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110화 (110/114)

문을 열고 나오는 두 사람.

연화 소저와 초아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것을 보니 두 사람 모두 운 것 같았다.

"무영아, 오랜만에 집으로 가자. 내가 맛있는 밥 해줄께. 그리고 집에 너를 반길 분도 있고."

"집으로? 초아 네가 직접 맛있는 밥을 해 준다니.. 빨리 가자.그런데 누가 날 반겨 준다는 거야?"

"그건 가보면 알고, 연화야, 너도 같이 가자. 영경 소저도 함께 가요."

우리는 함께 하오문 광동성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내 방에 들어가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돌아왔는데도 포근하게 반겨주는 이 곳이...나의 집이구나.. 따뜻한 이 느낌 좋구나..'

명나라의 멸망, 변화

내가 침상에 잠시 누워 집에 포근함을 느끼고 있던 때에,

내 방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벌떡 일어났다.

'누구지? 다들 음식 준비한다고 주방에 있을텐데..'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신유혁과 주통이었다.

"두 분이 어떻게 이곳에 계십니까?"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묻는 내게 신유혁이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네 활약상은 계속 듣고 있었다."

"저번에 큰 가르침을 얻었는데 감사하다는 말도 직접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의 말에 신유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 때는 네가 이렇게 빨리 나를 넘어설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는데..내가 호랑이를 키웠어. 허허"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갑자기 신유혁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화경 경지에 오르고도 아직 부족하다니 자네가 지금 나를 놀리는 거지? 그리고 내 별호까지 가져갔던데..흠흠.. 내게 너무 한 거 아니냐?"

"네? 놀리다니요..절대 아닙니다..그리고 그 별호는 제가 그렇게 불러달라 한게 아니라서요.."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농을 한 건데, 왜 이렇게 당황하고 그래.허허허."

"아.. 농이셨군요."

옆에 있던 주통 어르신이 혀를 차며 신유혁에게 말했다.

"쯧쯧. 자네는 그 나이를 먹고도 아직도 장난끼가 사라지지 않았구만."

"이 정도는 장난 친거도 아니라고.. 무영이가 순진해서 그런거지..그리고 나이 든 거와 그게 무슨 관계인가.."

"나이가 들면 체통을 지켜야지. 자네 앞이라 무영이가 아무말 못하겠지만 뒤에서 속으로 자네를 욕하고 있을 걸세."

주통의 말에 신유혁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속으로 날 욕하고 있어?"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주통 어르신이 내게 말을 했다.

"유혁, 이 답답한 친구야. 자네 앞에서는 무영이가 당연히 그렇게 답할 수 밖에 없지. 그러고 보니 아직 인피면구를 쓰고 있구나. 답답하지는 않느냐?"

"네. 답답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인피면구를 제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초아가 날 이리로 부른 게구나.. 초아와는 잘 만나고 있느냐?"

"......"

내가 말을 하지 못하고 딴청을 피우자 신유혁이 말했다.

"분명 초아는 너를 좋아하고 있었는데..혹시 내 딸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냐?"

"말씀 드리기 송구하지만.. 그게 아니라.. 제가 오래 전부터 연모하던 여인을 최근에 다시 만나게 되어.."

신유혁이 화가 났는지 중간에 내 말을 끊고 말을 했다.

"네가 다른 여인이 생겨서 내 딸을 버린거군. 우리 불쌍한 초아...내가 너보다 더 좋은 사내를 소개시켜줄테니 다시는 우리 초아를 만나지 말거라."

그 때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초아가 그 소리를 듣고 신유혁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오랜만에 와서 왜 또 엉뚱한 소리를 해요. 누가 누굴 버려요. 오히려 제가 무영이를 버린 거라고요."

"네가 무영이를 왜 버려? 초아야, 넌 무영이를 많이 좋아하잖느냐."

"다른 여인을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를 저 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굳이 계속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신유혁은 초아의 말이 진심인지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 미모면 어느 남자나 꼬실 수 있지. 무영이를 놓치는 게 조금 아깝기는 하다만 더 좋은 남자를 만나거라."

"그건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아버지는 제 일에 제발 나서려하지 말아주세요."

"알았다. 간만에 애비 노릇 좀 해 주려고 했더니 싫다면 안하마."

"음식 차려놨으니 다들 빨리 주방으로 오세요."

