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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113화 (113/114)

"그럼 무엇을 원하지? 들어온다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주마."

그의 제안에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럼 내게 신무림회 회주 자리도 넘겨 줄 수 있나?"

"뭐라고? 회주 자리를 내놓으라고?"

"그 정도는 줄 생각을 하고 왔어야지."

"어이가 없군. 너 혹시 신무림회가 마교를 제압했다는 소식을 못 들었냐? 우리 회주님께서 마교 교주까지 제거하고 마교를 신무림회에 합류시킨 것을 말이야."

"들었지. 그래서 마교처럼 우리도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냐?"

"못 할 것도 없지."

"그럼 그렇게 해 보던지.. 더 이상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없을 거 같은데.."

축객령을 내리는 나를 잠시 굳은 얼굴로 바라본 태율은 가면을 쓰고 집무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니 할 수 없군. 넌 나중에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할 것이다. 18호."

"과연 그렇까? 잘가라. 15호."

태율은 집무실 밖으로 나갔고 얼마되지 않아서 집무실에 수뇌부들이 모였다.

풍현이 먼저 내게 물었다.

"신무림회 부회주가 직접 온 이유가 뭐야?"

"나에게 태상호법의 자리를 줄테니 현무회를 바치라더군."

"뭐야.. 그럴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다니 미친 것 아니야?"

풍현과 내가 대화를 하는 중에 예현이 끼어들며 물었다.

"신무림회 부회주가 누군지 정체는 밝혔어?"

"그래. 너희도 아는 사람이야."

나의 말에 풍현과 적운은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있는지 내게 물었다.

"설마.. 그 자식이야?"

"너도 15호를 떠올린거지. 그 녀석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15호 그 놈이야."

나의 말에 풍현과 적운은 역시 배신자가 그 놈이었다고 화를 내었고 예현과 석견은 15호란 말에 무경원 때의 일이 생각났는지 나에게 말했다.

"15호 그 놈, 무경원 때도 뒤에서 애들을 조종하더니 커서도 그러고 있군."

"그 녀석은 여전히 못된 짓만 하고 다니는 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안되는 제안 하지 말고 그 쪽 회주 자리를 달라고 했어. 그 정도 되면 생각해 보겠다고."

그러자 수뇌부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큭.15호 녀석 무영이에게 한방 먹었네. 우리 현무회를 먹으려고 한 놈에게 신무림회를 넘기라고 했으니 역시 우리 회주야. 통이 커.하하하."

다들 웃을 때 풍현은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말했다.

"너에게 직접적으로 회유를 했다는 건 저쪽에서도 승부를 보겠다는 건데.. 괜찮을까?"

"안 그래도 15호가 나가면서 경고를 하고 가더라. 오늘 일을 후회하지 말라고. 마교처럼 우리를 처리하려 할 수도 있지."

나의 말에 예현이 말했다.

"그 말은 신무림회 회주가 직접 널 노리고 와서 널 제압하고 끝내는 방법을 택하려 할 수 있다는 건가?"

"아무래도 우리 현무회를 무너뜨리려면 날 먼저 쓰러뜨리는 게 제일 빠르니까."

"그럼 이제부터 나와 석견이가 너의 호위를 서 줄게."

예현의 말에 석견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우리 두 사람이 널 호위하면 신무림회 회주도 널 쉽게 공격 하진 못 할 거야."

수뇌부의 다른 이들도 예현의 의견에 찬성하여 그날부터 예현과 석견이 하루 종일 나와 함께 다녔다.

신무림회 부회주가 현무회를 다녀간 지 한달이 지나도록 신무림회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

나의 숙소에서 자고 있었는데 무엇인가 창문을 부딪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어보니 작은 돌멩이에 서찰이 묶여 있었다.

[18호는 보거라. 네가 연모하는 여인은 우리의 손에 있으니 그녀를 살리고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너만 무경원으로 오거라. 만약 다른 이들을 데려 온다면 연화 소저의 목숨은 이미 끊어진 후 일 것이다. 이 말 명심하고 열흘 내로 무경원에 나타나거라. 15호.]

'정말.. 연화 소저가 저들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건가? 어떡하지..'

다음날 영경이 나를 찾아와 남해검녀문에서 연화 소저가 사라졌다는 것을 전해 주었다.

영경은 연화 소저가 납치 되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연화 사저가 말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닌데, 이틀 전부터 남해검녀문에서 보이질 않아서 남해도를 구석구석 찾아보다가 못 찾고 혹시 현무회에 와 있는지 확인하려고 왔다고 하였다.

