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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40화 (40/150)

40화

GOTY는 길드끼리의 우월을 가리는 경쟁이기도 했지만 우선은 축제였다.

헌터들의 축제이기도 하면서 헌터들을 우러러보는 일반 초인들과 평범한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였다.

오히려 헌터들보다는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축제였다. 일반인들은 단지 구경하고 참여하고 즐기기만 하면 되었지만 헌터들은 그 경쟁에 직접 끼어들어야 했으니깐…….

솔직히 그 부담감은 상당했다.

GOTY는 기본적으로 길드 간의 경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로의 무력을 다투는 대결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와 특산품을 겨루기도 하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GOTY의 시작은 퍼포먼스였다.

GOTY KOREA는 당연히도 그 인기에 걸맞게 전국에 생중계되었고 대침공전 아이돌이 공연을 하고 록 밴드가 노래를 불렀듯 이제는 길드의 퍼포먼스 팀들이 그 시작을 알렸다.

“멋진데?”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당연히도 창천 길드 역시 다를 거 없었다. 길드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GOTY 만한 것이 없었고 창천 길드 역시 모든 종목에 엔트리 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순서는 창천 길드입니다! 바로 올해의 길드! 모두가 주목하는 길드! 다시 옛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지켜보면 알 수 있겠죠!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번 차례는 창천 길드의 차례였다.

창천 길드의 퍼포먼스 팀은 전국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 서도 긴장이 되지 않는지 여유롭게 자신들의 능력을 뽐내려 준비를 하고 있었다.

"GOTY KOREA! 퍼포먼스 대결! 창천 길드의 차례! 지금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큰 목소리로 창천 길드 퍼포먼스의 시작을 알렸다.

대열의 맨 앞에는 머리를 붉게 염색 한 헌터가 서 있었다.

“하아압!”

그 헌터는 장내가 흔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하늘을 향해 강력하게 숨을 내뱉었다.

강력한 북소리가 빠른 리듬으로 두두두두! 하며 소리를 냈고 그에 맞춰서 사내의 입에서는 강렬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삐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마치 이명이 들리는 듯한 그 소리와 함께 사내의 입에서 나온 불꽃은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작으로 변한 불꽃은 관중석 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창천 길드 퍼포먼스 팀의 머리 위를 날았다.

뒤이어 은색 머리로 염색한 여자가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주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처럼 창창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커다란 얼음의 창이 주작의 배를 뚫었다.

“공격 개시!”

그리고 뒤이어 다른 팀원들 역시 주작을 향해 자신들의 주특기를 시전했다.

물을 뿜고 얼음을 날리고 불을 뿜어내며 주작을 향해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주작은 그 공격들을 피하고 막아냈으며 오히려 헌터들을 향해 날개를 휘두르고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주작의 모습을 한 괴수와 헌터들의 대결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현실처럼 보였다.

-어흥! 어흥! 어흥!

-캬앙! 캬앙! 캬앙!

-크릉! 크릉! 크릉!

호랑이들도 그 광경이 신기했는지 서준의 다리를 타고 올라와 서준 어깨에 매달렸다.

그 상태로 고개를 최대한 위로 뻗으며 입을 벌리고 공연을 바라봤다. 호랑이들도 신기하긴 신기했나 보다.

호랑이 셋의 무게도 이제 어느덧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워졌지만, 창천 길드에서의 훈련으로 강해진 서준은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물론 육중한 무게가 느껴져 부담이 가기는 했지만 호랑이들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서준은 참기로 했다.

주작의 공격이 북을 치고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연주팀에게까지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헌터들은 그 공격을 몸을 날려가며 대신 맞아주었다. 물론 미리 연출된 상황이었다.

강력한 주작과 그와 맞서 싸우는 헌터들, 그리고 그들이 구해주는 시민들까지…….

헌터들의 영웅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시민을 대신해 희생하는 헌터와 그를 보고 분노한 동료들의 마지막 일격으로 끝이 났다.

