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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105화 (105/114)

금위대 대장이 놀라 그에게 물었다.

"사적풍 봉공님! 괜찮으십니까?"

그는 급히 잘린 팔 위를 점혈하고는 안정을 찾은 뒤 말했다.

"방심을 한거니.. 걱정마시요. 아직 한팔은 건재하니까."

그는 십대고수답게 금세 안정을 찾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세를 잡았다.

"넌 실력이 우리들 아래가 아니였군. 내가 크게 방심을 했어. 너희들 중에 우리와 같은 실력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리석었어."

"제가 조금 운이 좋아서 이득을 봤을 뿐입니다."

사검주가 급히 사적풍의 옆에 서며 말했다.

"사방주, 괜찮겠소? 빨리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소? 그래야 팔을 다시 붙일 수 있지."

"말년을 외팔이로 보낼 수는 없지요. 그럼 우리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해 봅시다."

사검주가 또 다시 표홀한 움직임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 예현을 공격했지만 이미 준비가 되어있던 풍현과 예현이 함께 방어하자 큰 피해없이 막아내었다.

조급해진 그들의 공격은 전보다 날카로운 맛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적풍 또한 그 움직임을 통해 초일과 남궁무정을 공격했지만 주로 쓰던 팔이 아닌 왼팔의 공격은 위력이 떨어졌고 어느정도 그들의 움직임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졌기에 처음처럼 당황해 하지 않았다.

삼대봉공은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을 흐르고 있음을 느끼고 등뒤로 식은땀이 흐르던 때에,

갑자기 다리쪽에 느껴지는 기운에 다시 그 표홀한 움직임으로 피했다.

어디서 날아온 지 모르는 암기에 나를 제외한 풍현과 예현이 그리고 초일과 남궁무정은 한쪽 다리를 다쳤다.

"누구냐? 약속을 어기고 우리의 대결에 개입한 자가?"

사검주 역시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놈이냐? 내 말을 무시하고 암기를 쓴 놈이?"

정화가 일어나 걸어나오며 말했다.

"검마님 죄송합니다. 너무 집중해서 대결을 지켜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써버렸네요."

"정화 대인, 그대가 황궁 제일 고수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우리 말을 무시하는 행동은 참지 못하오."

"이 이후로는 절대로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또한 정화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러분께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너무 몰입하다보니 내가 여러분과 싸우는 느낌을 받아서 나도 모르게 개입을 해버렸네요.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다섯명 대 세명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대결을 펼쳤으니 몇 분이 조금 부상을 당했어도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거 같은데 아닌가요?"

사실 정화가 암기를 정교하게 써서 한쪽 다리를 스치고 지났기에 움직이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상대방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속도가 느려졌기에 두 고수의 한계를 초월한 움직임에 대한 대처가 방금 전처럼 쉽게 막아내기는 어려워졌다.

"우리가 유리했기 때문에 그 유리함을 없애기 위해 당신이 나섰다는 거군요. 그럼 또 삼대봉공이 불리해지면 다시 나서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아니요. 이제는 절대 삼대봉공과 그대들의 대결에 관여하지 않을테니 최선을 다해보시요."

정화가 자리로 돌아가고 사검주가 말을 했다.

"미안하게 되었군.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니였네."

나는 미안해하는 그를 향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십대고수 분들이 저희들과 약속을 어기며 그런 행동을 용납하시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네들이 원하면 다리를 치료하고 해도 괜찮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희가 지금 친선 비무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럴 수는 없지요. 이제 제대로 승부의 마무리를 지어보지요."

나의 말에 사검주와 사적풍이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가 내 마음에 쏙 드는군. 좀 일찍 만났으면 내 제자로 삼았으면 딱 좋았을텐데.."

"사교주, 그 무슨 소리요.. 저 친구는 우리와 실력이 비슷한데..사교주의 제자로 들어오겠소이까. 친구라면 모를까.. 클클."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웃고 난 후 자세를 잡고 승부를 가리기 위한 대결에 들어갔다.

화경의 고수가 되다.

대결이 시작하자, 웃음을 짓던 두 사람은 냉혹한 표정으로 바뀌며 동시에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날 먼저 제거하려는 전략으로 바꾸었나보군.'

나에게 달려드는 두 사람을 보고는 예현과 풍현이 도와주려했지만 공지철의 검강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그것을 먼저 막아내느라 두 사람은 나를 도와 줄 수가 없었다.

하여 반대쪽에 있던 초일과 남궁무정이 움직였는데, 나를 향해 공격해 오던 사적풍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초일과 남궁무정을 향해 권풍을 쏟아내었다.

초일과 남궁무정은 나에게 달려오는 동작이었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사적풍에 의해 초일과 남궁무정은 제대로 된 방어를 해내지 못하고 내상을 입었다.

나는 사검주의 검을 막아내며 반격해서 그를 물러나게 만들고 초일과 남궁무정에게 뛰어갔다.