우리는 초아의 말을 듣고 주방으로 이동했다.

먼저 주방에 있던 연화와 영경을 본 주통은 놀라며 말했다.

"아니.. 너희 두 사람이 왜 이곳에?"

놀라는 주통에게 연화가 말했다.

"어르신, 초아가 여기에 무영 대협과 함께 초대해줘서 오게 되었어요."

"너희가 초아 그리고 무영이와 아는 사이였더냐?"

"네. 어르신. 초아와는 태산에서 알게 되었고 무영 대협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한참을 못 만나다가 최근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연화의 말을 듣고 주통은 아까의 대화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보니 네가 초아보다 먼저 무영이와 연이 닿았다는 그 아이구나."

주통의 말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연화.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만 숙인 채 대답을 못했다.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신유혁.

"흠흠. 초아야..넌 마음도 넓구나. 연적을 집까지 초대하고 말이야."

"아버지..그만하시라구요. 안 그럼, 식사도 못 하시고 가셔야 할 수도 있어요."

"알았다. 조용히 하마. 얼른 밥 먹자."

초아의 말에 슬그머니 식탁에 앉은 신유혁.

다들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그 곳에는 북풍한설이 몰아 칠 것 같은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그것을 깨기 위해 주통이 말을 건넸다.

"너희들 인피면구를 쓰고 있다는 것을 걸린 적은 없지?"

"네. 어르신이 워낙 잘 만들어주셔서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훗.. 당연하지. 이 분야에서는 중원에서 날 따라올 자는 없으니까.."

"이걸 제거 하는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그 때도 말했지만 네 피부의 손상없이 제거 하려면 대략 한달 정도 특수 약물로 서서히 녹여야한다. 뭐.. 급히 제거하려면 일주일 만에도 가능은 하겠지만 피부가 많이 상할 수 있다."

"그럼 저희의 인피면구를 제거해 주기 위해 한달 정도 광동성에 머물러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래. 내가 만들어줬으니 그 정도는 해 주어야지."

"감사합니다. 어르신."

나와 주통의 대화를 들은 초아는 내게 말했다.

"무영아, 여기에 머물면서 인피면구를 천천히 제거하도록 해. 연화와 영경 소저도 방을 내어줄테니 이곳에 머물도록 해요."

"고마워. 초아야."

연화와 영경도 초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달 동안 주통 어르신이 매일 밤낮으로 약물을 발라주어 얼굴에 붙은 인피면구를 제거하고 본래의 얼굴을 찾게 되었다.

서로의 진짜 얼굴을 보고 오히려 어색하는 나와 연화 소저.

그건 그만큼 서로의 인피면구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피면구일 때는 황녀님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서 편하게 대할 수 있었는데 이제 황녀님의 본 얼굴을 보게 되니 괜히 긴장이 되는구나.'

영경이는 나의 본 얼굴을 보고 반가워하였다.

"너 어릴적 모습에서 하나도 안 변했구나."

"너도 마찬가지야."

그 때 초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급히 알려줄 소식이 있어."

"무슨 소식인데?"

내가 묻자, 초아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후금이 청나라로 국호 변경했다는 이야기는 저번에 들었지?명나라를 임시 관리하던 승상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청나라를 끌어드려서 함께 일주일 전에 황성으로 쳐들어가서 하루만에 점령하고 반란군의 수장인 이자성을 제거했대."

"청나라가 황성을 점령하고 이자성을 죽였다고? 그럼 반란군은 어떻게 되는거지?"

"아마도 수장을 잃었으니 곧 와해 되겠지. 그리고 황성 점령 후 승상이 청나라에 명을 복속시키겠다고 선언해서 중원은 청나라의 손에 떨어졌어."

초아의 말을 듣고 우리 경악을 금치 못하는 우리 세 사람

나는 듣고도 믿을 수 없어서 초아에게 반문했다.

"승상이란 자가 명나라를 청에 그냥 바쳤다는 게...정말로 사실이야?"

"나도 보고를 받고 믿기 힘들었지만 사실이야."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명나라와 청나라가 연합하여 공격하였다고 하루만에 황성을 점령하였다는 게.."

나의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초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화경의 고수에 초절정 고수도 다수가 있는 황성을 하루만에 점령하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서 나도 추가로 정보원을 파견해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고 있어."

