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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약사 백선생-11화 (11/150)

11화

-어흥!

어흥이가 닭 한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어흥이를 발견한 닭은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어흥이는 순식간에 앞발로 닭의 목을 쥐었다. 붙잡힌 닭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했지만 어흥이의 힘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어흥이는 송곳니로 단숨에 녀석의 목을 꿰뚫었다.

-캬앙! 크릉!

이어서 캬앙이와 크릉이도 각각 한 마리씩의 닭을 사냥했다. 사냥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끝이 났다.

뿔토끼 사냥으로 단련된 호랑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기 호랑이들은 이미 사냥의 고수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호랑이들은 이전처럼 사냥한 놈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먹지 않았다. 호랑이들은 입에 물고 있던 닭을 서준의 앞에 가져오더니 그대로 내려놓았다.

“잘했어, 얘들아! 역시 너희가 최고야!”

서준은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강철곰 사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지구에서 괴수들이 나오고 다른 도시들이 파괴되는 것은 서준과는 상관없었다. 재배지로 도망치면 되었고, 괴수들은 헌터들이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까.

하지만 재배지에 서준이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괴수들이 출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호랑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사냥시간도 줄어들 것이고 약초 재배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돈줄도 막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준은 힘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싸울 생각은 아니었다. 서준은 평화주의자였다.

서준은 보호를 위한 힘이 필요할 뿐이었고 게이트를 넘어가 괴수와 싸운다거나 하는 것엔 관심 없었다.

그건 헌터들의 일이었고 서준의 본분은 약사였다.

“아, 이거 어렵네?”

호랑이들에게 닭을 양보받은 서준은 인터넷을 보며 닭 도축을 하고 있었다. 털을 뽑으며 내장을 발라내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서준이 힘을 기르기 위한 첫 번째 실험이자 시도였다.

-캬앙! 크릉! 어흥!

도축에 실패한 닭을 호랑이들에게 던져주었다. 호랑이들은 그 닭이 도축에 실패한 닭이든 아니든 맛있게 먹었다. 애초에 야생에서 사냥 후 그 자리에서 알아서 먹는 녀석들이니 상관없었을 테지.

서준은 또다시 동영상에서 나온 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동영상 속 할아버지는 손쉽게 뚝딱뚝딱하는데 서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근데 닭은 왜 지구 닭이랑 똑같은 걸까?’

재배지의 토끼와 곰 모두 지구의 모습과는 달랐다. 마치 지구와는 조금씩 다르게 진화한 것처럼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토끼에게는 뿔이 있었고, 곰에게는 강철로 된 피부가 있었다.

그러나 닭은 외형적으로 다른 것이 전혀 없었다. 단지 크기가 조금 크기만 할 뿐 보여지는 모습은 같았다.

“아! 또 실패야!”

이번에도 내장을 잘못 건드렸다. 서준은 닭을 다시 호랑이들한테 던져줬다.

-어흥! 어흥!

역시나 어흥이가 달려들었다.

“어흥이가 특히 좋아하네? 토끼보다 맛있나?”

서준은 강해지기 위한 힌트를 호랑이들에게서 얻었다. 분명 서준의 호랑이들은 보통의 호랑이와는 달랐다.

보다 날랬으며 보다 강했다. 그리고 보다 지능적이었다.

닭을 잡아다 달라는 말에 먹지도 않고 서준에게 사냥한 닭을 그대로 건네주는 것만 봐도 보통의 호랑이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

이 세상 어느 호랑이가 인간에게 먹이를 양보한단 말인가?

그리고 서준은 그 변화를 끌어낸 것이 뿔토끼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뿔토끼를 먹기 시작한 이후로 호랑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좀 더 날카로운 발톱을 지니고 커다란 발을 가지고 있는 어린 고양이를 기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오 드디어 성공했다! 별거 없구만! 보자… 아무래도 백숙보다는 굽는 게 쉽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뿔토끼를 먹기에는 찜찜함이 남아있었다. 뿔토끼를 먹는다면 확실히 강해지기는 하겠지만, 토끼는 서준이 평소에 먹던 음식이 아니었다. 무언가 불쾌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재배지에 살고 있던 닭이었다. 물론 서준이 평소 재배를 하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식하고 있었지만 산악 바이크가 있었기에 문제 되지 않았다.

‘뿔토끼 뿐만 아니라… 재배지에 특수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호랑이들이 강해진 이유가 뿔토끼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서준은 그것이 뿔토끼의 힘이 아니고 재배지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힘이라 생각한 것이다.

“얘들아 실패작만 먹여서 미안하다. 형이 다음 수확 날에는 싱싱한 거 먹게 해줄게.”

-크릉! 캬앙! 어흥!

하지만 호랑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닭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호랑이 생에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만난 것처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띵!

맛있게 닭을 먹고 있는 호랑이들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 오븐의 알람이 울렸다.

“이야, 때깔 보소?”

서준은 완성된 구이를 조심스레 접시에 담았고 다리를 살짝 찢어 입에 넣었다.

“오!”

그리고 알아챌 수 있었다. 재배지의 닭과 지구의 닭의 차이점을, 호랑이들이 왜 저렇게 닭을 환장하면서 먹고 있었는지를.

“오늘부터 네 이름은 꿀닭이다.”

닭에서 꿀 맛이 났다. 말 그대로 꿀, 영어로는 honey 사전적 의미 그대로 꿀 맛을 품고 있었다.

그 맛이 너무 달거나 하지도 않았고 최상의 조화를 내는 맛이었다.

“와, 대박! 진짜 맛있네?”

서준은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평소 입맛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지만 꿀닭은 서준을 만족시켰다.

