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초인몰, 초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거래 사이트다. 사용하던 중고 무기를 올리는 경우도 있었고, 서준처럼 약초를 올리는 경우, 그리고 게이트 너머의 광물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면도기나 샴푸를 초인 상대로 파는 등 평범한 사업을 초인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하튼 구매자도 판매자도 모두 초인들인 초인만 접근 가능한 사이트가 초인몰이다. 가입 시 초인등록번호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해서 초인들의 커뮤니티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자… 아이디는 백선생으로 하고, 약국 이름은 뭐가 좋을까?”
초인몰 회원가입은 완료한 서준은 상표등록을 진행 중이었다. 개인의 이름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거래할 것이라면 초인몰 내부에 서준의 게시판 하나를 만드는 게 더 나았다.
“역시, 이것밖에 없지. 호랑이 약국으로 하자.”
자고 있던 호랑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은 서준은 호랑이 사진을 한번 찍더니 결국 약국의 이름을 호랑이 약국으로 이름을 지었다.
초인몰의 프로필 사진도 호랑이들의 사진으로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초록 활력초 분말 5g씩 소분하여 팝니다. 물량 많아요. 아주 많아요.
5g 당 10만 원에 팝니다. 퀄리티 정말 좋아요. 못 믿겠으면 직접 와서 보세요.
시중에 돌아다니는 그 어떤 초록 활력초보다 상태 좋습니다. 직접 와서 보고 가세요.
다른데 가면 20만 원 주고도 못 사는 퀄리티입니다.
약국에 호랑이 있습니다. 와서 진상 부리면 호랑이한테 혼나요. 살 사람만 오세요.
-호랑이약국]
서준이 글을 올리고 난 후 10여 분이 지났다.
“어라? 댓글이 많네.”
고작 10여 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서준의 글에는 댓글이 많이 달려있었다. 그만큼 초록 활력초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은 인기 품목이었다.
항상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물품이었기에 초록 활력초가 필요했던 많은 헌터들은 수시로 초인몰에 접속하여 초록 활력초를 검색했다.
싼값에 적당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이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모든 헌터들의 필수품이었다.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님? 보니까 첫 판맨데 우리가 뭘 믿고 저 가격에 삼?
-맞지, 너무 비쌈
-5만 원이면 바로 가서 샀다 ㅇㅈ?
-여기 불매운동 파티 구합니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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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얘기보다는 이런저런 안 좋은 얘기들로 댓글 창이 가득했다. 서준은 하나하나 반박하려다가 의미 없을 것 같아서 안 좋은 댓글들은 삭제한 후 모두 차단시켜버렸다.
“어차피 저런 새끼들은 안 살 놈이야. 입만 산 새끼들.”
어차피 첫날부터 팔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 한 명 사게 되면 그 소문이 퍼질 것이고 그 이후에는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만큼 서준은 자신의 약 퀄리티에 자신이 있었다.
그 효능이야 벌써 캬앙이 덕분에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았는가?
-캬앙! 크릉! 어흥!
“하지마! 하지마! 형아 잠 좀 자자!”
그렇게 서준은 손님이 하나도 없는 와중 아침이고 저녁이고 아기 호랑이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띠링!
누군가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문에 달려있던 종을 울렸다. 신원 회복 이후 첫 손님이었다.
“여기 장사 하나요?”
오랜만에 손님인지라 서준도 당황해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다. 그러자 손님이 먼저 나서 물었다.
“아, 예, 예 장사 합니다! 어서 오세요!”
“초인몰 보고 왔는데요. 아직 팔아요? 다 팔린거 아니죠?”
“네 물론입니다.”
역시나 초인몰을 보고 온 사람이었다. 일반 약국인줄 알고 찾아온 일반인일 리 없었다.
서준은 초인몰에 약국을 등록함과 동시에 간판을 호랑이 약국이라 고쳐 달았고, 그 구석에는 초인전용 표식이 달려있었다.
초인과 일반인과의 괴리가 엄청난 이때 초인전용 건물에 실수로라도 들어오는 일반인은 한 명도 없었다.