내가 옆을 바라보니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화 소저.

그녀는 항상 자신은 황실을 떠났다고 했지만 명나라가 망했다는 걸 알게 되니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영경이 또한 자신의 삶에 대부분을 명나라 황실에 충성을 해 왔는데 명나라가 무너져 버렸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나는 조용히 연화 소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는 나를 한번 바라보고나서 그제서야 얼굴 표정도 돌아오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무영 대협,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명나라는 한참 전부터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상태였는 걸요."

"그래도 그 곳에 나고 자란 황녀님, 아니 연화 소저에게는 본인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충격과 혼란이 올테니 오늘은 푹 쉬어요."

나의 말에 연화 소저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배려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오늘은 조금 쉴게요."

그 말과 함께 연화 소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영경아, 표정이 좋지 않네.너도 가서 좀 쉬어."

"그래. 나도 오늘은 좀 쉬어야 할 거 같아."

영경이도 기운빠진 목소리로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빠지자 그곳에는 나와 초아만 남게 되었다.

"청나라가 황궁을 점령했으면 신무림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둘 중에 하나겠지.. 그들이 반란군을 배신하고 청나라 사람을 불러 드렸거나 아니면 반란군과 함께 싸우다가 죽거나 일부만 도망쳤거나.."

"난 왠지 네가 말한 것 중에 첫번째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그리고 청나라는 무림인들을 어떻게 대할 지도 궁금하군."

"청나라에서 조만간 행동을 취하는 걸 보면 알겠지."

*

며칠이 지나고 청나라에서 포고문이 전국적으로 걸렸다.

초아가 포고문 하나를 가져와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그 포고문을 소리내어 읽었다.

"청나라 황실에서 무림인들에게 알린다. 명나라의 요청으로 중원을 차지하고 있던 반란군을 무찌르고 청나라가 황궁과 중원을 되찾았다. 또한 명나라에서 자진해서 청나라에 복속되기를 원하였고 이를 받아들여 앞으로 중원은 청나라에서 통치한다. 청나라에 반기를 들거나 황실의 명을 듣지 않는 무림인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나 황실의 명과 국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무림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

포고문을 들은 영경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은 반기를 들지 않으면 무림인들을 그냥 두겠다고 했지만 결코 그들은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고분고분 말을 듣게 만들려고 무슨 수를 쓰겠지."

영경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내 생각도 그래. 그들은 결코 무림인들을 그대로 둘 리가 없지."

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신무림회를 통해 무림을 장악하려 할 거 같아. 며칠 전 따로 조사한 정보가 오늘 왔는데 반란군과 함께 황실을 장악하고 있던 신무림회가 반란군을 배신하고 청나라의 손을 잡으면서 반란군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졌대."

"역시 예상한 대로군. 그들이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였어. 조만간 그들이 무림에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할 거 같은데.."

*

며칠 뒤, 신무림회가 낙양에 대형 장원을 사들이고 그 0곳에서 개파 선언을 하며 무림 전면에 등장 했다.

우리는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그들의 정체를 몰랐기에 새로운 문파의 출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문파에 회주와 부회주를 제외한 나머지 수뇌부 인사들을 공개했는데 그 면면히 화려하여 다시 한번 무림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신무림회에서는 나의 검에 검하고혼이 된 칠왕을 대신하여 새롭게 오왕을 임명하였다.

봉문을 선언한 남궁 세가의 가주 남궁무군이 검왕으로 제갈 세가의 가주 제갈선이 권왕으로 독곡의 곡주가 독왕으로, 청성파의 장문인 성운진인이 장왕으로 녹림십팔채의 채주 마두천이 도왕으로 발표했다.

오왕 모두 무림에서 한 문파의 존장들이고 무림에서 초절정 고수로 무림에서 명망있는 초고수였는데 한 단체의 모두 모여있어서 무림인들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남궁세가 가주가 오왕에 임명되다니..남궁세가 망신 시킨다고 남궁무정 대협이 벼르고 있겠군."

"무영이 네가 그렇게 수뇌부들을 없앴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들이 나오는 거봐. 도대체 그들은 얼마나 많은 무림인들을 회유한거지?"

신무림회가 무림에 등장하면서 내세운 건,

정사를 막론하고 새로운 질서로 새로운 무림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그 문구에 끌린 무림인들은 신무림회로 발길이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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