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98화 (98/114)

광동성에 들어온 후 가장 먼저 간 곳은 천하 상단이었다.

천하 상단으로 가서 입구에 있는 문지기에게 내 이름을 대며 천하진을 불러달라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진이 뛰쳐나와 나를 반겼다.

"형님, 오셨어요. 그냥 안으로 들어오시지.."

"밝은 모습을 보아하니 잘 지낸 모양이구나."

"네. 형님 덕분에 아버지도 건강해지셨고 상단도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어요. 그리고 초일 형님이 신경 써주신 덕분에 화산파와 교류하면서 상단의 거래 물량도 늘었어요."

"잘 되었구나. 이러다가 조만간 십대 상단에 천하 상단이 들어갈 지도 모르겠군."

"에이. 그건 형님이 저희 상단에 들어와야만 가능할 걸요."

"내 대신 나의 친구들을 상단에 보내줄게."

천하진은 나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형님의 친구분들을 상단에 보내 주신다고요?"

"저기 서 있는 친구들이 나의 어린 시절부터 군부에 있을 때까지 함께 한 친구들인데.. 지금은 오고 갈 때가 없는 상황이라 잠시 너희 상단 일을 도우면서 이 곳에서 식객으로 지내게 해도 될까?"

"......"

천하진은 말없이 그들을 한번 쳐다보고 잠시 생각을 한 후 말하였다.

"그래요. 형님 친구분들이면 믿을 수 있으니 식객으로 받아드릴께요."

"고맙다. 저 녀석들 다들 실력은 쓸만하니 날 믿고 한번 잘 써봐. 잘 활용하면 십대 상단이 너의 바로 앞에 있을 수도 있어."

나의 말을 듣고 내 동료들을 바라보는 천하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나는 내 동료들과 천하진을 소개시켜주고 천하 상단의 식객으로 머물게 했다.

"난 영경이와 연화 소저와 함께 인피면구를 벗겨내고 올테니 그동안 상단 일 잘 도우면서 쉬고 있어."

나의 말에 예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내가 얘들 잘 관리하면서 조용히 천하 상단을 도울테니까.."

"그래. 예현이 널 믿는다. 다녀올께."

나와 영경, 연화 소저 세 사람은 인피면구를 벗기 위해 주통 어르신의 집에 찾아갔다.

"어르신, 계십니까? 어르신, 안 계시나요?"

내가 한참을 불러도 그 집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내가 방문을 열어봤더니 짐이 하나도 없는 것이..주통 어르신이 이 집에 더 이상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짐이 하나도 없어요. 아무래도 주통 어르신이 한참 전에 이 집을 떠나신 모양이에요."

"그럼 우리는 이 인피면구를 어떻게 벗죠?"

"두가지 방법이 있어요."

나의 말에 방법이 궁금해졌는지 영경이 물었다.

"그 방법이 뭔데?"

"하나는 삼대 신의는 이 인면피구를 벗겨낼 수 있을 거라 했으니 삼대 신의를 찾아가는 방법."

"두번째는?"

"다른 하나는 하오문을 통해 주통 어르신을 찾는 것."

나의 말에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가지 방법 다 괜찮은데 뭐부터 하지?"

나는 영경의 말에 나의 의견을 피력했다.

"난 먼저 하오문을 통해 주통 어르신의 행방을 찾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

"저도 소협과 같은 생각이에요."

"나도 무영이 너의 의견에 찬성."

세 사람 모두 뜻이 일치하여 주통 어르신 집에서 나와 선녀 유곽으로 향했다.

사라진 초아

우리가 해가 조금씩 사라지며 어둑해진 시간에 선녀 유곽에 도착하니 휘양찬란한 불빛들이 켜지며 문을 열고 있었다.

"여기는 하오문에서 관리 하는 곳이에요. 초아도 여기에서 일하고요."

유곽에서 일하는 여인들이 밖으로 나오자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 영경과 연화 소저는 놀라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옷을 입을 수가 있지.."

"맞아요. 사매. 저건 거의 벗고 있는 거나 다름 없는데..소협은 눈 가려요."

영경이 나를 보며 왜 이런 곳으로 데려왔는지 따지듯 물었다.

"이 곳이 정말 맞아? 초아 소저가 일하는 곳이?"

연화 소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초아가 정말 이 곳에서 일해요?"

"이 곳에서 일하는 건 맞는데.. 초아는 저렇게 몸을 파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오문 소속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해요."

연화 소저도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초아가 하오문 소속이었는지도 몰랐네요. 정보 수집이라고 그래도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을텐데.."

"초아는 하오문에서 꽤 지위가 있는 신분이라 직접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그럼 우리 빨리 초아를 만나봐요."

연화 소저의 말에 내가 안으로 들어가 초아를 찾았다.

하지만 초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곽에서 일하는 여인이 지나가자 그녀에게 물었다.

"초아.. 아니 수향 소저는 어디에 있나요?"

"수향 언니를 찾으시는구나. 몇달 전에 총관님 지시로 어디를 좀 다녀온다고 한 뒤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어요."

'몇달 전이라면 날 따라서 무림맹으로 들어왔던 때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럼 이곳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총관에게 물어봐야겠군.'

"상관보 총관님은 어디 계시나요?"

"총관님은 아마도 내실에 계실 거에요."

나는 총관을 만나기 위해 내실로 들어갔다.

내실 안쪽에 있는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그러자 안에서 상관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신무영입니다."

"무영 소협이시군요. 들어오세요."

총관의 말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협은 태산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돌아오셨군요."

"네. 사정이 생겨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초아가 밖에 안보이던데 어디에 있나요?"

"초아 아가씨는 이곳에는 안 계십니다."