"초일형님 괜찮아요?"

"그래. 괜찮아. 아직은 싸울 수 있어."

하지만 초일은 내게 말하고나서 곧바로 내상을 입은 피를 게워냈다.

'나에게 부담을 줄까봐 괜찮다고는 했지만 내상이 심해보이는군.'

"남궁 대협도 괜찮은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큰 도움이 못 될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들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았지만 뺄 수가 없어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두분은 풍현과 예현 쪽에 합류해서 도와주세요."

"무영아, 너 혼자서 십대고수 두 사람을 감당하겠다고? 그건 무리다."

"저쪽에 합류해서 흑사회 회주부터 빨리 제거해줘요. 그때까지는 버텨볼께요."

"십대고수 둘을 상대로 어찌 버티려고?"

"저기 권왕이란 분은 외팔이가 되었고, 검마란 분은 연세가 많은 노인네라 이미 많이 지쳐보이는 걸요. 충분히 두 사람을 감당할 수 있어요."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널 믿어보마. 조심하거라."

남궁무정과 초일은 나의 말대로 풍현과 예현에게 합류해서 공지철을 압박했다.

나는 일부러 두 사람이 들리도록 크게 이야기 했기에 그 말을 듣은 검마와 권왕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외팔이?"

"날 보고 노인네라고?"

두 사람은 노기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는지 즉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태산에서 내 몸의 통제를 풀었을 때처럼 힘을 빼버리자 두 사람이 내 일장 앞까지 다가왔는데도 난 전혀 두려움이 들지 않았다.

사검주의 검이 내 몸에 닿기 직전에 나의 검은 자연스럽게 그의 검을 튕겨내며 그대로 공격하는 자세로 변환되었다.

그대로 사검주를 향해 나의 몸은 검과 함께 회전하며 찔러들어가니 권왕 사적풍이 급히 나서며 그를 대신하여 막아 주었다.

공격이 막히자 검을 쥔 나의 몸은 다시 반대로 회전을 하며 뒤로 물러섰는데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서 나와 겨루고 있는 두 사람은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아까만 해도 이 정도의 실력은 아니였는데..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건가?"

"우리 두 사람의 공격을 이리도 쉽게 방어하고 다시 반격까지 하다니.. 어떻게 십대고수 둘을 상대로 어찌 저리 여유가 있을 수 있지.."

'확실히 그때보다 더 움직임이 발전한 것 같다. 그때는 무의식 중에 나오는 동작들이 이어지지 못하고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못했는데.. 지금은 몸에서 나오는 동작들이 자연스러워서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구나.'

두 사람을 이기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두 사람과 싸워도 질거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특수단 네 사람은 내가 두 사람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사라진 듯 했다.

네 사람이 흑사회 회주를 둘러싸서 공격을 하니 공회주는 계속 위기의 상황에 빠졌다.

겨우겨우 버티고는 있었지만 그의 몸에 작은 상처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화 소저가 흑사회 회주 공지철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갑자기 그동안 보이지 않던 표홀한 움직임을 드러내며 네 사람의 공격에서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후 그는 특수단이 앉아있는 곳을 살폈다.

'흑사회 회주도 십대고수인 이 두 사람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다. 왜 그동안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지? 마지막이 되서야 자신의 본신의 능력을 드러내다니.. 처음부터 저런 실력을 보였으면 우리가 위험할 뻔 했는데.'

네 사람이 다시 공격하려 했지만 공지철의 움직임이 달라진 후에는 그를 제압하기가 쉽지 않았다.

'풍현과 예현 그리고 초일 형님은 초절정 초급이고 남궁무정은 초절정 중급, 그리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초절정 상급인 것 같은데..우리가 이 대결을 이길 수 있을까?'

검마와 권왕 두 사람은 다시 집요하게 공격하며 나의 빈틈을 찾으려 했다.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나의 앞에 나타나 펼친 사검주의 일월마검과 사적풍의 천진신권이 나의 몸에 적중될 찰라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며 모든 게 순간적으로 멈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눈을 떴지만 깜깜하고 어두운 밤처럼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방금까지 싸우고 있었는데.. 승부는 어떻게 되었지? 이건 무의식의 공간인가?'

그 때 멀리서 천천히 내 앞으로 누군가 걸어왔는데 내 앞에서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 사람은 나와 꼭 닮아 있었다.

"넌 누구지?"

"......"

아무 대답없이 검을 들어 올리는 그.

턱짓으로 나의 검을 가리키는 걸 보니 나에게 검을 들어올리라는 듯 했다.

내가 검을 들어올리자 그 자는 곧바로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얼마나 검에 위력이 강한지 순간적으로 검을 손에서 놓칠 뻔 했다.

검을 쥔 오른손에 울린 진동이 아직까지 느껴져서 검을 왼손으로 바꿔서 쥐어야했다.

