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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104화 (104/114)

비무행 때 나와 겨루었을 때보다 무정검법이 훨씬 정교해지고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우위가 남궁무정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공회주도 그대로 가다가는 질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방어 위주에서 공격 위주로 전환되었다.

남궁무정도 방어보다는 공격 일변도라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 모두 몸에 하나둘 작은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방주라 불리던 자와 풍현 그리고 초일이 함께 어울어졌다.

사방주는 병장기를 들지 않고 장갑을 낀 주먹을 움켜쥐고 자세를 잡는 것을 보아하니 그는 권법이 주특기인 듯 했다.

풍현과 초일은 눈빛을 주고 받은 후 그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춰 본 적은 없었으나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두 사람의 합이 잘 맞았다.

사방주가 낀 장갑이 보통 장갑은 아니였는지 그 장갑 낀 손으로 풍현의 검과 초일의 검을 잡거나 부딪쳐도 아무 손상을 입지 않았다.

사방주는 보법도 뛰어나 눈앞에서도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서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놓칠 때가 있었다.

잠시라도 그의 움직임을 놓치면 어김없이 그의 장갑 낀 손이 눈앞에서 나타나 급히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시야에서 사라졌던 그가 풍현의 눈앞에 나타나며 그의 주먹이 물러서려는 풍현을 향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풍현은 급히 검을 들어 검면으로 주먹을 막았는데 주먹의 내기 얼마나 강한지 충격에 검이 부르르 떨리며 강한 진동이 풍현의 몸속까지 전달 되었다.

"이 진기는 천진방의 천진신공인데.."

풍현은 전에 천진방의 고수와 겨루어 본 적이 있었기에 진기에서 느껴지는 천진신공의 기운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풍현의 말에 사방주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클클.. 이제서야 나의 무공을 알아보는구나. 너는 도제의 무공을 쓰던데 그의 제자인게냐?"

"네. 그렇습니다. 천진신공을 쓰며 이 정도의 고수는 천진방 방주이신 권왕 사적풍 선배님 밖에 안 계실텐데.. 사선배님이십니까?"

"그래. 내가 바로 권왕 사적풍이다."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라고 있었다.

사적풍은 현 무림십대고수 중 한명이기에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히 컸다.

"아니.. 십대고수이시고 명망도 높은 분이 왜 반란군의 편에 서서 무림에 분란을 일으키시는 겁니까?"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그럼 말해주지. 내가 전부터 목표했던 걸 모두 이루고 나니 삶이 무료하더군. 그때 마침 누군가 내가 제안을 해왔지. 정사로 나뉘어진 무림을 뒤엎고 새로운 무림을 만들어보자고 말이야."

"정사 무림을 뒤엎고 새로운 무림을 만든다고요? 그런 미친 생각을 가지고 제안한 자가 누구죠?"

"그건 자네들이 날 이기면 대답해주지."

그 말과 함께 사적풍이 권풍을 일으키며 더욱 풍현과 초일을 몰아부쳤다.

풍현은 파천검법으로 열심히 맞서고 있었지만 초일이 잠시라도 도와주는 걸 멈춘다면 금세 무너질만큼 사적풍의 압박이 거셌다.

초일은 이십사수 매화검법을 극성으로 익혀서 검을 펼칠 때마다 매화향이 나는 검향지경에 올랐다.

처음에는 사적풍의 천진권법에 이십사수 매화검법으로 맞섰으나 큰 피해를 주지 못하자 그는 최근에 수련을 마친 양의검법으로 전환했다.

초일의 양의검법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던 사적풍이 말했다.

"네놈은 화산에 사는 호랑말코 도사놈의 제자였나?"

사적풍이 자신의 사부를 욕되게 부르자 초일이 화가 났는지 화난 음성과 함께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나의 사부님을 욕되게 부르지 마시요."

"네 놈의 사부도 날 함부로 대하지 못하거늘. 감히 제자 놈 따위가 나에게 훈계질이냐?"

사적풍이 대노하며 두 사람에게 권풍을 퍼부었다.

풍현과 초일은 정신없이 방어하면서도 사적풍의 빈틈을 노리기 위한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나와 예현이 사교주라 하는 자와의 대결이 시작했다.

나와 예현은 그자의 움직임 봉쇄하기 위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에 들어갔다.

우리 두 사람의 공격을 방어하면서도 그는 굉장히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현의 공격을 유심히 살피던 사교주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놈은 무림인이 아니고 군인이더냐?"

"무림에서 활동하면 무림인이고 군에서 활동하면 군인이지. 어디서 무공을 배웠느냐가 중요하겠소."

"무공은 군부에서 배웠으나 현재는 무림인으로 활동하니 무림인이다 이건가? 클클.. 우문현답이군."

이번에는 사교주의 검이 뱀처럼 날 향해 날카롭게 날아오고 있었다.

난 현무검결을 펼쳐서 내 몸으로 날아든 그의 검을 있는 힘껏 쳐냈다.

