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99화 (99/114)

천하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 형님도 성격이 아주 화통하시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바로 형님으로 모셨죠."

"그래. 그런데 너희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

예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현무회를 만들기는 했지만 무림인들이 현무회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실제로도 장원도 없고 말이야."

"그건 차차 갖춰야겠지."

"그래서 말인데.. 천하 상단을 현무회가 흡수 하는 건 어떨까?"

"뭐? 천하 상단을 흡수한다고?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새롭게 장원을 짓고 시작하는 건 너무 시간도 촉박하고 그 정도의 자금력도 없잖아. 하진이와 이야기 해 보니까 나와 통하는게 있더라고.."

"그건 말도 안돼. 넌 천하 상단을 도와주라고 했더니 뺏을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떡하냐?"

"뺏으려는 게 아니라... 하진이는 상단을 운영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 무림인이 되고 싶다고.."

"그거야..하진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대방 어르신도 건재하시고.."

그 때 천하진이 나서며 내게 말했다.

"아버지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더 그러실 필요없어요. 제가 아버지와 이야기 해 봤는데.. 형님 아니였으면 아버지도 진즉 돌아가시고 천하 상단도 무너졌을 거라고.. 천하 상단의 모든 것을 형님이 원할 때 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대방 어르신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네.. 하지만 난 남의 것을 탐하고 싶지 않아. 적은 규모라도 스스로 힘으로 키워내고 싶어."

나의 말을 끝날 때쯤 천하성 대방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무영아, 우연찮게 너의 마지막 말을 들었구나.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넌 우리를 남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아저씨...그런 건 아니지만.."

"네가 독한 마음을 품고 우리를 해하려 했거나 상단을 강제로 뺏으려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널 막으려 했겠지만 너는 내 목숨을 구하고 상단이 무너지지 않게 막아줬으니 고마움에 우리가 스스로 너에게 넘기려 하는 것이니 더 사양하지 말거라. 그리고 상단을 조건 없이 거저 주려는 건 아니다.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천하성의 말에 천하진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조건을 걸겠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하진아, 잠시만 가만히 있어보렴. 아저씨가 하는 말씀을 끝까지 들어봐야지."

나는 하진이에게 말한 후 다시 천하성 대방에게 말했다.

"네. 아저씨 당연히 거저 주는 건 말이 안되죠. 조건을 말씀해 주세요."

"그럼 두 가지 조건을 말하겠다. 첫번째, 우리 천하 상단 식구들을 네가 만든 현무회에 속하게 해주고 지켜주거라. 두번째, 네가 하진이에게 직접 무공을 가르쳐 주거라. 무영아, 내 두 가지 조건을 들어 줄 수 있겠니?"

천하성의 조건을 들은 모두는 밝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그건 제가 그냥 들어 드릴 수 있는 건데..그런 건 조건으로 거실 필요가 없어요."

"무영아, 난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더 이상은 사양 말거라."

"네. 아저씨, 그럼 더 이상 사양하지 않을게요. 천하 상단 사람들 모두를 현무회에 가입시키고 제가 잘 지키겠습니다. 하진이도 절정고수급으로 키워볼께요."

천하성의 계속되는 권유에 사양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기에 받아 드렸다.

"그래. 고맙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아주 든든하구나. 그동안 천하 상단을 이끌면서도 내가 죽으면 하진이와 남은 천하 상단 식구들이 어떻게 될까..걱정이 많았는데..이제는 마음 편히 지내다 갈 수 있겠다."

그 모습을 지켜본 예현이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이제 기반은 갖춰졌으니 네 명성을 이용해 현무회 회원을 정식으로 모집해야겠어."

"회원은 많이 모집 될까?"

"지금 네 명성이라면 아마도 꽤나 모일텐데.. 하지만 실제로 쓸만한 자들은 많지는 않겠지."

"그래도 쓸만한 자들도 조금은 오겠지."

다음날 바로 천하 상단이 현무회로 통합 되었고 천하 상단의 자리에 현무회의 본부가 들어섰음을 개방 제자를 통해 무림 문파들에 알렸다.

또한 현무회에서 함께 정의를 세울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개방 제자에게 부탁하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전국의 거리에 나붙었다.

공고가 나붙은 뒤로 일주일 채 지나지 않아 천하 상단의 입구에는 현무회에 가입하고자 온 무림인들로 발 딪을 틈이 없었다.

"네 명성이 제법 유명해지기는 했나보네. 신생 단체에 이렇게 많은 무림인들이 지원을 하는 거 보면.."

"이제부터 옥석을 가려야지. 며칠 동안 꽤나 바쁘겠다. 시작해볼까?"

"좋아. 해보자."