나는 영경에게 현무회 쪽은 내가 찾아보겠다고 말하고 남해검녀문으로 돌려보냈다.

나는 풍현과 적운, 그리고 예현과 석견을 불렀다.

그들에게 그 서찰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에게 말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나 혼자서 무경원에 가야겠다."

나의 말에 풍현이 만류하며 말했다.

"그곳에 널 잡으려 함정을 파 놓은 것이 분명해. 가지마."

나는 풍현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비록 그곳이 신무림회 놈들이 파 놓은 함정일 지라도 그녀가 그곳에 있다면 난 무조건 가야만 해."

나의 굳은 결심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아는 동료들은 꼭 그녀를 구해오라고 응원해 주었다.

나는 풍현을 부회주로 임명하면서 내가 부재 중일때 현무회를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바로 황성으로 떠났다.

나는 매일매일 쉼없이 달려서 칠일만에 황성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경원의 입구에 들어서자 환영식을 하듯 신무림회의 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감히 나의 그녀를 이용하다니 신무림회를 초토화 시켜서라도 그녀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굳이 그들을 살려둬야 할 이유를 못 느꼈기에 가차없이 살초를 사용했다.

화경의 고수인 내가 살초를 쓴다는 건 내 앞에 걸리적 거리는 신무림회 놈들은 오늘 모두 염라대왕에게로 보내겠다는 의미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숫자만 믿고 나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 부었지만 검막으로 막아버리자 나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내가 이기어검술을 쓰자 나의 검이 쏟아져나간 곳마다 출혈이 낭자하고 동시에 수십명이 쓰러졌다.

그 순간에도 나의 검은 신무림회의 다른 이들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내 검이 무경원 입구 안쪽을 한바퀴 돌고나니 그 주변에서 서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었다.

나는 핏물이 흐르는 그곳을 지나가며 생각했다.

'나는 천살성을 타고난 건가.. 전생에서부터 현생까지 많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구나. 언제쯤이면 이 악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 열게 된 살계는 그녀를 구해 내기 전까지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빨리 그녀를 구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무경원 입구 안쪽 계단을 지나는 동안에도 절정 고수들이 나의 진입을 방해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정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무경원 안에 도착하자 신무림회의 오왕을 비롯한 마교의 고수들까지 많은 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8호, 다시 만나게 되었군. 그때 분명 내가 너에게 후회할 일이 생길 거라고 말했잖아..아직도 그날 일을 후회하지 않나?"

"네 말대로 그날 일이 정말 후회스럽다."

나의 대답에 15호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날 일을 후회한다라.. 그럼 지금은 우리 신무림회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거냐?"

"뭔가 크게 오해를 한 거 같구나. 난 그날 널 죽여버리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 것을 후회하고 있는데.."

나의 말에 부회주 태율의 안색이 굳어지며 명령을 내렸다.

"저 자를 죽여라. 현무회 회주 저 놈만 죽이면 우리가 무림을 통합할 수 있다."

15호의 말에 오왕을 비롯한 새롭게 임명된 삼대봉공들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오왕도 뛰어난 고수들이지만 삼대봉공은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마교에서 힘으로 최상위 권력을 누리던 자들이기에 나에게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을 주었다.

부회주는 오왕과 삼대봉공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오늘 여기가 너의 무덤이 될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네가 직접 해봐."

오왕이 먼저 나의 빈틈을 만들기 위해 오행진법으로 서서 강력한 공격을 펼쳤다.

제법 호흡을 오랫동안 맞춰서 본 사람처럼 다섯사람의 오행진법은 빈틈이 적었다.

하지만 난 십대고수 다섯명을 상대로도 이긴 적이 있었기에 오왕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방어해냈다.

그러자 마교의 초고수였던 삼대봉공들이 나에게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아니..이 자는 전생에서 나의 복부에 검을 꽂았던 놈인데.. 이름이 광마라고 했던가.. 이자가 삼대봉공이 되었다고?'

"광마, 이제 약속했던 것을 지키게. 우리쪽으로 어서 합류하게나."

내가 뜬금없이 아는 척을 하자, 광마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놈이 날 어찌 알고 있는 것이냐?"

"광마, 왜 날 모른 척 하는거지? 옆에 저들이 있어서 그러는가.. 자네는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잖아. 이곳에 다섯 제자들도 데려왔나?"

나의 말에 광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옆에 있던 다른 봉공들은 광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광마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정말 저자와 함께하기로 했습니까?"