그 자는 나를 봐주면서 할 생각이 없는지 연이어 계속되는 공격으로 나를 몰아부쳤다.

그를 상대하면서 느낀 건 그자가 쓰는 무공들이 대부분 눈에 익은 무공이라는 거였다.

한참동안 그 자를 상대하면서 알 수 있었다.

'아니..저 사람이 쓰는 무공은 내가 그동안 대결했던 상대들이 쓰던 무공이다. 그것을 통합해서 완벽히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내가 만든 환영이란 말인가?'

그자의 무공에는 전생에 싸웠던 살수들, 마교고수, 사신회 회주, 대장과의 비무 그리고 무경원에서 싸웠던 15호 무리들의 무공, 군부에서 상대했던 이들, 여진족 장수들의 무공, 그 외 내가 살아오면서 싸웠던 모든 이들의 무공이 담겨있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무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하나의 무공처럼 사용해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부딪치다보니 반복될 수 밖에 없고 조금씩 상대의 무공에 적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그 자의 무공을 나 역시 흡수하고 있었다.

한번씩 그 자의 검과 부딪칠 때마다 그 자가 쓰는 초식의 동작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한번도 배운 적 없던 마교의 무공과 사신회 회주의 사신기예, 대장의 무형검법까지도 어느새 나의 무공에 접목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자의 무공에 밀리다가 조금씩 팽팽해지더니 내가그자의 무공을 모두 흡수 했을 때쯤에는 일방적으로 내가 우위를 차지 할 수 있었다.

그 자의 모든 무공이 나의 무공에 흡수되고나서 내려친 나의 일검을 그 자가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여 몸이 갈라지자 그자는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역시 환영이었구나. 익힌 것도 없던 무공들의 초식들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졌다. 이런 기연이 찾아올 줄이야.'

환영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시 나의 눈이 감기고 곧바로 내가 다시 눈을 뜨니 검마와 권왕의 공격이 나의 몸에 닿기 직전 그 찰라의 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몸을 비틀어 권왕의 권풍을 피하고나서 조금 전 환영을 제거할 때처럼 가볍게 일검을 내려쳐 검마의 검을 막으려했는데,

나의 검에 의해 검마의 검이 반으로 잘리며 나의 검이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가버렸다.

사검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두동강 난 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의.. 일월신검이..두동강 나다니..우웩."

그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오며 말을 잇지 못했는데 잠시 후 가슴부터 복부가 갈라지며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더니 그대로 꼬꾸라졌다.

예상치 못한 검마의 죽음을 지켜보고 모두 말을 하지 못하고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

권왕은 살면서 처음으로 오금이 저린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경지이긴 했지만 항상 조금은 자신보다 앞서있다고 여겼던 검마의 죽음은 그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두려움이 생겼을 만한 상황에서 한쪽 팔까지 잃은 자신이 검마를 죽이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영에게 이길 자신이 들지 않았다.

사적풍은 자신도 모르게 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인지 뒷걸음질 치면서 수세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이게 화경의 경지인가? 지금의 상태라면 나의 일검으로 베지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적풍 앞에 선 나는 그 자가 혼신을 다하여 나에게 펼친 일격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듯한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다시 검을 들어 대각선으로 그어내리자 그의 남은 팔 마저도 땅으로 떨어졌다.

양팔이 잘린 사적풍의 눈빛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죽기 직전 회한이 가득찬 촌부의 눈빛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 때 전 무림을 호령하던 십대고수도 죽음을 앞두고는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구나. 부디 좋은 곳 가시오.'

빨리 마무리하여 주는 게 십대고수였던 권왕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여 나의 검은 재빨리 그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

권왕은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나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나에 의해 십대 고수 두 사람이 죽자, 특수단은 환호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와! 이겼다."

반대로 황궁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순간 굳어져 있다가 금위대 대장의 명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저들을 당장 포위해라."

금위대 대장의 명에 금위대 수백명이 순식간에 특수단을 둘러쌌다.

동창의 환관 백여명도 정화의 지시에 의해 나와 네명의 동료들을 포위했다.

"이거 너무 치졸한 것 아닌가? 대결을 지켜만 본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짓이지?"

나의 말에 금위대 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정녕 믿었던가? 그리고 그 약속은 삼대봉공과 한 것이지. 자네와 한 게 아니라네. 큭큭."

그의 말에 흑사회 회주인 공지철이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삼대봉공 중에 두 분이 돌아가셨다고 지금 이러는 겁니까? 나도 삼대봉공이요. 지든 이기든 우리와 한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요?"

"공회주님, 혼자서 저들과 끝까지 싸우면 죽습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알아서 할테니 손 떼시고 황궁으로 돌아가 쉬세요."

금위대 대장의 말에 공지철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물러섰다.

그러자 금위대 대장이 나를 보며 말을 했다.

"이들을 살리고 싶으면 검을 내려놓고 스스로 혈도를 봉해라."

"무슨 말도 안된 소리를 짓거리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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