예현이 도와주지도 않았는데 일대일로 순수하게 힘 대결에서 사교주에게 전혀 밀리지 않은 것이다.

"이건 무슨 검법이지?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롭군."

"제가 새로 만든 검법이지요. 무공의 이름은 현무검결이라 합니다. "

"현무검결이라.. 훌륭한 검술이야."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는 아니겠지? 만약 그게 전부라면 조금 실망인데.. 이제부터 나도 내 본신 진력을 보여줄테니 내 공격도 잘 받아보게나."

사교주와 나 그리고 예현, 이렇게 세 사람은 끊임없이 뒤엉켜서 몇 수를 주고 받았는지도 서로 기억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다.

운명을 건 대결 2

세 곳 모두 한참동안 공수전환이 이루어지면서 팽팽한 싸움이 이어지던 때에 비사굴에 있던 변절자들도 어느새 밖으로 나와 대결 상황을 보고 있었다.

우리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세가 가주 남궁무군이 사교주의 검술을 보더니 외쳤다.

"아니! 저건 일월교 교주 검마 사검주의 독문무공인 일월마검인데."

그 소리를 듣고 싸우던 사검주가 뒤로 물러서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클클..아해 중에 나의 독문 무공을 알아보는 이도 있고 제법이구나."

남궁무군은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며 말하자, 기분은 상했지만 십대고수인 검마에게 함부로 말할 용기는 없었다.

'사검주라면 무림 십대고수들 중에서도 상위권이라고 초아에게 들은 기억이 있는데.. 역시 십대고수들은 실력이 다르긴 하구나.'

그렇다고 해도 같은 초절정고수인 나와 예현이 함께 공격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혼자서 지금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오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만약 세 곳 중에 한 곳이라도 먼저 승부가 난다면 나머지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삼대봉공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믿고 특수단의 다섯명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고 점점 팽팽한 승부로 이어지자 당혹해하고 있었다.

세 곳에서 각각 대결을 펼친 지도 꽤 오래 되었는데 어느 한쪽도 확실히 기울어진 곳이 없었다.

사검주가 주변 상황을 살피고는 뒤로 물러서며 우리에게 제안을 했다.

"이렇게 해서는 승부가 언제 날지 모르겠군. 방식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그의 말에 내가 물었다.

"어떻게 바꾸자는 말 입니까? 각각 대결에서 승부가 나면 도와줄 수 있다는 방식에서 너희 다섯명과 우리 세명이 서로 도와가며 겨루는 집단전으로 말이야."

'음..나와 예현, 풍현은 서로 호흡을 맞춰 봤으니 세명이 함께 하고 초일 형님과 남궁무정 두 사람이 함께 대결을 펼치면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좋습니다. 받아드리지요."

사검주가 삼대봉공들에게 내가 특수단 네명에게 합의된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하여 기존은 대결은 중단되고 다시 중앙에 특수단 다섯명과 삼대봉공이 자리 잡고 대결이 다시 시작되었다.

삼대봉공은 삼재진에 맞춰 선 후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이 삼재진을 연습한 건 회주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 거였는데..아해들에게 쓰게 될 줄은 몰랐소."

"그러게 말이요.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더니 아해들이 벌써 저런 실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소. 잘못하면 오늘 장강 뒷물결에 휩쓸려 내려갈지 모르니 가진 패를 다 드러낼 수 밖에.."

"선배님들 아직은 그런 걱정은 기우입니다. 아직까지 무림에는 선배님들을 밀어낼만큼 실력을 가진 자는 없습니다. 십대고수이신 두 선배님들이 건재함을 세상에 알릴 기회 입니다."

공지철의 말에 두 노고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흠..그대 말이 맞소. 향후 십년정도는 더 우리가 이 자리를 잘 지켜고 있어야지."

"하긴 십대고수 자리를 물려주기에는 우리가 아직은 너무 생생하지.클클."

그들이 삼재진에 맞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게 주는 위압감이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만약 우리가 모두 초절정 고수가 아니였다면 삼재진에 서 있는저 세 사람 앞에서 검조차도 들지 못했을 수도 있겠어.'

우리는 그들의 삼재진에 맞서 오행진을 펼쳤는데 다섯명이 함께 맞춰 본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오행진은 기본적인 진법이라서 모두 잘 알고 있어서 호흡이 잘 맞았다.

오행진으로 삼재진에 맞서니 삼대봉공으로부터 나와 전신으로 느껴지던 위압감이 감소하였다.

"자, 시작하지."

"좋습니다."

처음부터 사검주의 강력한 검강이 나의 검을 두드렸다.

손이 저려올 정도로 강력한 검강이었지만 옆에 있던 풍현이 곧바로 사검주의 오른팔을 노리고 들어가자 그가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서서 나도 큰 피해없이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오호! 오행진을 잘 활용하는구나. 너희들도 호흡이 제법이군."

살짝 놀라며 말하는 사검주에게 풍현이 말을 했다.