"저자가 어찌 신교에만 있던 광마존과 광마존의 다섯제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겁니까? 말해보세요."

부교주와 호법이 자신을 의심하며 묻자, 그가 말했다.

"대장로 지위를 걸고 말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저자가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놈의 농간에 놀아나지 마십시요."

광마는 흥분해서인지 그 말과 함께 나에게 공격을 해 왔다.

그도 초절정 고수였지만 나와는 실력 차이가 많이 나기에 금세 제압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모두가 느낄 정도로 봐주면서 상대를 해 주었다.

'이 정도면 속으려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교주와 호법은 대장로 광마의 배신을 확신하고 부교주는 나에게 호법은 광마에게 공격을 했다.

나는 부교주의 공격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가볍게 피하며 오히려 부교주를 압박해 들어갔다.

반면 광마는 전혀 예상치 못한 호법의 공격에 내상을 입고 물러섰다.

"이게 무슨 짓이요? 저자의 농간이라고 말했는데도 그 말을 못 믿고 같은 편을 공격 한단 말이요? 내가 몇 십년동안 신교에 충성을 얼마나 바쳤는데 고작 상대편의 몇 마디에 넘어가 날 공격하다니.. 이제 나도 그대들을 버리겠소."

그 말과 함께 광마는 호법에게 달려들었다.

광마의 다섯 제자도 광마쪽으로 달려와 그에게 합류하여 호법에게 공격을 퍼 부었다.

광마는 내상을 입었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광마와 다섯 제자가 호법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홀로 떨어진 부교주를 이형환위로 그앞에 나타나 몰아붙인 후 일검을 날려 제거하고 오왕에게 달려들어 살초를 지체없이 써서 그들을 한명씩 검하고혼으로 만들었다.

결국 오왕 중에 세 사람이 죽고 남은 건 남궁세가 가주 남궁무군과 제갈세가 가주 제갈선 두 사람만 남았다.

"남궁 가주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구려. 평상시라면 그대의 목숨은 남궁무정 대협의 몫으로 남겨두었겠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군. 잘 가시요."

"네 놈이 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부회주나 회주를 네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궁무군과 제갈선은 협공을 펼칠 준비를 하고 나를 향해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최고의 절기를 펼쳤다.

나 역시 최근에 완성한 무영검법의 한 수를 꺼냈다.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일초.

그 검이 두 사람의 검을 잘라버리고 그들의 가슴에 검상을 남기자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종전 그 후.(완결)

삼대봉공 중 한사람 나에게 제거되었고 나머지 둘은 자중지란에 빠져 양패구상하였다.

또한 오왕 역시 나의 손에 제거 되어 무경원 남은 고수들 중에는 날 상대할 자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남은 고수들은 절정 고수에 불과하여 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던 부회주가 자신의 부하를 불러서 지시를 하자 그가 황궁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부회주 자신이 검을 들고 내 앞으로 나왔다.

"18호, 이렇게 무경원에서 너와 다시 대결을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구나."

"빨리 죽고 싶은가보군. 그런데 그녀는 어디에 있지?"

"어차피 네가 우리를 다 이기지 못하면 그녀 또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일단 우리부터 제대로 상대하는 게 좋을텐데.."

부회주는 검을 자세를 잡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자는 순식간에 나의 앞에 나타나며 쾌검술을 선보였다.

그의 움직임을 본 나는 그가 나와 같은 경지임을 알 수 있었다.

"이형환위? 너도 화경의 경지였나?"

부회주가 뒤로 살짝 물러서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만 화경의 경지에 오른 줄 알았나? 큭"

"그렇지는 않지만 네가 화경의 경지인데 몇년 전 무경원에서 왜 직접 나서지 않았나 궁금해서.."

"사실 그 때는 초절정 경지의 벽을 못 넘었지. 화경의 경지에 오른 건 한 일년정도 되었나.. 화경 경지에 오르니 새로운 세계가 보이더군."

"그럼 화경에 오른 후 회주와 함께 마교를 치러 간 거 였나?"

나의 말에 부회주가 살짝 움찔하더니 말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회주님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잔챙이들까지 상대하시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너희 회주는 누구지? 왜 이렇게 숨어야만 있는 것이냐?"

나의 말에 그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크큭. 숨어있다니.. 그 분은 굳이 나설 필요가 없기에 관여하지 않는 것일 뿐. 날 쓰러뜨린다면 만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럼 네 놈을 지금 쓰러뜨리고 회주와 단판을 지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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