 본 대열의 이동이 있을 예정이었다.
“다시 한번 브리핑하겠습니다. 이번 배틀의 목적은 최종 보스가 들고 있는 아티팩트의 탈취입니다. 경기 시작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24시간 후 아티팩트를 들고 있는 길드가 최종 승리합니다.
보스를 누가 잡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기의 규칙은 간단했다. 보스가 들고 있는 아티팩트를 경기 종료 시점에 들고 있는 길드가 승리하였다.
GOTY 길드 배틀 결승전은 주최 측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미궁에서 진행됐는데 그 미궁이라는 것이 정말 돌벽으로 이루어진 미로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궁의 지형은 숲이 될 수도 있고, 정말 보통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미로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었다.
심지어 동남아 어딘가 여러 개의 섬을 배경으로 두고 길드 배틀이 치러진 적도 있었다. 물론 그도 편의상 미궁이라 불렀다.
물론 GOTY 본선이 아닌 한국 예선이기 때문에 그만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지금 서준과 일행들이 당면한 미궁의 규모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아마도 이번 미궁은 숲인 것 같네요. 느낌상 산 하나를 통째로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배경이 이렇다면 당연히 함정도 많을 테고 괴수도 많이 풀어놓았을 겁니다. 각별히 조심하고 경계하며 진행하겠습니다.”
어디에 위치한 산인지는 모르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파악한 바로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산을 통째로 이용하는 듯했다.
대침공 이후 대한민국의 영토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산들은 일반인들이 오를 수 없게 된 지금 평범한 산이라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게이트를 넘어온 괴수들이 간혹가다 헌터들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도망친 괴수들은 산속에 숨어 목숨을 연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서 작은 뒷산이라도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심지어 배틀의 미궁으로 낙점된 이상 주최 측에서 풀어놓은 괴수도 한 무더기일 것이다. 원래 숨어있던 괴수들에 주최 측이 풀어놓은 괴수까지 모두 다 하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닐 것이 분명했다.
“우리의 목표는 최초로 보스를 발견, 사살 후 아티팩트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모두 숙지하셨습니까?”
“네!”
모두의 대답을 들은 김소현은 재차 말했다.
“우리에겐 세 마리의 영수가 있습니다. 그 어떤 길드보다 주변 기척 감지에 유리합니다. 우리는 이를 이용한 전략을 이용할 겁니다. 최우선과제로는 아티팩트 탈환합니다. 그 후 영수를 이용해 적들의 추적을 감지, 방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창천 길드에서 서준을 끌어들인 이유였다. 호랑이는 야생동물이자 맹수였다. 당연히 그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후각을 비롯한 감지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영수화한 호랑이의 경우에 그 능력은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었다.
매우 약한 동물인 인간조차 각성을 하면 이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원래부터 강했던 호랑이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창천 길드의 작전은 아티팩트를 먼저 얻은 후 방어에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여 하루를 버티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준의 호랑이들은 그 상황에서 기습을 방어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핵심 전력이었다.
이윽고 추적조가 돌아온 후 대열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추적조가 조사해온 주위의 지형과 약간의 함정들을 종합하여 이동하기 적합한 경로를 정해낸 김소현은 곧장 대열의 이동을 지시했다.
-어흥! 어흥!
그렇게 빠르게 이동하던 중 어흥이가 경고의 신호를 보내왔다.
맨 앞에서 달리다 그 소리를 전해 들은 김소현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정지 신호를 내렸고, 대열은 일제히 제자리에 멈추어섰다.
“모두 무기 들고 대기한다.”
“네!”
김소현이 조용히 속삭이며 지시를 내렸고, 남은 대원들 역시 조용히 답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호랑이들이 전방 45도 방향을 바라보며 몸을 낮추고 낮게 그르렁댔다. 아무래도 그 방향에 무언가 있는듯했다.
“전방 45도 방향 조심스레 접근한다.”
그리고 대열이 열 걸음 정도 걸어갔을까? 호랑이들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나선 다시 뒤를 돌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왜 그래 어흥아?”
호랑이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본 서준이 걱정스레 물었지만 호랑이들의 경계는 풀리지 않았다.
다른 일행들도 호랑이들의 모습을 보며 당황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훈련 기간 동안 호랑이들의 능력을 충분히 파악했기에 그 능력에 의심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실전에 투입되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그리고 그 순간 호랑이들이 일제히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짖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원숭이를 닮은 괴수들이 있었다. 일반 원숭이 크기의 열 배는 되어 보이는 녀석들이 서준과 창천 길드원들의 머리 위를 수놓고 있었다.
호랑이들은 나무를 타고 빠르게 서준과 일행들의 주위를 회전하며 좁혀온 원숭이들을 미리 알아채고 경고한 것이다.
“당황하지 말고 반격해!”
김소현이 소리를 지르며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 김소현의 주먹에선 강력한 진동음과 함께 충격이 발생했고 그 궤도에 있던 괴수들의 일부가 그대로 튕겨 나갔다.
바로 김소현의 능력인 파동이었다.
그러나 괴수들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은 그 수가 무척이나 많았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괴수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베테랑 헌터들인 창천 길드의 전투조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능력을 뽐내며 괴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비록 숫자에서는 많이 열세일지라도 개개인의 기량은 창천 길드의 헌터들이 앞섰다.
서준과 호랑이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물론 서준과 호랑이의 보호가 최우선 임무인 조원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향해 흘러들어오는 괴수의 숫자 자체가 적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두 달여간의 훈련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호랑이들은 능숙하게 괴수들을 사냥해 냈으며 서준 역시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며 괴수를 상대해나가기 시작했다.
-뚝!딱! 뚝!딱!
서준의 손에 들려있는 장도리가 원숭이 괴수의 골반을 부쉈다. 그 크기가 엄청나 서준이 가장 때리기 좋은 각도에 있는 게 골반이었다.
골반의 양쪽을 각각 두 대씩 얻어맞은 원숭이 괴수의 다리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리고 딱!딱!딱!딱!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두개골이 함몰된 원숭이 괴수는 허무하게 쓰러졌다.
그리고 서준이 한 마리의 괴수를 처치해냈을 때는 다른 조원들 역시 모든 괴수를 처리한 뒤였다.
아직은 서준과 이들 사이의 역량 차이는 컸다.
“휴우, 호랑이들 대단한데요?”
창천 길드의 전투 조원 중 한 명인 김이수가 말했다.
“그러게요. 호랑이들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기습당할 뻔했어요. 덕분에 아무 피해 없이 끝냈네요.”
호랑이들이 미리 경고를 해줬기에 다행이었다. 호랑이들의 경고로 모두 최고의 경계 태세를 갖출 수 있었고 머리 위에서 괴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창천 길드는 그 어떤 희생도 치르지 않고 괴수의 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데려오길 잘 했네요.”
“그러게, 거기다가 귀엽잖아? 평생 같이 다니고 싶은걸?”
서준의 합류를 반대하던 일부의 대원들 역시 호랑이들의 덕을 보자 모두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어흥! 어흥!
-캬아앙!
-크르릉!
호랑이들 역시 자기들 칭찬하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듣고 기분 좋게 갸릉대기 시작했다.
“잘했어 얘들아.”
-어흥! 캬앙! 크릉!
길드원들이 호랑이들 칭찬하자 괜히 기분 좋아진 서준도 어깨가 주먹 크기만큼 올라서서 으쓱해 하며 호랑이들을 쓰다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