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111화 (111/114)

무림 재편

나와 연화 소저, 영경은 하오문 숙소에서 다시 현무회로 돌아갔다.

현무회에 돌아온 나는 집무실로 수뇌부들을 소집했다.

황성을 다녀온 이후로 현무회에서 무림맹 고수들을 구출해냈다는 것과 내가 화경에 고수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내가 하오문 숙소에서 지낸 한달 반 사이 현무회에는 더 많은 고수들이 새롭게 들어와 있었다.

또한 황성에서 석견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예현의 군부 부하들이 이곳으로 합류하면서 현무회의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현무회 수뇌부가 집무실로 모이고, 내가 주제를 꺼냈다.

"다들 이번에 신무림회가 전 무림에 개파선언을 하고 전면에 등장한 것을 들었겠지?"

나의 말에 풍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제 자신들의 존재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미겠지. 그리고 그 배경에는 청나라와 밀약이 있을테고 말야."

"그래. 하오문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이자성을 선동하여 반한을 일으켜 명나라 황실을 무너뜨린 것부터 청나라를 끌어들여 중원을 차지하게 한 것도 모두 신무림회 그들이 한 짓이야."

다들 그들이 어느 정도 관여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들이 한 일이 워낙 어마어마한 일이라 크게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런 놈들이 무림에 공식적으로 개파 선언까지 하고 나타났다는 건 무림을 장악하겠다는 거지. 태산혈사도 그 계획의 일환인거고."

풍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무림 방파 중에 저들의 회유에 넘어간 문파들도 많고 저들에 대해 잘 모르는 문파들은 우호적인 곳들도 많고 해서.. 무작정 우리가 저들을 적대시 할 수도 없다는 거야. 그래서 앞으로 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정하고자 너희들을 부른거야."

나의 말에 모두들 공감하는 것 같았다.

"하긴 저들이 반란군과 협력할 때는 오히려 적대시하기 편했는데 황궁에서 나와 무림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는 그들과 싸울 명분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

적운의 말을 듣고나서 내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 일단은 저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결정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저렇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었다는 건 뭔가를 곧 하겠다는 거고, 머지않아 우리와는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으니까.."

나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영경이 물었다.

"왜 우리와 충돌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그냥 무림에서 세를 불리며 무림의 방파로 자리잡을 수도 있잖아."

"설사 그렇더라도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이유는 그들이 우리와 문파의 구성이 비슷하기 때문이야."

"문파의 구성?"

"응. 우리는 정과 사를 떠나서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고 있잖아. 그들 역시 정과 사 가리지 않고 모으고 있으니.. 결국 세가 커지면 충돌은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어."

나의 말을 이해했는지 영경이 내게 말했다.

"그럼 너는 그들이 자신들의 세를 확장하는데 방해가 되는 우리를 그냥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그렇지. 그 때 분명 자신들 쪽으로 회유를 하거나 겁박을 할텐데.. 그 전에 우리가 더 강해져 있어야 해. 그래야 그들이 무엇을 하든 막아낼 수 있으니까."

수뇌부들 모두 깊은 공감을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대한 빨리 현무회가 무림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노력하자고 하며 수뇌부 회의를 마쳤다.

*

일년 동안은 무림에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그 사이 신무림회와 현무회의 세력 확장은 점점 가속도가 붙었고 태산혈사와 고독 중독 사건 이후 힘을 잃고 무림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무림맹과 사도련에서는 점점 탈퇴하는 문파들이 늘어만 갔다.

결국 무림맹과 사도련의 수뇌부들은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체를 선언했다.

무림맹과 사도련이 사라지자 신무림회와 현무회로 문파들과 무림인들의 쏠림 현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뒤로 일년이 더 지나고 무림은 신무림회와 현무회로 양분되었다.

*

광동 객잔.

나와 연화 소저가 객잔에 앉아서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일년동안 매일 현무회에 가입하고자 밀어닥치는 무림인들의 면접을 보고 신규회원을 선발하여 각 부서에 배치시키고 현무회 전반을 두루 살피며 관리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연화 소저도 마찬가지로 현무회의 일을 보느라 반년 동안은 정신없이 바빴지만 거기에 남해검녀문의 검후가 반년간 폐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연화 소저를 그 곳에 머물게 하여 광동성으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곧 다시 돌아가야해서 가기 전 밖에서 식사라도 하려고 나온 길이었다.