시민들을 위해서는 목숨마저 희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당연스럽게도 이러한 신파극은 잘 먹혀들어 갔다.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관람을 하던 모든 관객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했다.

이전 그 어떤 공연보다도 큰 함성을 자아냈다.

“일등은 창천 길드네.”

“맞아, 맞아, 대박인데? 이런 거 처음이야! 와 퀄리티 대박!”

“저 언니 너무 멋지지 않아”

“나는 저 빨간 머리 오빠가 더 좋아.”

그 환호성과 관객들의 호응으로 보았을 때 일등은 창천 길드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열심히 준비했을 테지. 애초에 전창진 밑에서 훈련하는 헌터들이니 저 정도 연습은 오히려 휴가라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얘들아 재밌었어?”

-어흐응! 캬아앙! 크르릉!

호랑이들도 재미있게 보았는지 어느덧 서준의 어깨에서 내려와 기분 좋게 웃으며 서준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창천 길드 요즘 잘 나가네?”

“그 어디냐, 호랑이 약국? 거기 잡아서 약초 쪽으로는 창천 길드가 싹 휘어잡았잖아. 돈 엄청 벌었다던데? 역시 돈이 짱이야 헌터들 퀄리티 좋아진 거 봐라.”

“부럽네. 우리 길드도 저런 물주 하나 잡았으면 좋겠다. 우리 길드장은 도대체 뭐한대?”

“계약은 언제까지래?”

“글쎄다? 왜 노려보게?”

당연히 훌륭한 퍼포먼스는 그 길드의 위상을 나타내기에는 충분했다.

창천 길드의 공연을 본 길드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창천 길드가 잘 나가는 이유를 분석하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스럽게도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호랑이 약국가 있었다.

창천 길드의 도약은 서준과의 만남이 시작이었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얘들아! 이리 와봐, 신기한 거 있다!”

그리고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길드들은 자신들만의 특산물들을 자랑하며 신제품을 뽐내는 장소로 GOTY를 애용했다.

뽐낼만한 상품이 있는 길드들은 정해진 구역에 천막을 처놓고 물건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이거 네 개 주세요!”

서준은 호랑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신비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사 먹으며 놀았다.

이번에 구매한 것은 솜사탕이었는데 보통의 솜사탕과는 달랐다.

이계의 향신료로 만든 솜사탕이었다.

“앗!”

-어흐응! 캬아아! 크르응!

솜사탕을 입에 넣자 폭탄이 터지듯이 입안에서 팡팡 터지기 시작했다.

게이트 건너에서 넘어온 특별한 향신료는 한 번씩 터지며 혀를 자극했고 그 달콤함은 극에 달했다.

서준과 호랑이들은 입에서 터지는 폭발에서 황홀함을 느꼈다.

“어머! 저거 봐봐! 호랑이잖아!”

“조심해! 가까이 가면 안 돼!”

서준의 호랑이들을 보며 놀라는 사람들도 당연히 나타났다.

초인들의 세계에서는 이제는 가끔가다 볼 수 있는 그런 애완동물이었지만 일반인들의 세계에서는 아직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당연히 축제를 구경 온 일반인들은 맹수인 호랑이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아, 호랑이 영수인가 봐! 부럽다!”

“그러게, 우리 길드에 다람쥐 영수 있거든? 걔만 봐도 그렇게 좋은데 호랑이는 얼마나 좋을까? 고작 다람쥐 키우는 거로 특혜란 특혜는 다 받는다니까?”

“저기요, 만져봐도 돼요?”

물론, 헌터들의 경우는 달랐다.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호랑이들이 덤빈다 하더라도 물리칠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호랑이의 주인이 당연히 초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솜사탕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영수가 아니라면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

헌터들은 자연스레 서준 곁으로 다가와 호랑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먹을래?”

-어흥!