초인은 일등시민 일반인은 이등시민이라는 말도 나오는 시대였다. 그만큼 그들 간의 차별은 심했고, 일반인들은 무소불위의 초인들을 무서워했다.
“음… 겉으로 보기엔 정말 좋네요?”
“아 당연하죠. 제가 얼마나 열심히 빻았는데. 진짜 한번 써보면 이것 말고 다른 건 못써요.”
손님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을 한 듯 물었다.
“테스트해봐도 되나요?”
“예 물론입니다. 여기 샘플 있으니까 한번 사용해 보세요.”
서준의 말을 들은 손님은 단검을 꺼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팔뚝을 그었다.
-뚝! 뚝!
손님의 팔뚝에서 굵은 핏줄기가 떨어질 정도의 상처였다. 이미 헌터로 활동하며 괴수와의 전투를 생활처럼 하던 그에게 이 정도 상처는 눈 깜짝도 안 할 정도였다.
“그럼, 해볼게요.”
손님이 샘플용 분말을 상처 부위에 뿌렸다. 그리고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살이 돋아나는 게 보였다.
“오! 이거 진짜 좋은데요? 제가 여태까지 써본 것 중에 제일 좋아요!”
“제가 뭐라 했습니까? 최상급이라고 했죠? 10만 원이면 거저 에요.”
자신의 약을 칭찬하는 손님 덕에 기분이 좋아진 서준은 헤실헤실 웃으며 답했다.
“이거 근데 정말 10만 원밖에 안 해요? 이 정도면 상위 약초랑도 비빌 만한 거 같은데…… 와… 이 가격에?”
“진짜 남기는 거 하나 없이 주는 거예요. 지금 안 사면 후회합니다.”
어느새 장사치가 되어버린 서준이었다.
“저 이거 살게요!”
서준의 화술에 놀아난 손님은 결국 구매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몇 개나 구매하실래요?”
“음…….”
손님은 금액이 걱정되는지 제자리에 서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헌터로 활동한다고 모든 초인의 수익이 높은 건 아니었다.
헌터도 헌터 나름이었다. 평범한 일반인보다는 많이 벌겠지만 실력이 좋지 않은 헌터는 위험은 위험대로 있고 수익은 낮았다.
“일단… 다섯 개만 살게요.”
그리고 결국 결심을 내린 손님은 답했다. 일단은 소량만 구매하고 나중에 와서 더 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초인증 보여주세요. 확인 후 바로 물건 드릴게요.”
초록 활력초는 게이트 너머의 것이었다. 당연히 초인만이 다룰 수 있는 물건이었다. 초인이 아닌 자에게 초록 활력초를 팔았다가는 처벌을 받았다.
“초인증이요? 안 가져왔는데요? 저 진짜 초인 맞는데 그냥 주시면 안 돼요?”
“네, 안돼요.”
“아 진짜 멀리서 왔는데, 한 번만 봐주세요.”
손님은 애걸했지만
“안돼요. 집에 가서 가져오세요. 어흥아!”
-어흥!
손님이 진상을 부릴 거 같은 낌새를 보이자 서준은 서둘러 어흥이를 불렀다. 아기 호랑이의 포효를 들은 손님은 축 처진 어깨로 약국 문을 열고 나갔다.
“잘했어 어흥아!”
-어흥!
사실 어흥이가 한 일은 없지만 말이다.
-띠링!
남자 손님이 나가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여자였다.
“어서 오세요!”
“네, 여기 호랑이 약국 맞죠? 초인몰 보고 왔는데.”
“네.”
저 여자는 간판도 못 보나보다. 문밖에 훤히 쓰여있는데 그걸 굳이 들어와서 다시 묻는다.
“물건 어디 있어요? 물건 먼저 보고 싶은데.”
“네 여기 샘플 있습니다.”
“음… 생긴 건 괜찮은데, 뭐 진짠지 가짠지는 써보면 알겠지.”
여자는 샘플을 보자마자 가타부타 손톱으로 팔을 그었다.
‘미친년……’
-크릉!
여자의 과감한 행동을 본 크릉이도 놀랐는지 소리를 지르며 소파 밑으로 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는 제대로 상처가 벌어진 것을 본 후 곧바로 샘플을 상처 위에 뿌렸다.