만약 서준이 요리사였다면 주저 없이 메뉴에 꿀닭을 올렸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맛이었다.

‘강해진 건가? 체감은 안 되는데…. 뭐 호랑이들처럼 꾸준히 먹다 보면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사실 꿀닭을 먹었지만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서준의 예상과는 다르게도 뿔토끼를 먹어야만 강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먹은 양이 적어서 그런지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단지 호랑이들이 특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봐야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이었고, 서준은 매일 매일 꾸준히 먹어보기로 했다.

“하… 이쯤 되니 강철 곰이 아쉬워지네…. 뭐 피부가 단단해서 못 먹었으려나?”

강철곰의 사체는 당시 놈을 사냥한 헌터들이 가져갔다. 만약 그것을 호랑이들이 먹었다면 어떤 변화를 이뤄냈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서준이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서준이 구워놓은 꿀닭을 다 먹고 설거지마저 끝마쳤을 무렵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예 호랑이약국 백선생입니다.”

<안녕하세요? 백 선생님, 창천 길드장 윤희주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말씀 주신 부분 내부 회의가 끝나서 전화드렸습니다.>

“네, 결론이 어떻게 났죠?”

<일단 백 선생님의 조건 전부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윤희주의 말을 들은 서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게이트를 넘어가는 것은 아무 길드나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쌓은 공이 확실하고, 신원조차 확실해야 지원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경쟁이 상당히 심해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창전 길드는 이제 막 게이트 침투 임무를 따낸 길드로 허락된 게이트의 수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 위험하며 따내기도 힘든 임무에 정체 모를 사람 한 명을 더 데려가는 것은 큰 결심이 드는 일이었다.

심지어 서준의 합류로 인해 무언가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게이트 너머에서 사고가 난다면 이후엔 다시 게이트 침투 임무를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길드의 강함을 몇 개의 게이트를 넘어 다닐 수 있는가로 판단하는 현시대에서 그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우선 계약서를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게이트 넘어가려면 헌터증이 필요한 데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는데요. 혹시 따야 하나요?”

서준은 살짝 당황했다. 헌터증을 따기 위해선 혹독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엄청난 수련이 필요했다.

게다가 전투능력을 각성한 게 아닌 서준은 그조차도 힘들 것이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 부분은 저희가 해결해드릴 수 있어요. 저희가 보증을 서면 발급받으실 수 있거든요. 초인증 앞뒤로 사진 찍어 보내주시면 계약서와 같이 헌터증 보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번번이 신세만 지네요.”

한시름 놓은 서준은 맘에도 없는 감사 인사를 했다.

다행히도 서준이 몰랐던 방법이 있었던 듯싶다. 헌터 시험 없이도 길드의 보증을 받아 헌터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게이트를 넘어가시려는 이유가 뭔지 들을 수 있을까요? 혹시 전투능력을 각성하신 건가요?>

윤희주는 서준에게 이유를 물었다. 서준의 목적에 따라 서준의 행동이 달라질 테고, 그런 거기에 대비하는 게 윤희주의 일이었다.

“아뇨, 싸우러 가는 거 아닙니다. 앞으로도 싸울 생각도 없거든요. 단지 힘없는 평화는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죠?>

“아뇨 별거 아니에요. 참고로 제 능력은 창고능력이니까 참고하세요.”

괜히 말이 길어질까 서준은 말을 돌렸다. 재배지에서 갑자기 곰이 튀어나왔어요. 그래서 대비가 필요했어요. 하는 말은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서준의 말을 들은 윤희주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 말했다. 아무래도 창고능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듯했다.

<창고능력요? 물건을 보관했다 꺼냈다 할 수 있다는 건가요?>

“네.”

<그게 정말인가요? 그런 능력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혹시 무게 제한이라든지 개수제한이 있을까요?>

서준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게이트 근처에 있는 물건들을 게이트를 넘지 않고도 가져올 수 있었다.

물론 크기에는 제한이 있긴 했다. 큰 물체를 가져오려면 그만큼 크게 게이트를 만들어야 했으니 능력을 들킬 위험이 있었다.

“아직까진 한계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게이트 침투조가 필요로 할 물건 정도는 제가 보관할 수 있어요. 단지 크기가 커진다면 그건 좀 문제가 됩니다. 대신 작은 물건들은 얼마든지 보관할 수 있어요.”

<그게 정말이라면 이번엔 오히려 저희가 도움을 받게 될 거 같네요.>

윤희주도 서준의 활용법을 대강은 눈치챘는지 목소리가 밝아졌다.

사실 호랑이차를 얻어내기 위해 무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었는데 저 정도면 전투능력이 없더라도 탐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이 분명했다.

초록 활력초를 비롯한 다양한 약품들을 헌터들이 직접 들고다녔고 그것은 곧 전투력 저하로 이어졌다. 비싼 약품들이 혹여나 전투 중에 깨져버릴까 의식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짐꾼을 추가한다 해도 그 짐꾼이 침투조의 모든 물품을 들기에는 그 양이 상당했다. 그렇다고 짐꾼의 수를 늘려버리면 오히려 보호 대상만 늘어나서 촉박한 임무인 게이트 침투 임무에 방해가 되었다.

만약 서준이 그 모두를 짊어진다면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하, 서로 윈윈해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침투 임무는 언제 떨어질지 모릅니다. 길면 한 달 후가 될 수도 있으니 그 점 참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릴게요.”

통화를 끝내며 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준은 한 시름 놓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으갸갸갸!”

그러고선 기지개를 켜고 배가 불러 졸고 있는 호랑이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어흥! 캬앙! 크릉!

“짜식들 튕기긴.”

하지만 배가 부른 호랑이들은 잠이 슬슬 오는지 서준의 손길을 거부하며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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