한 헌터가 호랑이들 앞에 쭈그려 앉아서 육포 하나를 건네자 어흥이가 덥석 물었다.

-캬앙! 캬앙!

-크릉! 크릉!

“알겠어, 너희두 줄게.”

그 모습을 본 캬앙이와 크릉이가 질투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아마도 요번 GOTY의 주인공은 창천 길드가 될듯했다.

창천 길드의 천막 앞에는 몇 명인지 세기도 힘들 만큼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창천 길드의 천막에는 그동안 서준이 재배하고 창천 길드가 연구를 거듭해 제약한 약품들이 쫙 깔려 진열되어 있었다.

게다가 아직 시중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시제품들 역시 이 자리에서 선보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보온초로 만든 약이에요?”

“네, 지금 성능으로는 최대 영하 40도에서 체감온도를 늦봄 정도까지 올릴 수 있어요.”

“와, 대박이네? 그러면 이거 먹고 극한지역에서 대박 친 거예요?”

“그렇죠.”

당연히 창천 길드 도약의 시작을 알렸던 보온초는 인기 상품 중 하나였다.

게이트 탐사 자격이 있는 길드들은 언제 극한지역에 떨어질지 몰랐다.

그동안은 쪽박 찼다 생각하며 한숨만 쉴 뿐이었지만 보온초가 있다면 오히려 대박을 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많은 길드의 보급관리자들은 보온초의 가격을 따져보고 있었다.

“어흥아, 우리가 만든 약 파는 거야, 짱이지?”

-어흥! 어흥!

호랑이들도 저 약들이 재배지에서 나온 약인 줄은 알고 있는지 자랑스럽게 울었다.

“이건 초록 활력초네요? 창천 길드가 취급하기에는 좀 저급한 거 아닌가요?”

어떤 길드의 관계자는 질투가 나는지 딴지라도 걸듯 말했다.

“와, 이분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네? 어디 산에서 살아 오셨수? 창천 길드 꺼 초록 활력초는 적어도 두 단계 위의 약초랑 비벼야 하는 거 모르슈? 참,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장사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슈! 훠이! 훠이!”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성능을 내는 서준의 초록 활력초를 사용해보았던 사람들은 이미 그 능력에 매료되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창천 길드를 변호했다.

괜한 질투심에 딴지를 걸던 여자는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며 멀리 도망갔다.

“여기 별부름탄도 보고 가세요!”

“와, 별부름탄도 양산이 돼요?”

“와, 창천 길드 대박 났네?”

그리고 가장 인기상품은 아직 시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별부름탄이었다.

창천 길드 연구소의 부탁에 의해 서준이 재배한 별부름초라는 약초가 있었다.

서준은 재배지에서 그 약초를 성공적으로 재배해냈다. 물론 그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구에서 자라지 않았을 뿐 재배지에서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그 약초를 잘 빻은 다음 숙성시켜 환을 만들었으니, 그 이름을 별부름탄이라 지었다.

그 사용처는 간단했다. 강력한 불과 만나게 되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그 모습이 마치 별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하여 별부름탄이라 불렀다.

화염 능력의 헌터는 아주 흔히 볼 수 있었고, 당연하게도 별부름탄은 매우 실용적인 무기였다.

현대 무기가 사라진 지금 이 시점에서 별부름탄 만큼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강력한 능력을 가진 무기도 드물 것이다.

“아직 시제품이지만 곧 상용화될 거에요. 일단은 GOTY에서만 판매하니까 한번 구매해보세요.”

앞으로 창천 길드의 도약이 다시금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백 선생님, 여기 계셨네요. 이제 슬슬 가셔야죠?”

“네, 물론이죠.”

축제를 충분히 즐겼다.

이제 컨디션 조절 후 경기에 출전만 하면 된다.

서준과 호랑이들은 굳은 결의를 보이며 윤희주와 함께 대회 준비장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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