'초아 아가씨? 총관이 초아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그리고 존대라니.. 초아가 더 높은 지위였나?'

"그럼 초아는 어디에 있나요?"

"그건 저희 문파의 일이라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초아를 보려 말하려 했는데.. 어디를 간거지?'

"그럼 언제쯤 돌아올까요?"

"그것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어디 갔는지도 언제 돌아오는지도 모두 말해 줄 수 없다는 건가요?"

"소협께선 왜 초아 아가씨를 찾으시죠? 아가씨와 무슨 사이세요?"

"저희는 친구 사이에요.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초아 아가씨는 소협을 그저 친구로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러니 아가씨를 힘들게 하지 마시고 그만 놔 두세요."

상관보의 말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힘들게 하지 말라니요? 제가 언제 초아를 힘들게 했나요?"

"초아 아가씨가 소협을 좋아하는 걸 모르세요? 멀리서 지켜보는 저도 알겠는데 소협이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되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아는 나와 계속 친구로 지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초아 아가씨와 친구를 하겠다고요? 초아 아가씨는 소협을 만난 후로 인생의 목표로 삼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소협을 택했다는 걸 정말 모르시나요?"

"그게 무슨 소리죠? 뭘 포기해요?"

상관보는 잠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내게 이야기 했다.

"초아 아가씨는 전대 하오문의 문주님이셨던 검협 신유혁 어르신의 따님이십니다. 이걸 알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검협 어르신이 하오문 전대 문주님이신 건 몰랐네요."

"그러셨군요. 아무튼 어르신을 보고 자란 초아 아가씨는 아버지처럼 하오문 문주에 오르는 게 인생 목표 였어요."

"하지만 여인의 몸으로 하오문의 문주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아가씨는 어르신의 도움없이 스스로 피나는 노력을 하여 절정 고수에도 오르고 하오문 십대 향주 중에 한명이 되면서 인생 목표에 점점 가까워졌죠."

'초아가 향주였다고? 그래서 그렇게 자신의 마음대로 날 도와줄 수 있었구나.'

"초아가 이곳의 향주였군요.. 그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소협에게는 편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제게 자신이 향주인 걸 숨겨달라 했어요."

"그랬군요."

"저는 아가씨가 소협에게 관심을 갖는 정도로 그칠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푹 빠져 버렸다는 걸 알았죠. 소협을 따라 무림맹으로 따라 갈때는 제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죠."

"저도 무림맹에 초아가 나타날 줄은 몰랐어요."

"아가씨에게는 그 시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였어요. 차기 문주로 선출 되기 위해 준비를 해야할 시기였는데 소협이 걱정된다며 향주의 일을 저에게 대행하게 하고 소협에게로 간 거에요."

'초아가 중요한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걱정되서 무림맹으로 쫓아 왔던거야?'

"저는 전혀 알지 못했네요. 그러고보니 제가 초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네요."

"아가씨는 소협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거죠. 저도 그래서 아무 말 하지 않으려 했는데 소협이 초아 아가씨 말고 다른 분을 선택했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절 위해 그렇게 많은 걸 희생했는지도 모르고 초아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줬네요."

"소협이 알고 그런 건 아니니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요. 앞으로는 초아 아가씨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그래도 초아가 돌아오면 한번 연락을 주세요."

"십대 향주님 중 한분이 차기 문주님으로 선정되면 돌아올 거에요."

나는 돌아서서 나오려다가 총관에게 말했다.

"그 일과 별개로 하오문에 의뢰하나 해도 될까요?"

"네. 저희는 공과 사는 분명하니까요. 말씀하세요."

"인피면구의 장인이신 주통 어르신이 사라지셨거든요. 그 분을 찾으려 합니다.그래서 찾을 단서에 대한 정보를 원합니다."

"알겠습니다. 알아보고 정보가 구해지는대로 소협을 찾아가죠."

"의뢰비는요?"

"초아 아가씨가 소협에게는 절대 받지 말라고 했어요. 이번까지는 아가씨 말대로 받지 않을께요."

나는 총관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초아의 소식을 들었는데.. 뭔가 마음이 씁쓸하고 무겁구나.'

내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오자 연화 소저가 물었다.

"소협, 안색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요?"

"아니에요. 하오문 사람 만나서 주통 어르신을 찾기 위한 단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초아는요?"

"초아는 지금 이 곳에 없답니다. 문파에서 중요한 회합이 있어서 참석했나봐요."

나의 말에 영경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회합에 참석할 수 있는 건 문파 수뇌부 정도 되어야 하는 거 아냐?"

"맞아. 초아가 이곳 하오문 광서지부 향주래."

"향주라면 하오문에서 문주 다음 지위라고 들은 거 같은데..초아 소저가 대단한 여인이었네."

우리는 선녀유곽에서 나와 천하 상단으로 돌아갔다.

천하진과 예현이 나를 보고 말했다.

"형님, 가신 일은 잘 되었어요?"

"무영아,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네."

"아니. 당분간은 이 얼굴로 지내야겠어. 주통 어르신이 사라지셨어."

나의 말에 예현의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이 시기에 갑자기 사라지시다니.. 느낌이 좋지 않은데.."

"넌 그들 소행으로 보는거야?"

"확신 할 수는 없지만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나도 사실 그 분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그들을 의심하기는 했어. 일단은 하오문에 의뢰해뒀으니 곧 어떤 단서든 나오겠지."

예현이 잠시 천하진의 얼굴을 본 후 내게 말했다.

"너 나간 사이에 하진이와 이야기 해 봤는데.."

"하진이?너희는 언제부터 말 놓고 그런 편한 사이가 되었냐?"


0