그날부터 나와 예현을 비롯한 기존 현무회 식구들이 지원한 자들을 추려서 회원으로 받기 시작했다.

추려서 받았지만 워낙 지원헌 인원이 자체가 많았기에 현무회에 새로운 회원으로 들어온 사람이 꽤나 많았다.

그리하여 현무회는 며칠만에 신생 단체에서 꽤나 규모가 있는 단체로 급성장하였다.

현무회 반격에 나서다

며칠이 지나 많은 신입 회원들이 천하 상단 내에 있는 현무회 본부로 배치되자 천하 상단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활기가 넘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예현이 내게 말을 했다.

"무영아, 생각보다 실력있는 고수들도 많이 왔어. 이들을 훈련을 시켜야 할텐데.. 훈련 교관은 누구에게 맡길거야?"

"음..나중에는 내가 직접 가르쳐도 되기는 하는데.. 대방 어르신께 약속한 것도 있고 해서 당분간은 하진이를 전담해야 할 것 같아."

"그럼 내가 가르칠까?"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그런데 내가 익힌 무공은 다른 문파의 무공이나 군부 무공이라서..그것들을 가르쳐도 괜찮을까?"

"그건 걱정마. 내가 현무검결을 너에게 가르쳐 줄테니 네가 그걸 현무회 회원들에게 가르쳐줘."

"저번에 우리를 상대할 때 그 무공을 말하는거지? 그 무공을 네가 새롭게 창안한거야?"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새롭게 창안했다기보다는 기존 무공 몇가지를 섞어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킨거야."

"그래도 그때 보니까 무슨 무공을 쓰고있는지 알 수가 없던데.. 그 정도 새롭게 창안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냐?"

"뭐.. 하긴 다른 문파에서 우리들에게 자신들 문파의 무공을 베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바뀌기는 했으니까.."

"그럼 지금 바로 내게 현무검결을 가르쳐 줘."

나는 예현에게 현무검결의 초식을 잘게 나누어 세 번 정도 보여주었다.

그러자 예현이 나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자신이 검을 들고 나와 자세를 잡더니 현무검결을 펼쳤다.

세 번만에 초식을 거의 외운건지 크게 틀린 곳이 없이 전체를 마무리했다.

"대단한데.. 세 번 지켜본 것만으로 초식을 다 외우다니.. 내가 십오년을 수련해서 만든 무공을 네가 이렇게 쉽게 가져가버리니 뭔가 허무한데.."

"네가 천천히 잘게 나누어 보여줘서 그런거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초절정 경지에 오르면 다른 무공 초식을 익히는 그렇게 어렵지 않잖아."

"그래. 그냥 해 본 말이야. 중간에 초식 이어지는 부분에서 살짝 부자연스러운 거 빼고는 완벽해. 그 부분만 다시 한번 해볼래?"

나의 말에 예현이 다시 한번 현무검결을 펼쳤다.

영경과 연화 소저가 나타나 예현이 무공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영경이 내게 말했다.

"우리도 똑같이 현무회에 들어왔는데 왜 무공을 예현이에게만 가르쳐 주는거야?"

"그게 아니라 예현이가 신입 회원들 무공 교관을 해준다고 해서 먼저 가르쳐 주고 있었어."

"그럼 나도 그 무공을 가르쳐 줘. 여자 회원들은 내가 가르칠테니까.."

영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 그럼 예현이 옆에서 서서 따라해."

그러자 연화 소저도 내 앞에 서서 말했다.

"저도 소협의 그 무공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저도 가르쳐줘요."

"네. 그럼 제가 다시 한번 시범을 보일테니 세 사람 다 제 앞으로 와서 잘 지켜보세요."

내가 시범을 보이자 영경과 연화 소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 내게로 다가오는 천하진.

"형님, 무공을 가르쳐 주실거면 저도 불렀어야죠."

"아니.. 지금은 정식으로 무공을 가르치려고 한 게 아니라 예현이가 무공 교관을 한다기에 우리 문파 무공을 잠시 가르쳐 주려 한 것 뿐이야."

"그럼 저기 영경 소저와 연화 소저는요?"

"방금 온 거야. 너도 그 옆에 서거라."

"네. 형님."

갑자기 나에게 현무검결을 배우는 사람이 4명이나 되었다.

내가 시범을 보이고 나서 네 사람이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자세로 현무검결의 초식을 따라했는데 지나가던 현무회 회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하나 둘씩 모여 들더니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네 사람의 무공 수련을 지켜보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현무회의 무공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무공은 현무검결이라는 것으로 앞으로 현무회 회원이신 여러분들이 배울 무공 입니다. 저기 네 사람의 움직임을 잘 보십시요."

