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현도 내가 세 사람의 고독을 제거하는 동안 자신의 진기로 두 사람의 고독을 제거 했다.
다섯 사람은 운기행공을 통해 진기를 되찾고 우리에게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문파에 누구신지요?"
"전 현무회의 회주 신무영이라 합니다."
갑자기 나에게 전음을 보내는 예현.
[난 현무회 직책이 어떻게 되냐?]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도 돼.]
[그럼 난 현무회의 호법이라고 한다.]
"저는 현무회의 호법인 예현이라 합니다."
남궁훈은 우리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생각이 났는지 말을 했다.
"현무회 회주시라면 저희 세가의 남궁 수혁 당주님과 남궁 무정님을 비무행에서 꺾으신 그 분 아니십니까?"
"기억하고 계셨군요. 이번에 무림 맹주님의 부탁을 받고 저희 현무회에서 무림인분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남궁무정 대협도 함께 왔습니다."
무림 맹주가 우리 현무회에 부탁 했다는 것도 놀라워 했지만 남궁무정이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함께 이곳에 왔다는 것에 더욱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도 이들은 남궁무정이 무림맹으로 떠나면서 남궁세가를 버렸다고 생각할테니 그가 나선 게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남궁무정님이 이곳에 와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왜 그러시죠?"
"아닙니다. 저희 세가 다른 분들도 다 구하신 건가요?"
"아니에요. 이곳이 처음이에요. 이제부터 동굴 하나 하나씩 정리하면서 모셔서 나가야겠죠. 여러분들도 도와주세요."
나의 말에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희가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먼저 저기 두 사람을 통해 안의 상황을 좀 알아보고 나가겠습니다."
수혈을 짚어 잠들어 있던 두 사람을 자극을 주어 깨웠다.
깨어나자마자 그가 나를 보고 물었다.
"네 놈들은 여기를 어떻게 들어왔지?"
나는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냅다 지르고 말했다.
나의 주먹에 맞고 쓰러졌던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자다깨서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었나보군.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해라. 소속이 어디지?"
"......"
다시 주먹이 얼굴에 꽂히고 그대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를 그대로 나두고 다른 한명에게 질문을 했다.
"좋은 말로 할 때 대답하자구. 소속?"
"금위대입니다."
"아! 그 새롭게 생긴 부대인가보군. 거기 대장이 누구지?"
"모릅니다."
"네가 금위대 소속인데 대장이 누군지 모른다? 지금 나랑 장난하나?"
그에게도 얼굴에 나의 주먹이 꽂히자 곧바로 쓰러졌다.
다른 이를 다시 세우고 물었다.
"네가 대답해봐. 대장이 누구지?"
"저희는 정말 모릅니다. 대장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다고? 이상한 놈이군. 이곳에는 금위대만 있나?"
"동창에 소속된 환관분들도 와 계십니다."
"너희들은 왜 무림인들을 잡아 온거지?"
"......"
그들은 그것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건지 아니면 대답을 하기 싫은 건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훈이 내게 말했다.
"그건 제가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네. 그럼 말씀해 주세요. 왜 이들이 무림인들을 납치, 감금 한 것입니까?"
"이들은 우리를 가두어놓고 끊임없이 협박과 회유를 했습니다. 우리 문파의 무공을 내놓으라고도 하고, 자신들이 하는 일을 돕겠다고 서약을 하라고도 하고 거부하면 이미 많은 이들이 넘어 왔다고 버텨봐야 소용 없다고 하고요."
'이들을 적은 숫자로 분리해서 놓은 이유가 이거였군.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고 의심이 싹트게해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이려는 고도의 전략이군.'
"실제로 아마 많은 이들이 회유와 협박에 넘어가 그들을 돕고 있을 겁니다. 무림맹도 그들로 인해 이미 피해를 입었고요. 이미 내통한 자들도 꽤 있을테니 일단은 같은 세가 사람이라도 믿지 마세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 회유에 넘어간 자와 아닌 자를 어떻게 구분하지요?"
나는 침묵하고 있는 두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건 저 두 사람을 이용해 보려 합니다."
"저들을 어떻게 믿고요?"