"반년동안 남해검녀문에 계신 연화 소저를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의 말에 연화가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자주 왔었어야죠. 겨우 한달에 한번씩 그것도 아주 잠시 들렸다가고.. "

"그것도 없는 틈을 겨우 내서 다녀온 건데.. 그만큼 현무회의 일이 많았어요.."

연화는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바꾸며 말했다.

"저도 알고 있어요. 무림맹과 사도련이 사라진 자리에 신무림회와 현무회가 양분한 뒤로 무영 대협이 쉴 틈이 없었다는 걸요. 그냥 삐진 척 해 본 거에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거에요? 난 연화 소저가 정말 토라진 줄 알고 걱정했어요."

"저 그렇게 속 좁은 여자 아니에요."

두 사람의 반대편에 앉은 무림인들이 보이는 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신무림회가 제일 강하다니까 사도련에 있던 문파들 대부분이 들어갔고 그 오왕이라고 불리는 이들만 봐도 면면히 화려하잖아."

"그래봤자 현무회에는 상대가 안된다고 현무회 회주는 네가 말한 오왕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상대가 안되는 화경의 경지라고, 또 무림맹의 주축들이 가입을 해오고 있고 그 이외에도 초절정 고수들이 즐비한데 신무림회가 현무회 상대가 될 것 같아."

나머지 동료들도 두 패로 나뉘어서 신무림회와 현무회 중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저들 말대로 두 곳이 대결을 하면 누가 이길 거 같아요?"

나의 말에 연화 소저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전 현무회가 이기길 바라고 이길 거라고 믿고 있죠. 호호. 무영 대협만 믿어요."

"그래요. 저만 믿어요. 그들이 우리를 건드는 순간 내가 신무림회를 다 쓸어버릴테니까요."

'연화 소저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난 2년 동안처럼 아무 일 없이 지났으면 좋겠군. 하지만 객잔에서도 신무림회와 현무회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그들이 조만간 움직일 건 확실해 보인다.'

우리는 객잔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현무회로 돌아왔다.

천하상단 장원에서 시작한 현무회는 규모가 커져서 회원들이이 모두 그 곳에 머물 수 없어서 옆 부지를 모두 사들여 외벽을 허물고 장원을 거의 새로 짓다시피하여 전보다 네 배는 크게 확장했다.

나와 연화 소저가 지나가는데 신입 회원들을 훈련 시키고 있던 예현과 석견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년 동안 예현과 석견 그리고 군부 출신 동료들이 애를 쓴 덕분에 현무회에 속한 회원들의 집단전 능력이 대폭 향상 되었다.

'이제 신무림회와 전면전을 한다고 해도 밀릴 거 같지는 않다. 조금 무공이 약한 회원들을 예현과 석견이가 고생해서 이년만에 정예병처럼 만들어버렸으니.. 큰 약점이 보이지 않는구나.'

연화 소저와 현무회를 둘러보는 내내 그녀가 크게 달라진 현무회의 외관과 회원들을 칭찬해서 속으로 흐뭇했다.

현무회의 집무실로 돌아온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남해검녀문에는 언제 돌아가요?"

"내일 아침에 일찍 남해도로 가야 해요."

"안가면 안되는 거죠?"

"사부님께서 이번에 폐관 수련 마치시면서 얻은 깨달음을 저희들에게 전수해 주신다는데 안 갈 수는 없죠."

"그럼 제가 내일 항구까지 같이 가 줄께요."

"안 그래도 되는데.. 데려다 주시겠다면 거절 하지는 않을께요.호호."

우리는 다음날 남해항까지 함께 이동하여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현무회로 돌아왔다.

'우리의 준비는 끝났고 이제 신무림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들의 정보도 물어볼 겸 오랜만에 초아를 보러 갈까? 아직 광동성에 떠나진 않았겠지.'