자신들이 배울 무공이라는 나의 설명에 그들은 더 집중해서 네 사람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내가 시범을 보이고 그들이 따라하는 수련은 한시진(2시간)이나 계속 되었는데 네 사람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수련을 열심히 하였다.

그렇게 네 사람의 수련이 마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날부터 예현의 지도 아래 현무회에 가입한 신규 회원들의 무공 수련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후,

천하 상단 내 현무회 본부 앞으로 전서구가 날아왔다.

전서구를 통해 서찰을 받은 천하진은 내게 가져왔다.

"형님, 무림맹에서 현무회로 전서구를 보내왔어요."

"어디 줘 보거라. 읽어보자."

나는 그에게 서찰 건네받자마자 쭉 읽어내려갔다.

서찰의 내용인즉슨 반란군 세력에 무림맹도 심각한 타격을 입어 직접 지휘가 어렵기에 현무회 회주인 나에게 권한을 위임할테니 무림맹 사람들을 모아 남궁 세가와 제갈 세가 등 무림의 사라진 문파 사람들을 찾는 일을 도와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하진아, 현무회 수뇌부들을 불러 오렴."

수뇌부라고 해 봤자, 현재는 나와 예현, 영경, 연화, 천하성 대방, 천하진, 그리고 새로운 신입회원 중에 절정 고수 네 사람까지 총 열명이었다.

원래는 초아와 적운, 풍현까지 포함되지만 지금은 참석을 할 수 없기에 그들을 빼고 총 열명이 모인 것이다.

하진이가 모두에게 전달하자 금세 내 집무실에는 열명의 사람이 모였다.

"여러분들을 급히 모이라 말씀 드린 것은 무림맹에서 저희에게 도움을 청해 왔습니다."

나는 전서구를 통해 온 서찰의 내용을 수뇌부에 읽어주었다.

그러자 천하성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회주, 무림맹 맹주의 권한을 주면서까지 회주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보면 현무회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군요. 이건 무조건 받아들여야지요."

"맞습니다. 천하성 대방 말대로 이번에 현무회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기회에 무림맹이 우리에게 빚을 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회의를 위해 모인 열 사람 중에 반대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럼 만장일치로 무림맹을 돕기로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무림맹 맹주에게 수락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 날로부터 삼일 후 무림맹주가 임시적으로 현무회 회주에게 자신의 권한을 넘긴다는 말이 무림맹 문파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우리도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개방 제자를 통해 무림맹의 모든 문파에 소집 명령을 내렸다.

강제적인 것은 아니였고 남궁 세가와 제갈 세가 사람들의 실종을 함께 해결할 소수의 인원이라도 보내달라고 전했다.

그렇게 소집명령을 내리고 삼일 후부터 천하 상단의 입구에는 소집명령에 응하여 현무회를 방문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매일 같이 몰려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 중에는 반가운 이들도 있었다.

화산파의 초일, 추대운, 점창파의 강소하, 모용세가 모용욱도 나타났다.

나는 그들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초일 형님,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셨죠?"

"그래. 잘 지냈지. 너는 나와 헤어진 후 엄청 유명해졌더구나."

"그래도 형님 명성이 더 높으시지요. 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무림맹 맹주 권한 대행께서 겸손이 너무 지나치시고만."

"그래봐야 언제 박탈될 지 모르는 임시직인데요."

나의 말을 들은 추대운이 초일에게 말했다.

"대사형, 제가 말했죠. 무영이는 꿈이 더 크다고요."

"그럼 무영이가 차기 무림맹 맹주 자리를 노리는 건가?"

"무림맹 맹주 자리 정도로는 어림 없을 걸요."

"내가 너무 그릇이 큰 아우를 뒀구만."

강소하와 모용욱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맞아요. 무영이가 현무회 회주라는 신분도 놀랄만한 일인데 거기에 무림맹 맹주의 권한 대행이라.."

"그러게요. 시간이 갈수록 무공과 명성이 너무 높아져서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네요."

그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태산에서 함께 훈련했던 다른 사람들도 나타나 나를 보며 말했다.

"신검협님, 이번에도 저희를 잘 이끌고 주세요."

"신검협님만 믿어요."

"회주님 잘 부탁드려요."

나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말했다.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신검협 만세! 현무회 회주님 만세!"

갑자기 한 사람이 그 말을 외치자 나머지들도 같은 소리로 외쳤다.

나는 살짝 민망하여 그들을 제지하려 했는데 적운과 풍현이 나타나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어야지. 사기 진작에 효과가 있는건데."

"그래. 적운이 말한대로 저들에게는 네가 부적 같은거야. 태산혈사라는 소용돌이에서 구해준 부적. 그래서 널 칭송하며 마음에 안정이 오는 거니까 그냥 너도 이 상황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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