그 두 사람에게 무형독이 담긴 두개 알약을 하나씩 먹었다.
"방금 너희들이 먹은 알약에는 나밖에 해독할 수 없는 독이 담겨져있어. 내 말을 잘 따르면 해독약을 주고 풀어주마. 그렇지 않으면 고통스러워 하다가 죽을 것이다."
무형독이 펴지기 시작했는지 두 사람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해독약의 아주 적은 부분을 떼어 그들의 입 속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그들의 표정이 조금은 나아진 게 보였다.
"우리가 당신 말대로 하면 정말 해독약을 주고 풀어 줄 겁니까?"
"당연히 약속을 지킬거다. 할 생각이 있나?"
두 사람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배후 세력의 등장
두 사람은 나에게 지시를 받고 다른 동굴로 가서 내가 말한 대로 이야기를 전하고 또 다른 동굴로 이동을 했다.
그렇게 모든 동굴을 그들이 다녀가자 잠시 후 동굴에서 꽤나 많은 무림인들이 비사굴 중앙으로 나왔다.
"저들은 회유와 협박에 넘어가 내통자가 된 자들입니다. 저들의 얼굴을 잘 기억해 두십시요."
나의 말에 남궁세가의 다섯 사람들이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씩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들의 안색이 굳어짐을 보고 물었다.
"왜 그러시죠?"
그들이 시선을 향하는 곳을 보니 유독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중년인이 서 있었다.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남궁무정과 무척 닮아 있었다.
"설마.. 저기 서 있는 분이 남궁세가의 가주님이십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가주가 적들의 회유에 넘어갔다는 사실이 부끄러운지 나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나의 시선을 회피했다.
예현이 황당하다는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남궁세가의 운도 다 했군요. 회유와 협박에 넘어갈 정도로 나약한 자가 가주라니.."
예현의 직설적으로 파고드는 언사에도 그들은 얼굴을 붉힌 채 묵묵부답 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들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썩은 뿌리는 뽑아내고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저기에 있는 자들은 전부 썩은 뿌리와 같은 자들 입니다. 그래서 저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 죽을 겁니다."
다섯 명은 크게 놀란 듯 했지만 나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는 못했다.
남궁훈이 정중한 말투로 내게 말을 했다.
"회주님, 부탁이 있습니다."
"설마, 남궁 가주를 살려달라는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적들과 내통한 자를 어찌 살려달라고 하겠습니까.. 다만 남궁세가의 가주가 회유와 협박에 넘어가 적들의 편에 섰다는 게 알려진다면 남궁세가는 더 이상 무림에 존재할 명분이 없습니다."
"아.. 무슨 말을 하려 하시는지 이해 했습니다. 그 부탁은 들어드리지요. 남궁세가 가주는 무림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다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겁니다."
나의 말에 남궁세가 사람들은 나에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예현이 내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했다.
"무영아, 우리들만으로는 저들을 모두 상대하는 건 무리 일 것 같은데..어떻게 할까?"
"내가 시선을 끌테니 무경원 밖에 나가서 특수단 전부를 안으로 불러들여. 압도적인 힘으로 저놈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게 좋겠어."
"시선을 어떻게 끌려고?"
"비사굴이 괜히 비사굴이 아니잖아."
"설마?"
"그래. 그거야. 내가 그 방법을 알아냈거든."
나의 말에 예현은 입구 쪽으로 다가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비사굴의 안쪽에 작은 구멍이 수없이 많이 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나서 주머니에서 작은 피리를 꺼냈다.
작은 소리로 피리를 불자 구멍들에서 꾸물꾸물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다.
남궁세가의 다섯명은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피리를 조금 더 크게 불자 모든 구멍에서 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리를 피하고 남궁세가 사람들과 함께 숨어서 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구멍에서 나온 뱀들이 바닥을 가득 메우더니 중앙으로 물이 밀려오듯이 거침없이 밀려들었다.
"으악! 뱀이다."
중앙에 모여 있는 변절자들은 혈도는 풀렸으나 아직 고독이 제거가 되지 않아서 무공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였다.
하여 그들은 고독을 깨울까봐 내공을 쓰지 못하고 뱀에 쫓겨 도망 다니고 있었다.