초아도 하오문의 문주가 된 후로 일이 많아지고 전국 각지를 방문할 일이 많아서 광동성에 자주 있지 않았다.

그래도 광동성에 돌아오면 하오문 제자를 나에게 보내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려서 가끔 보러가곤 했다.

이틀 전에 광동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으니 초아가 아직은 광동성에 머물고 있을 거라 여기고 나는 초아를 만나기 위해 선녀유곽으로 향했다.

낮이라 선녀유곽의 문은 닫혀져 있었으나 나는 다른 통로로 안에 들어갔다.

깜깜한 유곽 안으로 들어와서 초아를 불렀다.

"초아야, 안에 있니?"

그러자, 내실 쪽에서 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영이구나. 내실로 들어와."

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각종 서류들이 잔뜩 쌓여있고 초아는 그 서류 속에 파 묻혀 있었다.

"초아야, 이게 다 뭐야?"

"전국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들."

"이걸 다 보는 거야? 이게 일년치인가?"

"아니. 이건 일주일치인데.."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초아를 바라보았다.

"하오문 문주는 이걸 다 봐야하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 가끔 작은 사건을 놓쳐서 큰 일을 너무 늦게 아는 경우가 있어서 조금 꼼꼼히 살펴 보는거야."

"나도 잠깐 봐도 되나?"

초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얼마든지 봐. 요즘에는 이상하리만큼 무림이 조용해서.. 볼만한 사건도 없어."

"신무림회 관련된 사건도 전혀 없는 거지?"

내가 초아를 찾아온 이유 중 하나였기에 넌지시 물었다.

초아는 골똘히 생각한 후 말했다.

"특별히 그들의 움직임이 달라진 건 없는데.. 오히려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 없어서 문제지.. 오왕을 제외하고는 수뇌부가 아무도 노출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게 더 이상해."

"회주와 부회주 등 수뇌부들이 폐관 수련이라도 들어간 건가?"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하오문에서도 신무림회에 첩자를 몇명 넣었는데 일년이 넘도록 그들 중에 오왕 빼고는 그 윗선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그들이 그렇게 얌전한 녀석들이 아닐텐데..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니 더 불안하기는 하네."

초아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참, 연화는 잘 돌아갔어?"

"연화 소저가 온 걸 알고 있었어?"

"그럼 당연하지. 어제 연화가 나를 찾아왔었는데.."

"연화 소저가 널 찾아왔다고? 무슨 말을 했는데?"

초아는 나의 표정을 보면서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들만의 비밀이 있는 거야. 넌 몰라도 돼."

"그냥 나에게도 알려주면 안되니?"

"안돼. 그것보다 아직도 날 좋아하는 마음 그대로 인거야?"

"당연하지."

내 말을 들은 초아가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 앞으로 쑥 내밀었다.

쪽.

그녀가 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돌아섰다.

두근두근.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도 부끄러운지 내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내게 말했다.

"흠흠..방금 그건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이제 돌아가. 나 해야할 일이 많아."

"어..수고해. 다음에 또 올게."

나도 당황해서 급히 인사를 하고 밖으로 빠져 나왔다.

'초아와 연화 소저 사이에서 이렇게 마음이 갈팡질팡하면 안되는데... 연화 소저가 있을 때는 그녀가 너무 좋고 초아와 있을 때는 초아가 너무 좋으니.. 이 일을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

현무회로 돌아와서도 두 사람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에 복잡하여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있을 때에 예현과 석견이 나를 찾아왔다.

내 표정을 보더니 예현이 물었다.

"무슨 고민 있어?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은거야?"

옆에 있던 석견이 말했다.

"신무림회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거겠지."

예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볼 때는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내 느낌으로는 여자 문제 같아."

내가 살짝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자 예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맞지? 그런데 뭐가 문제지..넌 연화 소저랑 잘 지내고 있잖아? 싸웠어?"

"그게 아니라.."

난 두 사람에게 지난 연애사를 다 이야기 해 주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굳은 두 사람.

예현과 석견이 몸을 풀면서 말했다.

"누구 염장 지르냐?"

"그래. 우리는 한 명도 없는데.. 넌 지금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 너 좀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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