“음… 괜찮네. 좋아요.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이걸 다요?”
“네, 이 정도 퀄리티면 저희 길드 애들 줘도 되겠어요.”
“아이구! 어디 길드 높으신 분인가 보네. 알겠습니다. 가격은… 1520만 원 입니다.”
서준은 가지고 있던 152개의 분말을 모두 건네주며 말했다.
“20만 원은 깎아주시죠?”
“네 물론이죠.”
서준은 혹시라도 손님이 마음을 돌려 돌아갈까 봐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한번에 재고를 모두 털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감사합니다! 손님! 또 오세요!”
많이 사는 손님한테는 초인증 확인도 안 하는 서준이었다.
“어흥아 캬앙아 크릉아! 우리 이제 부자야! 닭고기 많이 사줄 게 이제!”
-어흥! 캬앙! 크릉!
서준과 세 마리의 아기 호랑이들이 서로 자축하고 있을 때 아까의 남자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헉, 헉, 헉, 선생님! 초인증 가져왔어요! 여기요!”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서준은 초인증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저기 손님, 죄송한데 다 팔렸거든요?”
“아…….”
“다음에 다시 오세요.”
서준은 비통해하는 손님을 내보낸 채 호랑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럼 이제 다시 일하러 가 볼까?”
가지고 있던 분말이 모두 팔렸지만 슬슬 새로운 초록 활력초들이 다 자랐을 시간이었다. 서준은 짐을 챙기며 호랑이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가자! 이번에는 밖에서 뛰놀게 해줄게!”
-어흥! 캬앙! 크릉!
이제는 케이지 밖에 내놔도 큰 걱정 없을 정도로 자랐다. 아직 새끼 호랑이긴 하지만 저 정도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서준은 호랑이들을 품에 안은 채 게이트를 넘어갔다.
“애들아 형 일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놀고 있어. 멀리 가면 안 돼 알겠지?”
-어흥 어흥!
서준의 당부에 어흥이가 대표로 답했다. 참으로 똘똘한 녀석이었다.
서준은 아이들을 뒤로한 채 바이크를 타고 초록 활력초를 심어놓은 곳을 찾아가 잎을 땄다. 지난 두달 새 산 곳곳에 초록 활력초를 심어놓은지라 그 양이 상당했다.
서준은 시간을 체크해가며 최단 동선으로 최대한 빨리 잎을 땄다. 그리고 처음 호랑이들을 놔두고 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뿔토끼 한 마리를 사냥하는 호랑이들이 있었다.
호랑이 세 마리는 뿔토끼의 퇴로를 차단한 채 몸을 낮춰 숨어있었다. 그 광경을 본 서준은 혹여라도 자기 때문에 실패할까 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소리를 죽였다.
-스륵.
뿔토끼의 뒤편에 있던 크릉이가 먼저 움직였다. 몸을 낮춘 상태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직 뿔토끼는 눈치채지 못했다.
-끽!
그러다 그때, 눈치를 챈 뿔토끼가 전속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캬앙!
이미 캬앙이가 길을 막고 서 있었고, 그를 본 뿔토끼는 당황해서 몸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어흥!
몸을 멈춘 뿔토끼를 놓치지 않고 어흥이가 달려들었다. 어흥이의 앞발에 잡힌 뿔토끼는 그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어흥이의 어금니를 받아들였다.
-어흥! 어흥!
-캬앙! 캬앙!
-크릉! 크릉!
세 마리의 아기 호랑이들은 함께 잡은 뿔토끼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역시 내 새끼들 대단해! 맹수의 피가 살아있다니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서준은 역시 호랑이라며 감탄하고 뿔토끼를 먹고 있는 아이들 옆에 다가갔다.
“잘했어, 잘했어.”
서준은 먹는데 열중 하고 있는 아이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칭찬을 했다.
“오늘은 밥값 굳었네.”
아이들의 식성이 엄청나 그동안 밥값의 부담이 상당했었는데 적어도 오늘은 한 끼 줄일 수 있었다.
녀석들은 뿔토끼가 맛있는지 서준을 만난 이후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뿔토끼의 마지막 살 한 점까지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