각 동굴의 경비를 서던 무사들이 그 모습을 검을 빼들고 뱀을 처치하기 위해 움직였다.
비사굴 입구를 지키던 무사들 역시 뱀을 제거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예현은 밖으로 나갔고 나는 남궁세가 사람들에게 말을 했다.
"자, 저들이 정신이 뱀에 팔려 있으니 지금부터 각 동굴로 이동하며 무림인들의 혈도를 풀어주세요. 그분들을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신 시키는 게 좋겠어요."
나의 말에 남궁세가 사람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후미진 곳에 있는 동굴부터 들어가서 사람들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나는 적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남궁세가 사람들이 혹시라도 발각될 때를 대비하여 경계를 서주고 있었다.
금위대의 무사들과 동창의 환관들이 정신 없이 뱀을 처치하고 있었다.
"무슨 놈의 뱀들이 이렇게 많아."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거야?"
그 때 남궁세가 사람들이 동굴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금위대 무사가 있었다.
"어...어..저기 포로들이 동굴에서 나왔다.."
"저 놈들부터 잡아야해."
'특수단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텐데..벌써 들키다니..귀찮게 되었군.'
남궁세가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는 금위대 무사들 옆에 내가 조용히 나타나 그들의 숨통을 끊었다.
하나 둘 주변 동료들이 사라지자 그들도 나의 존재를 인식했다.
"저놈들의 조력자가 있다. 침입자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지원요청해."
그자는 이 곳을 관리하는 자인지 현 상황을 판단하고 시시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이곳에는 날 위협할 만한 고수는 안 보이는데.. 지원병력까지 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가야하는데..'
남궁세가 사람들은 금위대 무사들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자 긴장하고 있다가 나에 의해 그들이 하나 둘씩 제거 되는 모습을 보고는 다른 동굴로 이동해 계속 무림인들을 구하고 있었다.
금위대는 흩어져서 한 두명씩 내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즉시 다섯명씩 뭉쳐서 오행 검진을 만들며 경계를 하며 이동했다.
'무공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상황 대처 능력은 제법이군. 훈련이 잘 되어있구나. 오행 검진이 얼마나 단단한지 볼까?'
굳이 오행 검진이 형성된 자들 말고 아직 진을 제대로 구성하지 않은 자들을 제거해도 되었지만 괜한 호승심이 들어 오행진 구성 끝난 금위대를 공격했다.
확실히 오행 검진으로 서로를 보완해주니 처음에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공력을 높여 나의 검에 현무열화검결 8성 공력을 실어 내려치니 무공이 약한 금위대 무사는 나의 검을 받아내지 못하고 검이 부러지며 가슴에 검상을 입고 쓰러졌다.
한명이 빠지자 오행 검진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졌다.
오행 검진을 형성했던 다섯 명의 금위대도 나의 검에 명을 달리하자 그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보통 고수가 아니다. 천라지망을 펼쳐라."
나를 중심으로 전방위에서 금위대와 동창 사람들이 촘촘히 자리잡고 압박해 들어왔다.
나는 더 이상 숨어다니면서 기습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들 앞에 바로 서서 전신에 내공을 흘려 보내며 싸울 준비를 했다.
"훗..이 정도로는 날 막지 못할텐데.. 금위대 대장이나 정화를 불러와라."
"감히 네 놈 따위와 우리 대장님이 상대해 주실 것 같으냐. 쳐라."
그들은 나를 향해 우르르 달려들었다.
'오늘 오랜만에 제대로 몸 한번 풀겠군.'
나는 검을 비틀어 잡고 앞에 보이는 자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태산에서의 감각이 생각났다.
그 감각을 느끼는 순간 모든 게 느려지고 그저 앞에 보이는 상대를 베어버린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나의 검은 그 자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난 그저 금위대 무사 얼굴을 보고 스쳐 지나간 것 뿐인데 잠시 후 느리게 느껴지던 감각이 사라졌을 때는 나를 둘러싸고 있던 그 많던 금위대 무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쓰러졌다.
백여명이 넘는 금위대 무사들이 동시에 쓰러지자 남아있는 자들도 그 상황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고 나 역시도 너무나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사라진 감각에 살짝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