"아직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뭘 그리 놀라십니까? 진정한 호흡은 곧 보시게 될 겁니다."

사검주에게 반격을 시도하는 풍현을 노리고 사적풍의 권풍이 몰아닥쳤다.

권풍이 풍현의 전신을 덮쳐오는데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때 예현이 풍현 앞에 서며 권풍들을 모조리 막아내었다.

나는 사검주가 풍현의 검을 쳐낼 것을 대비하여 2차 공격까지 이어가고 있었다.

사검주가 앞쪽에서 풍현의 검을 바로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하여 풍현의 검이 사검주 앞가슴까지 도달하여 우리는 공격이 그대로 성공했다고 여긴 찰나에 사검주의 몸이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진거지?'

잠시 후 사검주가 자신의 검과 함께 초일 머리 위에 나타나며 초일의 전신을 향해 반으로 쪼개려는 듯 내려쳤다.

옆에 있는 남궁무정이 그 모습을 보고 달려들어 사검주의 검을 막아내기 위해 무정검법을 극성으로 펼쳤지만 공력에서는 사검주가 앞서는 듯 완벽히 막아내지는 못하여 사검주의 검이 초일의 왼쪽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큰 부상은 아니였지만 왼쪽 팔은 새빨갛게 물어들어가고 있었다.

남궁무정 또한 순간적으로 무리하게 공력을 운용하고 사검주의 진기에 내기를 조금 손상 당하여 피를 한모금 게워냈다.

그 역시 큰 부상은 아니였지만 한차례의 공격에 기가 꺽인 건 사실이었다.

"아해들의 공격치고는 제법 날카로운 공격이었다만, 그 정도 공격에 당하면 몇 십년간 지켜온 십대고수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겠느냐. 클클."

'방금 그 동작은 내가 태산에서 연화 소저를 구하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었던 그 움직임과 흡사하다.'

초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고수만이 쓸 수 있는 그 움직임.

나는 이미 그것을 경험해 보았기에 두려움이 크지 않았지만그것을 처음 본 풍현과 예현, 그리고 초일과 남궁무정은 전의를 꽤나 상실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저 움직임을 막아낼 수 있을까?"

"저 움직임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계속 쓸 수 있는 건 아닐꺼야."

나의 말에 예현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내게 물었다.

"왜 저 움직임을 계속 쓸 수 없다고 생각 하는거야?"

"계속 쓸 수 있다면 이미 우리는 저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모두 바닥에 누워 있었을테니까."

나의 말에 모두 수긍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움직임이 강력한 건 맞지만 두 사람이 미리 준비해서 방어하면 막아낼 수가 있을거야. 예현과 풍현 두 사람이 함께 방어하고 초일 형님과 남궁무정님이 함께 방어하세요."

나의 말에 풍현이 물었다.

"너는 혼자인데 괜찮겠어?"

"일단 버텨보고 안되면 도움을 청할께."

내가 자신감 있게 말하자, 풍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가 자신있게 말했다는 건 그만큼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사교주, 갑자기 나타나서 아해들이 많이 놀란 모양이요. 살살 하시요. 이번에는 내가 아해들 혼 좀 내주겠소."

사검주에게 말을 건낸 사적풍이 왼팔을 다친 초일을 향해 권풍을 날렸다.

초일이 열심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사적풍이 근접해 오면서 권풍을 지속적으로 날리자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다행히 남궁무정이 사적풍에게 반격을 가하자 초일도 조금 숨통도 트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사적풍을 상대할 때 나는 흑사회 회주 공지철과 검을 겨루고 있었다.

"오! 무공을 보아하니 그대가 태산혈사를 막아내었던 신검협이라 불리는 분이군요."

"저를 알아봐 주시니 영광이군요. 대학사님."

나의 말에 공지철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하. 나의 과거를 아는 친구는 많지 않은데.. 그대는 황궁 출신인가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떻게 대학사님이 반란군을 돕고 계신거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니 우리는 그냥 자기 할 일을 합시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싫은지 더욱 강력한 공격을 해왔다.

그 때 나의 눈에 사적풍의 몸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사적풍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시선이 머물렀던 곳을 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건 예현의 등이였다. 사적풍이 노리는 건 예현 뒷편이다.'

하지만 예현과 풍현은 앞에서 몰아쳐오는 사검주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뒷편이 비어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지금 사적풍이 예현의 뒷편에서 나타난다면 꼼짝없이 당한다.'

다급해지자 난 태산에서의 감각을 떠올리며 예현을 향해 움직여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나의 몸도 사라지고 공지철은 눈앞에서 나의 움직임을 놓쳐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예현의 등 뒤에 나타나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내지르고 있는 사적풍의 팔을 검을 내려쳤다.

나의 검에 한쪽 팔을 잘린 사적풍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통증이 느껴지는지 소리를 지르는 사적풍,

"으아악! 내 팔...!!"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싸우고 있는 우리들 뿐만 아니라 구경하던 모든 이들이 놀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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